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33)
의선명가 천재막내 134화(134/138)
제134화
“그게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 그 어린놈이 백선의가의 뜻을 무시하고 저런 미친 짓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네, 그렇다고 합니다.”
“하, 그런 망둥이를 관리도 하지 않고 섬서에 보내?”
삼천의공(三天醫公) 성천우가 분노한 음성을 내었다.
하지만, 백선의가다.
섬서의가가 섬서 의업계의 왕이라지만, 백선의가에 비할 바는 아니다.
하늘 위에 하늘이 있다는 말처럼, 백선의가는 중원 의업계 전역에 그림자를 드리운 제왕이었다.
조현을 죽일 수도 없었다.
아무리 내놓은 자식, 심지어 양녀라지만, 그래도 백선의가의 여식이니까.
‘아니, 어쩌면 백선의가는 의도적으로 그 망둥이 놈을 서안에 보낸 것일지도. 우리가 놈을 죽이길 바라고.’
남의 손을 빌려 골칫거리를 제거함과 동시에, 양녀의 죽음을 빌미로 섬서의가에 무언가 무리한 요구를 할 속셈일 수도 있었다.
지나친 염려일 수도 있지만, 백선의가라면 하고도 남을 수작이었다.
마귀들이 득실거리는 의업계란 이름의 지옥에서 정점에 군림하는 악마가 백선의가이니까.
“유언비어 살포죄로 잡아 가두도록.”
“그게… 관에 이미 연락을 하긴 했는데… 그 망둥이 놈이 화산(華山)에 숨어버려서.”
“…화산파? 갑자기?”
“그 망둥이 놈이 의술 실력이 뛰어나서, 화산파에 머물며 도사들을 치료하고 있답니다. 종남산도 번갈아 방문해 종남의 도사들도 치료하고 있다고.”
성천우가 눈썹을 꿈틀했다.
그는 조현이 만만찮은 존재임을 직감했다.
그렇다.
조현은 또라이일 뿐, 바보는 아니다.
마귀들의 마굴 백선의가에서 그토록 미움을 받고도 지금껏 살아남은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특히 사고 치고 어떻게든 생존하는 데 도가 터 있어 일부러 섬서의가가 섬서에서 유일하게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화산, 종남에 몸을 의탁한 거다.
“…일단, 더 허튼 사고를 치지 못하게 감시하도록. 어차피 큰일은 아니니까.”
섬서의가의 아성은 이딴 허튼 소문에 흔들릴 게 아니다.
소문이야 잠재우면 되고, 실제로 추악한 불법이 밝혀져도 섬서의가가 처벌받을 일은 없다.
섬서성의 성부(省部), 포정사사, 안찰사, 심지어 도지휘사까지 모두 섬서의가와 한 몸이나 다름없으니까.
성(省)안에서만큼은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절대적인 권세의 의가.
그게 바로 일성 의가의 위용이었다.
성천우는 조현 따위보다 다른 쪽이 더 신경 쓰였다.
“의선의가의 신룡(新龍)이 무당의 은인이 되었다고?”
“네, 그렇다고 합니다. 의선의가의 남양소선이 아니었다면, 무당이 커다란 화를 입을 뻔했다고 합니다.”
“대단하군. 고작 지학 남짓이라고 들었는데. 그 정도면 소선(小仙)이란 의명이 도리어 부족하겠어. 이미 어엿한 한 명의 의선(醫仙) 아닌가?”
“…….”
“의선의가에 인재가 많군. 빙옥절도(氷玉絶刀)도 의선의가였지? 가주 위지선은 십봉(十峰)에 필적할 만한 명의라고 하고. 이 몸도 작년에야 간신히 십봉에 꼽히게 되었는데. 참으로 대단해.”
비꼬는 게 아니다.
성천우는 의선의가를 무시하지 않았다.
도리어 인정하고 경계했다.
방심하지 않고 될 성부른 싹을 미연에 짓밟는 건, 의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수적인 덕목이었으니까.
특히 의선의가의 기세가 요즘 보통 심상찮은가?
최근 화산, 종남과 섬서의가의 사이가 조금씩 삐걱거리는 것도 의선의가와 무관하지 않았다.
의선의가란 ‘대체재’가 생긴 탓이다.
짓밟아야겠지만, 의선의가를 비호하는 거파들의 면면이 보통이 아니었다.
‘영친왕조차 의선의가를 비호한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대놓고 손을 쓰기에는 부담이 되었다.
“일단 의선의가에 기회를 주는 것도 괜찮겠지.”
“기회라면?”
“우리 섬서의가의 가신의가(家臣醫家)가 될 기회 말이다.”
“!!”
“한중의가에 이어 의선의가마저 품으면 우리 섬서의가도 십천성(十天星)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거다.”
십천성.
다섯 천급 의가(五天)와, 성급 의가 중 가장 위세 높은 다섯(五星) 곳을 일컫는 말이었다.
성천우의 궁극적인 목표였다.
“진 가주를 불러오도록.”
곧 한 중년 남자가 들어왔다.
병색이 완연한 안색이었는데, 눈동자에 두려움이 가득했다.
허리를 숙이며 예를 표했다.
“지, 진 모가 성 가주님을 뵙습니다.”
“허허, 허리를 펴시오. 제게 그런 과례는 필요 없다고 하지 않았소이까, 진 가주? 진 가주께서는 명색이 섬서 제일의 명의인 분 아닙니까?”
놀라운 이야기.
이 중년인이 침봉신의(針峰神醫) 진양천이라는 뜻이었다.
섬서의 두 번째 성급 의가인 한중의가의 가주이자, 섬서 최고의 명의라고 불렸던 이.
무려 의명에 신의(神醫)가 들어가는 것만 봐도, 그 의술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었다.
특히 침술 실력이 일절로 십봉의 일좌이기도 했다.
다 과거의 이야기다.
“아, 아닙니다. 섬서 최고의 명의라니요. 다 허명일 뿐, 삼천의공께서 진정한 섬서 최고의 명의임을 모르는 이가 없습니다.”
진양천이 하얗게 질려 고개 저었다.
단순한 겸양이 아닌, 어떻게든 성천우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
“하하, 내가 들은 것과 다르오만? 이 성 모가 진 가주를 협박해 십봉 자리를 뺏었다는 소문이 완연하더이다.”
“그, 그런….”
“이해합니다. 진 가주의 침술 실력이 참으로 뛰어나니, 이 성 모가 삼천의공(三天醫公)으로 불리는 게 우습겠지요.”
삼천의공은 세 가지 분야가 하늘의 경지에 이르렀음을 의미하는 의명이다.
성천우는 무공, 침술, 의도술에 뛰어났다.
무공은 초절정에 이르렀으며, 침술, 의도술 또한 천하 명의의 수준이었다.
그래도 세인들은 진양천의 의술을 한 수 위로 쳤다.
“하하, 이러다가 진 가주 살아 계시면 이 성 모가 진정한 십봉으로 불리게 되는 일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하.”
진양천은 가슴이 덜컥했다.
농담이 아니었다.
성천우의 눈동자는 싸늘했다.
진양천을 죽일지 말지 고민하는 눈빛.
실제 성천우는 손가락만 까닥해도 진양천에게 죽을죄를 덮어씌울 수 있었다. 아니, 한중의가 전체를 역모죄로 몰아 몰살시킬 수 있었다.
‘아, 안 돼!’
진양천은 방금 성천우의 말에서 단서를 찾았다.
옆에 놓여 있던 벼루를 들더니 다급히 무릎을 꿇었다.
그러고는 이를 악물고.
콰직!!
“크아아악!!”
벼루로 스스로의 손가락을 내리찍었다!
침법에 가장 중요한 엄지와 검지를.
“아니, 이게 무슨 짓이오?”
“이, 이 손가락 때문에 성 가주님의 이름을 먹칠하게 했으니, 벌해 마땅합니다. 다시는 침을 들지 않을 테니 용서해 주십시오!”
성천우는 흡족한 얼굴을 했다.
완전한 굴복.
그가 한중의가를 살려둔 이유였다.
성천우는 의선의가도 저렇게 자신에게 굴복하길 바랐다.
“진 가주께서 나중에 시간 되실 때 의선의가에 다녀와 줄 수 있겠소?”
“의선의가 말입니까? 네, 네, 알겠습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진 가주께서도 아실 것이오. 구체적인 일정은 따로 일러주겠소. 아, 손가락은 지금 모습 그대로 가는 게 좋겠소. 의선의가에 좋은 본보기가 될 테니.”
진양천은 왜 성천우가 자신이 손가락을 으스러뜨리길 유도했는지 깨달았다.
의선의가에 경고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진양천은 분노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저 속으로 이렇게만 탄식했다.
‘의선의가 소문이 심상치 않더니, 결국 이렇게 먹잇감이 되는구나. 그러게 적당히 만족했어야지.’
진양천은 명성에 취해 오만했던 자신의 과거가 후회되었다.
의업계는 전설에 나오는 마해(魔海)와 같다.
욕심에 취해 깊이 내려갈수록 더욱 끔찍한 괴물을 마주해 결국 먹이가 되고 마는.
의선의가도 다르지 않으리라.
* * *
위지천은 귀를 후볐다.
‘음, 누가 우리 의선의가 욕을 하나. 섬서의가 놈들인가?’
정확한 추측!
화경의 극에 달한 깨달음 덕분…이 아니라, 슬슬 섬서의가에서 마수를 뻗칠 거로 예상하였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상대이긴 하지. 체급이 다르니까.’
의선의가의 영역은 단강 일대.
여러 개의 도시와 현을 포함하는 넓은 영역이지만, 그래도 성(省)의 일부일 뿐이다.
섬서성 전체를 장악한 섬서의가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원체 돌풍을 일으켰으니 섬서의가의 주목을 받는 것도 당연하지.’
속도를 조절해야 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여유를 부릴 상황이 아니었다.
‘어차피 뒤처져도 죽어.’
의선의가가 살 방법은 하나다.
하루라도 빨리 강해지는 것.
그래서, 백선의가든, 정체불명의 배후이든, 의선의가에 감히 손대지 못하게.
그 과정에 어떤 적을 만나더라도 다 일도양단하며 나아가야 했다.
‘그런 면에서 섬서의가와 시비가 붙은 건 마냥 나쁘게 볼 일은 아니야. 지금까지 마주했던 다른 적들 때처럼 도움이 될 거야.’
의선의가가 급성장할 수 있었던 건 지금껏 의선의가를 적대하던 이들 덕분이었다.
위기가 역으로 성장 기회가 된 것이다.
이번도 마찬가지이리라.
‘이미 생각해둔 계획도 다 있으니까.’
비록 고양이와 호랑이 격의 체급 차이라지만, 마냥 불리한 건 아니었다.
의선의가를 비호하는 세력이 워낙 많으니, 섬서의가도 무리한 수를 쓰지는 못할 거다.
그렇다면, 도리어 고양이가 호랑이를 농락하는 것도 가능했다.
“고얀 놈. 사람을 앞에 두고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느냐?”
“아.”
위지천은 어색하게 웃었다.
지금 위지천은 혼자 있었던 게 아니었다.
검선이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언가에 화가 난 얼굴.
“내 제자가 되는 게 어떠냐고 물었더니, 딴생각해? 아니면, 내 제자가 되는 것 따위 생각할 가치도 없다는 거냐?”
그렇다.
위지천은 검선에게 제자 제안을 받았다.
강호 모두가 놀랄 이야기였지만, 위지천은 시큰둥했다.
‘있는 제자나 잘 간수할 것이지, 누굴 감히 눈독 들여?’
“죄송해요. 제 본분은 의원이라, 곤란해요.”
“하, 그런 무재를 가지고 의원은 무슨!”
“전 의술이 검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람을 살리는 것보다 가치 있는 일은 없잖아요.”
위지천은 입에 침 하나 안 바르고 가식을 떨었다.
“끄응. 네놈은 의술이 아니라, 검을 배워야 하는 놈인데.”
검선은 못내 아쉬운지 파격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꼭 무당에 입산할 필요 없다. 무당에 적을 올릴 필요도 없어. 가끔 와서 가르침만 받아도 된다.”
‘음. 이건 나쁘지 않나?’
위지천은 득실을 따져보았다.
단점은 저딴 놈의 제자가 된다는 게 심리적인 거부감이 든다는 거였다.
장점은 의외로 많았다.
다른 것보다 ‘검선의 제자’라는 신분을 얻게 되는 게 나쁘지 않았다.
무림의 누구도 위지천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거다.
의선의가에도 이득이었다.
검선의 제자가 의원으로 있는 의가! 이렇게 우러러볼 테니까.
그뿐 아니라, 검선에게 가르침을 받으면 검술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긴 할 거다.
사실 천하제일검인 검선 말고는 흉마 위지천에게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이는 강호에 그 누구도 없다고 할 수 있었다.
“가끔이면…?”
“한 달에 한 번은 가르침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
“죄송해요. 그러기에는 치료해야 할 환자가 많아서.”
“…두 달에 한 번.”
“그것도 힘든….”
“…석 달에 한 번!”
“멀리 의행을 떠나야 할 때도 있을 거라서….”
“망할. 네 사정이 될 때마다 와서 가르침 받아라!”
검선이 씩씩거리며 외쳤다.
이렇게 해서라도 위지천을 놓치기 싫은 듯했다.
하지만, 위지천은 아직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뭐냐? 이렇게까지 맞추어 주었는데 싫다고? 나 검선이다! 천하제일검이라고!”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아니었다.
다만.
‘검선이 배후가 아니라는 명확한 확신이 필요해.’
위지천은 검선을 시험해 보기로 했다.
“군사부일체. 스승을 모심은 아버지를 새로 모시는 것과 같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어르신께서는 아버지와 아들 간에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
검선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여기서 ‘아버지고 자식이고 나발이고, 검술 실력이 제일 중요하다!’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네놈, 내 성품이 부족해 스승으로 섬기지 못하겠다고 이야기하는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