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23)
의선명가 천재막내 124화(124/138)
제124화
태검진인 청진은 눈썹을 꿈틀했다.
‘감히.’
누누이 말하지만, 태검진인은 자존심이 강했다.
잘났기 때문이 아니다.
도리어 반대였다.
열등감 때문이었다.
의아한 이야기.
정파 무림의 거두이자 만인의 존경을 받는 그가 열등감이라니?
그의 스승이 누구인지 알면 납득할 수 있었다.
검선(劍仙).
그는 일평생 스승의 그림자에 가려 살았다.
-태검진인이 대단하긴 하지만, 스승보다는….
강호의 이름난 고수 중 안 그런 이가 어디 있겠느냐마는, 태검진인 역시 어린 시절부터 기재로 이름 높았다.
하지만, 다른 신주육강(神州六强)이 그렇듯, 그의 스승 검선도 격외의 괴물이었다.
태검진인이 어떤 성취를 얻든, 어떤 일을 하든, 스승과 비교되었다.
검선이 무당과 반쯤 연을 끊고 지내는 건, 무당 제자들에게 실망한 것도 있지만, 제자 태검진인의 열등감을 알아서였다.
‘의천심공(醫天心功)은 내가 무당에 영원히 남길 업적이거늘.’
태검진인은 일단 화를 다스렸다.
저 어린 소년도 나쁜 의도로 꺼낸 이야기는 아닐 거다.
무지하면, 저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다.
“네가 말한 내용은 이미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넌 우리 무당의 심공을 얕잡아보는 것 같구나. 백회에 문제가 생길 일은 없다.”
심공(心功).
일반적으로 내공을 쌓는 축기법을 말한다. 마음의 수련과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아 심공이라고 명칭 한다.
단, 드물게 축기와 상관없이 진짜로 마음, 정신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무공도 있다.
무당의 양의심공(兩儀心功)이 그중 하나다.
머릿속 의식을 두 개로 나누는 신묘한 신공.
생각해 보아라. 의식을 나누는 게 얼마나 위험한 행위인지.
하지만, 양의심공은 전수자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구결이 빼곡하게 있었다.
태검진인과 송백은 양의심공의 그런 구절들을 참고해 ‘의천심공’이 탈이 나지 않게 철저히 손을 써두었다.
“제가 염려하는 건 백회에 문제가 생길까 하는 게 아니에요.”
“그러면?”
“실전에 취약해지지 않을까 염려되어요.”
“하.”
태검진인은 헛웃음을 삼켰다.
백번 양보해 저 소년이 심공이 몸에 탈을 일으킬까 지적하는 건 받아들일 수 있다.
의원으로서 환자의 몸을 염려하는 건 당연하니까.
하지만, 실전에 취약해질까 염려된다고?
의원 따위가 건방지게 왈가불가할 문제가 아니었다.
감히 대무당에게.
“상단전을 자극하기 위해 기경팔맥의 주혈(主穴)과 동떨어진 곳으로 우회함으로써….”
“그건 진기의 양을 조정함으로써 해결될 문제다.”
“그것 말고도 더 중요하게 염려되는 게….”
“그만. 입 다물어라.”
“…….”
“주제넘은 이야기. 더는 듣기 거북하구나. 의원으로서 실력은 제법 있는 것 같다만, 너는 말을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태검진인이 싸늘하게 말했다.
“송현의 치료가 끝나면 무당을 떠나도록. 너희의 치료는 더는 받지 않겠다.”
* * *
그렇게 위지천 일행은 무당에서 쫓겨났다.
“퉤!”
“퉤!”
“단 동생, 방금 냇가에 뿌린 것 가려움 독 아님?”
“언니도 무당 산문에 콧물 독 뿌리고 왔잖아요?”
“퉤!”
“퉤퉤퉤!”
둘은 무거운 얼굴을 하고 있는 위지천을 위로했다.
“저딴 놈들 신경 쓰지 말고 천이 너도 같이 침이나 뱉자.”
“맞아요, 대사형. 퉤!”
참고로, 단여는 애비 없이 자라서 예의를 모른다는 핑계로 기분에 따라 위지천에게 경칭을 썼다, 안 썼다 했다.
“괜찮아요. 전 의원으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이니까요. 환자가 처방을 납득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죠.”
“그런데, 얼굴이?”
“조금 걸리는 게 있어서요. 의무선생 송백은 어떻게 상단전을 자극하는 심공을 개발할 수 있었을까요? 아무리 백선의가의 의술적 지식을 결합했다고는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둘의 표정에도 의문이 떠올랐다.
모르는 이들은 ‘백선의가의 의술이 대단한가 보다~’라고 넘어가겠지만, 그들은 아니었다.
“기경을 통해 상단전을 자극하는 건 의술의 혁명과도 같은 일이에요. 하지만, 지금껏 아무도 그런 일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어요. 시도는 많았지만.”
상단전의 강제 개화는 이번이 최초의 발상은 아니었다.
초절정에 도달 후 한 발자국도 나아가기 힘든 게, 상단전의 난해함 때문이니까. 수많은 시도가 있었다.
강호 역사상 인위적으로 상단전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건 딱 한 곳이었다.
혈교다.
‘혈교는 사마외도의 비술을 통해 상단전을 강제로 일깨워.’
송백 놈이 혈교의 비술을 썼다는 건 아니다.
다만.
“상아 누님, 단여 사매, 인근 방현(房縣) 관아로 가서 보관 중인 유해들을 시진(屍診)해줄 수 있나요? 이곳 무당 근처의 죽산에서 정체 모를 흉수에게 떼죽음을 당한 이들이에요. 백회 쪽을 집중적으로 봐주세요.”
참사의 유일한 생존자가 마교를 들먹이며 관아에 유해 보관을 부탁했다고 한다.
마교도는 관 입장에서 사교도들이지만, 어찌 현실이 원칙만으로 돌아가겠는가?
마교 본단에서 높은 분이 올 거라는 이야기에 시골 현령은 흉악한 마인에게 괜한 해코지를 당할까 겁먹고 유해를 보관해 주었다고 한다.
“시진 결과 석연찮은 점이 있으면, 이 서신을 들고 영친왕부에 가주세요. 영친왕께서 도움을 주실 거예요.”
“알겠어. 천이, 너는?”
“전 무당 근처에 머물고 있으려고요. 곧 사검회와 무당 도사들 간에 비무가 있는데, 무당 도사분들 중 누군가 다치기라도 하면,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잖아요.”
“하여튼. 이런 상황인데도 무당 도사들을 걱정하다니. 대사형은 너무 착한 게 흠이야.”
“천이한테는 나쁜 남자의 매력이 조금 필요해. 물론, 지금도 귀엽긴 해.”
위지천은 둘의 핀잔을 어색하게 웃으며 넘겼다.
‘뭐, 무당 도사들이 다칠까 염려된다는 건 완전히 빈말은 아니니까.’
사검회와 무당의 비무는 사검회가 승리하게 될 거다.
왜? 위지천이 그렇게 만들 테니까.
‘다 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어.’
무당일검 송현을 다치게 한 것도.
심지어 태검진인의 분노를 사 쫓겨난 것도 다 위지천이 의도한 바였다.
‘만약, 태검진인이 내 처방을 받아들였다면 도리어 곤란할 뻔했어. 송백 놈이 부린 수작도 흐지부지 넘어갔을 테니.’
송백 놈의 실체를 밝히려면 무당이 이번 비무에서 박살이 나야 한다.
파앗!
위지상아, 단여와 헤어진 위지천은 양양 쪽으로 향했다.
무당과 양양은 경공을 펼치면 코앞이었다.
양양 외곽의 정체불명 장원에 들어가니 익숙한 얼굴들이 있었다.
조만간 무당과의 비무를 앞둔 악사검 한수, 혈검귀 한맥, 장삼이었다!
“왔나?”
악사검 한수가 형형한 눈빛으로 위지천을 맞았다.
얼마 전과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
소회주인 혈검귀 한맥도 마찬가지였다. 이전에는 온실 속 화초 같은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한 자루 날카로운 검같이 매서운 분위기가 흘렀다.
‘둘 다 검수로서 제대로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었군.’
장삼도 변했는데, 어떻게 변했냐면.
“으어어. 다 죽일 거야. 히히.”
…사검회의 검귀들에게 도대체 얼마나 시달린 건지, 피폐해져 있었다.
그래도 짧은 시간 동안 실력은 부쩍 성장한 것 같다.
“어떻게 되었나?”
“의무선생 송백의 의무학, 그러니까, 의천심공의 문제점 및 파훼법을 파악해 왔어요. 비무 상대의 약점들도요.”
“!!”
“일단 회주님께서는 무당일검 송현이 큰 내상을 입은 상태이니, 그쪽을 집중적으로 공략해서….”
위지천은 필승 공략법을 알려주었고, 세 명의 눈이 반짝 빛났다.
시간이 지났고, 비무 날이 다가왔다.
* * *
호북성 균현(均縣).
무당산이 자리했을 뿐, 그것 외에는 별 볼 일 없는 작은 성읍인데, 수많은 사람이 북적이고 있었다.
무당파와 사검회의 비무회가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무당과 사검회의 비무회라니?”
“그러게. 요즘같이 흉흉한 세상에 정파와 사파가 순수하게 무를 겨루는 비무회를 열다니. 그것도 무당과 사검회 같은 거파에서.”
“사검회에서 제안했다는군. 역시 검귀들의 문파다워.”
“검교회에서 우승한 하남흑패 장삼 대협이 제안한 것이라고 하던데?”
“장삼? 그건 누구인가?”
“허어. 소식이 이렇게 느려서야. 하남 흑도의 떠오르는 강자 장삼 대협을 아직도 모르는 건가?”
“그런데, 비공개 비무회가 아닌, 이렇게나 사람들을 불러 모으다니? 사검회… 괜찮을까?”
“그러게 말이네. 망신이라도 당하면 어떻게 하려고?”
모든 이가 무당의 승리를 점쳤다.
남존무당이니까.
무당이 어떤 식으로 이기냐의 문제이지, 사검회가 승리할 가능성은 없다.
이게 모두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과 다르게 악사검 한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승부. 충분히 승산이 있다.’
위지천 덕분이다.
악사검 한수는 위지천의 가르침을 떠올렸다.
‘그 아이. 무당 무공을 완전히 꿰뚫어 보고 있어.’
위지천은 단순히 의무선생 송백의 의무학의 문제점만 간파한 게 아니었다.
짧은 시간, 무당 무공을 완전히 분석 후 비무 상대에 맞춘 개별 공략법을 알려주었다.
‘아무리 무학의 천재라도 이건 너무 심한 것 아닌가? 반로환동한 고수도 아니고.’
소름이 돋을 지경.
악사검 한수는 의선의가와 사이를 더욱더 돈독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정확히는 의선의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로 결심했다.
자칫 잘못하면, 미래의 천하제일인의 심기를 거스르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위지천 소협의 가르침만 따르면, 지지 않는다.’
지금 비무에 나서는 무당의 인물들은 상상이나 하고 있을까?
자신들의 약점과 공략법이 훤히 노출되었다는 것을.
이런 가르침을 받고도 지면, 검을 내려놓아야 하리라.
“비무를 시작하겠소. 무당일검 송현이오.”
“악사검 한수다.”
악사검 한수와 무당일검 송현이 마주 섰다.
번뜩!
검광이 빛났고.
관람하던 모두의 눈이 커지기 시작했다.
* * *
한편, 그때 위지천은 비무장에 있지 않았다.
무당산에 오르고 있었다.
무당파로 향한 건 아니었다.
무당산은 무척이나 큰 산이다. 봉우리만 칠십이 개다.
위지천이 향한 곳은 무당파와 적당히 떨어진 봉우리였다.
‘적당히’란 표현을 쓴 건, 꽤나 멀리 떨어져 있지만, 경공을 전력으로 펼칠 시 오래 걸리지 않아 무당에 도착할 거리였기 때문이다.
‘이 봉우리의 주인들이면 눈 깜짝할 사이에 도착할 거리이지.’
위지천은 검무(劍舞)를 펼치기 시작했다.
난데없이 산에서 검무를 펼치는 이유.
낚시를 위해서였다.
위지천은 이 봉우리의 ‘주인들’을 낚을 생각이었다.
‘과연 어떤 호구가 낚이려나.’
그렇게 생각하던 중이었다.
경악을 담은 음성이 들렸다.
“…네놈은 누구냐?”
어딘지 익숙한 음성에 위지천은 눈썹을 꿈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