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31)
의선명가 천재막내 132화(132/138)
제132화
이번 일로 강호의 주목을 받게 된 이는 여럿이다.
일단, 사검회.
악사검과 소회주 혈검귀가 무당십이검과의 비무에서 예상 밖의 승리를 한 게 꽤나 파란을 일으켰다.
구주일패 중 은근히 사검회를 무시하는 시선이 있었는데, 이번 일로 체면을 세우게 된 것이다.
장삼은 일약 흑도의 영웅으로 주목받게 되었다.
이전에도 흑도의 영웅 어쩌고 불리기는 했지만, 반쯤은 장난이 섞인 어조였고, 기껏해야 남양 인근에서나 알아주는 이름이었다.
그런데, 이번 일로 강호 전역에 명성이 퍼지게 된 거다.
‘…이상하게 장삼이 무당귀검에게 승리한 것처럼 소문이 나서. 사실 간신히 한 방 먹인 것에 불과한데.’
하지만, 그들 모두 위지천의 이름이 퍼진 것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의선혜검이 무당을 구했대!
-의선혜검이 누군데?
-의선의가의 막내야! 어린 나이에 신의(神醫)에 맞먹는 의술을 지니고 있다더군! 오죽하면, 검으로 의술을 펼쳤겠는가?
-검으로 의술을? 무슨 헛소리인가?
-진짜야! 의선혜검이 일검을 내지르니, 심마에 빠진 무당파의 장문인이 정신을 차렸대!
-…무슨 의술의 신선도 아니고?
-의술의 신선 맞네. 오죽하면 의명도 남양의 작은 신선이겠나(南陽小仙)?
그때 위지천이 펼친 검은 신묘한 의술 비슷한 것으로 퍼졌다.
당시 검의를 알아볼 만한 이가 없었고, 설사 올바르게 소문이 퍼져도 아무도 믿지 않았을 거다.
고작 열여섯 어린 소년이 검에 담은 검의에 십객 태검진인이 탄복해 심마에서 깨어났다니.
물론, 의원으로서 명성만 떨친 건 아니었다.
-사검회와 장삼 대협이 비무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의선혜검 덕분이었다더군. 의선혜검의 가르침을 받고 실력이 급성장했다고.
-하. 자꾸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게. 의선혜검은 고작 지학쯤이라 하지 않았나?
-오죽하면 무당에서 의선혜검을 무적소선이라고 부르겠나? 천하에 다시없는 기재라고 해.
-이건 나도 믿기지 않는데, 의선혜검이 태검진인의 진검을 몇 번이나 피했다고 해!
-하. 이젠 하다 하다 십객의 검을 피했다고?!
-나도 거짓인 줄 알았는데, 목격한 이가 한둘이 아니네!
이런 소문들이 퍼졌고, 반신반의하는 이들도 많았다.
마냥 순순히 믿기에는 지나치게 어마어마한 내용들이었으니까.
그래도 확실한 게 있었다.
-의선혜검이 무당을 구했다.
위지천은 무당의 은인이 되었다.
“간밤에 불편한 점은 없었습니까, 은공?”
참고로, 무당일검 송현은 불혹(마흔)이 넘은 나이였는데, 고작 열여섯인 위지천에게 저런 깍듯한 공대를 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큰 은혜를 입었기 때문이다.
내상도 치료받았고(사실 위지천 때문에 당한 내상이지만), 의천심공의 문제점을 파악해 더 상태가 악화하는 것을 피할 수 있게 해주었다.
비단, 송현뿐 아니라 무당의 모두는 위지천에게 무한한 감사를 표하고 있었다.
“은공이라니. 말씀 편하게 해주세요. 감당하기 어려워요. 의원으로서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걸요.”
위지천의 겸양에 송현은 감탄했다.
‘성품까지 완벽하다니. 빠지는 게 없구나.’
물론, 위지천이 이러는 건 내숭이었다.
‘이제 무당은 우리 의선의가에 호구가 되었으니. 계속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게 좋아.’
무당의 은인이 되었다는 건 단순히 위지천 혼자만의 명예가 아니었다.
무당이 의선의가에 빚을 지게 된 거다.
강호에서 은원(恩怨)은 아주 중요하다.
원(怨)은 개인의 문제이지만, 은(恩)은 갚지 않으면, 금수로 취급받는다.
무당파같이 정도의 명문 대파에서 은혜를 입었는데? 갚지 않는다? 체면 때문에라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남들의 시선 때문이 아니라도, 무당파는 의선의가에 어떤 보상이라도 할 태세였다. 그만큼 커다란 은혜를 입었으니까.
당장 일부 제자들의 치료를 의선의가에 맡기기로 했다.
‘제갈의가의 몫을 뺏어 먹게 되는 셈이긴 한데. 제갈의가는 딱히 무당의 치료를 독점하는 데 신경 쓰지 않으니.’
제갈세가는 다른 일반 성급 의가와 달랐다. 십대세가 중 하나라 무당의 후광이 필요하지 않았다.
도리어 부담을 덜게 되었다며 반기는 분위기였다.
“장문인께서 은공을 뵙자고 하시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아, 네. 지금 갈게요.”
위지천이 지금껏 무당에 머물렀던 이유.
태검진인을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심마가 폭주하며 진원진기를 적지 않게 상해 치료가 필요했다.
원래라면 큰 후유증이 남았겠지만, 위지천의 기공 치료 솜씨 덕분에 무사히 치료할 수 있었고, 무당은 위지천에게 한 차례 더 은혜를 입게 되었다.
“태검진인을 뵈어요.”
“오셨소, 선생.”
태검진인도 깍듯이 위지천을 맞았다.
과거 무시하던 태도와 완전히 달라진 모습.
그럴 수밖에 없었다.
무당일검 송현이 위지천에게 많은 은혜를 입었다지만, 태검진인에 비할까?
‘저 어린 소년이 아니었다면, 난 무당의 역사에 길이 남을 대역죄인이 되었을 거다.’
너무 커다란 은혜를 입어 솔직히 태검진인은 위지천을 볼 낯이 없을 지경이었다.
그뿐이 아니다.
‘…그때 봤던 검.’
태검진인은 위지천의 검의를 알아보았다.
‘저 소년을 보니 내가 살아온 삶이 부끄럽구나.’
일평생 열등감에 시달렸고, 결국 사문에 죽을죄를 저지를 뻔했다.
반면, 저 소년을 보라.
태검진인은 위지천의 눈동자에 괜히 현기가 가득 넘치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
저토록 어린 나이임에도 그만큼 올바른 삶을 산 덕분이리라.
심지어, 검의 재능마저 태검진인과 비교할 수 없게 뛰어나다.
태검진인은 위지천을 볼 때마다 스스로가 초라해짐을 느꼈다.
‘음. 심마 하나가 사라지니, 또 다른 심마가 생겨버렸네.’
위지천은 머리를 긁적였다.
당시 맞불을 놓듯 큰 충격을 주었던 방식은 긴급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던 거였고, 심마 자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건 당연히 아니었다.
‘이대로 심마가 악화하면 폐인이 될 수도 있겠어.’
심마를 얕보면 안 된다.
심마는 무인을 망가뜨린다.
오죽하면, 마종의가가 심의학을 정립한 덕에 마교의 전력이 몇 할은 상승했다는 평이 나오겠는가?
‘태검진인은 반천회와 대신 싸워줄 호구 후보야. 아직 증거는 없지만, 만약 이번 일이 반천회의 짓인 게 밝혀지면, 저 성질머리에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
위지천은 태검진인의 심마를 치료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문제는 위지천이 딱히 심의학에 조예가 깊지 않다는 거다.
기본밖에 몰랐다.
‘일단 따뜻하게 마음의 상처를 감싸줘야 한다고 했나?’
위지천은 새삼 일 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을 받았다.
지금이야 어엿한 한몫의 의원이지만, 일 년 전만 해도 그는 의원으로서 풋내기 애송이였다.
그러니까… 선무당이 된 느낌이었다.
하지만, 위지천이 일 년 동안 성장한 건 의술 지식만이 아니었다.
의원으로서 뻔뻔함도 늘었다.
원래 의원은 아무리 어려운 병증을 마주해도 신뢰 가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법!
태연히 치료를 시도했다.
“선생에게 받은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소. 이 청진, 선생을 보고 느낀 점이 많소이다. 선생을 볼 때마다 지난 삶이 부끄럽구려.”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전 도리어 진인을 존경하고 있는걸요.”
“…존경? 이 몸을?”
“무당 도사님들 모두가 진인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어요. 그것만 봐도 진인께서 무당의 아버지로서 얼마나 훌륭히 역할 하셨는지 알 수 있어요.”
하지만, 별로 효과는 없었다.
태검진인은 도리어 더욱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버지가 되어서 그딴 못난 짓을 저지르다니. 난 아버지로서 자격이 없소.”
“아니에요. 진인께서도 모두 다 무당을 위해서 하신 일이었는걸요.”
“고맙소. 선생께서는 마음마저 따뜻하구려. 선생이 아니었다면, 난 자식들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지른 패륜적인 아버지가 되었을 것이오.”
“…….”
어렵다!
위지천은 식은땀을 흘렸다.
하긴.
마종의가의 명성이 괜히 높은 게 아니었다.
‘마인들의 심마는 태검진인의 심마보다 더 거지 같을 텐데, 마종의가 놈들은 무슨 묘수를 쓰는 거지?’
그때, 문뜩 스치는 이야기.
위지천은 마교와 적대 관계는 아니었다. 다양한 마인들과 생사결을 하긴 했지만, 딱히 서로 악의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래서 가끔 사담 비슷한 걸 나누기도 했는데, 어떤 마인이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아, 백의옥에 갇혔을 때가 내 인생 중 가장 지옥 같을 때였는데.
-…백의옥이 뭐지?
-아, 정식 명칭은 백의원(白醫院)이오. 사방이 하얀 벽지로 둘러싸인 곳인데, 보통 신교인들은 백의옥(白醫獄)이라고 부르오.
심마에 들린 마인을 입원시켜 집중 치료하는 전문 시설이라고 한다.
-그런데 왜 감옥이라고 부르는 거지? 마종의가의 심의학은 사람의 상처를 따듯하게 감싸는 치료법이라 들었는데.
-…따뜻하게 감싼다라. 틀린 말은 아니지. 그래, 틀린 말은 아니야.
당시 백의옥에 대해 말하며 상대가 지은 표정이 선명히 떠올랐다.
공포에 질린 얼굴이었다.
-…흉마 양반, 혹시나 본교에 귀의하게 되거든, 마종의가 쪽은 쳐다도 보지 마시오. 특히 백의옥 쪽은.
‘마종의가 놈들. 혹시 공개하지 않은 내용이 있는 것 아니야?’
마음의 상처를 따뜻하게 감싸라.
상처를 극복할 수 있게 도움을 주어라.
환자가 스스로가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게 해주어라.
등등.
마종의가가 강조한 내용이다.
위지천은 왠지 저 내용들 사이에 숨겨진 ‘행간’이 있을 것만 같았다.
주먹질이나 고문 등등의 ‘특수 정신 치료 요법’ 같은 것들 말이다.
‘내가 태검진인을 고문 치료하는 건 무리이니까.’
위지천은 정석대로 가기로 했다.
괜히 어설프게 마종의가를 따라 했다가 심마를 악화시키면 안 되니까.
단, 이대로라면 치료에 성공하기도 요원하니, 살짝만 묘수를 부리기로 했다.
‘이게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일단 표정을 가다듬었다.
얼굴에 한가득 안타까움을 떠올렸다.
“진인께서 계속 그러시면, 무당의 모두가 슬퍼할 거예요. 저도 슬플 거고요.”
그런데, 왜일까?
“!!”
태검진인이 눈썹을 꿈틀했다.
‘…설마 지금 남양소선이 날 비웃은 건가?’
난데없이 그런 생각이 든 건 위지천의 표정 때문이었다.
걱정 가득한 말 내용과 다르게 방금 비웃음을 지은 것처럼 보였다.
귀공자처럼 성장한 위지천이다.
인상도 살짝 변화가 있었다.
착하고 선해 보이는 건 여전했다.
단, 마냥 해맑고 순수해 보이기만 했던 과거와 다르게, 중간중간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재수 없어 보이는 표정을 짓는 게 가능해졌다.
물론, 원체 본바탕이 선한 얼굴이라 고개를 갸웃할 수준이긴 하다.
지금 태검진인이 느끼는 것처럼.
‘설마. 아니겠지. 남양소선이 날 비웃을 리가.’
그때.
위지천이 입술을 다시 살짝 비틀었다.
아까보다 조금 더 명확하게.
“많은 이들이 진인께서 회복하기를 고대하고 있어요. 저도 그렇고요.”
“왜? 나 따위에게 그런 기대를 할 이유가 있는가?”
안 그래도 옹졸한 성격의 태검진인이다.
위지천의 걱정을 비웃음으로 여겨 까칠하게 답했고, 아차 했다.
위지천이 흡 미안한 표정을 지었던 거다. 아까 비웃음처럼 보이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죄송해요. 제 말이 무언가 진인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면 용서해 주세요.”
극진한 염려가 담긴 음성이 태검진인의 가슴을 찔렀다.
“아니, 나는 그런 게 아니라….”
태검진인은 순간 스스로가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청진아. 어디까지 추해질 거냐? 자격지심을 못 이기고 저렇게 한없이 선한 은인께 성질이나 내고.’
한편, 위지천은 그런 태검진인을 보면서.
‘역시 누가 무당 도사 아니랄까 봐 단순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