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29)
의선명가 천재막내 130화(130/138)
제130화
방금까지 사검회와 무당 간에 비무가 있었던바.
장내에는 수많은 이들이 모여 있다.
무당의 제자들, 사검회의 고수들, 소문을 듣고 몰려든 군중들까지.
모두 멍한 얼굴을 하였다.
‘…저게 말이 돼?’
‘내 눈이 잘못된 거겠지? 아니면, 말이 안 되잖아.’
소년, 위지천의 정체는 모두 알고 있었다.
이곳 균현은 양양 인근. 남양과도 근처다.
위지천이 지금껏 수많은 일을 해낸 덕에 이제 이 근방에서 위지천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었다.
위지천이 어린 명의임과 동시에 대단한 무재를 지니고 있는 것도 모두 알고 있다.
의원이면서 명문 대파의 제자들을 압도하는 기재!
그렇게 이 자리의 모두가 위지천의 무재가 뛰어남을 알고 있다.
알고 있음에도, 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무리 기재라도… 이건 너무하잖아?’
‘어떻게 태검진인의 검을?’
‘저런 게 무슨 의원이야? 방금 내가 저 자리에 서 있었다면 일수 만에 목이 날아갔을 거야.’
다들 위지천이 검선과 태검진인의 사투에 가깝게 다가갈 때 기겁했다.
내로라하는 다른 고수들도 둘 사이에 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
-제가 태검진인의 심마를 진정시킬게요!
너 그러다가 죽어!
다들 그렇게 생각했다.
검선이 태검진인 앞에서 위지천을 치켜세우고, 결국 태검진인이 분노해 위지천에게 달려들 때는 모두 아찔하게 눈을 감았다.
‘장래가 창창한 어린 소년이 헛되이 죽임 당하겠구나!’
하지만, 이게 웬걸?
위지천은 멀쩡했다.
처음엔 우연인가 했는데, 아니었다.
몇 차례나 태검진인의 검을 피했다.
‘아무리 검선이 대부분 검을 막아주고는 있다고 해도?’
현재 태검진인을 정면에서 막고 있는 건 검선이었다.
즉, 위지천이 피한 건, 태검진인의 검 중 극히 일부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위지천이 지금 보이는 모습이 대단하지 않은 게 아니다.
이 자리에 있는 이 중 태검진인의 일검이라도 피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고작 일류 수준의 움직임인데? 어떻게 의혼(意魂)이 담긴 검을?”
일반인이 무림인의 검을 피하는 것보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일부 눈썰미 좋은 이들이 위지천이 어떤 신기(神技)를 부리고 있는지 깨닫고 경악했다.
“미리 검로를 읽고 있어?”
위지천은 태검진인의 검보다 한발 앞서 움직였다. 마치 찰나 뒤의 시간을 엿보기라도 하는 것처럼.
심지어 태검진인이 검을 제대로 펼치기도 전에 움직일 때도 있었다.
“그게 말이 되는가? 저런 어린 소년이 십객의 검을 읽는다고?”
“불가능한 일은 아니네. 지금 태검진인의 검은 검선 때문에 대부분 검로가 차단당한 상태이니까. 훨씬 경우의 수가 적어.”
“그걸 말이라고? 자네는 그렇게 할 수 있나?!”
“…아니, 난 죽었다 깨어나도 불가능하지.”
“…나도 불가능.”
그래, 납득 불가한 일은 아니다.
극히 일부의, 제한된 검로만 예측하면 되는 일이니까.
하지만, 말처럼 그게 쉬울까?
이 자리에서 저 소년처럼 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내로라하는 고수 중에도 저런 일이 가능하다고 자신할 수 있는 이는 극히 드물 것이다.
경지를 떠나 탁월한 감각과 검술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한 일이다.
‘격이 다른 재능이구나.’
한편, 단 한 명.
홀로 다른 생각을 하는 이가 있었다.
‘…저 악마 놈도 사람이긴 하구나.’
장삼이었다.
모두가 위지천을 경탄하기 바빴지만, 장삼에겐 다르게 보였다.
위지천이 저렇게 고전하는 건 처음 보았다.
‘저 악마 놈이 피하는 데 급급하다니?’
다른 이들은 위지천의 진짜 실력을 모르니, 피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경탄하고 있지만, 장삼은 반대의 의미로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위지천도 한계가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하지만, 장삼이 이 순간 느낀 건 뜻밖에도 기쁨이 아니었다.
염려였다.
‘…저 악마 놈, 저러다가 진짜 죽는 건 아니겠지?’
어느덧 절정 극 직전까지 도달한 장삼이다.
이 자리의 모두를 꼽아봐도 장삼보다 고수인 이는 많지 않았다.
덕분에 대다수가 보지 못하는 것들이 보였다. 어쩌면, 위지천과 함께한 시간이 길어서 보이는 것일 수도 있었다.
지금 위지천은 위태위태한 상황이다.
‘뭘 그렇게 무리하는 거냐? 위험할 것 같으면 도망쳐야지!’
위지천이 위태한 이유.
어떻게든 태검진인을 상대로 반격의 틈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장삼은 초조함에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 악마 놈. 다치기라도 해봐라. 백흑침선(白黑針線)의 검은 실, 흑선(黑線)으로서 가만히 두지 않겠다!’
한편, 위지천은 장삼의 짐작처럼 곤란함을 겪고 있었다.
‘나도 아직 멀었네. 설마 이렇게나 격차가 심할 줄은.’
검선이 일차적으로 엄호해주고 있음에도 이런 꼴이라니.
물론, 위지천은 현재 정도의 무공만 쓰고 있었다. 진짜 실력의 절반도 안 드러낸 셈.
마공을 쓰면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일 거다.
그래도 자괴감이 들었다.
‘고작 태검진인 따위한테 이런 부끄러운 모습이라니.’
위지천이 돌아온 지 이제 고작 일 년이었다.
절대적인 시간을 생각하면 강호사에 유례가 없는 어마어마하게 빠른 성장 속도였다.
하지만, 위지천이 바라는 목표는 까마득하게 높았다.
눈앞의 검선만 해도 만약 태검진인을 죽일 생각이었으면 어렵지 않게 가능했을 거다. 검선이 지금 고전하는 건 오로지 태검진인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으니까.
위지천은 검선보다 훨씬 높은 경지를 바라고 있다.
현경을 넘어 무황. 천마조차 발아래로 두는 진정한 무극(武極).
그게 위지천의 목표였다.
‘비록 내가 이런 한심한 꼴이라도, 저놈만큼은 오늘 반드시 잡는다.’
위지천의 시선이 낮게 가라앉았다.
시야가 변했다.
세상이 흑과 백의 무기질처럼 보였다.
선명히 보이는 건, 태검진인뿐.
극한의 집중력으로 무아에 들어 오로지 상대만 바라보는 거다.
아니, 태검진인조차 보이지 않았다.
위지천의 시야에 들어오는 건 점과 선으로 이루어진 검로뿐.
‘아직은 기회가 아니야. 지금 섣불리 들어가면 죽는다.’
흔히들 화경의 고수끼리 싸움을 벌이면 경천동지할 광경이 벌어질 거로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오히려 눈으로 보기에 휘황찬란한 건 초절정 고수 간의 싸움이다.
온갖 화려한 강기공들을 수놓으며 요란한 파괴를 자아내니까.
화경, 특히 입의 경지를 벗어나 조화(造化)의 이치를 깨닫고 자연체의 경지에 가까워지면 싸움의 양상이 변한다.
단순해진다.
그렇다고 위력이 부족하다는 게 아니다.
화경 고수들의 단순해 보이는 일수는 초절정 고수들의 절기를 가볍게 압도한다.
태검진인 또한 마찬가지다.
저 일검, 일검은 일전 위지천이 마주했던 무당일검의 검강과 비교도 안 되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
노릴 만한 빈틈?
없는 건 아니다.
태검진인은 검선과 상대하는 중이니까.
‘흉마’ 위지천이 보기에 중간중간 수도 없이 빈틈을 노출 중이다.
‘풋내기’ 위지천은 공략할 수 없는 빈틈이다.
그렇다면?
‘균열을 만든다.’
저벅.
한 걸음 내디뎠다.
태검진인은 반응하지 않았다.
너무 훤히 보이는 미끼이니까.
다시 저벅.
“너, 위험?!”
검선이 깜짝 놀라 외쳤다.
단순히 가까워진 게 아니다.
위지천의 눈에 보이는 점과 선으로 이루어진 검로의 세계에서 단번에 위지천의 목을 벨 수 있는 궤적이었다.
하지만, 태검진인은 여전히 반응하지 않았다.
위지천은 태검진인이 본능적인 위화감을 느끼고 멈칫했음을 눈치챘다.
‘역시 십객은 십객이군.’
다시 저벅.
정말 위험했다.
여기부터는 태검진인의 영역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이 미친…!”
검선이 버럭 외쳤다.
장삼도 하얗게 질려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하지만, 위지천의 입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예전 생각이 났던 거다.
이전 삶, 위지천은 늘 강자의 입장에서 싸웠던 게 아니다.
오히려 약자의 입장일 때가 많았다.
위지천이 어떻게 그토록 빠르게 화경 극에 올랐겠는가? 천선신공의 공능 때문만이 아니다.
수없는 강자와 싸우며 숱한 죽음의 고비를 넘겼기 때문이다.
즉, 지금 같은 상황은 위지천에게 매우 익숙했다.
‘이래도 안 들어와?’
결국, 태검진인이 위지천의 도발에 넘어갔다.
파앗!
위지천의 시야에 한 줄기 선이 그어지는 게 보였다.
예상했던, 아니, 의도했던 검로다.
위지천은 일부러 태검진인이 저런 검로를 선택하게 의도했다.
현재 위지천은 감당할 수 없는 검로!
“안 돼!!”
검선이 이를 악물었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청진 놈을 죽이더라도 저 소년을 살려야 한다!’
검선이 독한 마음을 품고 살초를 날리려는 순간.
검선은 우뚝 멈추었다.
위지천의 눈이 조금도 겁에 질려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슨?’
그때, 위지천이 검을 펼쳤다.
뜻밖에 대단한 절초가 아니었다.
무당의 기초 검법인 태극검법.
강호에도 널리 퍼져 저잣거리 서점만 가도 구절을 구할 수 있는 검법.
삼류 무사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무공 중 하나이지만, 반년도 되지 않아 때려치우는 검법.
동시에.
-무당 검의 요체는 모두 이 태극검법 안에 있다!
검선이 무당 후학들에게 숱하게 강조한 검법.
과거 위지천도 처음 검을 익힐 때 태극검법을 익혔다.
당시에는 전혀 의미를 몰랐다. 반년은 무슨. 달포도 안 되어서 때려치웠다.
지금은 아니다.
왜 태극검법이 무당의 기초인지. 동시에 어째서 무당의 누구도 태극검법을 제대로 익히지 못했는지 안다.
태극검법의 초식은 간단하다.
하늘 건(乾).
땅 곤(坤).
이 두 초식 안에 여러 파생 동작이 있다.
구체적인 파생 동작은 중요하지 않다.
결국, 하늘과 땅을 표현하는 것이었으니까.
위지천의 검이 하늘을 담았다.
“!!”
착각일까?
태검진인의 눈이 커지는 듯했다.
태검진인의 검이 위지천의 검을 갈랐다.
서걱! 위지천의 검이 허무하게 잘려 나갔다.
하지만, 위지천은 멈추지 않았다.
반검(半劍)으로 나머지 초식을 펼쳤다.
그의 검이 땅을 담았다.
하늘과 땅은 양과 음.
단 두 초식 만에 태극이 완성되었다.
점과 선으로 이루어진 검로의 세상에 위지천의 검로가 한 줄기 선을 그렸다.
그리고.
와장창!
위지천의 검이 완전히 박살이 났다.
태검진인이 위지천을 공격하는 걸 멈추고, 다급히 위지천의 검을 막은 거다.
“안 돼!! 남양소선을 살려야!!”
“이 무당 말코야!! 내 친구 죽이지 마라!!”
장삼을 비롯해 다른 이들이 뒤늦게라도 위지천을 살리려 뛰어들려고 할 때였다.
이변이 일어났다.
태검진인이 우두커니 검을 멈추었다.
한참이나 위지천을 보더니 주룩 한 줄기 눈물을 흘렸다.
“…경이롭구나.”
태검진인은 혼몽 속에서 멍하니 생각했다.
그가 본 태극 중 가장 아름다운 태극이었다, 라고.
그가 어린 시절 처음 검선의 제자가 되었을 때 봤던 검선의 태극만큼이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