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35)
의선명가 천재막내 136화(136/138)
제136화
중원인들에게 역병, 그러니까, 전염병은 낯선 게 아니다.
더울 때는 더워서 습열병(濕熱病)이, 서늘할 때는 서늘해서 온병(溫病)이, 추울 때는 추워서 한역(寒疫)이.
그 외 마진, 곽란, 마마 등등.
잊을 만하면 온갖 전염병이 중원인들을 덮쳤다.
단, 낯설지 않다고 익숙하다는 건 아니다.
소중한 이를 잃는 아픔은 아무리 겪어도 익숙해질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벌써 한역이 돌다니. 힘든 겨울이 되겠구나.”
위지무가 무겁게 말했다.
한역은 겨울에 한사(寒邪)가 몸에 침입해 열과 오한이 생기는 역병이다.
겨울마다 빠짐없이 찾아오는 역병이며 아주 독한 병은 아니다.
한역의 무서움은 그 광범위함과 규모에 있다.
한번 한역이 돌면 거의 모든 인구가 한역을 앓게 된다.
원체 많은 이가 걸리니, 독하지 않은 병이어도 적지 않은 사망자가 생긴다.
“특히 올해는 작황도 좋지 않았던 터라, 더 걱정되는구나.”
한역의 피해는 두 가지로 결정된다.
첫째는 한역 자체의 독성.
평소보다 이른 시기에 한역이 돌기 시작하면, 그만큼 강력한 독성을 지니는 경우가 많았다.
둘째는 그해 작황이었다.
‘한역의 예후는 환자의 몸이 얼마나 강인하냐에 따라 달라지니까.’
위지천이 속으로 생각했다.
한역으로 인한 사망자는 대다수 노인과 어린이다.
그중에서도 가난한 이들에게 집중된다.
평소 굶주려 병을 이겨낼 기운이 없는 탓이다.
“약재 수급은 괜찮을까요?”
“마황(馬黃)이나 계지(桂枝), 작약(芍藥) 모두 구하기 어려운 약재는 아니니, 문제는 없을 거다.”
“수급의 문제보다 가문의 재정이….”
위지천이 말끝을 흐렸다.
일 년 전의 의선의가가 아니다.
의가의 규모가 커진 만큼, 보는 환자도 늘었다.
약재도 이전과 비교도 안 되는 규모로 구해야만 했다.
문제는 한역의 특성상 앞서 말했듯 가난한 이들일수록 더욱 심각한 환자가 많다는 거다.
이런 이들이 제대로 치료비를 낼 수 있을 리가 없다.
‘다행히 마황, 계지 등등이 비싼 약재는 아니긴 한데.’
수가 많아지면 가문 재정에 부담이 안 될 수가 없었다.
안 그래도 한역이 도는 겨울마다 위지선과 위지무는 피 터지게 싸우고는 했다.
‘솔직히 아깝긴 해.’
위지천은 딱히 숭고한 성인이 아니다.
의술로 천하 만민을 구제하라는 의선의가의 신념에도 시큰둥했다.
그저 의선의가에 힘이 필요하니, 민초들의 지지를 이용하려는 것일 뿐이다.
막상 큰 손해를 볼 것 같으니 속이 쓰렸다.
그런데, 위지무가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
위지천의 머리에 덥석 손을 올리더니, 머리를 헝클어트린 거다.
“천이, 이 이쁜 놈!”
“네?”
“돈 걱정은 하지 말아라. 네 덕분에 이번 겨울을 앞두고 기부금이 쏟아졌으니.”
의선의가가 구민에 힘쓰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무당부터 시작해서, 영친왕부, 사검회, 제갈세가 등등.
온갖 곳에서 환자를 살리는 일에 써달라며 기부금을 투척했다.
모두 위지천 덕분이다.
“이 정도 기부금이면 올겨울을 버티고도 남을 테니, 너는 환자 치료하는 것에나 집중해라. 약재는 내가 책임지고 부족하지 않게 할 테니.”
“제가 없어도 괜찮으시겠어요?”
“크크, 내가 누구냐? 대의선의가의 외총관 나리 아니냐? 어딜 가도 깍듯이 대접받으니 걱정하지 말아라. 이것도 다 네 덕분이다.”
의선의가의 위상이 천지개벽했듯이 위지무의 위상도 이전과 천양지차로 올라갔다.
위지무는 이 근방 의업계의 절대적인 갑으로서 행복한 외총관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이게 모두 위지천 덕분인 것을 잘 아는지라, 위지무가 위지천을 보는 눈은 항상 꿀이 뚝뚝 흘렀다.
‘안 그래도 나도 환자 진료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는 있었으니.’
의술 공부 때문은 아니었다.
무공 때문이었다.
‘활생심공의 성취를 올려야 해.’
얼마 전, 태검진인과 검을 나눈 후 위지천은 극심한 무력감을 느꼈다.
더 강해져야 했다.
특히 정도 무공이 강해져야 할 필요를 느꼈다.
문제는 이전에 한 번 걸었던 길을 되밟는 마공과 다르게, 정도 무공은 아무리 위지천이라도 빠르게 향상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아니, 내가 마인으로서 경지에 올랐기에 오히려 정도 무공을 익히기 더 어려운 감도 있어. 마공 쪽으로 무학적 사상이 굳어진 상태이니까.’
검술만 해도 그러하다.
검술은 단순히 손으로 검을 휘둘러 상대를 베는 무술이 아니다.
경지가 깊어질수록 마음의 공부가 중요해진다.
정도 검술과 마도 검술은 그런 면에서 완전히 접근이 달랐다.
물론, 만류귀종이라 과거 원체 높은 경지에 이르렀기에, 정도 무공도 쑥쑥 빠른 속도로 공부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긴 하지만, 조바심이 났다.
‘활생심공의 성취를 높여야만 해.’
활생심공은 단순한 축기공이 아니다.
위지천은 활생심공이 천마신교의 천마심공에 못하지 않은 절세의 신공임을 확신했다.
문제는 현재 위지천은 아직도 활생심공의 일단계인 활인지도(活人之道)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솔직히 일단계조차 제대로 도달했다고 보기 어려웠다.
활인지도(活人之道).
사람을 살리는 길.
위지천은 그게 무엇인지 아직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무학적 깨달음이 아닌, 의원으로서의 공부이니 어려워.’
때려치울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고개를 저었다.
위지천은 그저 그런 절대 고수가 되고자 하는 게 아니다.
누구도 범접하지 못하는 천하제일인이 되는 게 목표다.
활생심공이 아닌, 다른 무공으로 가능할까?
위지천이 정말로 사람들이 칭송하는 것처럼 하늘이 내린 기재라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위지천은 스스로가 그런 대단한 존재가 아님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
‘최선을 다해 환자를 보다 보면 활생심공도 성취를 얻을 수 있을 거야.’
그런 의도로 환자 치료에 열중했다.
“대사형, 오늘 몇 명째 보는 거야?”
“몰라. 힘든 티도 전혀 내지 않고, 내내 친절하고 웃는 낯이야!”
“대사형, 조금 쉬십시오! 잠도 거의 안 주무시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위지천은 태연히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하나도 안 힘들어요.”
‘무림맹 놈들에게 칠 주야를 넘게 쫓기며 잠도 못 자던 때에 비하면, 이런 거야 힘든 것도 아니지.’
물론, 이건 위지천 기준이고, 주변 이들은 기가 질렸다.
심지어 위지천은 환자만 많이 보는 게 아니었다.
단순히 병을 치료하는 걸 넘어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마음을 담으려고 했다.
‘그저 기계적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것만으로는 활생심공의 성취를 얻을 수 없을 거야.’
의도가 있는 친절이었지만, 모두가 감탄했다.
“대사형, 오늘 몇 명을 감동으로 울리는 거야?!”
“방금 전에도 환자 부모가 대사형의 따뜻한 위로에 울음을 터트렸어!”
“저 정도로 환자를 위하는 것도 광기야! 대사형이 무서워…!”
“괜히 의선삼흉(醫仙三凶)의 최고봉인 게 아니야!!”
“대사형이 저러니까, 단여 사저도 더욱 흉포해졌어!! 대사형에게 안 지려고, 잠을 안 자고 있어!”
“저, 저희는 살려주세요! 저희도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대사형 따라 하다가 다 죽어!!”
참고로, 의선의가의 의원 중 이번 역병 사태 때 가장 눈부신 활약을 하는 건, 의선삼흉인 위지천, 단여, 위지상아였다.
위지상아는 단약각에서 끝없이 필요한 약을 제조하고 있었다.
활의각 각주인 위지강은 뭐 하고 있느냐고?
“쿨럭, 쿨럭! 이놈! 그렇게 무리하면 안 된…!!”
“…….”
…역시 달빛 아래가 어울리는 병약 미남.
환자 치료 중 되레 한역이 옮아 앓아누운 상태였다.
그렇게 위지천이 유독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을 때였다.
한역이 돌기 시작하고 몇 주 뒤.
본격적인 겨울이 다가오기 시작할 때, 위지천은 의선의가의 뒷마당을 걷고 있었다.
-그만 좀 쉬고 오십시오!
결국, 보다 못한 모두가 위지천을 활의각에서 쫓아낸 거다.
‘음. 괜찮은데. 그래도 잠깐 쉬는 게 나으려나.’
환자 치료에 전념한 덕인지 활생심공은 성취가 조금 있었다.
아직 ‘환자를 살리는 길’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숙부가 언제 돌아왔지? 왜 기별도 없이 돌아오셨지?’
위지천은 고개를 갸웃했다.
위지무가 안색을 딱딱하게 굳힌 채 위지선의 집무실로 들어가고 있었다.
꺼림칙한 느낌에 위지천은 기척을 죽이고 근처로 가 둘의 대화를 엿들었다.
“마황 가격이 그렇게 올라? 평년의 다섯 배라고?”
“구하지 못할 금액은 아닙니다. 다만, 가문 재정에 큰 타격이 있을 겁니다.”
위지천은 인상을 찌푸렸다.
‘왜 갑자기?’
마황은 귀한 약재가 아니다.
쉽게 구할 수 있고, 가격도 싸 가난한 이들의 한역 치료를 할 때 주로 쓴다.
‘마황이 없어도 한역 치료를 못 하는 건 아니지만.’
가난한 이들에게는 마황탕.
적당히 사정이 되는 이들에게는 계지탕.
부잣집 환자들에게는 소청룡탕.
이런 식으로 구분하여 처방한다.
만약, 마황을 구하지 못하면, 가난한 이들에게도 계지탕 등을 처방해야 하는데, 그건 아무리 의선의가라도 감당할 수 없었다.
“하남은 마황이 자라지 않아서, 주로 섬서, 하북에서 들여오는데, 듣자 하니 섬서 쪽 초마황(草馬黃) 밭에 커다란 불이 났다고 합니다. 하북 쪽은 이미 자기들 수요를 맞추는 것도 벅차다고 하고요.”
“끄응.”
“어떻게 합니까? 무리해서라도 마황을 매입합니까? 미리 구하지 않으면, 앞으로 가격이 더 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위지선이 뜻밖의 대답을 하였다.
“…그냥 마황탕에 마황을 뺄까?”
“형님?”
“아니면, 마황을 오분지 일만 넣든지.”
“그게 무슨 마황탕입니까?!”
위지무가 깜짝 놀라며 외쳤고, 위지천도 화들짝 놀랐다.
아버지가 저런 이야기를?
“마황 가격이 뛴 게 우리 탓은 아니지 않냐?”
“아니, 그렇긴 하지만,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예전에 내가 그렇게나 가난한 환자들에게 적선하는 건 관두라고 할 때는 들은 척도 안 하시던 분이? 가문이 커지니 욕심이라도 생겼습니까?”
“욕심이 아니라, 천이에게 미안해서 그런다.”
“!!”
“우리 가문이 이렇게 번영하게 된 게 누구 때문이냐? 다 천이 때문이 아니냐? 이 커다란 장원도, 질 좋은 의복도, 모두 천이 덕분이다.”
위지선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전에는 사실 별생각이 없었다. 원래도 의선의가는 가난하게 살았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지 않냐? 천이가 어떤 고생을 해가며 의선의가를 이렇게 만들었는데? 아비가 되어서 아들에게 금은보화를 물려주지는 못할망정, 아들의 등골을 빼먹고 싶지는 않구나. 그게 아무리 대의를 위해서라고 해도.”
거기까지 들은 위지천이 벌컥 안으로 들어갔다.
“천아?”
“전 신경 안 써도 돼요, 아버지.”
“하지만, 이놈아! 마황을 저 가격으로 매입하면 얼마나 큰 손실이 날지 아느냐?! 기껏 흑자를 보나 했는데, 올해도 적자 마감일 거다!”
“…제게 미안한 게 아니라, 그냥 돈이 아까우셨던 건 아니죠?”
“그건… 크흠. 나도 사람인데, 당연히 돈이 아까울 수도 있지!”
위지천은 잠시 짜게 식은 눈으로 아버지를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섬서의 마황 가격이 뛴 것에는 어떤 식으로든 섬서의가의 입김이 있었을 거예요.”
“섬서의가가? 그러면 큰일 난 것 아니냐?”
“괜찮아요. 섬서의가의 개입은 오히려 의선의가에 득이 되면 득이 되었지, 나쁜 일은 아니니까요.”
위지선과 위지무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위지천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오히려 전 이번 일이 의선의가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돼요. 큰돈을 벌 수 있는.”
“…무슨 말이냐? 바가지를 쓰게 생겼는데, 돈을 벌 기회라니?”
“두 분께서는 의가가 어떻게 해야지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부자 환자를 진료해야지 않느냐?”
“그건 평범한 지급 의가 수준일 때나 해당하는 이야기고, 의가의 덩치가 커지면, 환자 진료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장사를 해야 해요.”
“장사? 의가가?”
“정확히 말하면 사업이죠. 의업 사업.”
위지천은 말을 이었다.
“안 그래도 제가 남몰래 뒤에서 진행하는 사업이 있었는데, 섬서의가가 우리 의선의가의 사업을 도와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