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47)
의선명가 천재막내 147화(147/174)
제147화
참고로, 독왕은 화경의 고수이지만, 십객(十客)급은 아니다.
십객, 십악, 십마로 칭해지는 강호삼십강의 경지는 때에 따라 다르다.
각각 정사마에서 가장 강한 열 명의 경지에 달려 있으니까.
현재는 강호의 전성기답게 주로 화경 중(中), 상(上)의 경지였다.
초절정 극(極)과 화경 입(入)은 삼십강 밑인 백절(百絶)로 분류되었다.
백절 또한 절대 고수라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존재들이다.
독왕은 화경 입(入).
백절 중에서도 수위에 꼽는 존재였다.
오신의이자 십객으로 꼽히는 독의(毒醫)가 당가를 떠난 지금 당가 최강의 고수.
“아버지가 왜?”
참고로, 독왕은 주화입마 상태라 딸인 독화가 간병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부름을 전한 독화는 혼란스러운 얼굴을 했다.
“짐작 가는 이유가 있나요?”
“글쎄요? 전 당가에 처음 오는걸요?”
독화는 고개를 갸웃하며 위지천을 내당의 구석진 곳으로 이끌었다.
작은 전각에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가 있었다.
“여기 피독주예요. 절대 몸에서 떨어뜨리지 마시고, 제 뒤로 따라오세요. 제 앞으로 나서면 절대 안 되니 명심하세요.”
지하로 얼마나 내려간 다음일까?
독화가 강조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지독한 독기(毒氣)가 느껴졌다.
‘독인(毒人)의 주화입마는 일반 무인과 다르니까.’
독을 다루는 무인들은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면 체내에 독을 쌓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진기조차 독으로 대체하는 경지를 독인이라고 한다.
즉, 독인의 기맥에는 일반 진기기 아닌, 독기(毒氣)라 하는 특별한 기운이 흐른다.
이 독기를 조절하지 못하게 되는 게 독인의 주화입마였다.
‘독인의 주화입마는 치료가 불가능해.’
한참이나 더 내려가, 지상이 까마득하게 느껴질 때쯤, 쇠로 목을 긁는 듯한 음성이 계단에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넌… 누구냐?”
독왕이었다!
위지천은 시커먼 암흑을 향해 포권했다.
“의선의가의 위지천이라고 합니다. 독왕을 뵙습니다.”
“…의선의가? 의원이라고?”
“네, 당화 소저의 초청을 받아 당가에 방문하였습니다.”
“…저 말이 사실이냐, 화야?”
“네, 모두 사실이에요. 왜 그러세요, 아버지?”
“…….”
독왕은 답하지 않았고, 독화는 당황한 얼굴을 했다.
독왕의 반응이 이해되지 않았던 거다.
‘같은 화경의 고수인 줄 알고 불렀는데, 웬 핏덩이가 나타났으니 당황스럽겠지.’
위지천의 실체는 검선조차 꿰뚫지 못했는데, 고작(?) 화경 입인 독왕 따위가 간파하는 건 무리였다.
“화야, 자리를 비켜주어라. 저 소년과 따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구나.”
“하지만?”
“내가 저 소년을 해칠 거라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아직 그 정도로 망가진 건 아니니.”
스르륵.
독왕이 갈무리했는지 독기가 사라졌다.
“일각 정도는 조절할 수 있을 거다. 위지천이라고 했나? 더 가까이 와줄 수 있겠나? 가까이서 얼굴을 보며 이야기하고 싶구나.”
독화는 무언가 염려되는 얼굴을 했지만, 위지천은 괜찮다는 듯 고개를 젓고는 홀로 밑으로 내려갔다.
한참 또 내려가니 흐릿한 야명주가 보였고, 놀라운 광경이 보였다.
한 노인이 쇠사슬에 꽁꽁 묶여 있었다!
놀라운 모습.
주변에는 모종의 진법도 펼쳐져 있었다.
“클클. 안타깝게 여기지 않아도 된다. 주화입마에 빠진 독인이 폭주라도 하면, 대참사가 일어나니 조치를 해둔 것일 뿐이야.”
“안타깝게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제가 아무리 착해도, 절 죽이려는 분까지 걱정하는 바보는 아니거든요.”
“…뭐?”
“제게 살심을 품고 가까이 오라고 한 것 아닌가요?”
“!!”
독왕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제법 눈치가 빠른 아이구나. 그래, 네놈의 정체가 무엇이냐? 이실직고하지 않으면 네놈은 이곳에서 한 줌 핏물이 되고 말 것이다.”
그렇다.
독왕은 좋은 의도로 위지천을 부른 게 아니었다.
화경의 고수로 추정되는 정체불명의 인물이 당가에 잠입해 경계해 부른 거다.
여차하면 제거할 의도로.
“말씀드렸다시피 전 의원이에요.”
“그걸 나보고 믿으라는 거냐?”
“제 착해 보이는 얼굴 보세요. 전 환자를 많이 생각하는 착한 의원이에요. 재능도 있는 편이고요.”
“말장난할 생각이면, 상대를 잘못 골랐다. 이대로 죽든지, 솔직한 정체를 밝히든지 선택해라.”
스르륵.
독기가 다시 퍼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르신께서는 이상하지 않으세요?”
“뭐가 말이냐?”
“제가 왜 어르신의 살심을 알면서도 순순히 이곳까지 걸어왔을까요? 죽을 자리인 게 뻔한데.”
위지천이 여전히 웃는 낯으로 말했다.
“어르신의 독기가 절 핏물로 만드는 게 빠를까요, 제 검이 어르신의 목을 베는 게 빠를까요?”
“!!”
위지천의 눈과 마주치는 순간.
독왕은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싱긋 웃는 눈동자 너머로 섬뜩한 흉포함이 일렁이고 있음을 눈치챈 거다.
독왕은 이 소년을 가만히 놔두면 당가에 커다란 재앙이 닥칠 것임을 직감했다.
하지만.
“신중하셨으면 좋겠어요. 독화 소저께는 아직 어르신이 필요하지 않나요? 어르신이 불의의 일을 당하면, 따님께서 굉장히 슬퍼하실 거예요.”
독왕은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독왕은 승산을 가늠해 보았다.
일단, 겉으로 보이는 무공은 보잘것없다.
하지만, 독왕이 어제 어렴풋이 느꼈던 자연과의 소통이 정말 소년이 해낸 게 맞는다면, 상상도 못 할 경지를 숨기고 있을 것이다.
‘아니야. 반로환동을 한 것도 아닌데, 저렇게 어린 소년이 그런 경지에 닿는 건 불가능해.’
저 소년이 어떤 경지를 숨기고 있는지 모르지만, 독왕에 미치지는 못할 것이다.
비록 지금은 주화입마에 빠진 처지이지만, 독왕은 화경 입에서도 끝에 도달한 존재이니까.
‘상식적으로’ 독왕이 저 소년에게 패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 불길함은 도저히 무엇이란 말인가?’
독왕의 눈동자가 희미하게 흔들렸다.
소년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해맑게, 그래서 소름 끼치게.
독왕이 전혀 두렵지 않다는 듯이.
도리어 기대감도 언뜻 엿보였다.
독왕과 싸우는 걸 오히려 바라고 있는 거다.
‘음. 대충 속은 것 같지?’
위지천은 속으로 생각했다.
사실 위지천은 전혀 여유롭지 않았다.
태연한 척 웃는 건? 공갈이었다.
‘내가 어떻게 독왕의 목을 베? 아무리 주화입마에 빠지고, 단전이 쇠사슬에 꿰뚫린 상황이라고 해도.’
기껏해야 생채기… 아니, 손가락 한 마디 정도나 자르는 게 고작 아닐까?
화경 입의 고수를 상대로 손가락을 자를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일이지만, 대신 위지천은 뼛조각 하나 남기지 못하고 죽임 당할 거다.
독왕도 멀쩡한 상황이었다면, 위지천의 공갈을 눈치챘을 거다.
독왕은 주화입마 때문에 시야가 흐려져 있다.
공갈을 친 이유?
독왕을 이번 계획에 호ㄱ… 아니, 조력자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오해하지는 마세요. 제가 당가에 흉심을 품고 찾아온 건 맞지만, 그게 따님께 해가 되지는 않을 테니까요.”
“…무슨 말이냐?”
“먼저 묻겠어요. 가주님께서는 당가의 안위와 따님의 목숨, 둘 중 어떤 게 중요하세요?”
“!!”
“만약, 당가의 안위가 더 중요하다면, 지금 절 어떻게든 죽이세요. 전 당가의 재앙이 될 테니까요. 하지만 따님이 더 소중하다면, 절 가만히 지켜봐 주세요. 제가 당가에 불러온 재앙 덕분에 따님은 살아남을 수 있게 될 테니.”
독왕은 침음을 삼켰다.
당가와 딸?
가주로서 당연히 가문이 중요하다고 해야 하겠지만.
‘…딸을 위해서라면, 환멸 나는 가문 따위.’
당가 가주의 생각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내용.
하지만, 이게 독왕의 본마음이었다.
아니, 상당수 당가인들이 남몰래 품고 있는 생각이기도 했다.
당가인들도 사람이다.
정신 병증이 올 것 같은 가문의 분위기에서 일평생 시달리면 둘 중 하나가 된다.
당가의 분위기에 물들어 추악한 괴물이 되거나, 아니면 속이 곪아 마음의 병이 생기거나.
괴물이 되거나, 속이 곪거나, 당가인들은 공통점이 있다.
‘가족’을 극도로 소중히 여긴다.
여기서 가족은 다른 당가인을 말하는 게 아니다.
부모, 부부, 자식.
딱 이 세 부류만이 당가인이 생각하는 본인들의 ‘진짜 가족’이었다.
‘당가 내에서 정치 다툼이 심한 이유이기도 하지. 본인들 ‘가족’ 말고는 다 경쟁자, 적으로 여기니까.’
독화에게 이런 당가 내의 분위기를 전해 들었을 때 혀를 찼다.
참고로, 오신의(五神醫)인 독의(毒醫)가 사천당가를 떠난 것도 이런 당가의 분위기에 환멸을 느껴서라고 한다.
“…네 말을 어떻게 믿지? 그래놓고 내 딸을 해치려 하는 건?”
“음. 가주님께서는 타인의 선함을 믿는 분은 아니시니, 솔직히 말씀드리면, 따님은 딱히 제가 노릴 가치가 없어요.”
“…하.”
독왕은 기세를 거두었다.
저런 말을 들으니, 오히려 신뢰가 갔던 거다.
“좋다. 알아서 해라. 화아를 건드리지만 않는다면, 네놈이 당가에서 무슨 일을 벌이든 상관하지 않겠다.”
“그걸로는 부족하죠.”
“뭐라고?”
“제 덕분에 따님이 무사하게 될 텐데, 제게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으시려고요?”
“…하. 뭘 바라는 거냐?”
“저희 의선의가에서 상약을 하나 발매할 텐데, 어르신의 이름으로 추천서를 하나 써주세요.”
“…내 이름으로 추천서를?”
‘독왕의 추천서가 있으면, 대박은 따놓은 당상이지.’
독왕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천하의 독왕을 협박해 추천서를 받아내?
독왕 일평생 이런 놈은 처음이었다.
“추천서 말고도 대가로 주셔야 할 게 몇 개 더 있는데, 가주님, 따로 개인 재산 숨기고 계시죠?”
“…뭐?”
“일단, 다른 대가들은 일이 마무리된 후 후불로 요구하도록 할게요.”
“하!! 과연 네놈이 말처럼 정말 번드르르한 일을 해낼지 지켜보겠다.”
“왜 남 일처럼 이야기하세요? 어르신도 협조해 주셔야죠.”
“뭐?”
위지천은 독왕이 무슨 일을 해주어야 하는지 말했고, 독왕은 와락 얼굴을 찌푸렸다.
그날.
당가에 놀라운 소식이 공고되었다.
독왕이 의선의가의 어린 의원 위지천을 자신의 주치의로 삼는다는 내용이었다.
당가 모든 이들의 시선이 위지천에게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