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36)
의선명가 천재막내 137화(137/138)
제137화
성급 의가와 지급 의가는 여러모로 비교가 불가하다.
영향을 끼치는 영역, 위세 등등.
가장 눈에 보이는 차이는 규모이다.
지급 의가가 잘나가는 ‘의원(醫院)’이라면, 성급 의가는 하나의 ‘세력’에 가깝다.
의검대의 규모만 봐도 어지간한 무림 방파에 못하지 않다.
섬서의가가 괜히 과거 궁궐터인 대명궁 자리에 위치한 게 아니다.
딸린 식솔이 많아 그만큼 널찍한 터가 필요한 거다.
‘단순히 환자 치료 수익만으로는 그만한 규모를 유지하지 못해. 성급 의가의 가장 큰 수익원은 의업 사업이야.’
의업과 관련한 사업이라니?
의아할 수도 있지만, 의업과 관련한 사업은 무궁무진하다.
성급 의가, 특히 일성(一星) 의가쯤 되면 해당 성(省)의 의업계를 완전히 장악하니, 온갖 방식으로 돈을 벌 수 있다.
‘오죽하면, 성급 의가에 있어서 환자 진료는 그저 의업계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란 이야기도 있을 정도이니까.’
“섬서의가의 수작이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니? 아니, 그걸 떠나 섬서의가가 개입한 건 확실한 거냐?”
“네, 확실할 거예요. 아무리 대규모 초마황 밭에서 불이 났다고 해도, 초마탑이 한 군데도 아닌데, 섬서의가의 의도가 아니라면, 마황 가격이 그렇게 뛰는 건 불가해요.”
“그런데 한역이 유행하는 중에 마황 가격이 이렇게 뛰면 섬서의가도 손해… 아니, 손해는 우리만 보겠구나.”
“네, 섬서의가는 가난한 환자는 상대하지 않으니까요. 우리를 노리고 그런 수작을 부린 게 분명해요.”
“하… 천벌 받을.”
위지선은 분노한 얼굴을 했다.
마황 가격이 오르면 결국 가장 피해를 입는 건, 가난한 백성들이다.
치료만 받으면 살 수 있었던 이들이 헛되이 무수하게 죽게 될 거다.
즉, 섬서의가는 고작 의선의가를 견제한답시고 수많은 이가 죽는 걸 아랑곳하지 않고 이런 짓거리를 벌인 거다.
‘혈교, 마교, 사파 놈들을 욕할 게 아니야. 의업계의 마귀들이 훨씬 추악해.’
심지어 의업계의 마귀들은 사마외도보다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도 어떤 처벌도, 비난도 받지 않고 떵떵거리며 호의호식하며 살아간다.
괜히 영친왕이 의업계의 현실을 개탄하며 개혁을 바라는 게 아니다.
‘냉혹한 이야기지만, 이런 의업계의 현실이 우리 의선의가에 나쁘진 않아.’
몇몇 이들이 위지천보고 의술로 천하 만민을 구제할 의성(醫聖)이 될 재목이다, 라고 했지만, 불행히도 그건 아니었다.
위지천은 성인(聖人)이 아니다.
엄밀히 말해 착하지도 않다.
위지천에게는 얼굴 모르는 남들을 향한 안타까움과 염려의 마음이 없다.
위지천이 신경 쓰고 위하는 건 오로지 가족들뿐이다.
의업계의 추악한 현실도 의선의가를 위해 이용할 대상일 뿐이었다.
“일단, 숙부께서는 손해를 보더라도 마황을 매입해 주세요. 마황을 섬서성에서 독점 생산하는 것도 아니니, 섬서의가도 마황 가격을 마냥 올릴 수는 없을 거예요. 의선의가에서 어떻게든 감당할 수 있을 거예요.”
“아니, 천아? 그러면 손해를 얼마나 많이 봐야 하는데? 올해 번 돈이 다 날아갈 거다!”
역시 위지선.
(누구보다 환자를 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누구보다 속물답게 펄쩍 뛰며 반발했다.
“괜찮아요. 다 투자가 될 테니까요.”
“투자?”
“네, 우리 의선의가가 손해를 감수하며 백성들을 치료하면 강호 모두가 우리 의선의가를 어떻게 볼까요?”
“…칭송하겠지. 그런 칭송이야 이전에도 많이 받았던 것 아니냐? 무슨 의미가 있다고?”
“이전과는 다르죠. 이제 우리 의선의가는 과거의 작은 의가가 아니니까.”
의선의가가 백성들을 구제하는 건 동네 조그만 향(鄕)급 의가 때부터 하던 일이다.
그때와 다른 건 의선의가의 규모와 명성이었다.
강호의 모두가 의선의가를 주목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손해를 감수하며 백성들을 위한다?
-의선의가는 정말 선인들의 가문인가!
역병이 돌면, 진료비를 껑충 올리는 게 의가들의 일반적인 행태다.
평시의 열 배가 넘는 진료비를 받는 곳도 흔하다.
역병이 돌면 의가는 잔치를 벌인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
진료비를 올리지만 않아도 칭송받는 판에, 손해까지 보며 환자를 치료한다?
의선의가의 명성이 중원 전역에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질 거다.
“그래서? 그런 칭송을 받는다고 돈이 되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
위지선이 시큰둥하게 반문했다.
위지선은 의외로 염세적인 성격이었다.
일평생 착한 일을 하며 살았지만, 딱히 그걸로 보상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칭송? 이전에도 많이 받아봤다.
하지만, 그게 밥 먹여주나?
“아버지, 우리 의선의가가 착한 일을 하고도 득을 보지 못한 건, 약했기 때문이에요.”
“무슨 말이냐?”
“지금껏 의선의가는 사람들의 칭송을 이용할 힘이 없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이용하기에 따라서 사람들의 칭송, 그러니까, 명성은 의가의 힘이 되고, 돈이 될 수 있어요. 단적인 예를 들면 앞으로 의선의가가 하는 일을 누가 감히 비난할 수 있겠어요?”
“!!”
비난 방지권이라는 게 있다.
강호를 위해 커다란 업적을 세운 대협은 아주 심각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한 무슨 일을 해도 비난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뿐이 아니다.
“우리 의선의가가 무언가 사업을 진행해도 모두 호의를 가지고 바라봐줄 거예요. 예를 들면, 상약(商藥) 같은 것을 출시해도요.”
“…너, 설마?”
위지천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금껏 자신이 진행하던 ‘사업’에 대해 말했다.
“이번 일을 기회 삼아 단약 사업을 시작해볼까 해요.”
* * *
의업 사업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대표적으로는 약초 공급 사업, 의료 도구를 공급하는 의술 용품 사업 등이 있다.
그 외에 먼 곳에서 몰려든 환자들에게 여러 편의를 제공하는 사업, 의원이 되고자 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업, 의가의 뛰어남을 홍보하는 사업 등등.
원체 많은 돈이 몰려드는 의업계이다 보니, 관련한 사업이 수도 없이 많았다.
그중 가장 최고봉은 바로 ‘단약 사업’이었다.
쉽게 말해 약을 만들어 파는 사업이다.
“단약 사업? 하지만, 그건?”
위지선과 위지무가 당황한 반응을 보였다.
“아직 우리 의선의가 체급으로는 쉽지 않죠. 최소 성급 의가는 되어야 간신히 참여 가능한 분야이니까요.”
단약 사업은 의업계에서 가장 많은 돈이 오가는 분야다.
많이들 오해하는 게 의가마다 각자만의 비방이 따로 있는 건 아니란 거다.
의가마다, 의원마다 제각각 다른 처방을 하는 건, 과거의 일이다.
의술이 많이 발전한 지금은 모든 의가가 어느 정도 정형화한 치료법을 쓴다.
물론, 병인, 병증, 환자의 체질 등을 어떻게 해석하냐에 따라 어떤 치료법을 쓸지 달라지니, 의원마다 실력 차이는 천차만별이긴 하다.
어쨌든 이런 정형화한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있었다.
바로 완성된 형태로 파는 상약(常藥)이었다.
일반 가정 등에서 상비하며 쉽게 쓸 수 있는 의미로 상약이라고 부른다.
대표적으로는 무사들이 휴대하면서 쓰는 금창약, 곽란 때 비상으로 쓰는 정로환, 몸이 허할 때 쓰는 공진단 등등이 있다.
이런 약들은 비단 일반인들뿐 아니라, 의가에서도 구매해서 환자에게 쓰고는 한다.
최근에는 온갖 종류의 약들을 상약의 형태로 만들어 의가와 민간에 판매하고 있었다.
‘제대로 된 상약 하나만 개발해도 의가의 서열이 뒤바뀔 정도이니까.’
참고로, 이 단약 사업 분야의 일인자는 백선의가가 아니다. 백선의가는 이인자였다.
사천당가가 일인자였다.
그것도 독보적인.
사천당가가 이 분야에서 얼마나 뛰어나냐면, 상약 판매 수익으로 천하제일 갑부의 자리에 올랐을 정도다.
중원에 즐비한 수많은 거상을 제치고, 의가가 천하제일 갑부가 된 거다.
단약 사업이 얼마나 커다란 돈이 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천당가는 오신의(五神醫) 중 하나인 독의(毒醫)의 출신 가문이기도 하니까. 지금은 모종의 이유로 연을 끊었다지만.’
“상아 누님이 한 단약 연구 중 상약으로 크게 대박 날 게 있어요.”
“아니, 그런 게 중요한 것이 아니지 않느냐? 우리가 아무리 대단한 상약을 개발해도 의련에서 허가를 내주겠느냐?”
일반 의가들이 단약 사업에 참여 못 하는 건 의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상약을 정식으로 판매하려면 의련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상약이 유통되어 환자가 피해 보는 걸 막기 위해서라는 의도였지만, 작금에 와서는 새로운 의가가 상약 사업에 진입하는 걸 막는 수단으로 변질하였다.
상약 판매 허가를 위해서는 막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그들만의 울타리 안에 들어가야만 했다.
“그러니까 섬서의가의 도움이 필요해요.”
“??”
그때였다.
장복이 다급한 얼굴로 뛰어왔다.
“큰일입니다요! 섬서의가에서 손님이 왔습니다요!!”
“!!”
나타난 인물을 보고 다들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고작 사절 따위로 올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의선의가의 가주 위지선이 천하에 이름 높은 침봉신의(針峰神醫) 진양천 선생을 뵙습니다.”
무려 십봉의 일좌였다!
섬서의 또 다른 성급 의가인 한중의가의 가주인.
하지만, 진양천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 그런 이야기는 하지 마시오. 난 이제 일개 범부일 뿐이니. 이 손가락을 보시오. 난 다시는 침을 쥐지 않기로 했소.”
진양천이 으스러진 손가락을 내보이자, 의선의가의 이들 모두 입을 우뚝 다물었다.
“내가 무슨 이유로 왔는지 알 것이오. 한때 의선의가의 의기(義氣)를 흠모했던 몸으로 간곡히 말하외다. 더는 과욕을 부리지 마시오. 여기서 멈추면 나처럼 비참한 꼴이 되지는 않을 것이오.”
진양천은 이번엔 위지천을 보았다.
“네가 남양소선이냐?”
“네, 선생님.”
“네 이름은 많이 들었다. 의업계의 선배로서 참으로 기특하구나. 널 비호하는 강호의 세력이 많음은 안다. 하지만, 그들을 믿고 오만하게 굴면 안 된다.”
진양천은 두려운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더니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섬서의가의 뒤에는 사천당가가 있다.”
“!!”
이건 위지천도 몰랐던 사실이다.
“잘 생각해봐라. 욕심만 버리면, 섬서의가의 밑에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다. 괜히 우리 한중의가처럼 비참한 처지가 되는 것보다는.”
진양천이 떠난 후,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생각지도 않은 이름이 등장해서다.
“…사천당가라니?”
“더 좋은데요?”
“…천아?”
위지선, 위지무 등은 모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사천당가는 단약 사업 분야의 일인자예요. 사천당가의 인정만 받으면, 의련에서도 저희 상약의 판매 허가를 거부하지 못할 거예요.”
“아니, 그게 무슨 말이냐? 사천당가가 우리의 적이 될 판이라니까?”
“그거야 하기 나름이죠. 제게 방법이 있어요.”
위지천은 대문을 벗어나 발걸음을 옮겼다.
근처 남양 중앙로, 개방 거지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마침 목적하는 인물이 있었다.
“호오? 무슨 일이냐, 꼬마야?”
“가문에 복수하고 싶지 않으세요?”
“…뭐? 갑자기 보신탕 밥그릇 엎어지는 소리를?”
“제가 당가에 엿 먹이는 걸 도와 드릴게요.”
“!!”
꾀죄죄한 옷차림으로도 감추지 못하는 기품 있는 미모.
오룡사봉의 일인이자, 개방의 후개.
동시에 사천당가에서 쫓겨난 비운의 인물, 당혜가 위지천의 말에 눈을 크게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