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34)
의선명가 천재막내 135화(135/138)
제135화
천고의 검술 천재이지만, 반대급부로 사회성과 인성이 떨어지는 검선이 제 발에 저려 성을 내었다.
“그렇게 들렸으면 죄송해요. 그런 뜻이 전혀 아니에요. 다만, 어르신의 검에 대한 마음을 듣고 싶어요.”
“검에 대한 마음?”
“네, 전 검술 실력이 뛰어난 분보다 검에 관해 존경할 만한 마음을 지닌 분을 스승으로 섬기고 싶어요.”
“하!!”
검선은 코웃음 쳤다.
건방지게 천하제일검인 그에게 검에 관한 마음가짐을 묻다니?
그런데.
“잘 들어라! 내게 검이 무엇이냐면…!”
검선은 우뚝 입을 다물었다.
가볍게 답하기에는 심오한 질문이라서가 아니다.
검이 무엇인지 번뇌할 경지는 몇십 년 전에 이미 끝낸 검선이다.
대답을 망설이는 이유는.
“…내게 검은 탐욕이다.”
검선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내게 검은 미망(迷妄)이다. 헛된 탐욕이며, 어리석음이다.”
깊은 깨달음을 담은 현학적 대답이 아니다.
그저 이게 검선의 진실한 속마음일 뿐이다.
추레한.
꾸며서 답할 수는 없었다.
검은 검선의 모든 것이었으니까.
“…난 검 때문에 모든 걸 잃었다. 제자와 멀어졌으며, 사문의 존경을 받지만, 막상 마음을 터놓을 친구도 없다. 그럼에도 지금도 검을 놓지 못하고 있다. 죽을 때까지 그러하겠지. 검의 경지를 올려서 뭐 한다고? 아무런 의미도 없는데.”
한때, 검선은 검을 저주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는 검의 속박에서 일평생 벗어나지 못할 테니까.
“음. 혹시 결례되는 질문을 해도 될까요?”
“해봐라.”
“만약, 검의 경지를 올릴 사마외도의 방법이 있다면, 어르신께서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이놈! 날 무얼로 보고!”
검선이 버럭 화를 내고는 입을 우뚝 다물었다.
‘그런 방법 따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라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선뜻 답이 안 나왔던 거다.
‘…과연 내가 유혹을 거절할 수 있을까?’
당연히 거절할 것이다.
그게 지금 검선의 생각이다.
하지만, 막상 실제 상황이 되면?
검선은 자신이 앞으로 아무리 검에 매진해도 더는 나아가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다.
‘…거절하지 못하겠구나.’
위지천은 그런 검선의 속내를 읽고는 혀를 찼다.
‘이놈, 위험한데?’
방금 문답으로 알 수 있었다.
검선은 배후가 아니다.
그러니까 ‘지금’ 시점에는.
‘이 뒤는 어떻게 될지 몰라.’
이전 삶, 의선의가가 멸문했던 건 지금 시점으로부터 시간이 지난 뒤의 일이다.
그사이 누군가, 그러니까, 반천회 같은 놈들이 검선에게 접근해 천선신공을 미끼로 유혹했을 수도 있었다.
‘물론, 다 내 상상일 뿐, 과한 염려일 가능성이 높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가능성 높은 건, 검선은 배후와 전혀 연관이 없다는 거다.
그래도 위지천이 자꾸 이런 생각을 하는 건, 검선의 성격 때문이었다.
머리가 단순한 게, 딱 봐도 호구 삼기 좋아 보이지 않나?
만약, 위지천이 반천회처럼 수상쩍은 무언가를 획책하는 놈들의 입장이라면, 검선을 일순위 호구로 포섭할 것만 같았다.
‘조백일은 죽기 전에 배후를 ‘그들’이라고 칭했어.’
최악의 경우 배후가 신주육강 중 한 명이 아닐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만 했다.
‘다른 놈이 검선을 호구로 삼기 전에 내가 먼저 호구로 삼는다.’
결심한 위지천이 입을 열었다.
“어르신을 스승으로 섬기겠어요.”
“…응? 내 속마음을 듣고도?”
“전 완벽한 스승을 바랐던 게 아니에요. 어르신의 진솔한 마음에 더욱 감탄했어요.”
“크, 크흠. 그래, 무릇 경지에 오르려면 내면에 솔직해져야 하는 법이니라!”
“어르신께 제가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그게 무슨 말이냐?”
위지천은 악의 따위 전혀 없는 듯, 그저 해맑고 순수한 눈빛으로 말했다.
“어르신께 마음의 병이 있는 것 같아서요. 의원으로서 도움을 드리고 싶어요.”
“…….”
“어르신께 제자로서 검술을 배우고, 동시에 의원으로서는 어르신의 마음의 병을 치료해주면 서로에게 좋지 않을까요?”
검선은 ‘감히 내게. 갈(喝)!!!’이라 할 수가 없었다.
그의 검술을 향한 집착은 어떻게 보면 병이 맞긴 했으니까.
‘…그런데 저놈, 왜 날 놀리는 것 같지? 착각이겠지?’
표정과 눈빛만 보면 순수하게 그를 걱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검선도 화경의 극에 오른 절대 고수라 직감이 발달해 있다. 위지천의 순수한 웃음에서 수상쩍음을 느꼈다.
하지만, 세상 때가 덜 묻은(단순한) 검선은 진짜 위지천을 의심하지는 못했다.
‘…아니겠지. 우리 무당에게 베푼 은혜를 보면 가히 성인(聖人)과도 같은 성품을 지닌 아이 아닌가?’
단, 검선이 비록 단순해도 만만한 인물인 건 아니었다.
“뭐 하느냐? 스승께 예를 올리지 않고?”
“네?”
“구배지례(九拜之禮) 모르느냐?”
“어… 삼배(三拜)가 아니고요?”
“비록 네가 무당에 적을 두지 않아도, 난 널 진산제자처럼 여길 거다. 그러니, 잠자코 구배를 올려라.”
‘구배라도 받아야겠다!’
검선은 속이 좁다.
비록 저 맹랑한 놈이 안 좋은 의도로 한 이야기들이 아니어도, 기분 나빴던 건 나쁜 거다.
‘망할. 내가 왜 저딴 놈한테 구배를. 반드시 호구로 삼아주마!’
위지천은 억지로 웃었고, 검선도 속으로 생각했다.
‘흥! 건방진 놈. 날 진심으로 존경하게 만들어주마!’
그렇게 동상이몽의 스승과 제자가 사제의 연을 맺었다.
이후, 위지천은 무당을 떠나 의선의가로 돌아왔고,
‘그런데 나 뭔가 잊고 있지 않나?’
고개를 갸웃했다.
* * *
한편, 그때.
무당의 뇌옥.
훤칠한 미남자가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공손헌이었다.
“…….”
공손헌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왜?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도마. 참으로 대단한 놈이야. 감히 이 공손헌에게 누명을 씌워? 하하.’
공손헌은 처음에는 대범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여유가 없어졌다.
‘도마, 이놈. 도대체 날 언제 꺼내주려고 하는 거지?’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칠 주야가 지나고, 공손헌은 드디어 깨달았다.
“크아아악! 감히 나를 이런 꼴로 만들고 잊어?! 용서하지 않겠다, 도마!!”
대천마신교의 네 번째 마공자 파혈검마 공손헌.
모두에게 잊히다!
* * *
위지천은 남양으로 금의환향했다.
아니, 금의환향이 맞나?
맞을 거다.
의선의가 모두가 이렇게 환호했으니까.
“믿고 있었습니다, 대사형!!”
“대사형이 무당의 은인? 대사형은 의선의가 그 자체인 몸. 그러니… 우리 의선의가도 무당의 은인?”
“우리가 누구?”
“지(地)급 의가? 그런 고루한 분류는 이제 가라! 우리는 대사형 보유 의가다!”
의가의 사문 관계는 무림 문파보다 훨씬 느슨한 게 보통이다.
무림 문파의 제자들은 문파와 운명을 같이하는 가족 이상의 관계이지만, 의가의 제자들은 고용주와 고용인의 계약 관계에 가까운 느낌인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각자의 사정에 따라, 그리고 의가의 흥망에 따라 제자들이 사문을 떠나는 건 흔한 일이었다.
의선의가는 달랐다.
역설적으로 일이 고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의선의가는 일이 고되다.
다른 의가와 비교도 할 수 없이 고되다. 수치로 따지면 최소한 열 배 이상이다.
과장이 아니다.
지급 의가 이상 되면 일반 백성 진료는 거의 보지 않는다. 형편이 되는 이들만 가려 받는다.
의선의가는 부자도, 고관대작도, 무림인도, 일반 민초도, 심지어 거지도 치료한다.
최근 급상승한 명성 덕분에 수많은 의원이 의선의가의 문을 두드렸다.
의선의가의 가주 위지선은 출신을 따지지 않고 의원들을 받아들였다.
위지천이 넌지시 걱정했지만, 위지선은 이렇게 답했다.
-어차피 알아서 걸러질 거다.
정확했다.
-의선의가는 미쳤어!
-이러다가는 나 죽어!
채 달포도 버티지 못하고 대부분의 의원이 도망가 버렸다.
그러면 어떤 이가 남았나?
정상이 아닌 이들만 남았다.
-나 같은 놈도 받아주다니?
갈 곳 없는 의원이나.
-천하 만민을 위하는 의선의가의 대의(大義)…! 이 몸이 함께하겠습니다!
제정신이 아닌, 열혈 의원이거나.
-반드시 버텨서 의선의가의 성공을 함께 누리고 말겠다!
쭉정이 욕심쟁이가 아닌, 진짜배기 탐욕을 지닌 야망가(?)이거나.
위지선은 이렇게 남은 이들에게 온 마음을 다해 잘해주었다.
아무리 괴짜(?)들이라도 한계는 있는 법이니까.
도망가지 못하게 금전적인 면을 비롯해 최선의 대접을 해주었다.
덕분에 남은 이들의 의선의가를 향한 충성심은 하늘을 찔렀고, 의선의가의 경사를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단, 모두가 기뻐한 건 아니다.
“…….”
“…형님?”
“네 잘못을 네가 알겠다?”
위지강은 원래도 도도한 얼굴을 더욱더 차갑게 했다.
위지천은 찔끔 두려움에 질렸다.
‘위기…! 잔소리 대폭발 직전이야!’
위지천이 태검진인이 폭주할 당시 검을 마주한 것 때문에 저러는 거다.
위지천 본인도 위험하다고 느꼈는데, 소식을 들은 가족들은 얼마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겠는가?
“하. 의선혜검이라고? 그렇게 망둥이처럼 날뛰다가 죽고 싶으면… 어쩌고저쩌고….”
“그게, 형님. 제가 이미 상아 누님과 단여 사매한테 많이 혼났는데요. 충분히 반성하고 있으니….”
“어쩌고저쩌고….”
바위조차 썰어버릴 것만 같은 차가운 눈빛으로 잔소리 폭탄을 퍼부으니 정신이 혼미해질 것 같았다.
평소라면 위지천을 감싸줄 위지상아도 한번 당해보라는 듯이 흥, 하고 외면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강아, 잔소리는 그만하여라.”
“하지만, 아버지!”
“천이도 고생하고 오지 않았느냐? 위험한 짓을 하긴 했지만, 커다란 공도 세우고. 어쨌든 무사히 다녀와서 다행이다, 천아.”
위지천은 감동했다.
괜히 위지선이 하늘에서 내려온 신선이라 불리는 게 아니었다.
‘역시 아버지밖에 없….’
라고 생각하려는 순간이었다.
“이번에 네가 세운 공 덕분에 의선의가가 큰 득을 보았다. 가주로서 그냥 넘어갈 수 없는바. 네게 상을 내리겠다.”
“…아버지?”
위지천은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올렸다.
위지선이 신선이라 불리는 건 그럴싸한 외양 덕분일 뿐, 실제로는 무척이나 좀생이라는 것을.
“아니, 상 같은 건 필요 없는…?”
슬금슬금 도망치려고 했지만.
“위지천, 널 특별히 활의각 임시 부각주로 임명하겠다!”
“아니, 어떻게 그런 심한 벌을?!”
“어허, 벌이 아니라, 상이다. 임시이긴 하지만, 네 나이에 벌써 부각주면 파격 승진이다!”
“벌이잖아요!”
위지천이 반항하는 이유.
활의각의 각주가 위지강이었기 때문이다.
즉, 위지선은 위지천보고 위지강과 하루 종일 붙어 다니게 하는 벌을 내린 거다!
“이놈 이리 와라.”
“아니, 형님?”
“어쩌고저쩌고. 저쩌고어쩌고.”
위지천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가족들의 사랑이 좋긴 하지만.
‘다들 과보호가 너무 심해!’
* * *
그런데, 위지선이 위지천을 활의각 부각주로 임명한 건, 예상하지 못한 절묘한 묘수가 되었다.
근방에 대규모 역병이 돌기 시작한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