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28)
의선명가 천재막내 129화(129/138)
제129화
위지천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누구도 예상 못 한 사달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두근.
태검진인의 심장이 뛰었다.
다시 두근.
아무도 모르는 사이.
태검진인의 눈이 시뻘겋게 물들기 시작했다.
‘난 반드시 최고의 장문인이 되어야 한다.’
돌연 태검진인의 마음속에 든 생각.
난데없는 생각은 아니다.
검선은 무당의 전전대 장문인이다.
왜 전전대냐면, 검선이 자질 부족을 인정하고 스스로 장문인 자리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검선의 오점이었다.
태검진인이 뛰어난 장문인이 되려는 건, 스승의 과거와 무관하지 않으리라.
어쨌든, 그런 태검진인에게 의무선생 송백은 아픈 손가락이었다.
송백이 무공을 잃은 건, 태검진인의 무리한 지시를 따르다 부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죄책감에 많이 신경 써주었다.
의원의 길을 걷고 싶다는 이야기에 직접 백선의가에 청탁했을 정도이니.
만약, 송백이 아니라 다른 이였다면 의천심공도 더욱 깐깐하게 바라봤을 거다.
의천심공은 단순히 장문인으로서 업적을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과거 송백에게 저질렀던 실수에 대한 속죄이기도 했다.
그런데, 송백이 죽었다.
스승인 검선 때문에 ‘억울하게’.
어라, 스승이 송백을 왜 죽였더라?
모르겠다.
송백은 검선 때문에 억울하게 죽었다.
점점 시야가 빨갛게 물들었다.
스승을 향한 열등감, 송백을 향한 죄책감, 울분, 분노 등 수많은 감정이 터질 듯 치밀어 올랐고, 그게 태검진인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파앗!
“장문인?! 무슨 짓입니까?!”
태검진인이 주변을 향해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광폭화 술법이야! 태검진인의 심마에 파고들어 악화하게 해 폭주시켰어!’
경지가 높은 고수들은 술법에 강한 저항력을 가진다.
단, 일부 예외가 있다.
심마에 빠진 이들이다.
물론, 보통 고수도 아닌, 화경의 경지에 오른 절대 고수가 아무리 심마에 빠졌다지만, 술법에 걸리는 건 일반적인 일은 아니다.
태검진인의 심마는 무공을 익히다가 얻는 일반적인 심마와 달랐다.
태검진인의 자아 정체성을 이룰 정도로 깊숙이 뿌리박힌 심마였다.
거기에 태검진인과 깊은 연이 있던 송백이 오랜 기간 공을 들여 술법의 씨를 뿌렸으며, 스스로 목숨을 바쳐 술법을 완성했다.
만약, 송백이 아닌, 다른 이였다면, 아무리 고절한 술력을 지니고 있어도 술법에 성공하지 못했을 거다.
“크윽, 정신 차리십시오, 장문인!”
“다들 비켜라!! 내가 막겠다!”
검선이 태검진인의 앞을 막아섰다.
하지만, 뜻밖의 광경이 펼쳐졌다.
검선도 태검진인을 쉽사리 제압하지 못했다!
‘아무리 신주육강이라도 십객급의 절대 고수를 상대하는 건, 마냥 쉬운 일이 아니야.’
물론, 둘 사이에는 아득한 격차가 있다.
태검진인은 이성을 잃은 채 폭주하고 있었지만, 검선의 털끝 하나 건들지 못하고 있었다.
단, 검선 또한 태검진인을 건들지 못하고 있는 건 마찬가지였다.
‘차라리 죽이는 거면 쉬웠을 텐데. 팔다리 하나쯤 자르지 않는 한 제압하기 쉽지 않아.’
검선은 태검진인에게 살초를 쓸 수 없다.
치명상을 입히는 것도 안 된다.
태검진인만 한 절대 고수를 큰 상처 없이 제압하는 건, 아무리 신주육강이라도 불가능한 일이다.
방법은 하나.
태검진인이 정신 차릴 때까지 버티는 거다.
하지만, 그것도 최선의 방법은 아니었다.
“이 못난 놈!! 정신 차려라!!”
검선이 초조하게 외쳤다.
지금 태검진인은 진원진기가 상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모든 기운을 폭주시키고 있었다.
저대로 놔두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빠지게 될 거다.
‘어쩌지?’
위지천은 고민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검선조차 쩔쩔매고 있는데, 그가 뭘 어떻게 하겠는가?
지금 검선과 태검진인이 벌이는 사투는 감히 끼어들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다른 무당의 제자들도 멀찍이 떨어진 채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그래도 뭔가 방법이 없을까?’
태검진인에게 은혜를 입히면, 무당 전체의 은인이 될 것이다.
앞으로 무당은 의선의가를 전적으로 지지하는 호구가 되리라.
순간, 위지천은 퍼뜩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시도해볼 만한 방법이 있었다.
‘태검진인이 술법에 빠진 건, 심마 때문이야. 그러니, 심마를 치료하면 돼.’
심마 또한 의원의 치료 영역 중 하나였다.
다만, 의선의가의 전문 분야는 아니었다.
심마를 치료하는 ‘심의학(心醫學)’은 비교적 최근에 대두된 분야라 의선의가에도 정통한 이가 없었다.
마교의 마종의가(魔宗醫家)가 이 분야 최고의 종문이었다.
‘그래도 나중에 써먹을 일이 있을까 기본은 공부하긴 했어.’
위지천은 검을 들고 둘에게 다가갔다.
“뭐냐?! 위험하니 꺼져라!”
검선이 깜짝 놀라 외쳤다.
괜히 근처에서 잘못 휘말리면 눈 깜짝할 사이에 목이 달아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위지천은 멈추지 않고 더욱 가깝게 다가갔다.
“제가 태검진인의 심마를 진정시킬게요!”
“네가 어떻게?”
“검선 어르신의 협조가 필요해요.”
위지천은 빠르게 전음을 날렸고, 검선의 눈이 커졌다.
“너, 너 미쳤느냐?”
“심의학에 근거한 치료 방법이에요.”
“이딴 미친 짓이 치료 방법이라고?!”
“어차피 지금 더 나은 방법이 없지 않나요?”
검선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맞다.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이런 미친 짓을 할 수는?’
검선은 위지천을 보았다.
진심으로 태검진인을 위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한없이 올곧고 맑은 눈빛.
검선은 소년을 믿어보기로 했다.
…정말 이런 미친 짓을 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처, 청진 이 못난 놈! 네놈은 파문이다!”
“!!”
태검진인 청진이 잠시 멈칫했다.
그러다가.
콰아아아아!!
더욱 거센 기세로 검선을 밀어붙였다.
-오히려 역효과이지 않으냐?!
-아직 약해서 그래요. 정신에 더 강한 충격을 주어야만 해요.
심마(心魔).
마음의 병이다.
비단 무림인들에게만 생기는 게 아니다. 살면서 마음이 곪다 결국 사달이 생기는 이가 얼마나 많나?
이런 심마를 병으로 보고 의술로 치료하고자 하는 시도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간단하다. 어려우니까.
-사람은 개개 모두가 천인 각색이며, 마음의 병 또한 모두 다 형태와 치료법이 다르니, 하나의 의술로 정립할 수 없다.
의술은 학문이며, 정립된 체계가 있다.
병마다 병인(病因), 병증(病症)에 맞춰 치료법이 정해져 있다.
심마는 그런 식의 접근이 불가능했다.
개개 환자의 심마마다 그에 맞춘 섬세한 치료를 해야만 했다.
‘마종의가가 대단한 이유이지. 마교의 넘쳐나는 심마 환자들을 수 대에 걸쳐 치료한 경험으로 심의학을 정립하는 데 성공했으니까.’
그런 마종의가가 중시하는 치료법이 있다.
-이독제독(以毒制毒). 심마는 더 큰 심마로 잡는다.
황당하기 짝이 없는 치료법.
누가 마교의 마인 아니랄까 봐 마종의가 놈들도 미친놈들인가, 라고 의심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공부하고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심마가 폭주하는 급성 상황에서 한가하게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심마는 두 가지 상태로 나눈다.
평소에 마음 깊이 똬리를 틀고 영혼을 천천히 좀먹는 상태.
둘째는 지금 태검진인처럼 완전히 정신을 잡아먹어 폭주하는 상태.
이 둘은 치료법이 완전히 달랐다.
마종의가는 심마의 폭주를 큰불에 비유했다.
-큰불이 났을 때 섣불리 물을 뿌리면 화마가 거세질 수 있는 것처럼, 섣불리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려 하면 심마가 악화할 수 있다.
그렇다면 치료는?
-심마가 더는 번지지 못하게 정신에 큰 충격을 주어야만 한다. 마치 큰불을 진화하기 위해 맞불을 놓는 것처럼.
검선은 이를 악물며 위지천의 지시에 따랐다.
“재능도 없는 놈을 제자로 받아 주었더니, 주제도 모르고! 네놈은 내 인생의 수치다!”
더욱더 분노한 기색만 보이던 태검진인이 검선의 다음 말에 우뚝 멈추어 섰다.
“네놈같이 못난 놈 말고 차라리 저 어린 소년이 내 제자였으면 좋았을 거다!”
“!!”
검선이 위지천을 가리키며 그렇게 말하자 태검진인이 우뚝 멈추어 섰다.
일단, 충격을 받기는 한 것 같다.
단, 중요한 건 지금부터였다.
‘…지금의 내가 태검진인을 감당할 수 있을까?’
태검진인은 심마에서 벗어난 게 아니다.
그저 목표가 바뀌었을 뿐이다.
위지천으로.
-이거 진짜 괜찮은 거냐? 나도 완전히 저놈을 막을 수는 없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지금에라도 도망가라!
검선이 위지천의 계획을 미친 짓이라고 평한 이유.
위지천이 태검진인의 표적이 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왜?
위지천이 직접 태검진인에게 심마에서 퍼뜩 깨어날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충격을 주기 위해서다.
위지천의 검이면 가능했다.
물론, 위지천 혼자 태검진인을 상대한다는 건 당연히 아니다.
검선이 엄호해줄 거다.
단, 태검진인만 한 절대 고수가 폭주하는데 아무리 검선이라도 완벽히 보호해주는 건 불가능했다.
지금껏 아무런 피해도 생기지 않게 막을 수 있었던 건 태검진인이 오로지 검선만을 목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작 이 정도도 못 하면 흉마란 별호는 가져다 버려야지.’
태검진인을 꺾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충격만 주면 된다.
거기에 검선이 엄호까지 해준다.
그런데 물러서? 흉마란 이름이 울 것이다.
‘태검진인 저놈, 처음 만날 때부터 재수 없었단 말이지. 반드시 사죄와 감사의 말을 듣고 말겠어. 보상도 철저히 뜯어내고.’
무당의 은인이 될 기회다.
오늘 일이 무사히 마무리되면 의선의가에 어마어마한 도움이 될 것이다.
무당 놈들이 재수는 없어도 또 순수한 면이 있으니까. 은혜를 잊지 않을 거다.
‘너무 주목받을까 염려되긴 하지만, 이런 상황까지 와서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야.’
무엇보다.
두근.
위지천의 심장이 뛰었다.
‘나도 무인이긴 하네. 이런 상황에서 흥분을 느끼다니.’
무려 십객의 검과 상대할 기회다.
그것도 단순한 지도 대련이 아닌, 실제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생사결.
무인으로서 피가 끓지 않을 수 없었다.
파아앗!
태검진인이 위지천에게 검을 내질렀다.
검선이 막으려 했으나, 놓친 일검이었다.
“위험…!!”
검선이 화들짝 놀라 외쳤다.
하지만, 태검진인의 검은 허공을 갈랐다.
위지천이 슬쩍 몸을 움직여 피한 거다. 자연스럽게.
“?!”
검선은 눈을 크게 떴다.
노심초사 지켜보던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눈을 끔뻑거리며 위지천을 보았다.
장내가 고요해졌다.
‘뭐지?’
‘내가 잘못 본 건가?’
‘십객의 검을… 피해?’
잘못 본 게 아니었다.
위지천을 노렸던 태검진인의 검이 다시 허공을 갈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