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42)
의선명가 천재막내 142화(142/174)
제142화
젊은 여인이었다.
기껏해야 이십 대 중반?
그런데, 완숙한 절정의 기세가 느껴졌다.
놀라운 이야기.
당장 눈앞에서 옥신각신하는 청성, 점창의 제자들도 다 일류나 이류의 경지였다.
지금 등장한 여인이 기재(奇才)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존재라는 뜻.
하지만, 위지천은 다른 이유로 놀랐다.
아는 얼굴의 여인이었기 때문이다.
‘…형수님?’
누군가 들었으면 입을 떠억 벌렸을 생각.
위지천은 헛생각을 한 게 아니었다.
저 여인은 수많은 별명을 가지고 있었지만, 위지천에게는 ‘형수님’이란 칭호가 가장 어울렸다.
“당 소저, 안 그래도 찾아가 인사드리려던 참이었는데. 여독이 심하실 것 같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배가 많이 흔들리던데, 불편하진 않으셨는지요?”
“샌님은 비켜라. 느끼해서 토할 것 같다. 하하, 오늘따라 날씨가 좋소이다! 이 점창의 오맹과 장강의 물결이나 구경하지 않으시겠소?”
서로 경쟁하듯 여인의 환심을 사려는 듯한 태도.
여인의 정체를 알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독화(毒花) 당화.
현 당가의 가주인 독왕(毒王)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금지옥엽이자, 당가의 소가주였다!
또한, 사천의 숱한 젊은 남자 무인들에게 상사병을 안겨준 여인이기도 했다.
참고로, 별호도 화(花)고, 이름도 화(花)였다.
‘이번 당가에서 내 계획의 목표 대상이야.’
그런데, 위지천은 왜 속으로 독화를 보고 ‘형수님’이라고 했나?
‘성격이야 어쨌든 형수님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었으니.’
이전 삶 때도 의선의가는 나름대로 강호에 명성을 떨쳤다.
생각해보면 의아한 이야기.
당시 의선의가는 지(地)급 의가였다.
지금 같은 위세 높은 지급 의가가 아니었다.
백선의가의 입김이 아니었다면 계속 향(鄕)급 의가에 머물렀을, 그저 그런 지급 의가였다.
그럼에도 강호의 주목을 받았다.
위지강, 위지상아 때문이었다.
낭중지추라, 몇몇 일이 계기가 되어 둘은 의선쌍룡(醫仙雙龍)이라 불리며 젊은 천하 명의로 명성을 떨쳤다.
덕분에 위지강은 여러 무림 여인들의 흠모를 받았는데, 독화는 그중 하나였다.
‘형님의 잔소리를 듣고도 콩깍지가 벗겨지지 않은 몇 안 되는 여인이었지.’
서로 잘 되진 않았다.
성격 문제 때문이다.
‘음. 독화의 별명이 괜히 독갈인 게 아니니까.’
광봉 당혜와의 일화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독화는 딱히 좋은 인물은 아니었다.
선과 악을 구분하면, 선보다는 악에 가까운 인물일 수도 있었다.
괜히 사천당가의 소가주가 된 게 아니니까. 사천당가의 표본 같은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우리 의선의가에는 잘 해줬어. 마지막에 의선의가가 누명을 덮어썼을 때는 의선의가 편에서 항변도 해줬을 정도로.’
원래 인간은 복잡한 존재다.
천하의 악인도 주변 이들에게는 나쁘지 않은 존재일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그 사람이 저지른 잘못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지만.
‘내 입장에서는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존재란 말이지.’
단순히 당가를 협력자로 만드는 게 목적이면 독화와 엮일 이유는 없었다.
당가의 다른 이를 통해서도 가능했으니까. 오히려 그쪽이 더 깔끔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위지천이 독화를 ‘목표’로 삼은 건, 이전 삶의 인연 때문이었다.
어쨌든.
“사천당가의 당 소저시군요. 명성 많이 들었어요.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에요. 의선의가의 위지천이라고 해요.”
“위지강이오.”
“…용호다.”
당화는 쓰윽 위지천 일행을 보았다.
관심 없다는 눈빛.
의선의가가 아무리 명성을 떨쳐도 당가에 비할 바는 아니니, 당연했다.
위지강을 보는 눈빛도 무심하기 그지없었다.
살짝 이채를 띠긴 했지만, 그뿐.
금방 관심을 거두었다.
‘독화는 다른 여인들과 다르게 형님의 외모를 보고 반하게 된 게 아니니까.’
오히려 당화가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인 건, 위지천이었다.
“소협이 의선혜검인가요? 검선의 제자가 되었다는?”
“네, 부족하지만, 가르침을 받게 되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대단하군요. 언제 기회가 되면 당가에 들러주세요. 당가는 재능 있는 무인의 방문을 환영하니까요.”
당화는 활짝 웃으며 호의 섞인 말을 건넸다.
‘하여튼. 괜히 전갈이 아니라니까.’
독화가 독갈이라 불리는 건, 패악을 부려서가 아니다.
애초에 사천당가 같은 마굴에서 철부지처럼 굴면서 소가주가 될 수 있을 리가.
다소 냉랭할 뿐,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흠잡을 게 전혀 없었다.
독화가 독갈인 건, 꽃 같은 외양과 다르게 속에 전갈 같은 흉험함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의원’ 위지천은 별 볼 일 없지만, ‘검선의 제자’ 위지천은 이용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 손을 내미는 거다.
‘저렇게 계산적이고, 피도 눈물도 없으면서, 막상 마음을 준 이에게는 순정파라는 게 참.’
위지천은 속으로 혀를 차고는 말했다.
“말씀 감사해요. 안 그래도 의원으로서 천(天)급 의가인 사천당가에 방문하고 싶다고 소원하고 있었거든요.”
위지천은 일부러 ‘의원’으로서의 방문을 강조했고, 독화는 웃어 보였다.
거절이었다.
의원으로서는 딱히 상대하고 싶지 않다는 뜻.
“아쉽지만, 의당(醫黨) 쪽은 요즘 바빠서 소협을 환대하기가 어려울 것 같군요. 대신, 우리 당문이 검술에 조예는 깊지 않지만, 소협과 무를 교류할 이가 적지 않으니, 생각이 바뀌면 언제든 방문해 주세요.”
당화는 끝까지 웃는 낯으로 의원으로서는 관심 없다는 걸 전했고, 등을 돌렸다.
‘뭐, 당장은 안면을 튼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그런데, 돌발 사태가 벌어졌다.
“우측 상과(上顆)에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치료가 필요하지 않소?”
“!!”
위지강이었다!
상과는 팔꿈치 쪽의 뼈를 뜻한다.
독화의 얼굴이 굳었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본인이 잘 알고 있지 않소? 움직임이 많이 불편할 것 같은데? 관절 움직임을 볼 때 외상은 아닌 것 같고, 인위적으로 외부의 사기(邪氣)가 침입한 것 같군.”
최대한 티를 내지 않았음에도 단번에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모습에 독화는 살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의선의가의 이름이 요즘 괜히 시끌벅적한 게 아니었구나.’
그녀는 사천당가 계파 중 독류(毒流)다.
독류의 정수를 이어받을 계승자라고 할 수 있다.
독류의 궁극적인 목표는 독인(毒人)이 되는 것.
쉬운 일이 아니다.
온갖 끔찍한 수련을 감내해야 했다.
그중 전신에 독침을 맞는 수련법이 있는데, 문제가 생겼다.
위지강이 말한 오른쪽 상과에 독기가 침범한 거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미 약으로 다스리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위지강이 눈썹을 꿈틀했고, 위지천은 아차, 했다.
‘형님, 발작 단추 눌렸다!’
위지강이 절대 못 넘어가는 것.
환자가 잘못된 치료법을 고집하는 것이다.
평소라면 일장 연설을 했겠지만, 성대가 안 좋아 이렇게만 이야기했다.
“의원이라면, 골수에 침입한 사기는 약으로 다스릴 수 없음을 모르지 않을 텐데?”
“!!”
“의도술로 긁어내지 않는 한, 뼈의 사기는 쉽사리 없어지지 않으니, 의도술을 받으시오. 그대로 두면 결국 팔꿈치에 장애가 남는 건 물론, 사기가 전신에 퍼지게 될 거요.”
독화는 불쾌한 마음이 들었다.
당연히 그녀도 아는 이야기다.
하지만, 의도술을 왜 안 받고 있겠는가?
‘의도술을 받았다가 후유증이라도 남으면 난 끝장이야.’
팔꿈치는 복잡한 관절이다.
노련한 의도 명의가 집도해도 적지 않은 확률로 후유증이 남는다.
그녀는 적이 많다.
독왕의 딸로서 당가 내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하루하루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었다.
독갈이란 별명이 생긴 것도, 살아남기 위해 악독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금의 흠이라도 생기면 바로 물어뜯기게 될 것이다.
“거듭된 걱정 감사해요. 의선의가 의원분의 의술이 뛰어남은 알지만, 우리 당가에도 명의가 많으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돼요.”
정파인들의 고상한 화법으로 해석하면, ‘감히 주제넘게 참견하지 말라.’ 정도가 되겠다.
하지만, 위지강이 누구인가?
‘적당히’란 것을 몰랐다.
“혹시 후유증 때문에 염려되는 거면, 걱정하지 마시오. 내가 집도해줄 테니.”
당화는 어이가 없었다.
“빙옥절도의 의도술은 가히 신의 경지라, 후유증이 남지 않나 보죠?”
“소저도 의원이라면서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오? 당연히 후유증이 남을 수도 있지. 약속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뿐. 소저가 염려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의원으로서 최선을 다하겠소.”
“…….”
당화는 맥이 풀렸다.
위지강이 어떤 다른 삿된 의도 없이 정말 순수하게 그녀를 염려해 저러는 것이라는 걸 알아본 거다.
‘…주제 모르긴. 저러니 한때 천하제일의가였으면서 이렇게까지 몰락했지.’
그녀는 한때 의선의가를 주의 깊게 살폈다.
당가는 중원 각지에 유망한 의가들과 손을 잡고는 했으니까.
하지만,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결론 내린 거다.
의선의가 같은 곳이 의업계에서 오래 버틸 리가 없다고.
지금 당장은 화려하게 주목받을지 몰라도, 오래가지 못할 거라고.
지금 저자의 모습을 보니, 그녀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던 것 같다.
‘더 이야기 나눌 것도 없겠어.’
이제 진짜 쓸모없는 이야기를 끝내고 돌아가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선미에서 소란이 들렸다.
“저, 저기!!”
“웬 배가?!”
“설마 장강수로채인가?”
“어째서?!”
커다란 배가 다가오고 있었다.
무언가 이상했다.
장강의 수적들은 원래 감당하기 어려운 상대는 절대 건들지 않는다.
서로 간 민망한 사태를 피하기 위해 배 위로 당가, 청성, 점창의 무인들이 탔다는 표식을 해놨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가오고 있는 거다.
쿠웅!
거대한 도끼를 든 인물이 배에 올라탔다.
독화를 비롯해, 청성, 점창 도사들의 얼굴이 굳었다.
한눈에 봐도 대단한 고수였던 거다.
“절정 극?”
이 배에 탄 당가, 청성, 점창 무인 중 절정 극을 상대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파밧! 다른 이들의 기세도 심상치 않았다.
절대 평범한 수적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독화는 당황하지 않고 앞으로 나섰다.
“감히 당가의 길을 막다니. 장강수로채는 당가의 분노가 두렵지 않나요?”
도끼를 든 상대가 삐뚜름하게 웃었다.
“당가의 아이야, 소식이 느리구나. 장강의 주인이 바뀐 지가 언제인데.”
“?!”
“장강수로채는 앞으로 우리 사해도에 충성을 바치기로 했다.”
사해도(死海島).
그 단어에 장내의 모두가 얼어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