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44)
의선명가 천재막내 144화(144/174)
제144화
솔직히 말해 당화는 의선의가가 싫었다.
원래부터 싫었다.
‘의술로 천하 만민을 구제한다고?’
처음엔 코웃음을 쳤다.
그런 가문이 있을 리가?
위선일 거라 여겼다.
하지만, 진짜였다.
따로 조사해보니 오히려 소문이 축소된 거였다.
태화자가 광기라고 한 이유가 있었다.
정신이 멀쩡하면 의선의가처럼 할 수 없었다.
-이득이 되지 않는 행동은 하지 말아라.
-은혜는 잊어도 원한은 절대 잊지 말아라.
-절대 상대를 신뢰하면 안 된다.
당가 사람들이 가진 사상이다.
당가가 악마들의 가문이라, 저런 사상을 가진 건 아니다.
당가에게 세상은 혹독한 곳이었다.
독과 암기를 다루는 이를 좋아하는 이는 없으니까.
당가는 살아남기 위해 저렇게 된 거다.
의선의가는 당가와 정반대의 곳이었다.
본능적인 혐오감이 들었다.
‘아예 태생이 다른 거겠지. 성인군자들의 가문.’
“의선의가는 참으로 대단하군요. 저토록 스스럼없이 자신을 희생하려 하다니.”
당화는 비틀린 마음으로 위지강에게 말했다.
그런데, 대답이 없었다.
시선을 돌렸다가 깜짝 놀랐다.
‘울어?!’
위지강은 동생의 뒷모습을 보며 눈물 흘리고 있었다.
동생이 걱정되어.
…사실 위지강은 감수성이 예민해 툭하면 눈물보가 터지지만, 그걸 모르는 당화는 숨을 들이켰다.
“방금 스스럼없다고 했소? 저 아이도 사람인데, 그럴 리가 있겠소?”
당화는 아무런 답도 하지 못했다.
“그것 아시오? 이 몸의 아버지는 천하의 의인이라 불리지만, 사실은 욕심이 많소.”
“네? 그럴 리가?”
“진실이오. 아버지께서는 욕심이 그냥 많은 게 아니라, 엄청나게 많소. 나? 나는 보이는 것과 다르게 사실 성격이 좋지 않소.”
…당화는 차마 ‘당신 성격은 보기에도 안 좋아 보인다.’라고 말하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난 성격이 나빠 당신처럼 고까운 환자를 보면 병이 어떻게 되든 말든 신경 쓰고 싶지 않소.”
“…….”
“욕심 많은 아버지가 다른 이들을 위하고, 성격 나쁜 내가 환자를 포기하지 않는 게 왜인지 아시오?”
위지강이 동생을 보며 말을 이었다.
“별것 없소. 그저 그게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니까.”
“!!”
“천이도 지금 마찬가지일 거요. 두렵고, 무섭지만. 그저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해 저렇게 나선 것일 거요.”
…턱도 없는 오해였지만, 위지강의 말은 당화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아.’
당화는 자신이 무얼 잘못 생각했는지 깨달았다.
의선의가는 대단한 성인군자들의 가문이 아니었다.
저들도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이런 숭고한 일들을.’
당화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왜일까?
가슴이 진동했다.
* * *
한편, 그때.
위지천과 다른 이들은 완전히 해적선에 올라탔다.
“큭큭, 이게 웬 월척이람. 검선의 제자라니. 네놈은 흑랑이라고?”
정보는 물건을 품평하듯 위지천과 용호를 훑어보았다.
그런데, 정보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놈들 왜 이리 태연해 보이지?’
태연한 척하는 게 아니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왜 이리 기분이 꺼림칙하지.’
뭔가 저질러서는 안 되는 실수를 저지른 느낌.
‘흑랑 놈 때문인가?’
칠조 흑랑.
중원의 유명한 젊은 고수.
사해도의 간부이자 절정 극인 그와 동수였다.
‘저 꼬마 놈도 왠지 모르게 꺼림칙해. 검선의 제자이니 한 수를 숨기고 있을지도.’
무기도 뺏고, 손도 묶었는데, 안심이 되지 않았다.
보다 확실히 조치하기로 했다.
“너희 둘 이리로 와라. 점혈하겠다.”
둘이 정보 앞에 섰다.
일단, 위지천 먼저 점혈하려고 손을 썼는데.
휙.
“??”
어깨 쪽 혈을 짚으려 했는데, 손이 엇나갔다.
‘뭐지? 내가 실수했나?’
그렇게 생각한 건, 위지천이 딱히 피하는 동작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지천은 가만히 서 있는데 정보 혼자 허공에 헛손질한 것 같은 상황.
정보는 다시 손을 뻗었는데, 또 빗나갔다.
“!!”
그제야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눈치챈 정보가 눈을 크게 떴고, 그 순간이었다.
파앗!
용호가 발차기를 날렸다.
“어딜 감히!!”
용호의 발차기가 아슬아슬하게 정보의 머리를 비켜 지나갔다.
아차, 했으면 치명상을 입었을 상황.
“곱게 대우해 주려고 했건만. 팔 하나 정도는 가져가 주마!”
화악!
정보는 용호의 오른팔을 향해 도끼를 내리찍으려고 했고, 그게 그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서걱.
정보의 목에 빨간 선이 그어지더니, 피 분수가 뿜어져 나왔다.
위지천이 품에 숨겨온 단도로 목을 그어버린 거다.
밧줄은? 그냥 풀었다.
“어? 어?”
모두가 굳었다.
위지천이 겸연쩍게 머리를 긁었다.
“해적분이 방심한 탓에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
“아, 손을 푼 건, 의술 연습 중 밧줄을 푸는 연습이 있어서요. 그래서 풀 수 있었어요.”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지 않나?
“어쨌든, 제가 다 풀어 드릴게요.”
파앗!
위지천이 재빨리 청성, 점창 도사들의 손을 풀었고, 뒤늦게 해적들이 정신을 차렸다.
“뭐, 뭐 하냐! 쳐라!!”
손이 풀렸지만, 숫자는 해적들이 훨씬 많았다.
하지만.
“크하하하하하하하!! 다 죽어라!!”
흑랑 용호가 신이 나서 날뛰기 시작했다.
그간 위지천에게 쌓인 억울함을 풀려는 것처럼.
“우리 청성도 지지 않는다!”
“점창의 검을 보여주어라!!”
청성, 점창의 제자들도 해적들에게 달려들었다.
사실 전력만 따지면, 위지천 일행 쪽이 여전히 열세였다.
청성, 점창 제자들은 기껏해야 일류 수준인 반면, 사해도의 해적들 쪽에는 정보 말고도 절정에 속하는 고수가 여럿 있었으니까.
하지만, 위지천 일행이 일방적으로 해적들을 밀어붙였다.
흑랑.
그리고, 위지천 덕분이었다.
“크하하하! 뭐 하느냐?! 이 흑랑은 배가 고프다!! 어서 와서 이 흑랑의 먹이가 되어라!”
“저, 저 미친놈은 뭐야?!”
사해도의 해적들은 악랄하기로 악명이 높다.
하지만, 헤벌쭉 광소를 터트리는 흑랑의 모습은 그런 사해도의 해적조차 두려움에 질리게 했다.
하지만, 전세가 결정적으로 기운 건 위지천 덕분이었다.
위지천은 흑랑처럼 혼자 무쌍하지는 않았다.
‘내가 너무 활약하면 너무 싱겁게 끝날 테니.’
위지천은 힐끗 시선을 돌렸다.
조마조마 붉어진 눈동자로 자신을 보는 위지강 옆으로 입술을 질끈 깨문 독화의 얼굴이 보였다.
반쯤은 속아 넘어온 듯한 모습.
‘이번 계획의 관건은 독화의 등을 얼마나 철저하게 후려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으니까.’
일단, 독화가 완전히 위지천과 위지강을 신뢰하게 만들어야만 했다.
위지천이 당가에서 무슨 짓을 저질러도 절대 의심하지 않도록.
‘독화의 양심을 자극하면 돼.’
위지천은 일부러 아슬아슬한 상황을 연출했다.
“위험하오, 소협!”
“괜찮아요! 전 신경 쓰지 마세요!! 도장들께서는 앞의 적들에게 집중해 주세요!”
위지천은 간신히 한 끗 차이로 위기를 모면하는 모습을 보였고, 조마조마, 아찔한 상황이 계속 연출되었다.
그러면서 툭툭.
해적들이 허수아비처럼 쓰러졌다.
흑랑 용호가 그 모습에 혀를 찼다.
‘가증스러운 놈. 상대를 가지고 놀다니. 저놈이야말로 진짜 나쁜 놈이다!’
용호는 속아 넘어가는 멍청한 놈들 때문에 더 가슴이 터졌다.
‘의선혜검을 보라! 죽음조차 아랑곳하지 않는 저 용기!’
‘의선혜검이야말로 진정한 의협이다!’
청성, 점창의 도사들은 왈칵 감격했고,
“…….”
독화가 주먹을 더욱더 하얗게 꽉 쥐었다.
위지천의 연극(?)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얘네들 왜 이렇게 약해. 이러다가 들키겠어.’
상대가 너무 약하니, 도리어 연극하기가 힘들었다.
원활한(?) 연극을 위해 위지천은 스스로에게 조금 더 어려운 과제(?)를 부여했다.
“소운 도장! 조심해요!”
“고맙소!! 헉, 소협 뒤가!!”
“전 괜찮으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오맹 도장님, 뒤!!”
“감사하오!! 조심하시오!!”
혼자 해적들을 상대하는 게 아니라, 청성, 점창의 도사들을 도와주면서 일부러 빈틈을 노출하는 척한 거다.
스스로의 안위도 신경 쓰지 않고 자신들을 도와주려는 위지천의 모습에 다들 왈칵 또 감동했다.
‘괜히 검선께서 저 소협을 제자로 받아준 게 아니구나.’
‘천고의 무재! 그 이상 가는 성품…!’
‘진정한 혜검(惠劍)이로다…!’
청성, 점창 도사들은 거의 존경의 눈으로 위지천을 보게 되었고, 흑랑 용호만 더욱더 응가 씹은 표정을 짓게 되었다.
“망할!! 다 죽어라!!!”
그렇게.
싸움은 위지천 일행의 대승으로 끝나게 되었다.
“와아아아아!!”
“의선혜검 만세!!!”
“청성, 점창의 도사님들도 만세!!”
“의선혜검께서 우리를 구했어!!”
싸움을 지켜보던 일반 승객들이 함성을 질렀다.
청성, 점창 도사들을 외치는 이들도 있었지만, 위지천을 환호하는 음성이 가장 컸다.
참고로, 용호는 가장 크게 활약했음에도 아무도 환호하지 않았다. 해적보다 더 악당 같아 보였기 때문인 것 같다.
‘망할! 왜 맨날 나한테만!’
용호를 제외하고는 청성, 점창의 제자들은 아무런 불만도 없었다.
그들은 그저 거들기만 한 게 맞으니까.
처음 포로가 되기로 자청한 것도, 용기를 내어 상대 두목을 벤 것도, 스스로의 몸도 아끼지 않고 모두를 지키며 싸운 건 모두 위지천이었으니까.
“…소협.”
독화가 입술을 깨문 채 위지천에게 다가왔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눈치.
하지만, 위지천은 고개를 저었다.
대충 다 넘어온 눈치이지만, 쐐기를 박을 때였다.
“죄송해요. 지금은 급한 일이 있어서 나중에 이야기할게요.”
“급한 일이 있다고요?”
“부상자들을 치료해야 해요.”
“??”
다들 고개를 갸웃했다.
위지천의 도움 덕에 청성, 점창의 제자 중 시급한 치료를 요구하는 부상을 입은 이는 없었다.
“수적 중 심한 상처를 입은 분들이 많아요.”
“!!”
“물론, 많은 잘못을 저지른 이들이지만, 의원으로서 치료해 드리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요.”
‘뭐, 이런 놈들이 죽든 말든 관심 없지만.’
진짜 나쁜 놈들.
그러니까, 사해도의 해적 놈들은 모조리 죽였다.
살려두어 봤자 세상에 해만 될 놈들이니까.
아무리 ‘연극’을 위해서라지만, 그런 놈들까지 치료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살아남은 이들은 사해도 해적들의 명령에 따르던 원래의 장강수로채의 수적들이었다.
그나마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달까?
“또 혹시 모르잖아요? 오늘 제가 치료한 이가 훗날 개과천선해 뜻깊은 일을 할지도.”
‘개과천선은 개뿔. 개가 똥을 끊겠다.’
위지천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해맑게 가식적으로 웃어 보였다.
“뭐, 그렇게 되지 않아도 상관없지만요. 전 의원. 그저 사람을 살릴 뿐이니까요.”
장내가 고요해졌다.
다들 멍하니 위지천을 보았다.
위지천의 맑고, 빛나는 미소가 모두의 가슴을 찔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