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17)
의선명가 천재막내 118화(118/138)
제118화
공손헌은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내가 이 미친놈을 왜 따라와서.’
공손헌이 위지천, 그러니까, 도마를 따라온 이유?
별것 없었다.
공손헌이 처음에 보인 깍듯한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해코지를 하려던 건 절대 아니었다.
도마에 대한 호기심, 흥미 등등이 생겼고, 마인으로서 한마디 가르침이라도 받고 싶어서 따라온 건데, 이런 횡액을 당하게 된다니!
‘결과적으로 기연을 얻은 셈이 되긴 하지만.’
공손헌은 기맥의 상태를 살폈다.
엉망진창이었다.
조금만 기를 움직여도 찢어질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진짜 치명적인 문제는 없었다.
저 미친놈의 기공 치료 덕분이었다.
‘기맥이 과한 상처를 입지 않게 철저히 보호해 주었어. 기맥의 폭주가 도리어 담금질로 작용하게.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거지?’
기맥은 아주 섬세해 얇은 종이로 만든 관과도 같다.
놈은 관 안에서 화탄이 터지는 와중에 종이가 찢어지지 않게 신기를 발휘한 거다.
‘마종의가에서 손꼽는 명의도 이런 수준의 기공술은 불가능해. 마의면 모를까.’
마의(魔醫).
천(天)급 마종의가의 가주이자, 오신의 중 하나.
동시에 화경의 고수로 십마의 일좌이기도 했다.
공손헌은 이전 무리한 무공 수련으로 주화입마에 이르기 직전 마의의 기공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데, 저 어린놈의 기공술은 그때 경험한 마의의 기공술에 전혀 못하지 않았다.
‘…괴물이군.’
심지어 인성까지 악마스러웠다.
공손헌은 질린 얼굴로 물었다.
“무당에 분탕질하라니? 무슨 뜻이냐?”
“무당이 무공 연구를 위해 양민을 희생시켰다고 난장을 피워.”
“…네놈 혹시 무당 인근 죽산에서 우리 신교인들이 희생당한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는 거냐?”
“어?”
“??”
“??”
위지천과 공손헌은 잠시 서로를 멀뚱하게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방금 이야기, 자세히 좀 들을 수 있을까? 무당 인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위지천이 의미심장한 어조로 물었고, 공손헌은 자신이 아는 바를 설명했다.
무당 인근에 신교도 무리가 숨어 살고 있다가 정체불명의 흉수에게 몰살당했다고.
“무당을 범인으로 몰아.”
“…무슨 근거로?”
“증거가 필요해? 마교 마공자의 권위를 내세워 무당이 범인이라고 주장해. 혹시 알아? 무당을 털다 보면 진범의 꼬리가 잡힐지도 모르잖아.”
공손헌의 눈빛이 변했다.
일리가 있다고 여긴 거다.
공손헌도 무당에 무언가 석연찮음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어차피 사건이 일어난 지 원체 오랜 시간이 지난 뒤라 무당을 털어보는 것 말고 다른 단서를 찾는 것도 무리였다.
다만.
“상대가 무당인데, 간 크게 잘도 이런 일을 벌일 생각을 하는군. 감당할 수 있겠냐?”
“무슨 상관이야? 무당과 드잡이질할 건 내가 아니라 넌데? 감당은 네가 해야지.”
“…….”
“상대가 무당이라 쉽지 않을 텐데 힘내.”
‘…이 빌어먹을 놈.’
졸지에 남존무당에게 홀로 시비를 거는 미친 짓을 할 처지가 된 천마신교의 마공자 공손헌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 공손헌의 모습이 장삼과 겹쳐 보이는 건 착각이리라.
그렇게.
위지천이란 이름의 재앙이 무당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 * *
무당은 흔쾌히 사검회의 비무 신청을 받아들였다.
구주일패의 일문을 짓밟아 명예를 올릴 기회가 절로 찾아온 거니까.
위지천은 일단 남양 의선의가로 돌아왔다.
낙양에 갔다가 곧바로 다시 무당으로 향하게 되어, 잠깐 가족들의 얼굴이라도 볼 생각이었다.
“무당에 간다고?”
“네, 제갈의가의 귀혼 형이 기회를 마련해 주었어요. 귀혼 형의 추천으로 보조 의원이 되어 무당 제자들의 치료를 돕기로 했어요.”
귀혼 형은 귀천혼의(歸天魂醫) 제갈각을 말하는 거다.
위지천의 도움으로(사기였지만) 천형을 극복한 후 제갈각은 위지천에게 호형호제를 강요했고, 이후 귀혼 형이라 부르고 있었다.
“음.”
“왜 그러세요, 아버지?”
“끄응. 아니다.”
“쯧, 왜 말을 못 하십니까? 무당 말코 놈들이 천이 놈에게 무례하게 굴까 염려된다고.”
“그래, 말 잘했다, 강아! 우리 천이가 어떤 천이인데! 황금 가마를 보내서 모셔가도 모자랄 판에 선심 쓰듯 고작 보조 의원이라니! 재수 없는 놈들!! 그냥 가지 말아라!”
“하… 하.”
‘하긴. 무당 놈들이 재수 없는 건 사실이니까.’
물론, 위지천은 무당에 은혜를 입힌 적이 있다.
무당십이검인 송인 도장을 치료했으니까.
하지만, 무당은 딱히 무당의 이름으로 감사를 표한 적이 없다. 지금껏 무당에서 온 성의 표시는 모두 송인 개인적으로 보낸 거다.
비슷한 은혜를 입었던 화산, 종남과 비교되는 태도였다.
‘괜찮아. 오히려 무당이 조금 오만하게 나와주는 게 ‘난장’을 부리기에 좋을 테니까.’
‘난장’을 부리겠다니?
누군가 들으면 귀를 의심할 이야기.
위지천이 무당에 가는 목적이 무엇인가?
의무선생 송백 놈의 수작을 파헤치려는 거다.
위지천이 뭐라고 한들 무당 놈들이 듣는 척이나 하겠는가?
심지어 위지천은 무당 무공에 훈수를 두어야 한다.
귀 방귀 뀌는 것으로 끝나면 다행. 무당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니 따로 모종의 계획을 준비했다.
‘살짝 거친 방법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무당에 큰 은혜를 입히는 것이 될 테니.’
위지천은 웃으며 말했다.
“너무 염려하지 마세요. 혹시 아세요? 제가 무당의 은인이 되어 돌아올지.”
“은인? 하하, 그래, 맞다! 우리 막내라면 무당 놈들에게 은혜야 얼마든지 입힐 수 있지!”
“쯧, 아버지가 그러니 천이 저놈이 기고만장한 것 아닙니까? 천이 너! 무당 놈들이 재수 없게 굴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돌아와라! 이건 널 걱정해서가 아니라, 의선의가의 명예를 위해서인 어쩌구저쩌구.”
위지선, 위지강은 별생각 없이 호들갑을 떨며 맞장구를 쳤고, 위지무는 슬그머니 ‘우리 조카가 또 무슨 앙큼한 음모를 꾸미고 있는 거지?’ 하는 시선을 보냈다.
이후 무당 쪽으로 출발하려는데, 뜻밖의 인물들이 위지천을 붙들었다.
“천이 동작 그만. 장삼 대협도 없는데, 위험하게 어딜 혼자 가려고.”
위지상아였다.
“누님? 무당까지 가는 길은 안전한데요.”
“쓰읍. 그러다가 또 납치당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려고! 내 눈에 독 들어가기 전에는 절대 너 혼자 못 보내.”
늘 위지천을 지켜주던(?) 장삼이 없으니 과보호 위지상아는 귀염둥이 막내가 사뭇 걱정되는 것 같았다.
‘뭐, 누님과 같이 가도 괜찮겠지. 계획한 대로 난장판을 벌이려면 상아 누님이 적격일 것 같기도 하고.’
위지상아만이 아니었다.
“나도 같이 가.”
“단여 사매?”
“대사형이면 다야? 어딜 또 혼자 가서 잘난 척하려고. 이번엔 같이 가.”
위지천은 슬쩍 미소 지었다.
‘고맙네.’
단여는 이전부터 매번 위지천 혼자 활약하고 오는 것에 불만을 표했었다.
경쟁심? 그런 게 아니다.
염려였다.
“우리 무시해? 맨날 혼자 다니고. 혼자 쫄래쫄래 무당에 갔다가 어리다고 무시라도 당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니까, 절 혼자 보내는 게 너무 걱정되어 밤잠이 안 올 것 같다는 거죠?”
“뭐래. 그런 것 아니거든?”
“어라? 사매가 누나 같은 마음으로 걱정해준 줄 알고 기뻐했는데, 아니었어요?”
“…너 자꾸 놀리면 머리 쓰담쓰담 해버린다?”
위지천은 쿡쿡했다.
‘단여 사매도 기분 전환 삼아 같이 데려가도 좋겠지. 최근 지나치게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있었으니까.’
겉으로 티를 내진 않지만, 화중의가가 의선회 소속으로 들어온 게 단여의 심마를 악화하게 한 것 같다.
“너희 둘 다 내 동생들이니, 내 뒤에 잘 따라다녀. 무당이든 뭐든, 둘 다 내가 지킬 거야.”
“네, 언니. 대사형은 나 잘 따라와.”
“…제가 제일 보호받는 입장인 건가요?”
“당연하지. 우리 중 대사형이 제일 약하잖아? 누나들만 믿어.”
“…….”
단여의 무공 경지는 별로 높지 않다.
단, 지난 일 년간 비침술과 독술을 집중적으로 연마했다.
원체 악랄한 독을 다루어 어지간히 노련하지 않은 고수는 아차 하는 순간 당하기 십상이었다.
위지상아는 어미 싸움닭이 병아리들을 지키듯 기세등등하게 앞장섰고, 단여는 동생 지키는 누나 병아리처럼 위지천을 챙겼고, 위지천은 어어, 하며 둘을 쫄래쫄래 따라갔다.
한편, 아섭 사제는 세 명이 떠난 자리를 보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의선의가의 삼흉(三凶)이 한꺼번에. 무당… 괜찮을까?”
* * *
무당산은 양양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정확한 위치를 따지면 단강 남쪽이다.
즉, 의선의가와 멀지 않았다. 구파일방 중 의선의가와 가장 가까웠다.
하지만, 위지천은 무당산에 가본 적이 없다.
송인이 특별한 경우였을 뿐, 무당과 의선의가는 전혀 연이 없는 곳이니까.
최근 들어 급성장한 의선의가이지만, 정파 최고의 대문파인 무당에 비하면 여전히 보잘것없는 처지였다.
“도우들께서는?”
“의선의가에서 온 위지천이라고 해요.”
“아, 소협께서 송인 사숙을 치료했다는 남양소선이십니까?”
“네, 부끄럽지만 그렇게 불리고 있어요. 여기는 제 누이와 사매이고요.”
“제갈의가의 귀천혼의께 이야기 들었습니다.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위지천 일행은 의외로 깍듯하게 대접받았다.
최근 송인이 초절정에 오르며 과거 송인을 치료한 위지천의 이름도 덩달아 무당 안에서 유명해졌기 때문이다.
-내가 초절정에 오를 수 있었던 건 과거 남양소선에게 받은 치료 덕분이다!
단, 깍듯한 대우는 ‘의원’ 위지천에게 한정된 것이었다.
입구를 지키던 삼대 제자가 위지천의 등 뒤로 중얼거렸다.
“우리 무당이 품어야 할 기재라더니? 보법도 엉성하고. 별 볼 일 없어 보이는데? 송인 사숙께서도 과장이 심하군.”
작은 음성.
일부러 들으라고 비아냥거린 건 아닌 것 같지만, 위지천 일행 중 못 들은 이는 아무도 없었다.
“…….”
“…….”
위지상아, 단여가 쓰윽 고개를 돌려 헛소리를 뱉은 무당의 삼대 제자를 보았다.
“…딸꾹?”
때로는 백 마디 말보다 한 줄기 눈빛이 더 무섭다.
두 여인의 싸늘한 눈빛에 삼대 제자의 몸에 오한이 돋았고, 위지천이 나섰다.
“누님, 사매, 진정해요. 도사님께 죄송해요. 송인 도장께서 절 과찬하신 것 같아요. 무당 도사님께서 보시기에 부족해 보이는 게 당연해요.”
“아니, 그게.”
“그런 의미에서 도사님께 한 수 가르침을 받고 싶은데 혹시 가능할까요?”
“…지금 뭐라고 했소이까?”
위지천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해맑고 깍듯하게.
“전 의원이라 제대로 검을 배워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이전부터 정파제일검문이라는 남존무당의 도사님께 가르침을 받아보는 게 소원이었어요. 제게 도사님께 가르침을 받는 영광을 주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