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25)
의선명가 천재막내 126화(126/138)
제126화
논검비무에는 규칙이 있다.
기본은, 상대와 자신을 동수로 설정하는 것이다.
무공 수위도 정해야만 했다.
절정 고수와 삼류 무인의 검은 같을 수 없는 법이니까.
둘은 현재 ‘이류’의 경지를 가정해 논검을 벌이고 있었다.
왜 하필 이류냐?
축기를 했지만, 기공으로 몸을 강화하는 체기(體氣)의 단계에는 이르지 못해 순수한 검술 실력 자체가 가장 중요한 경지이기 때문이다.
논검 실력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경지 설정이기도 했다.
“좌로 반보. 상단 방어 후 뒤로 다시 반보.”
“따라가지 않는다. 하단세를 취한다.”
‘이것 봐라?’
검선은 눈썹을 꿈틀했다.
이놈, 만만치 않았다.
검선을 상대로 이렇게나 팽팽한 논검을 한 이가 최근 누가 있었던가?
‘…아니, 논검 자체를 한 적이 별로 없군. 상대할 만한 놈이 없었으니까.’
“정면으로 진각, 동시에 정면으로 내려치기.”
“피하지 않고 막는다. 대신, 몸의 중심을 좌측으로 비튼다.”
“!!”
검선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했다.
만약, 놈이 여기서 피했다면, 검선의 다음 수에 그대로 목이 베였을 거다.
그렇다고 마냥 막는 것도 상책이 아니다. 계속 끌려다니다가 결국 패하게 되었을 거다.
그런데, 몸의 무게중심을 틀어 반격의 초석을 마련했다.
놈이 검술에 대한 이해가 대단하기에 나올 수 있는 수였다.
검선은 점점 흥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천하에 적수가 없던 바둑광이 제대로 놀아볼 만한 상대를 만난 격이니까.
한편, 검선의 그런 기색을 눈치챈 위지천이 속으로 피식했다.
‘신났군. 하긴, 아무도 안 놀아줬을 테니까.’
검선은 무당에서도 특별한 존재다.
거기에 성격도 좋지 않다.
자연히 주변에 사람이 없을 수밖에 없다.
이런 논검도 최소 십 년은 못 하지 않았을까?
‘슬슬 끝내야겠네.’
솔직히 이기는 건 불가했다.
차라리 검술 실력 말고 다른 변수가 많은 실전이 낫다.
논검비무에서 검선은 천하무적이다.
하지만.
‘논검이 정상적으로 흘러갔을 때의 이야기지.’
이전 삶, 밤새 논검을 하며 한 번이라도 이겨보려고 발악하듯 내지른 수가 있다.
결국, 실패로 돌아가긴 했으나.
“공수입백인(空手入白刃). 내려치는 칼날을 좌수로 잡으려고 시도한다.”
“!!”
불가능한 수다.
이류 무사는 떨어지는 칼날을 손으로 잡을 수 없다.
즉, 위지천은 이번 수로 왼손을 잃게 된다.
하지만.
‘어차피 논검인데 한쪽 팔을 잃으면 어때? 이기면 그만이지.’
검선은 위지천의 왼팔을 베는 대신에 커다란 빈틈을 노출했다.
논검에서는 위지천도, 검선도 똑같이 이류의 무사일 뿐.
돌발 상황 대처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검선은 놀라운 수를 내었다.
“몸을 우측으로 회전. 중단세로.”
목, 가슴, 등.
위지천이 지금 자세에서 어떤 요혈을 노리든 방어할 수 있는 자세.
하지만.
“태극검법, 건(乾)의 초식으로. 왼쪽 어깨를 향해.”
“!!”
검선은 침묵했다.
마치 바둑에서 장고에 들어간 것처럼.
검선의 머리가 이후의 상황을 그렸다.
어깨를 향한 공격을 막으면, 이후에 결국 동귀어진의 결과가 나온다.
반면, 어깨를 내주면 이길 수 있다.
검선은 왼쪽 어깨가 다치는 대신, 놈은 목이 떨어질 거다.
즉, 검선의 승리다.
하지만.
‘…어깨를 내주어야만 승리할 수 있다고? 천하제일검인 내가 고작 저런 어린 소년을 상대로?’
검선은 충격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이걸 어떻게 이겼다고 할 수 있겠는가?
논검이야 검선이 이겼다고 하지만, 검선이란 인물과 저 소년의 승부란 측면에서 보면, 검선은 저 소년에게 패배한 거나 다름없었다.
‘말도 안 돼. 아무리 천재라도?’
검선 또한 검의 천재였다.
그것도 다른 천재들과 격이 다른.
오죽하면, 당대의 십객이자 무당의 장문인이 검선을 향한 열등감을 벗어던지지 못하겠는가?
하지만, 오늘 이 소년이 보인 재능은 그런 검선조차 벽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저게 바로 하늘이 내린 재능이구나.’
충격이 워낙 커서일까?
이번엔 질투심이고 뭐고 느낄 사이도 없이 멍하니 소년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때, 위지천이 검선에게 정중히 포권했다.
“제 패배예요. 의선의가의 위지천이 검선 어르신을 뵙습니다.”
“이제야 알아본 거냐?”
“네, 이렇게나 고절한 검에 대한 이해를 가진 분이 고작 검동일 리가 없으니까요. 검선 어르신을 몰라본 점 용서해 주십시오.”
검선은 헛웃음이 나왔다.
그러면 너는?
‘너는 어떻게 돼먹은 괴물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부끄럽구나, 검선아. 까마득한 후배를 상대로 추한 질투는 그만해라.’
고개를 저어 미혹을 떨친 검선이 물었다.
“무당의 제자들이 잘못된 무공을 익히고 있다고?”
“네. 옥혈, 인중, 내관, 승장 등을 자극해….”
“됐다. 너처럼 대단한 재능을 지닌 놈이 잘못 보지는 않았겠지.”
물론, 이 소년의 무공 수준 자체는 아직 별 볼 일 없다.
하지만, 검선은 때로는 무공 경지를 넘는 식견을 타고나는 이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어린 시절 검선이 그런 존재였으니까.
검선은 무공을 갓 익혔을 시절에도 상승 무공의 허실을 본능적으로 꿰뚫어 보는 안목을 지니고 있었다.
‘저 소년의 재능은 당시의 나보다도 훨씬 뛰어나겠지.’
태검진인이 놓친 점을 저 소년은 알아봤을 것이다.
“내가 직접 가서 보겠다. 못난 후배 놈들이 무당 무공에 무슨 짓거리를 저질렀는지.”
파앗!
검선이 검을 허공에 던졌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검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고 허공에 두둥실 떠오른 거다!
훌쩍 검선이 검 위에 올라탔다.
전설처럼 전해져 오는 어검비행술(馭劍飛行術)이었다!
“타라.”
“네?”
“왜? 떨어질까 무서우냐? 무재는 뛰어나지만, 담력은 약한 것 같구나.”
검선이 짓궂게 물었다.
논검에서 곤란을 겪은 게 뒤끝이 남은 것 같다.
‘하여튼. 성질머리하고는. 저러니 친구가 없지.’
위지천은 흉마 시절 검선이 왜 사마(邪魔)의 거악(巨惡)인 자신을 그리 친근하게 대했는지 알 것 같았다.
주변에 놀아주는 친구가 없어서 그랬던 것 같다.
“너무 영광이어서 그래요. 검선 어르신의 어검비행은 강호의 전설이잖아요. 제 꿈이기도 한걸요.”
“흥, 흰소리는 치워라.”
검선은 투덜거리면서도 아닌 척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참으로 단순한 모습이다.
‘…이놈, 아무래도 아닌 것 같지?’
질투에, 뒤끝에, 간단한 아부에 신나 하는 것까지.
‘배후’라기에는 너무 어설펐다.
물론, 앞서 말했듯 쉽게 단정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모습이 위지천의 방심을 유도하기 위한 위장일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아무리 봐도 이놈이 그렇게 치밀한 놈은 아닌 것 같은데.’
지금도 봐라.
“어검비행이 꿈이라고? 흥, 이 어검비행술은 단순히 경지만 높다고 되는 게 아니다. 검과 완벽한 소통을 이루어야만 단서를 잡을 수 있는 걸로… 이 강호에서 오로지 나만이….”
“네, 네. 제가 그래서 검선 어르신을 신주육강 중에서 가장 존경해요.”
“흥, 또 흰소리구나.”
“오늘 어르신을 뵙다니. 너무 기뻐요.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
“흥!”
…아부할 때마다 치켜 올라가는 저 방정맞은 입꼬리는 도저히 거짓으로 보이지 않았다.
‘아니었으면 좋겠네.’
위지천은 과거의 검우로서 그렇게 생각했다.
“간다! 떨어지지 않게 잘 잡아라.”
“네, 어르신! 저 어르신의 비행술을 타봤다고 강호에 자랑할 거예요!”
“흥!”
“존경합니다!”
“…네놈 날 놀리는 건 아니지?”
반짝!
검선과 위지천을 태운 검이 빛이 되어 사라졌다.
한창 무당과 사검회가 비무를 벌이고 있는 균현(均縣)으로.
* * *
“…….”
균현의 비무장.
장내가 정적에 잠겨 있었다.
믿을 수 없는 이변이 연달아 일어난 탓이다.
‘어떻게? 사검회의 저력이 저 정도였단 말인가?’
첫 번째 비무.
악사검 한수가 무당일검에 승리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
‘말도 안 돼! 어떻게?’
악사검 한수의 무공이 크게 특출나지 않음은 강호의 모두가 알고 있다.
딱 대문파의 수장으로서 체면치레할 정도.
문주가 무조건 문파의 최고수여야 하는 건 아니니,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반면에 무당일검이 누구인가? 무당의 자랑이다.
강호 어디를 가나 견줄 이가 드문 초고수.
그런데, 이런 이변이 일어나다니?
‘위지천 소협의 말이 정말이었구나. 설마 무당일검이 익힌 의무학에 이런 약점이 있었다니?’
악사검 한수는 위지천의 재능에 다시금 경이를 느꼈다.
위지천이 아니었다면 이런 약점이 있는지 짐작도 못 했을 것이다.
위지천은 심지어 공략법까지 알려주었다.
‘무당에 의원으로 머물면서 곁눈질로 엿본 것에 불과할 텐데, 어떻게 이렇게 완벽하게 분석할 수 있었던 거지?’
악사검 한수는 일 년 전 자신이 의선의가에 저지른 짓을 떠올리고는 등줄기에 한기가 돌았다.
저런 괴물이 있는 가문을 핍박하려고 하다니.
그나마 어찌어찌 관계가 개선되어서 다행이지, 만약 원수가 되었다면?
위지천이 장성 후 사검회에 원수를 갚으러 찾아오는 상상을 하니, 아찔하기 그지없었다.
악사검 한수는 지금부터라도 절대 의선의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겠다고, 다시금 굳게 다짐했다.
위지천을 생각하는 건 악사검 한수뿐이 아니었다.
“…….”
무당의 장문인 태검진인은 입을 꽉 다물고 있었다.
그는 십객(十客)이다.
무려 화경 중(中)의 경지다.
무(武)를 보는 식견 또한 탁월했다.
태검진인이 보기에 무당일검이 절대 질 수 없는 비무였다.
초절정 입, 입천경(入天境).
초절정 상, 월천경(越天境).
괜히 각각 다른 명칭으로 부르는 게 아니다.
같은 초절정으로 묶이지만, 둘은 완전히 다른 경지다.
그런 걸 떠나, 둘은 무인으로서 검에 관한 공부 깊이가 비교되지 않았다.
얼마 전 무당일검이 입은 내상? 그런 것 따위 가볍게 무시하고 승리했어야 했다. 둘의 격차는 그만큼 컸다.
그런데, 이 결과는 뭐란 말인가?
이변이 일어난 건, 악사검 한수만이 아니었다.
“혀, 혈검귀 한맥의 승리!!”
천수검(千水劍) 송진이 패배했다.
송진은 얼마 전, 초절정에 이른 송인을 꺾고 무당십이검 중 세 번째 검이 된 이다.
이건 그나마 납득할 수 있다.
천수검 송진은 아직 절정 극이었으니까.
문제는 비무 내용이었다.
혈검귀와 천수검 송진은 같은 절정 극이다. 최소 비등한 결투가 이루어졌어야 한다.
그런데, 형편없이 패배했다.
얼마 전, 천수검 송진이 초절정에 도달한 송인을 상대로 보인 모습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없는 일.
그때, 태검진인의 뇌리에 한 소년의 경고가 떠올랐다.
-이대로라면 실전에 취약해지지 않을까 염려되어요.
당시 소년이 했던 경고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태검진인은 아직도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파악이 되지 않았다.
‘뭐지? 내가 뭘 놓친 거지? 그 소년은 뭘 본 거고?’
태검진인은 그토록 어린 소년이 자신이 놓친 점을 꿰뚫어 봤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