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3)
의선명가 천재막내 14화(14/138)
제14화
날이 밝은 후 남양 관아가 발칵 뒤집혔다.
옥에서 암살 사건이 일어나다니?!
이건 어지간히 뒤가 없는 마인도 쉽게 저지르지 않는 사건이다.
관아의 권위를 대놓고 무시하는 짓이었으니까.
뇌물로 수습이 될 수준이 아니었다.
“난 아니야! 도대체 누가?!”
금여휘가 발악했지만, 그간 해온 짓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누구도 믿지 않았다.
모두가 남중의가에게 등을 돌렸다.
환자도 뚝 끊기게 되었다.
아무리 유명 의가라도 살인을 저지른 의가에서 치료받고 싶지는 않은 법이니까.
남양에서 두 번째로 꼽는 지(地)급 의가의 몰락이었다.
“…남중의가가 그렇게 되다니.”
의선의가의 저녁.
온 가족들이 오래간만에 모여 식사를 하고 있었다.
“다 본인들이 저지른 업보가 돌아온 것이지요. 이번에 천이가 큰일 하였습니다.”
위지무가 위지천을 칭찬하였다.
위지무의 눈에는 사랑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이놈이 이런 보배였다니?!’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
“궁지에 몰린 남중의가 놈들이 막판에 천이의 요구를 다 수용해 황련을 구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커다란 이문도 얻었습니다. 이 정도면 당분간 돈 걱정은 안 해도 될 겁니다. 천이에게 이런 재능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위지무가 젓가락을 놀리는 것도 잊고 끝없이 위지천의 칭찬을 늘어놓았다.
“맨날 공부도 안 하고 팽팽 놀더니 알고 보니 잠룡(潛龍)이었던 겁니다. 내 조카가 잠룡이었다니?!”
“…숙부, 진정하세요.”
위지천은 아버지의 눈치를 살폈다.
숙부야 돈만 들어오면 헤벌쭉 행복한 사람이니, 위지천이 어떤 수단을 써도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 위지강은 아니었다.
딱 보면 알겠지만, 완고한 면이 있었다.
‘내가 한 짓을 질책할지도. 좀 과격하긴 했으니까.’
감옥에서 은소위를 암살한 건, 당연히 가족들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걸 빼고라도 사재기에 개방 거지들을 부추긴 것 등, 이번에 위지천이 저지른 일들은 많이 과격했다.
타악!
위지선이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장내가 고요해졌다.
모두 위지선의 눈치를 살폈다.
위지선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표정이 좋지 않았다.
“형님! 천이는 잠룡.”
“…황련을 구할 수 있어서 다행이긴 합니다.”
“이 고기반찬도 천이 덕분.”
가족들이 저마다 위지천의 편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위지선의 표정은 더욱 굳어갔고.
돌연 뜻밖의 이야기를 하였다.
“장삼 대협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대협이 아니었다면, 천이가 정말 큰일 날 뻔했습니다.”
“!!”
장삼은 얼떨결에 의선의가 가족들과 같이 저녁을 먹고 있었다.
천이를 지켜준 은인이라고 위지선이 강력하게 초청한 거다.
위지선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이가 한 일이야 나도 기특하지. 어찌 안 기특하겠느냐? 이 아비가 못나서 저 아이가 대신 가문을 위해 이리저리 고생했는데.”
“…….”
“하지만, 너무 위험했어. 감옥에까지 암살자를 보내는 무도한 놈들이 천이에게 무슨 짓을 저질렀을지 생각하면 밤에 잠이 오지 않을 지경이다.”
모두가 숙연해졌다.
다들 들떠서 자신들의 막내가 크게 위험할 뻔했다는 걸 간과하고 있었다.
단 한 명, 장삼만 표정 관리를 위해 애썼다.
‘다들 눈이 옹이구멍인 건가?’
저 괴물을 두고 신파를 찍는 모습이 기도 안 찼다.
위지천이 해맑은 얼굴로 수줍어하는 모습이 가증스럽기 그지없었다.
‘저놈은 단순히 무공만 강한 게 아니야. 그 위세 높던 남중의가를 한순간에 몰락시키다니 진짜 악마다!’
그런 장삼의 속도 모르고 위지선이 말을 이었다.
막내아들을 향한 걱정과 사랑이 뚝뚝 묻어 나오는 음성으로.
“천아, 약속해라. 다시는 이런 위험한 짓은 안 하겠다고.”
“죄송하지만, 그건 약속드릴 수 없어요.”
“너?”
뜻밖의 답에 모두가 당황했다.
위지천은 똑바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이제 슬슬 모두에게 내 계획을 공유할 때가 되었어.’
“아버지는 앞으로 의선의가에 이런 일이 얼마나 일어날 거로 생각하세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세요?”
“그건….”
위지선은 답하지 못했다.
“남중의가가 몰락하면, 또 다른 남중의가가 나타나겠죠. 우리 의선의가가 평범한 의가가 아닌 이상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에요.”
꼭 천선신공 때문만이 아니었다.
대의가의 시대다.
의원의 숫자가 대폭 늘었다는 뜻이다.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졌다.
의선의가가 그저 그런 의가면 상관없다.
하지만, 의선의가는 뛰어났다.
비록 과거의 일이고, 지금은 다들 잊고 있는 일이라지만, 한때 천하제일의가의 저력이 어디로 가겠는가?
낭중지추(囊中之錐).
의선의가는 계속해서 두각을 드러낼 거고, 그만큼 다른 이들의 견제를 받게 될 거다.
‘실제로 이전 삶, 내가 개입하지 않았을 때도 의선의가는 저절로 입소문이 퍼져 지(地)급 남양제일의가가 되니까.’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순탄한 과정은 아니었다.
어린 위지천은 자세히는 몰랐지만, 많은 괴로움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버지, 형, 누님, 숙부가 아등바등 그 고난들을 극복할 때, 위지천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다.
‘결국, 모두가 한계에 부닥쳤을 때 백선의가가 접근해 마수를 뻗기 시작했지.’
파국의 시작이었다.
‘이번엔 달라.’
“우리 의선의가는 강해져야 해요. 누구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게. 지(地)급, 성(星)급, 천(天)급. 아니, 천하제일의가가 되어 천하를 호령해야 해요.”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허허, 천하제일의가라니.”
“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우리 의선의가의 의술과 아버지와 형님, 누님의 실력이면.”
‘그리고, 제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모두 위지천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진 못했다.
당연했다.
너무나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천하제일의가라. 가슴이 뛰는 단어이긴 하는군.’
작금에 와서는 천하제일이었던 의선의가의 정통한 후계는 백선의가로 여겨지고 있었다.
의선의가의 일원들도 자신들이 천하제일의가의 후예라는 인식이 희박했다.
당연했다.
천하제일의가와 동네 구석의 작은 의가는 너무 괴리가 컸으니까.
그래도, 의선의가의 일원이라면 한 번쯤은 다들 꿈꿔보지 않았을까?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걸.
물론, 망상일 뿐이다.
현실과 비교되어 허무한. 그래서 금방 고개를 떨치고 잊는.
그런데, 막내가 그 망상 같은 꿈을 꺼낸 거다.
‘하긴, 천이 나이면 한창 꿈을 꿀 시기이긴 하지. 이제 고작 지학(志學, 15세)인 아이니까.’
다들 그렇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위지천의 의견에 일부 공감하는 게 있었다.
‘꼭 천하제일의가가 아니어도, 의선의가가 강해져야 하는 것은 맞아. 아니라면, 계속 이런 풍파에 휩쓸리게 될 거야.’
이번에 남중의가 때문에 겪은 고난도 의선의가가 강하다면 겪지 않았을 일이니까.
문제는 방법이다.
그때, 위지천이 말했다.
“일단, 지(地)급 의가 먼저 되어야 해요.”
갓난쟁이가 바로 절대 고수가 될 수 없는 것처럼, 모든 것에는 단계가 있다.
“쉬운 일은 아니다. 지급 의가가 되려면, 결국, 무인들 같은 부유층들이 우리 의선의가에 발걸음 하게 해야 해.”
위지선이 무슨 외고집이라도 있어서 부유층 진료에 부정적인 건 아니었다.
똑같은 치료를 해도 훨씬 많은 돈을 벌 수 있는데 왜 싫겠는가?
의선의가가 가난한 환자만 치료하는 건, 그들의 뜻이 아니라, 단순히 돈 있는 사람들이 오지 않아서다.
돈 있는 사람들은 손쉽게 방문하던 의원을 바꾸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그랬죠.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어요. 남중의가가 무너졌으니까요.”
“!!”
“그 틈을 파고들어야 해요.”
위지천이 그렇게 말하고 얼마 뒤였다.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의련(醫聯)에서 남중의가의 지(地)급 의가 자격을 박탈한다는 소식이었다.
남양의 의업계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 * *
강호에는 여러 단체가 있다.
가장 유명한 건 구파일방이 주축이 되어 설립된 무림맹(武林盟)이다.
그 외 십대세가가 주역이 된 세가맹(世家盟)이 있으며, 사파가 뭉친 사도맹(邪道盟)도 있었다.
단체를 만든 건 무인들만이 아니다.
상인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구주회(九州會)가 대표적이었다.
의가도 단체가 있었다.
‘의련(醫聯)’이었다.
‘의련에서 생각보다 빨리 움직였군.’
의련은 의원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집단이다.
동시에 의원들이 문제를 일으킬 시 통제하는 역할도 했다.
돌팔이가 난립하는 걸 막기 위해 의견례란 자격시험을 만든 것도 의련이었다.
의련이 의가들을 통제할 때 쓰는 막강한 무기 중 하나가 바로 의가의 등급 제도였다.
의련은 ‘천성지향(天星地鄕)’으로 분류되는 의가의 등급을 결정할 권한이 있었다.
도저히 용납 못 할 물의를 일으키면, 등급을 강등시키는 식이었다.
‘등급이 강등되면 의가의 명예에 치명상을 입게 되니까.’
특히 높은 등급의 의가일수록 부유층을 주 고객으로 한다.
부유층이 등급이 강등당하는 불명예를 겪은 의가에 방문할까?
따라서 등급이 깎이면 폭삭 망하는 것도 순식간이다.
‘물론, 등급 변경 결정은 쉽게 내려지는 게 아니지만. 이번에 남중의가가 일으킨 일이 그만큼 문제이긴 했으니까. 의련도 심각하게 여긴 거겠지.’
단, 걸리는 게 있었다.
‘백선의가가 개입한 건 아니겠지?’
의련에 가장 강한 영향력을 지닌 가문은 천(天)급 의가인 백선의가다.
참고로, 천(天)급 의가는 중원 전역에 다섯 곳이다.
나머지의 면면을 따지면 이러하다.
사천당가(四川唐家)
천봉의가(天峯醫家)
사련의가(邪聯醫家)
마종의가(魔宗醫家)
사천당가는 십대세가 중 하나이고, 천봉의가는 무림맹 직할의 의가, 사련의가는 사도맹 직할, 마종의가는 마교 소속의 의가다.
따라서 의련에 가장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천급 의가는 백선의가였다.
‘아니, 지나친 걱정이야. 지금은 백선의가가 개입할 시기는 아니야. 백선의가에서는 아직 천선신공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위지천은 공문의 다른 내용에 주목했다.
-남양 신규 지(地)급 의가 선발 공고.
남중의가 대신 새로운 의가를 지급 의가로 선발한다는 뜻이다!
‘지급 의가에 선정되면, 순식간에 가세를 확장할 수 있을 거야.’
단, 문제가 있었다.
위지천은 응가 씹은 표정을 지었다.
“선발에 의가 제자들의 의견례 성적 반영?”
참고로, 어영부영하는 사이 의견례가 두 달도 안 남은 상태였다.
그러면, 위지천의 현재 공부 상태는?
“…….”
느긋한 엽표(치타)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