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2)
의선명가 천재막내 13화(13/138)
제13화
콰앙!!
남중의가에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가주 금여휘가 호통을 치는 소리였다.
“의선의가 놈들이 뭐라고?! 교환비를 이십 대 일로 하자고 했다고?”
“그, 그렇습니다. 여차하면 이번에 곽란이 돌아도 의가 문을 닫겠다고.”
“이 빌어먹을 놈들이!”
사실 의선의가 쪽은 의가의 문을 닫아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약이 없어서 닫는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물론, 실제 의선의가가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겠지만, 둘 중 똥줄이 더 타는 건 남중의가 쪽이었다.
만약, 남중의가의 높은 신분의 단골 중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죽는 이라도 나오면, 그 원망은 고스란히 남중의가로 향할 거다.
이번 사태를 일으킨 원흉이 남중의가인 걸 모두가 알고 있으니까.
“관에서도 저희보고 적당히 협의하길 바라는 눈치입니다. 이번 일로 백성들의 불만이 심상치 않다고.”
“하! 뇌물을 그만큼이나 받아놓고 도움은 되지 못할망정!”
금여휘는 이를 바득 갈았다.
아무래도 이번 일은 패착인 것 같았다.
“이십 대 일은 안 돼. 최대 오 대 일이다.”
“하지만, 의선의가 놈들이 완강해서?”
“말을 안 들으면 강제로라도 듣게 해야지. 은 대협을 불러오도록.”
“설마?”
절강혈검(浙江血劍) 은소위.
별호에서 알 수 있듯 절강성에서 유명세를 떨치던 사파의 고수였다.
현재 남중의가에 식객으로 몸을 의탁하고 있었다.
사파의 고수가 의가에? 라고 의문을 품을 수 있지만, 의외로 흔한 일이었다.
의가는 환자를 치료할 때 정사를 가리지 않으니, 사파의 고수를 식객으로 받아도 무방하다는 논리였다.
의가는 든든한 버팀목을 얻고, 사파의 고수는 악명을 세탁할 기회를 얻으니 서로 이득인 일이었다.
“이번 일을 획책한 게 위지천이란 천둥벌거숭이라고 했던가? 그 어린놈한테 세상 무서운 맛을 알려주면 정신이 번뜩 들겠지.”
금여휘가 스산하게 말했다.
* * *
“네놈이 위지천이란 놈이냐?”
남로의 조용한 뒷길을 걷던 위지천은 고개를 들었다.
삿갓을 쓴 무시무시한 인상의 장한이 그를 내려다보며 노려보고 있었다.
‘낚였군.’
쾌재가 나오려는 걸 참으며 일부러 조심스러운 음성으로 물었다.
“아저씨는 누구세요?”
“절강혈검 은소위라고 한다. 갈 곳이 있으니 따라와라.”
은소위는 절강성에서 나름 명성을 떨치던 고수였다.
경지는 무려 절정!
…은 아니고, 절정에 반보 정도 걸친 상태로 제한적이나마 검기(劍氣)를 구사할 수 있었다.
아직 검기 구경도 못 해본 흑귀문의 문주 장삼보다 한 단계 윗줄의 경지로 이 정도면 어디서나 대우받는 고수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싫은데, 십새야?”
“??”
은소위는 귀를 의심했다.
십… 뭐라고?
지금 누가 내게 이런 이야기를 한 거지?
눈앞에는 방실방실한 얼굴의 소년밖에 없었다.
자신이 잘못 들었나 보다, 라고 넘어가려고 할 때였다.
“네가 뭔데? 절강혈검? 쥐뿔도 없는 새끼가 허세는. 지랄을 한다. 쥐어 터져 쌍코피가 터져봐야 정신을 차리지.”
“이 꼬맹이 자식이?!”
은소위는 확 손을 들었다.
가급적 몸성히 데려오라고 들었지만, 저런 이야기를 듣고 가만히 있으면 사파의 인물이 아니다.
애초에 은소위는 어린애라고 봐주는 인물도 아니었다.
“버릇을 고쳐주마!”
부웅!
싸대기를 날리려고 했는데.
‘어?’
손이 허공을 때렸다.
‘피해?’
당황스러운 일은 끝이 아니었다.
“아이고, 사람 살려!”
“이, 이놈?!”
지금 그들이 있던 곳은 인적이 없는 뒷길이었다.
사람들이 몰려들기 전에 은소위가 위지천을 잡으려 다급히 손을 뻗었지만.
“이 깡패 놈이 사람 잡아요!!”
팔짝팔짝 뛰며 손을 피했다.
환장할 노릇은 도저히 잡히지 않는다는 거였다.
빠른 것도 아닌데!
결국, 사람들의 시선이 끌리기 시작했다.
“신선 도련님?”
“저놈은? 남중의가의 식객 절강혈검이야!”
“남중의가에서 신선 도련님을 해치려고 한다!”
“갈!! 닥쳐라!!”
마음이 초조해진 은소위가 내기까지 일으켰다.
그때, 탁!
“이게 무슨 짓이지?”
“네놈은?”
“흑귀문의 장삼이다.”
장삼이 응가 씹은 표정으로 말했다.
“위지천 공자님은 내가 새로운 삶을 살도록 가르침을 내려주신 은인. 내가 지키겠다.”
‘빌어먹을 놈. 날 또 부려먹다니!’
장삼이 등장한 건, 당연히 위지천의 계략 때문이었다.
“흑귀문의 장삼 대협이 나섰어!”
“와아! 장삼 대협 만세!!”
은소위가 헛웃음을 흘렸다.
“사파의 친구 같은데, 사파에서 제일 중요한 게 자신보다 강한 이에게 대들지 않는 거란 걸 모르나 보지?”
안다.
아니까, 장삼이 이 자리까지나마 오른 거다.
은소위는 장삼이 평소라면 절대 싸우지 않을 상대였다.
하지만, 지금 장삼은 자신의 의지대로 이 자리에 있는 게 아니었다.
“흥. 네놈은 장삼 아저씨가 혼내줄 거다! 장삼 아저씨 힘내세요!”
‘닥쳐!’
“닥쳐라!”
장삼과 은소위가 동시에 외쳤다. 물론, 장삼은 소심하게 속으로만.
“장삼인지, 뭔 삼인지, 후회하지 말아라!”
파아앗!
거무튀튀한 갈색의 검기가 솟아올랐다.
시간을 더 끌 수는 없으니 단번에 처리하려는 거였다.
예상보다도 더 강렬한 검기의 기세에 장삼의 안색이 하얘지는 순간.
-오른쪽 아래. 신귀혼천공(鬼魂天功) 이초식.
“!!”
귀혼천공은 권각법이다.
장삼의 발이 우하방에서 위로 올라갔다.
은유하게.
이전의 귀혼천공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진짜 귀혼(鬼魂) 같은 움직임으로.
이대로라면 검기가 장삼을 가르기 전, 장삼의 발이 은소위의 머리를 정통으로 가격할 거다.
“이, 이놈?”
은소위가 대경해 검을 뒤로 뺐다.
문제는 끌어 올린 검기였다.
은소위는 아직 완벽한 절정이 아니다.
검기의 수발이 자연스럽지 않았다.
내기가 꼬였다.
물론, 그렇다고 주화입마를 입었다거나, 내상을 입었다는 건 아니다.
그저 한순간 기의 움직임이 원활하지 않았다.
한 급 아래인 장삼 정도를 상대할 때는 큰 문제 없는 수준.
그때, 위지천이 그 틈을 노렸다.
피슉!
지풍(指風)이었다.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
지풍은 정확히 꼬이던 기의 혈을 때렸다.
“!!”
은소위의 눈에 핏발이 섰다.
‘뭐, 뭐야? 어떤 고수가?’
최소 절정.
그중에서도 완숙한 경지에 이르러야만 가능한 수준의 지풍이었다.
그때, 은소위의 눈에 위지천의 모습이 보였다.
손가락이 정확히 은소위 쪽을 향하고 있었다.
‘설마? 말도 안 되는?’
은소위의 생각은 거기서 더 이어지지 못했다.
“은인을 해하려 한 죄. 이 주먹으로 갚아주마.”
퍼어억!!
장삼의 주먹이 은소위의 얼굴을 정통으로 가격했다.
…무언가 울분에 차기라도 한 듯 감정이 잔뜩 담긴 강렬한 일격이었다.
* * *
백주 대낮에 어린 소년을 납치하려고 하다니.
남양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아니, 아무리 남중의가라도 너무한 것 아니야?”
“어떻게 사람의 탈을 쓰고 금수만도 못한 짓을? 저런 곳을 어떻게 의가라고 하겠는가?”
아무리 세상이 더럽다고 해도 선이란 게 있다.
남중의가가 이번에 저지른 짓은 선을 넘어도 한참을 넘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남중의가의 편을 들어주려던 이들도 두 손, 두 발을 들 정도로.
“이런, 빌어먹을!”
금여휘가 분통을 터트렸다.
“잡아떼! 절대 납치하려던 게 아니라, 대화를 나누기 위해 초청하려던 것이었다고.”
“그게… 절강혈검이 그 어린놈한테 손을 쓰던 걸 목격한 이가 너무 많아서 그런 식으로는 넘어가기 어렵다고 합니다.”
“젠장! 무슨 놈의 고수가 그런 꼬맹이 하나 데려오는 데 무공까지 써?!”
금여휘는 한참을 씩씩거리더니 말했다.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고 해. 다 절강혈검 놈이 혼자 저지른 짓이라고.”
“하, 하지만?”
“어차피 내가 절강혈검에게 납치를 지시한 증거도 없어. 절강혈검 놈한테 다 덮어씌워. 어차피 무공만 강할 뿐 연고도 없는 놈이니 후환을 걱정할 필요도 없겠지.”
“아, 알겠습니다.”
총관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이래도 되는 건가?’
뭔가 점점 수렁에 빠지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의선검가와 얽히고 나서부터.
아니, 정확히는.
‘그 어린놈 때문이야.’
위지천.
지금 남중의가가 겪는 모든 곤란의 원흉.
황당한 일이었다.
원래 의선의가 따위는 남중의가의 상대가 될 수가 없었다.
모든 면에서 비교가 안 되었다.
남중의가가 밟으면 밟혀야 하는 약소 의가.
그게 의선의가였는데, 위지천이란 어린 소년이 나서자 모든 게 뒤집혔다.
무슨 수를 썼는지 장삼을 구슬렸고, 개방의 거지들까지 움직였으며, 황련과 오자목의 협상에서 말도 안 되는 비율을 제시한 것도 그 소년이라고 한다.
절강혈검의 손에서 빠져나간 것도 놀랍다.
금여휘는 절강혈검의 어수룩함을 욕했지만, 절강혈검과 자주 접했던 총관은 그가 이런 실수를 할 이가 아님을 알고 있다.
분명 위지천, 그놈이 무슨 수를 부린 것이리라.
‘흑귀문의 장삼이 곧바로 나타났다는 것도 이상해. 함정이라도 파고 있었던 것처럼.’
거기까지 생각한 총관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위지천, 그놈은 소문 같은 못난이 따위가 아니었어. 웅크리고 있던 잠룡(潛龍)이었던 거야. 우리가 잠자던 용의 코털을 뽑은 거고.’
하지만, 그들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그들이 겪은 위지천의 두려움은 고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함을.
이전 삶, 그가 어째서 혈마, 천마와 더불어 삼재(三災)로 같이 묶여 불리게 되었는지 말이다.
* * *
뚝, 뚝.
늦은 밤.
남양 포청의 지하 감옥 천장에서 고인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옥에 앉아 있던 절강혈검 은소위가 고개를 들었다.
누군가 다가오고 있었다.
“허?”
은소위는 의아한 얼굴을 했다.
위지천이었다.
“어떻게 네놈이 이곳에?”
감옥은 옥졸이 아닌 한 들어올 수 없는 곳이다.
위지천은 대답하지 않았고, 은소위는 이상하게 주위가 조용하다는 걸 깨달았다.
옥졸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기이한 건 그뿐이 아니다.
위지천의 차갑게 가라앉은 눈동자에 순간 은소위는 소름이 오싹 돋았다.
왜일까? 결정적인 순간, 자신을 제압한 지풍이 생각났다.
“왜, 왜 왔냐고 묻지 않았느냐?!”
“절강혈검. 절강성에서 술에 취해 죄 없는 양인을 죽이고 도주. 그 외 각 성을 떠돌며 크고 작은 죄를 저지른 끝에 남중의가에 몸을 의탁. 맞나?”
“그, 그건 갑자기 왜?”
“넌 이제 죽을 거니까. 죽여도 양심에 거리낄 것은 없을 것 같군.”
“…뭐?”
“뭐, 내가 양심을 따지는 게 우습긴 하지만.”
그리고.
서걱.
은소위의 목에서 피가 솟아올랐다.
“커, 커억?”
은소위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목을 움켜쥐었다.
바로 죽지는 않았다.
일부러 그렇게 상처를 냈다.
과다출혈로 오래 버티지 못하고 죽겠지만, 즉사는 하지 않을 정도로.
“사, 살려….”
은소위는 피에 젖은 손을 내밀었고, 위지천은 무심히 그 손을 낚아채더니 손가락을 펼쳐 바닥에 하나의 글자를 썼다.
-금(金).
남중의가의 가주 금여휘의 성이었다.
금여휘를 살인의 배후로 지목한 거다.
남중의가 몰락의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