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20)
의선명가 천재막내 121화(121/138)
제121화
이게 무슨 느낌일까?
홀린다?
단순히 준비 동작만 취했을 뿐인데, 이유를 알 수 없게 확 빠져드는 느낌.
무당 이대 제자 중 일부는 과거 어느 때인가 이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떠올렸다.
‘검선…께서 검을 시연하는 걸 참관할 때였어.’
검선(劍仙)!!
무당이 배출한 천하제일검.
검선은 무당파의 경내에 머물지 않고, 따로 봉우리에 거처를 마련해 지낸다.
그러다가 몇 년에 한 번쯤 특별한 날에나 모습을 비춘다.
-한심한 놈들. 그딴 걸 무당의 검이라고 펼치는 거냐?
검선은 무당 제자들의 검을 보고는 늘 그렇게 핀잔했다.
강호에서 내로라하는 남존무당 제자들의 검을 그렇게 폄훼하다니.
하지만, 검선이니 누구도 반박할 수 없었다.
그래서, 무당의 잘나가는 검수들은 검선의 인정을 받는 걸 목표로 수련에 매진하는 이도 있을 정도다.
-쯧, 걸을 줄도 모르면서 날려고 하다니. 두 눈 똑바로 뜨고 내 검을 보아라.
검선은 종종 무당 제자들에게 기초부터 제대로 닦으라는 듯이 입문 검술인 태극검법을 펼쳐 보였다.
그때, 검선의 검을 목격할 때 홀린 듯 보았던 느낌이랑 지금 저 소년을 보면서 드는 느낌이 흡사했다.
‘착각도 정도껏 말이 되는 착각을 해야지.’
다들 속으로 피식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파앗!
위지천이 검을 휘둘렀다.
건(乾)의 동작이다.
“!!”
마치 하늘의 강인함이 담겨 있는 듯 묵직한 검.
동시에 이어서 펼쳐지는 곤(坤)의 동작. 유려한 유연함이 허공을 수놓았다.
이어 건과 곤의 동작이 반복되었고, 누군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하늘(乾)과 땅(坤)이 조화를 이루니, 이게 바로 태극(太極)의 이치다.”
검선이 무당 제자들을 꾸짖으며 하던 이야기.
-태극의 이치조차 모르는 놈들이 무슨 무당의 상승 무공을 익힌다고!
검선은 누누이 무당 무공에서 태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런 검선의 가르침을 제대로 받아들이는 무당의 제자는 없었다.
너무 뜬구름 잡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검선 사조의 가르침은 너무 높은 경지에 닿아 있어 우리 같은 일반 제자들이 받아들이기에는 수준이 맞지 않아.
검선이 무당 제자들을 가르치길 포기하고 점점 혼자만의 거처에 머물게 된 이유다.
그런데, 왜일까?
저 소년의 검을 보고 있으니, 막연히 검선이 했던 말의 의미를 알 것도 같았다.
“…….”
“…….”
경악이 내려앉았고, 모두가 아무 말도 못 하고 소년을 보았다.
“부족한 검으로 눈을 어지럽게 해서 죄송해요. 너그럽게 용서해 주세요.”
“…부족하다고?”
“어… 혹시 제 검에 어떤 무슨 문제가 있을까요?”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 방금 그 검은 도대체?!”
소년은 고개를 갸웃했다.
무당 도사들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넌 어떻게 그런 검을 익혔느냐?! 아니, 누구한테 사사했느냐?!”
“그게… 서점에서 팔던 태양진인이 주석을 단 판본으로 익혔는데요?”
“태양진인? 그게 누구인데?”
“그게… 무당의 도사님은 아니고요. 태극검법을 평생 익힌 분이래요. 아, 태음진인이 주석을 단 판본도 읽은 적 있어요.”
무당 도사들은 속으로 욕설을 삼켰다.
태양진인이든, 태음진인이든 도명만 들어도 사기꾼 놈들 아닌가?
그때, 위지상아가 에헴 나섰다.
“천이가 원래 천재야. 그렇지, 단 동생?”
“뭐, 대사형은 검술 연습이라고는 하루에 반 시진도 안 하니, 따져보면 무공의 천재가 맞기는 하죠. 의술은 제게 아직 못 미치지만.”
“하, 하루에 반 시진? 고작 그렇게밖에 수련을 안 한다고?”
위지천이 민망하단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환자 진료하고, 의술 공부도 하고 나면 시간이 안 나서요.”
위지천이 무공 수련을 정말 반 시진만 하는 건 아니었다.
단, 주로 육체 단련에 집중되어 있지, 검술 자체를 수련하는 시간은 짧았다.
물론, 위지천이 검을 휘두르는 반 시진은 다른 무인이 한나절 동안 검을 휘두르는 것보다 농축된 시간이었다.
무당의 모두는 할 말을 잃었다.
모두의 머릿속에 하나의 단어가 떠올랐다.
‘천재.’
무당은 천재가 낯설지 않다.
명문 대문파 중에서도 특별한 게 무당이었으니까.
속된 말로 기재와 천재가 수두룩했다.
하지만, 저 소년이 지금 보이는 천재성과 비교할 수 있을까?
‘대충 밑밥은 깔린 것 같고.’
위지천은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혹시 제가 무학원(武學院)을 견학할 수 있을까요?”
“무학원에?”
“네, 제가 최근 가장 존경하는 의무선생께서 무당 무학원에 계신다고 들었거든요.”
위지천의 말에 장내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날카로운 안광을 지닌 딱딱한 인상의 중년 사내.
의무선생 송백이었다.
“…무학원의 선생이면, 날 말하는 것이냐?”
위지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초롱초롱 눈빛을 보냈다.
“전 비록 의원이지만, 동시에 의무학자로서의 꿈도 가지고 있었어요. 의술로 무인들의 무공 수련에 도움을 주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재능의 부족으로 엄두를 못 내고 있었는데, 송백 선생님께서 의무학자로 최근 커다란 업적을 이루었다고 들었어요.”
“!!”
위지천은 씨익 웃으며 포권했다.
“부디 제게 가르침을 부탁드려요.”
* * *
송백은 위지천을 무학원으로 데려갔다.
“무학원이 무얼 하는 곳인지는 아느냐?”
“문파의 무학을 연구, 발전하는 곳이라 알고 있어요. 명문 대파의 저력은 무학원에서 나온다고 들었어요.”
명문 대파들은 따로 자신들의 무학을 연구, 정리하는 부처가 있었다.
문파의 무공이 방대할수록, 역사가 깊을수록 이런 부처의 역할은 중요했다.
생각해보라.
역사가 오래되었다는 말은 그만큼 문파에서 배출한 고수가 많다는 뜻이다.
경지에 이른 고수들은 무공을 제각각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기 마련이고, 본인이 깨달은 바를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어 한다.
마냥 좋은 일은 아니다.
-내 아무개 깨달음이니 후학들은 새겨들어라.
이런 심득이 대를 이어 수없이 축적된다고 하자.
아무 생각 없이 모두 반영했다가는 문파의 무공이 누더기처럼 변할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버릴 수도 없다.
문파의 무공을 발전시킬 단초가 될 수도 있으니까.
취합을 잘해야만 했다.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하고.
이렇게 문파의 무공을 끝없이 발전시켜 나가는 곳이 무학원이었다.
“너도 알다시피 최근 무학 연구의 시류는 의술과 무공의 결합이다.”
“네, 선생님께서 최근 이 분야에서 가장 큰 업적을 이룬 분이라고 들었어요.”
송백은 지그시 눈썹을 찌푸렸다.
혹시나 무언가 꿍꿍이가 있나? 하고 경계하는 눈치.
하지만, 위지천의 해맑고 초롱초롱한 눈빛에 고개를 저었다.
“…업적이라고 하기는 거창하고, 나름대로 성과가 있긴 했다. 백선의가에서 배운 비기 덕분이다.”
“아, 역시 백선의가이군요.”
“자세한 내용은 본문과 백선의가의 기밀이기에 말해줄 수 없다. 견학하고 싶다고 했으니, 무학원의 전경을 둘러보고 나가도록 하여라. 서재 안이나 연구실, 무공 수련실로 들어가는 건 금지이니, 명심하여라.”
사실상 볼 수 있는 게 없는 셈.
하지만, 문파의 기밀이 집중된 무학원의 전경을 둘러볼 수 있게 해준 것만으로도 커다랗게 인심을 쓴 것이었다.
무당의 제자들이 위지천의 검술에 감탄하여, 위지천을 좋게 여겼으니 이만한 배려라도 받은 거다.
‘어차피 나도 여기서 무슨 정보를 빼돌릴 생각은 없으니까.’
말 그대로 견학이 목적이었다.
무학원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 주로 어떤 이들이 머물고 있는지.
이런 것을 왜 알려고 하냐고?
다 이유가 있다.
그날 늦은 밤.
위지천은 쓰윽 처소를 나왔다.
의원복이 아닌, 야행복을 입고서.
그렇다.
무학원을 털려는 거다!
‘뭐, 아무리 나라도 무당의 무학원을 터는 건 쉽지 않겠지만.’
따로 보초 서는 제자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위지천은 방심하지 않았다.
무학원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감각이 곤두섬을 느꼈다.
이윽고 의무선생 송백의 연구실에 들어가 자료를 살피려는 찰나.
“웬 놈이냐?”
“!!”
서늘한 음성.
촤악 돋아나는 섬뜩한 소름.
회귀 후 만난 이들 중 손에 꼽는 강자였다.
‘무당일검(武當一劍) 송현!’
그렇다.
무학원에 보초 서는 제자가 없었던 이유.
무당에서 손꼽는 초고수인 무당일검 송현이 무학원에 상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지천은 당황하지 않았다.
애초에 위지천의 목적은 송백의 자료가 아니었다.
송백 놈이 바보도 아니고, 꼬투리가 잡힐 자료를 연구실에 드러내놓고 보관하고 있을 리가 없으니까.
“감히 무당에 쥐새끼가.”
스르릉.
송현이 검을 겨누었다.
송현의 경지는 무려 초절정 상.
검에 어떤 기세를 돋운 것도 아닌데, 옴짝달싹 못 할 위협이 느껴졌다.
의기상인(意氣傷人).
송현의 마음속 의지가 상대를 압박하는 거다.
하지만, 위지천은 이미 진즉에 뛰어넘은 적 있던 경지다.
어렵지 않게 압박을 거두어냈고, 그 광경에 무당일검 송현은 눈에 이채를 띠었다.
“예사 놈이 아니군. 누구냐?”
“나? 천마신교의 마공자 공손헌이다.”
“…공손헌? 최근 무당의 산문 앞에서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다는?”
그렇다.
위지천은 대책 없이 이런 짓을 벌이는 게 아니었다.
공손헌을 팔았다.
처음부터 이렇게 이용하려고 공손헌 놈을 무당에 보낸 거다.
“그렇다. 신교인들의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왔다.”
“헛소리. 송백 사형이 무공 연구를 위해 양민들을 해쳤다니.”
송현이 강한 불쾌감을 표했다.
의무선생 송백의 도움으로 경지를 넘었다더니, 깊은 존경심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
‘그냥 던져본 소리이긴 하지만. 아예 뜬구름 잡는 헛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위지천은 가만히 송현을 보며 생각했다.
초절정 상, 월천경(越天境)이라고 부른다.
강기를 펼칠 때 천추의 굴레에서 벗어나며, 의지만으로 상대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지.
월천경은 초절정 중에서도 아래 경지와 특별히 구별되는 점이 있는데, 상단전이 발달하기 시작한다.
‘왜 무당 도사 놈의 상단전에 혈교 대사도(大使徒) 놈들의 상단전에서 보이던 특징이 보이는 거지?’
혈교의 기운이 느껴진다는 건 당연히 아니다.
그랬다면 무당이 진즉 발칵 뒤집혔을 테니.
전형적인 도가 무공으로 개화한 상단전의 모습이긴 했다.
하지만, 희미하게, 이질적인 특징이 섞여 있었다.
이건 위지천이 단순히 화경 극에 올랐기에 알아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천선신공 덕분이었다. 천선신공은 상단전의 개통과 관련해서도 특별한 공능이 있었다.
‘직접 확인해보면 알겠지.’
위지천은 검을 꺼내 무당일검 송현을 겨누었다.
“나 공손헌, 네 검을 시험해 의무선생 송백 놈이 어떤 추악한 짓을 벌였는지 알아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