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30)
의선명가 천재막내 131화(131/138)
제131화
털썩.
태검진인은 쓰러졌다. 심마에서 깨어나며 의식을 잃은 거다.
“…….”
“…….”
모두가 멍하니 위지천을 보았다.
‘어떻게 된 거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태검진인이 마지막에 했던 말… 내가 제대로 들은 건가?’
멀리서 지켜보던 이 중 위지천이 펼친 검의 의미를 알아볼 만한 식견을 지닌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직접 검을 마주했다면 모를까, 멀찍이 본 것만으로 위지천이 검에 담은 하늘과 땅을 알아보는 건, 초절정에 오른 이들도 불가능했다.
단, 식견이 부족해도, 눈과 귀가 없는 건 아니었다.
위지천이 검을 펼쳤고, 그 검을 본 태검진인이 심마를 가라앉혔다는 건 모두가 알 수 있었다.
특히 마지막 순간.
고요함 속에 집중하고 있었던 탓에 태검진인의 ‘경이롭구나.’라는 읊조림이 모두의 귀에 천둥처럼 들었다.
정확히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지만.
“남양소선이 태검진인을 살렸어.”
“…의선의 은혜가 깃든 검이야.”
의선혜검(醫仙惠劍).
누군가의 중얼거림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 외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 광경이었으니까.
지금껏 위지천은 별호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다.
남양의선검이란 별호가 있긴 했지만, 별로 쓰이지 않았다.
강호인들 사이에서 위지천은 무림인이라기보다는 의원이었기 때문이다.
뛰어난 무재를 지녔지만, 그래도 의원. 덕분에 대부분 위지천을 남양소선이라는 의명(醫名)으로 불렀다.
하지만, 이 순간 위지천에게 진정한 별호가 생겼다.
위지천의 새로운 별호, 의선혜검(醫仙惠劍)이 모두의 뇌리에 확실히 각인되었다.
‘…우리는 어쩌면 새로운 전설의 시작을 목격한 것일지도.’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앞으로 의선혜검이란 별호가 중원 전역을 진동시키게 될 거라고.
한편, 모두의 경외 어린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위지천은,
‘…한심하구나.’
스스로의 부족함을 탓하고 있었다.
방금 태검진인과의 겨룸은 위지천이 생각했었던 그림과 달랐다.
형편없었다.
‘최소 상처라도 주려고 했는데.’
어린애 손가락 비틀듯이 간단히 파훼당해 버렸다.
다행히 심마를 잠재우는 데야 성공했지만, 검수로서 승부는 완벽한 패배였다.
당연한 일이다.
돌아온 지 고작 일 년이 갓 지났다. 이 몸으로 무공을 다시 익히기 시작한 지도 일 년밖에 안 되었다는 뜻이다.
그래도, 분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더 강해져야 해.’
한편, 옆에서 위지천이 속상해하고 있는 걸 눈치챈 검선은,
‘…이 자식, 미친놈인가? 저런 검을 펼치고도 분해해?’
검선은 유일하게 위지천의 검에 담긴 의미를 알아본 인물이다.
거센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저렇게 어린 놈이 저런 수준의 검의를?’
검의(劍意).
말 그대로 검에 의미를 담는 거다.
거창한 건 아니었다.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면 제각각 검에 의미를 담게 되는 법이니까.
꼭 대단한 고수가 아니라도 자신만의 의미를 담아 펼치면 그게 곧 검의였다.
단, 화폭에 붓칠만 하면 모두 그림이라고 부르지만, 그림이라고 다 똑같은 그림이 아니듯, 검의의 내용과 수준도 천차만별이었다.
방금 이 소년이 담은 검의는 하늘과 땅이었다.
심지어 하늘과 땅으로 태극을 그리기까지 했다.
‘어떻게?’
차라리 이 소년이 정체를 숨긴 대단한 고수면 놀라지 않았을 거다.
소년의 검술 자체는 별 볼 일 없었다.
물론, 나이와 맞지 않은 경이로운 수준이긴 했지만, 검선이 보기에 그랬다는 거다.
당장 태검진인과 일수도 제대로 나누지 못했으니까.
그런데 검선마저 경악하게 하는 검의라니?
‘…도대체 저 소년이 품은 재능이 얼마나 깊고, 크길래?’
사실 의문이다.
방금 본 검의가 정말 재능으로 가능한 것이었는지?
하지만, 달리 설명할 길이 없었다.
대해(大海).
끝이 짐작조차 되지 않아, 경외와 두려움마저 드는 재능이었다.
‘당대의 천하제일을 다투는 무황과 천마조차 이 소년의 재능과 비교하면 빛이 바랠 것이다.’
물론, 섣부른 생각일 수 있다. 미래는 모르는 것이니까.
하지만, 검선은 이 소년이 중간에 꺾일 거라고는 상상이 되지 않았다.
봐라.
저런 검을 펼쳐놓고 분해하고 있는 것을.
저 정도면 광기였다.
“…너.”
검선이 뭐라 입을 열려는 순간이었다.
겁도 없이 검선의 말에 끼어드는 음성이 있었다.
“야, 이 미친놈아!!! 죽고 싶은 거냐?!”
모두가 입을 쩌억 벌렸다.
장삼이었다!
장삼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위지천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네가 아무리 괴물이라도 칼 맞으면 안 죽을 줄 알아?! 어린놈이 목숨 소중한 줄 모르고?! 어?!”
탈탈.
참고로, 장삼은 권각술의 고수답게 나름대로 체격이 좋다.
위지천은 아직 덜 자란 소년이라 체격이 작았고.
안 그래도 거친 인상의 장삼이 왜소한(?) 위지천의 멱살을 잡고 흔들자, 무슨 흉악한 악인이 착하고 연약한 소년을 핍박하는 듯해 다들 식겁했다.
“장 대협, 잠시 진정을….”
“시끄럽다! 이건 우리 백흑침선(白黑針線) 간의 일이니, 상관하지 말아라!!”
악사검 한수가 말리려 했지만, 되레 버럭 소리를 지르는 장삼이었다.
‘…이놈이 미쳤나?’
위지천은 얼떨떨한 얼굴을 했다.
원래 장삼은 가끔 이렇게 겁이 가출하고는 했다. 집 나간 간덩이를 다시 찾게 해주려다가 위지천은 멈추었다.
장삼의 눈에 깃든 걱정을 엿본 것이다.
‘이놈은 왜 쓸데없는 걱정을.’
설마 천하의 위지천이 목숨을 잃기라도 했겠는가?
…아니, 사실 조금 위험하긴 했다.
괜히 십객이 아니었다.
‘그런데 장삼, 이놈이 이렇게까지 화낼 이유가 있나? 솔직히 말해 내가 죽으면 장삼 놈한테는 좋은 것 아닌가?’
음.
위지천은 왠지 방금 자신이 떠올린 생각을 입 밖으로 말하면, 장삼이 굉장히 상처받은 표정을 지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위지천도 장삼에게 나름대로 정이 들긴 했으니까.
‘그나저나 그만 좀 흔들어. 안 그래도 무리해서 힘든데, 머리 아프다고.’
어떻게 장삼을 진정시킬지 고민할 때였다.
“꼴까닥.”
갑자기 장삼이 입에 거품을 물며 쓰러졌다.
장삼의 목에는 웬 독침이 박혀 있었다.
“??”
시선을 돌린 위지천은 등에 오소소 소름이 돌았다.
두 여인이 위지천을 노려보고 있었던 거다.
북풍한설처럼 차갑고 매섭게.
위지상아와 단여였다.
‘어… 음. 어떻게 온 거지?’
위지천은 일부러 둘이 비무장에 오지 못하게 했다.
혹시나 위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데, 가뜩이나 위지천을 과잉보호하는 둘이 뭐라 반응할지 염려되었던 탓이다.
하지만, 그런 노력이 덧없이 둘은 위지천이 벌인 무모한(?) 짓을 모조리 목격한 것 같다.
“누님, 사매, 그게… 음.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둘의 눈매가 더욱 싸늘해졌고, 위지천은 결국 이리저리 변명하려던 말을 집어삼켰다.
“…죄송해요. 잘못했습니다. 다음에는 조심할게요.”
“조심? 앞으로 안 그러는 게 아니라?”
“그게… 앞으로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니.”
위지상아의 분위기가 더욱 안 좋아지자, 위지천은 큰일이 났음을 직감했다.
결국, 필살기를 쓰기로 했다.
“…누, 누님, 제가 누님 사랑하는 것 알죠? 다, 단여 사매도요.”
“…….”
“…….”
세상을 공포에 떨게 하였던 신주칠강 흉마 위지천의 필살 애정 표현!
불행히도 별로 효과는 없었다.
“천이, 따라와.”
“…넵.”
위지천은 축 처져 터덜터덜 위지상아와 단여의 뒤를 따라갔고, 그렇게 사건이 막을 내렸다.
무림이 발칵 뒤집혔다.
* * *
이번 일은 이전에 위지천이 겪었던 일들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큰 파장을 낳았다.
무려 무당이 얽힌 일이었으니까.
그것도 무당이 송두리째 흔들릴 뻔한 사건이었다.
-혈교의 주구가 무당의 의무선생으로 암약!
-십객 태검진인이 혈교의 사술에 큰일을 당해!
백선의가는 곧바로 의무선생 송백과 자신들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자신들은 사마외도의 술법 따위 전수한 적이 없다고. 모두 혈교의 마수에 당한 거라고.
‘거짓말이야.’
백선의가와 송백이 관련이 있는 건 명백하다. 다만, 증거가 없었다.
‘어쩌면 혈교는 억울한 누명을 덮어쓰는 것일지도.’
의무선생 송백이 썼던 사술이 진짜 혈교의 주술인지도 명확하지 않았다.
애초에 위지천은 혈교 사술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다.
이전 삶 혈교와 적잖이 드잡이질한 위지천조차 그런데, 다른 이들은 말할 것도 없다. 강호인 중 주술에 대해 조예가 깊은 이는 거의 없다.
혈교의 사술인 척 위장해도 쉽게 알아볼 수 없다는 거다.
‘혈교는 누명을 덮어씌우기 가장 쉬운 대상이니까.’
혈교는 어디에나 있다.
이를 악용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얼마나 쉬운가? 끔찍한 일을 저지른 후, 대충 혈교로 추정되는 흔적만 남기면 되니까.
오죽하면, 혈교의 소행이라고 알려진 참사 중 실제 혈교 소행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있는 사건이 오 할에 육박한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다.
‘아니면, 백선의가와 혈교가 진짜 손을 잡았을 수도 있고.’
지금껏 위지천은 혈교를 ‘배후’에서 배제하고 생각했다.
아무리 백선의가여도 설마 혈교와 손을 잡지는 않았을 거로 여겼으니까.
하지만, 아니다.
백선의가는 충분히 혈교와 손을 잡을 수 있었다. 그만큼 끔찍한 놈들이었다.
‘혈교가 ‘배후’인 건 상상하고 싶지 않은데.’
위지천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삼맹이교(三盟二敎) 중 어디가 만만하겠느냐마는 혈교는 그중 특별히 상대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혈교가 삼맹이교 중 가장 강한 건 아니었다.
정확히는 모른다.
혈교에 얼마나 많은 교인이 있고, 얼마나 많은 고수가 있으며, 어떤 비밀스러운 전력을 가지고 있는지.
혈교의 총본산인 마전(魔殿)이 어디인지 아는 이도 없었다.
혈마(血魔)도 은막 속에 가려진 존재였다.
다른 신주칠강 모두와 연이 있던 위지천이지만, 혈마와는 마주한 적이 없었다. 그토록 혈교의 마인들과 드잡이질을 했음에도.
따라서, 혈교와 싸운다는 건, 실체 없는 적과 끝없이 피를 흘려야 함을 의미했다.
‘아직 혈교가 배후라고 확정된 건 아니니까. 너무 깊게 생각하진 말자.’
위지천의 직감이지만, 이번 일에 혈교는 누명을 덮어쓴 것일 확률이 높아 보였다.
그때였다.
“은공을 뵙습니다.”
공손한 음성.
놀랍게도 무당일검 송현이었다!
그렇다.
현재 위지천은 무당의 은인 자격으로 무당에 머물고 있었다.
‘내가 커다란 일을 하긴 했지.’
이번 사태로 가장 주목받은 이.
당연히 위지천이었다.
의선혜검의 명성이 전 강호에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