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24)
의선명가 천재막내 125화(125/138)
제125화
기억에 있는 음성이다.
몇 번 마주한 적 없지만, 흉마 위지천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선사한 인물의 음성.
‘저놈이 왜 여기에?’
천도봉(天桃峰).
현재 위지천이 있는 봉우리의 이름이다.
하늘의 복숭아가 있다는 뜻으로, 그런 이름을 가진 봉우리답게 특별한 인물들이 모여 사는 곳이었다.
무당의 전대 은거 고수들의 터전이었다.
‘명문의 진짜 저력은 전대의 은거 고수들이라는 이야기도 있으니까.’
새로운 세대가 장문인, 장로 항렬이 되면, 이전의 일대는 원로가 되어 뒷선으로 물러난다.
원로들의 행보는 각각 개인마다, 문파마다 다르지만, 도가나 불문 문파들은 속세를 등지고 지금껏 문파의 일로 하지 못했던 자신만의 수양에 몰두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무당, 소림 같은 도가, 불문 종문들에는 은거한 괴물 원로들이 득실했다.
‘이전 삶 때 무당이 궁지에 몰려도, 누구도 무당 본산을 범할 생각을 하지 못한 이유가 이들 원로 때문이야.’
즉, 위지천이 이곳에서 검무를 친 이유는 무당의 은거 원로들을 낚아 본인의 계획을 위한 호구로 삼으려는 의도 때문이었다.
단, ‘저 인물’을 낚으려는 건 아니었다.
‘망할. 저놈은 이곳 천도봉이 아니라, 완전히 반대 방향인 삼천봉 쪽이 아니었어? 왜 하필 지금 이곳에 나타난 거야.’
예상하지 못한 사태.
아니, 정말 예상하지 못했나?
어쩌면 마음 한구석에 기대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직은 만나고 싶지 않다는 마음과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복잡하게 충돌했으니까.
그러니, 위지천은 지금 자신의 가슴속에 일렁이는 마음을 뭐라고 정의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곤란함일까? 아니면, 적의일까? 그것도 아니면, 반가움일까?
시선을 돌렸다.
뚱한 인상의 꼬마가 보였다.
지학 근처인 위지천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검선(劍仙).
신주육강의 일인이었다!
당대의 천하제일검이자, 의선의가를 멸문시킨 진짜 배후 후보 중 하나.
동시에 흉마 위지천의 검우(劍友)였던 이였다.
‘진정해. 놈은 내가 누구인지 몰라. 괜히 수상쩍은 모습을 보일 필요 없어.’
두근.
심장이 뛰었다.
과연, 놈이 배후일까?
이전 삶, 놈과 맺었던 인연을 생각하면, 그렇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한다.
둘은 정사마를 떠나 같은 검도의 길을 걷는 검우로서 진심을 나누었으니까.
하지만, 모르는 거다.
겉과 다르게 속으로 어떤 흉심을 품고 있는지는.
검선은 순수하게 검만을 추구하는 인물이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욱 탐욕을 품었을 수도 있다.
검선은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이 이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화경의 극.
하늘이 검선에게 허락한 경지였다.
“누구냐고 물었다.”
“너야말로 누구니?”
“…나보고 한 소리냐?”
“그러면 여기에 너 말고 누가 있다고? 꼬맹이가 여기 봉우리까지는 어떻게 올라왔니? 범한테 물려가면 어떻게 하려고, 위험하게. 아, 검을 들고 있는 것 보니 혹시 너는 여기 도사님들의 검동(劍童)이니?”
“…나보고 검동이냐고?”
검선이 반로환동한 건, 강호에서 은거한 이후였다.
무당의 인물들이야 모두 검선이 반로환동한 걸 알지만, 강호의 다른 이들은 모르는 이가 많았다.
위지천도 모른 척하고 검선의 속을 긁었다.
‘검선 놈이 나타난 건 예상 밖이지만, 나쁠 건 없어. 오히려 호구로 삼아 부려 먹기에 최고의 대상이야.’
또 혹시 아는가?
이전 삶에는 몰랐던 검선의 흑심을 엿볼 기회가 될지.
물론, 그건 검선이 배후가 맞을 때의 이야기겠지만 말이다.
위지천은 새삼 신주육강의 모두를 이런 의심의 시선으로 봐야 한다는 게 살짝 씁쓸해졌다.
검선 말고도 신주육강 중에 친분 있던 이들이 몇몇 있었던 탓이다.
“그런데 너 존댓말 안 하니?”
“뭐? 뭐?”
“아무리 봐도 내가 나이가 많아 보이는데? 무당산에 있는 것 보니 무당의 어린 제자 같은데, 무당파에서 예의범절을 그렇게 가르쳤니?”
검선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강호에는 속설이 있다.
‘혈교는 어디에나 있다.’ 같은.
그중 하나가 ‘무당의 제자들은 모두 재수가 없다.’였다.
편견 가득한 말이지만, 놀랍게도 맞는 말이다.
무당 제자들은 대체로 재수 없는 성품을 가지고 있었고, 그건 검선도 마찬가지이다.
“이놈…! 내가 누구인지 알고?! 이 몸은 신주육강 천하제일검 검선이니라!”
“거짓말하지 말아라.”
“뭐, 뭐?”
“검선은 내가 특별히 존경하는 분. 그런데, 본인 입으로 ‘나는 천하제일검이니라!’라고 우쭐대실 리가 없잖아?”
검선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안 되겠구나. 직접 몸으로 경험하게 해줘야 깨닫겠구나. 검을 들어라. 하늘에 닿은 검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마.”
“싫은데?”
“하. 무서운 거냐?”
“그런 게 아니라, 형이 무림인이 아니라, 의원이거든. 중요한 일이 있어서 너 같은 꼬마랑 투덕거릴 시간이 없어.”
“…의원이라고? 그러면 아까 그 검무는?”
검선이 눈썹을 꿈틀했다.
검선이 저 맹랑한 놈의 검무를 본 건 우연이었다.
검을 참오하다가 닿지 않는 벽에 답답함을 느껴 무당산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목격한 거다.
커다란 충격이었다.
‘어린놈이 어떻게 저런 깊이의 검을?’
혹시나 자신처럼 반로환동한 것인가 살폈는데, 아니었다.
순간, 검선은 타는 듯한 감정을 느꼈다.
부끄럽게도 질투심이었다.
‘저 소년은 언젠가 내가 닿지 못할 곳에 이르고 말겠구나.’
검선은 무황과 더불어 가장 먼저 신주육강으로 꼽힌 이다.
그가 화경 극에 오른 지 벌써 이십 년이나 되었다.
즉, 이십 년이나 벽에 가로막혀 있다는 뜻이다.
‘벽을 넘는 게 무엇이 중요한가? 검도(劍道)를 한 걸음, 한 걸음 걷는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지.’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을 다스리지만, 불쑥불쑥 갈망이 치밀어 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검선은 저 소년의 검을 보니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아직 한없이 미숙하다.
제법 깊은 의미를 담았지만, 검선이 닿은 검도에 발끝만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검선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 소년의 검은 언제고 그의 검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사실을.
그에게 허락되지 않은 지경에 먼저 도달해 훌쩍 앞으로 사라질 것이다.
‘…검선 놈, 날 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원래 저런 놈이었나?’
위지천은 이전 삶 보지 못했던 검선의 질투심을 엿보고는 살짝 놀랐다.
하긴.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이전 삶, 위지천은 현경에 닿지 못했다.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처음부터 잘못된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십 년, 아니, 수십 년의 세월이 더 지나도 그때의 경지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을 거다.
지금은 달랐다.
위지천은 처음부터 착실하게 올바른 무학의 경지를 쌓아가고 있는바, 지난 삶과 다르게 현경에도 도달할 것이다.
검선의 눈에도 그게 훤히 보이리라.
‘검선 놈도 무인인데, 당연히 질투심이 있겠지.’
오히려 위지천은 조금 의심이 덜해졌다.
만약, 검선이 흉중에 흑심을 품고 있다면, 절대 저런 질투심을 드러내지 않았을 거다. 도리어 철저히 감추었겠지.
단, 그렇다고 검선을 후보 선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것도 아니다.
지금은 별다른 흑심이 없지만, 시간이 지나서 변심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애초에 가능한 상황의 변수가 너무 많았다.
그러니, 지금으로서는 모두 짐작일 뿐이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일단은 눈앞의 일 먼저 하자.’
검선을 호구로 삼는 것.
그게 지금 위지천이 해야 할 일이다.
“의원으로서 급한 일이 있다니? 무슨 일이지?”
“무당의 도사님들이 잘못된 무공을 익혀 큰일이 날 것 같아.”
“잘못된 무공?”
“응. 의무학이라고 의술 지식을 무당 무공에 접목했는데, 큰 부작용이 있을 것 같아 의원으로서 만류했는데, 내 의견을 듣지 않아서 무당의 원로 중 도와줄 분을 찾아온 거야.”
검선은 고개를 갸웃했다.
속세를 떠난 지 오래된 검선은 의무학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
다만, 검선은 걸리는 게 있었다.
‘청진, 그놈이 괜한 욕심에 사고 친 건 아니겠지?’
태검진인이 스승인 자신에게 열등감을 품고 있는 건 검선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문파의 무공을 후학들이 개량하고 발전시키는 건 책잡을 일은 아니다.
지난 수백 년간 강호의 무공이 얼마나 발전했나? 모두 이런저런 다양한 시도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다.
도리어 무공을 발전시키려는 어떤 시도도 하지 않으면, 정체되고, 결국은 도태된다.
단, 올바른 시도와 방향이어야 한다.
“무당의 제자들이 심사숙고해 결정한 일일 텐데? 그런 문제점을 눈치채지 못했다고? 네 망상인 것 아니냐?”
“그건 아니야. 이건 사실 비밀인데, 내가 의술이랑 무학 양쪽 다 천재거든. 그래서 알아볼 수 있었어.”
검선은 황당함에 입을 벌렸다.
다만, 부정하기도 어려웠다.
이 맹랑한 어린놈이 보통 괴물이 아닌 건, 아까 얼핏 목격한 검무만 봐도 알 수 있었으니까.
“좋다. 네놈이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직접 보자꾸나. 내 일검을 받아낼 수 있다면, 네 말을 인정해주마.”
“왜 그렇게 검을 휘두르려고 해? 난 너같이 어린애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하. 누가 누구를 걱정….”
“대신 이렇게 하자. 상단(上端), 횡검(橫劍).”
“!!”
검선이 흠칫했다.
논검비무(論劍比武)였다!
‘흥, 감히 내게 논검을 걸어?’
검선은 가소롭다는 듯이 코웃음 쳤다.
“중검(重劍), 중중좌(中中左).”
검선이 군말 없이 논검에 응하자, 위지천은 씨익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바둑광이 바둑에 미쳐있듯이 논검을 좋아하는 놈이니까.’
이전 삶, 검선이랑 검을 겨룬 후 지치면 논검을 나누었던 기억이 있었다.
결과?
전패였다.
논검은 다른 변수 없이 오로지 검에 대한 깨달음을 나누는 승부라 검선을 이기는 건 무리였다.
일승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를 거라고.’
“이보(二步) 뒤로. 동시에 검을 하단으로.”
“맞서지 않는다. 회피하고 중단세.”
“같이 중단세. 앞으로 일보 내디디며.”
“어리석은 놈. 끝이다. 하단 우측으로 종참(縱斬).”
“피하지 않는다. 그 상태로 한 보 더. 동시에 정면으로 찌르기.”
검선은 인상을 찌푸렸다.
동귀어진을 강요하는 수였다.
‘흥, 잔수를.’
검선은 눈앞의 소년을 완벽히 짓밟기로 다짐하며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