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19)
의선명가 천재막내 120화(120/138)
제120화
‘제갈각을 믿을 수 있을까?’
위지천은 잠시 고민했다.
귀혼 형.
이 친근해 보이는 호칭만 봐도 알다시피 둘은 많이 가까워졌다.
은근히 사람을 가리는 위지천이 제갈각과 이렇게 가까워진 건, 속셈이 있어서였다.
‘제갈세가는 반천회에 대해 알고 있을 확률이 높아.’
천하의 제갈세가다.
비록 무력은 십대세가 중 처지는 편이라지만, 지혜는 중원 제일.
무엇보다 제갈세가는 세가맹의 요직을 모조리 차지하고 있었다.
문제는 제갈세가가 단순히 반천회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아니라, 아예 반천회에 가담했을 경우다.
‘백선의가와 세가맹의 관계를 생각하면 가능성 있어.’
이번 무당의 일 때 제갈각의 협조는 필수다.
단, 이런 이유로 제갈각에게 모든 사정을 털어놓기는 조심스러웠다.
그때였다.
제갈각이 백화로를 들더니 벌컥 들이마시기 시작했다.
“귀혼 형?”
“크아악. 맛이 끝내주는군. 검군악이 아낄 만해. 그런데, 이거 마셨다고 검군악이 날 죽이는 건 아니겠지?”
“괜찮을 겁니다. 훔친 건 장삼 대협이니 뒷감당도 장삼 대협이 알아서 하겠죠.”
“큭큭, 좋아. 아, 좋은 술을 마셨더니 취하는군. 딸꾹.”
제갈각이 주정뱅이처럼 위지천을 게슴츠레 바라보았다.
“뭐 해? 나 취했다니까.”
“네?”
“취했으니, 마음 편히 이야기하라고. 위지 동생도 내 술버릇 알지? 취하면 다음 날 깡그리 기억 날아가는 거. 그러니 무슨 이야기든 걱정하지 말고 해.”
위지천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고맙구나.’
제갈각은 위지천의 망설임을 눈치채고 배려해주고 있는 거다.
제갈각이 자신을 얼마나 아끼는지 느껴졌다.
‘배후와 맞서려면, 나 혼자의 힘만으로는 안 돼.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찾아 힘을 나누어야 해.’
위지천은 제갈각을 믿기로 했다.
“혹시 반천회에 대해 들어 보셨나요?”
“무시무시한 이름이군. 역적모의라도 하는 놈들인 건가? 처음 들어본다.”
“백선의가가 속해 있는 모임이에요.”
제갈각은 인상을 찌푸렸다.
“백선의가가 그런 수상한 이름의 모임에 소속되어 있다고? 황실에 알려지면 역적으로 몰리고도 남을 텐데? 어디서 들은 이야기지?”
“빙학(氷鶴) 어르신께 들었어요.”
“빙학 선생의 이야기면, 근거 없는 소리는 아닐 텐데. 그나저나 최근 빙학 선생의 근황을 듣지 못했군.”
빙학은 최근 강호에서 소문이 끊긴 상태였다.
평소에도 외진 곳에서 의술을 베푸느라 잠적을 감출 때가 많아 다들 별다른 신경은 쓰지 않았지만, 위지천은 조금씩 걱정이 들긴 했다.
혹시나 빙학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하고.
“빙학 어르신께서도 정확한 것은 알지 못하셨어요. 그저 백선의가를 비롯한 몇몇 위세 높은 의가들이 의술을 이용해 천하를 자기 뜻대로 쥐락펴락하려는 모임이라고 했어요. 이건 제 짐작이지만, 비단 의가들만이 아니라, 일부 무림의 세력들도 반천회에 속해 있는 것 같아요.”
“흠.”
제갈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한테 이 이야기를 꺼내길 망설였던 건 혹시 제갈세가가 반천회와 엮여 있을까 염려되어서냐?”
“…아닐 것으로 생각하지만, 혹시나 해서요.”
“아니, 어쩌면 네 짐작이 맞을 수도 있지. 나라고 가문의 모든 사정을 아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아닐 거다. 가주님은 그딴 어리석은 욕심을 부릴 분이 아니야.”
제갈각의 어조가 무겁게 바뀌었다.
“하지만, 현성(賢星) 노야는 어떨지 모르지.”
“!!”
위지천은 흠칫했다.
현성 제갈백운.
세가맹의 전대 총군사였다.
제갈세가의 당대 가주보다도 두 배분이나 위의 큰 어른으로 세가맹의 살아 있는 전설, 역사와도 같은 인물이었다.
세가맹이 지금처럼 번영할 수 있었던 건 모두 현성 제갈백운의 공이었다.
“현성 노야께서는 이미 세가맹의 일에 손을 떼고 은퇴한 것 아닌가요?”
“겉으로만 그렇지. 당장 현 총군사가 현성 노야의 숙질이자 제자인데, 은퇴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세가맹의 군사부 모두 현성 노야의 꼭두각시다.”
위지천은 흉마 시절에도 모르던 사실이었다.
비단 위지천뿐 아니라, 강호 모두는 현성 노야가 완전히 은퇴한 줄만 알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현성 노야가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어. 내가 흉마로 활동했던 시절에는 이미 삼도천을 건너도 한참 전에 건넜어야 할 나이였을 텐데.’
“그런데, 현성 노야께서는 세가맹의 설립에 막대한 공을 세워 강호의 모두가 존경하는 분인데, 반천회와 연관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짐작하는 건 억측 아닌가요?”
제갈각은 비웃음을 지었다.
“존경? 우습구나. 현성 노야가 세가맹 설립을 주도한 건, 무림맹의 세력을 약화하기 위해서다.”
“!!”
“세가맹이 나누어져 힘을 합치기 힘들어지며 정도(正道)는 사마(邪魔)에 맞서기 어려워졌다. 결국, 지금처럼 사도맹과 마교, 혈교가 기세등등하게 난립하게 되었지.”
뜻밖의 비사였다.
“물론, 현성 노야가 강호의 혼란을 바란 건 아닐 거다. 당시에는 무림맹을 약화하는 게 십대세가에 이득이었어. 그러니 모두가 찬성했던 거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현성 노야가 강호에 알려진 것처럼 마냥 좋은 사람이 아니란 거다.”
위지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파볼 필요가 있겠어.’
제갈각은 다시 술을 쭈욱 들이켜더니 물었다.
“그러면, 네가 지금 무당에서 난장을 부리고 있는 건?”
“맞아요. 반천회와 무당이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있어 파보려는 거예요.”
위지천은 의무선생 송백과 관련한 전후 내용과 자신의 짐작을 설명하였다.
“무슨 상황인지는 알았다. 그러면, 내가 어떻게 도와주면 되겠느냐?”
위지천의 말을 의심하지 않는 것은 물론, 흔쾌히 손을 보태겠다는 제갈각에게 위지천은 감사함을 느꼈다.
“오늘 제가 준비해온 술을 다 마셔주시면 돼요.”
“흐음? 독주라 이걸 하룻밤에 다 마시면 나도 무사할 수 없을 것 같은데?”
“네, 심각한 술병이 나겠죠. 제갈세가로 돌아가서 요양해야 할 만큼.”
“…너 설마?”
위지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형님께서는 술병을 핑계로 제갈세가로 돌아가 주세요. 그래서 제가 무당 도사들의 치료를 전담할 수 있게 해주세요.”
“!!”
현재 위지천은 무당의 핵심 제자들에게는 일절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제갈각이 떠나면, 싫든 좋든 위지천에게 치료를 맡길 수밖에 없으리라.
“흠.”
“…어려울까요? 아무래도 제갈세가와 무당의 관계가 있으니….”
“아니, 나야 대환영이다. 안 그래도 재수 없는 무당 놈들 얼굴 보고 있기 싫었으니까. 다만, 조건이 있다. 내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네 이야기에 따르지 않겠다.”
“무엇인가요?”
위지천은 긴장해 물었고.
“술 마시는 밤새 나와 어울려 주도록.”
“…….”
“그 얼굴은 뭐냐? 설마 이 형님보고 혼자 자작하게 할 생각이었던 거냐?”
위지천은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
‘망했다.’
위지천은 이전 삶 혈교의 비밀 병기 혈극천라강시(血極天羅殭屍)와 싸웠던 일을 떠올렸다.
아무리 베어도 쓰러지지 않아 흉마 위지천도 진땀을 흘려야 했던 난적이다.
제갈각의 술주정을 듣는 건 그 혈극천라강시를 연상시킬 정도로 험난한 일이었다.
“하하, 그러니까, 동생! 듣고 있나?”
“네, 듣고 있어요.”
“그래, 중요한 이야기니까 잘 들어야 해. 내가 위지 동생을 얼마나 아끼냐면!”
“천재인 귀혼 형이 유일하게 인정하는 동생이 저라고요?”
“그래! 그러니까, 내가 위지 동생을 얼마나 아끼냐면!”
“…….”
대략 열세 번쯤 반복되는 이야기를 들으며 위지천은 한숨을 삼켰다.
‘이런 고생을 하게 만들다니. 의무선생 송백 놈, 가만히 두지 않겠다. 무당에도 막대한 보상을 뜯어내고 말겠어!’
* * *
위지천이 무당에 와서 난장을 부린 건,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무당 무공을 살피기 위해서였다.
이전 삶 위지천은 무당이 반봉문한 탓에 무당의 무공과 접해본 적이 없었다.
수십 번이 넘는 비무를 통해 무당 무공이 대략 어떤 무공인지 감을 잡았다.
두 번째 이유,
“소협이 무적소선인가?”
“부끄럽습니다. 부족한 실력인데, 무당 도사님들이 손속에 사정을 봐주었을 뿐이에요.”
제갈각이 떠난 후, 위지천은 의원으로서 무당의 수많은 도사와 만나게 되었다.
다들 위지천에게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무당의 수많은 제자를 꺾은 기재이니까.
물론, 위지천이 꺾은 건 삼대, 그중에서도 아직 미숙한 이들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무당 모두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의외로 고깝게 보는 이는 없었다.
한없이 착해 보이는 위지천의 외양 덕이었다.
무당의 어른 도사들을 대하는 위지천의 태도도 공손, 깍듯하고.
‘괜히 송인 사형이 무당이 품어야 할 도기라고 한 게 아니었군.’
삼대, 사대의 제자야 비슷한 나이대인 위지천에게 경쟁의식을 느낄 수 있지만, 이대 이상은 입장이 달랐다.
그들에게 위지천은 까마득하게 어린 후배였으니까.
경쟁심보다는 기특함을 느꼈다.
“가문의 검을 익혔다고?”
“네, 의술을 익히는 중에 틈틈이 익혔습니다. 가문과 환자들을 지키기 위해서요.”
“기특하구나. 한번 검을 볼 수 있겠느냐? 이것도 인연인데 가르침을 내려주마.”
“정말이신가요? 감사합니다!!”
위지천이 해맑게 감사 인사를 하자, 말을 꺼낸 무당의 이대 제자 송명은 흐뭇한 얼굴을 했다.
이런 생각도 들었다.
‘볼수록 인성이 올바른 게 아예 제자로 들였으면 좋겠군. 속가제자로라도 삼을까? 저 아이의 가문에서도 영광으로 생각할 테니.’
물론, 쉽게 결정할 일은 아니다.
무당의 문턱이 얼마나 높은데?
자식을 속가제자로 입문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권세 높은 가문에서 무당의 문을 두드리는지 모른다.
‘한번 제대로 봐야겠어.’
송명이 위지천에게 가르침을 내리려고 하자, 다른 이대 제자들도 슬금슬금 모여들었다.
다들 위지천의 무재를 궁금해한 거다.
“일단, 기초 검식을 펼쳐 보아라.”
“태극검법(太極劍法)을 펼쳐봐도 될까요?”
“호오. 태극검법을 익혔느냐?”
“네, 저희 의선의가에는 따로 입문 검법이 없어서 태극검법으로 기초를 다졌어요. 태극검법은 다른 기초 검법들과 다른 것 같더라고요.”
“당연하지. 아무리 기초 검공이어도 우리 무당의 검에 뿌리를 두었는데!”
태극검법은 삼재검법과 더불어 강호의 대표 입문 검법이었다.
특별한 사문이 없는 이들이 가장 처음 접하는 검법 중 하나.
주목할 건, 무당의 도사들도 처음 검에 입문할 때 기초를 다지기 위해 이 태극검법을 익힌다는 거다.
따라서 무당의 도사 중 태극검법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부족하지만, 너그럽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어요.”
“하하, 부담 갖지 말아라. 어디까지나 가르침을 주려는 거니.”
위지천은 민망한 얼굴로 검을 들었다.
그런데, 왜일까?
돌연 주변이 고요해지는 듯했다.
장내에 있던 이대 제자들은 무심코 넋을 잃고 검세를 취한 위지천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