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48)
의선명가 천재막내 148화(148/174)
제148화
의선의가의 의원들이 당가에 온 건 당가의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딱히 신경 쓰는 이는 없었다.
-소가주가 무언가 꿍꿍이를 품고 데려온 건가?!
라고 신경을 곤두세울 만한 존재들은 아니었으니까.
무시한 건 아니다.
당가인들은 음흉한 성품답게 쉽게 남을 경시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꽤 높게 평가했다.
의선혜검 위지천이 훗날 강호를 쩌렁쩌렁하게 울릴 거물이 될 것이고, 의선의가의 성장 또한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위지천과 의선의가가 대단하다고 해도 당가에 지금 당장 무슨 변수를 줄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잠깐 머물렀다 떠날 이들 정도라고만 여겼다.
그런데 이야기가 달라졌다.
“…소선생께서 가주님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하였소?”
당가인들이 위지천에게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치료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다만, 의선의가의 비기를 통하면 독단이 완전히 깨지는 시기를 늦출 수 있어요.”
단전처럼 독기가 모이는 곳이다.
독인이 주화입마에 이르면 독기를 제어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독단이 완전히 깨져 몸이 독에 녹아내리는 최후를 맞는다.
“…늦출 수 있다면, 얼마나?”
“최소 오 년은 늦출 수 있을 것 같아요.”
“!!”
장내가 웅성거렸다.
다들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다들 대충 일이 년 안에 독왕이 사망할 거로 예상했을 테니까. 오 년은 길긴 하겠지.’
독화가 궁지에 몰리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결정적인 건 ‘나이’였다.
고작 이십 대 중반.
무공 경지도 절정 중상 정도.
당가처럼 거대한 가문의 수장이 되기에는 아직 너무나 미숙하다.
하지만, 오 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그때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절대 짧지 않은 시간이니까.
만약, 독화가 독왕이 생존한 오 년의 시간을 이용해 당가 내에서 입지를 다지게 된다면, 그때는 지금과 완전히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가주의 생명이 연장되었다는데 반기는 놈이 하나도 없다니. 하여튼 당가 놈들은.’
당가의 모두가 저러는 건 아닐 거다.
독왕은 나름 존경받는 가주였으니까.
지금 몰려든 이들은 당가의 ‘직계’여서 그렇다. 후계 다툼에 참여 중인.
참고로, 당가는 다른 일반 가문과 다르게 직계의 범위를 가주의 사촌들의 자식까지로 넓게 봐 직계의 숫자가 많았다.
“하하. 의선의가의 의술이 과연 대단하긴 하구려. 과연 과거의 천하제일의가답소이다.”
호탕한 웃음이 들렸다.
대략 서른 중반 정도로 보이는 사내였다.
나름대로 호남형의 미남이었다.
‘보통 저렇게 생긴 놈이 속이 더 시커멓던데.’
“반갑소. 당호라고 하오.”
위지천은 눈에 살짝 이채를 띠었다.
‘독류(毒流)의 차대 최고 실세.’
경지는 절정 극.
그것도 극의 끝에 달해 있다.
위지천이 보기에 이변이 없는 오 년 안에 초절정에 오를 것으로 보였다.
무엇보다 독단이 완벽히 형성되어 있다.
독인으로서 독공의 조예가 무척이나 깊어 보였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독화보다 몇 수는 위의 고수야. 시간이 충분히 있다면 결국 독화가 역전할 수 있겠지만.’
당호의 가장 큰 강점은 무공이 아니었다.
배경.
독왕 다음으로 독류 최강의 고수인 독선(毒仙) 당세련이 그의 부친이었다.
독선 당세련은 독왕의 주화입마 이후 독류를 자신의 손아귀에 거머쥐었다.
“잠깐 시간 괜찮겠소? 이 당호, 귀한 손님에게 차라도 대접하고 싶구려.”
“네, 전 좋아요. 그런데 혹시 독선 선생님도 함께 뵐 수 있을까요?”
“…아버지를?”
“네, 이전부터 독선 선생님을 존경하고 있었거든요. 당가 최고의 의원이시잖아요.”
‘아서라. 너 같은 허수아비한테 용무 없다.’
말이 후계 다툼이지, 실제로는 배후의 당가 최고수들 간의 권력 다툼이었다.
독류의 독선(毒仙).
암류의 암천(暗天).
충류의 충군(蟲君).
이들 세 명을 당가삼종(唐家三宗)이라고 한다.
이들이 각자 후계를 내세워 당가의 차기 권좌를 놓고 다투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충류는 암류를 지지할 뿐, 반쯤 뒤로 빠진 상태이지만. 어쨌든 훗날 일어날 당가혈사도 이 세 명 중 하나가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
미래에 일어날 당가혈사를 자꾸 신경 쓰는 건 이유가 있었다.
‘당가혈사를 일으킬 인물은 반천회와 손을 잡았을 가능성이 높아.’
이전 삶, 당가 모두의 예상과 다르게 독왕은 지금 시점으로부터 오 년 이상을 더 살아남았다.
딱히 무슨 대단한 치료를 받은 건 아니고, 독왕이 끈질기게 버텼다.
위지천이 자신 있게 오 년을 이야기한 이유였다. 알아서 독왕이 버틸 테니까.
어쨌든, 시간이 있었던 덕에 독화는 나름대로 후계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그런데 하룻밤에 몰락해 버렸다.
정체불명의 누군가 당가의 참화에 개입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반천회가 의심스러웠다.
‘물론, 이런 식으로 의심하면 세상의 나쁜 놈은 다 반천회라는 밑도 끝도 없는 의심이 되긴 하겠지만. 확인해볼 필요는 있어.’
당호는 위지천을 독선과 만나게 해주었다.
“말학 위지천이 의학계의 대선생님을 뵙습니다.”
“크흠, 그래. 날 보고 싶다고 했다고?”
독선의 등장에 위지천은 공손히 예의를 올렸다.
독선은 십선(十仙), 십봉(十峰) 중 십선에 속하는 중원 최고의 명의였다.
해독 분야의 중원 최고의 권위자임과 동시에 내경(內經) 쪽도 비교할 사람이 없다는 의업계의 거물.
‘사실 진짜 당가 최고의 명의는 독선이 아니라, 활의소(活醫所) 쪽에 있는 방계 중 있지만.’
십봉은 중원 전역에서 순수하게 의술 실력으로만 꼽는다면, 십선은 십천성에서 제각각 한 명을 선정하는 거다.
따라서 의술 실력이 아닌, 십천성에서 가장 권세 높은 이가 꼽히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당가의 분위기상 직계는 연구 위주의 의당에, 방계는 진료 위주의 활의소 쪽에서 일한다.
따라서 당가의 천(天)급 의원으로서의 명성은 방계 쪽 활의소라고 할 수 있었고, 진짜 명의들도 그쪽에 주로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독선이 돌팔이라는 건 아니다.
당가 최고의 명의는 아니라도, 충분히 중원 최고 수준의 반열에 든 명의라고 불릴 만한 실력을 지니고 있다.
‘속이 시커메서 그렇지.’
흔히들 하는 오해가 의술이 뛰어나면 인성도 훌륭할 거라는 거다.
아니다. 별개다.
위지천이 알기로 독선은 당가삼종 중 가장 탐욕적인 인물이었다.
“흐음.”
독선은 길게 난 부드러운 수염을 쓰다듬었다.
겉으로 보면 정말 신선 같은 외양이었다. 의선의가의 위지선과 비슷한 인상.
단, 약간 비굴한(?) 느낌이 나는 위지선과 다르게, 강렬한 위압감이 흘렀다.
독선은 길게 재지 않고 곧바로 본색을 드러냈다.
“네 이야기는 나도 많이 들었다. 성 공(公)이 자네 이야기를 많이 하더군.”
위지천은 그 말에 웃음 지었다.
‘성 공’은 섬서의가의 삼천의공(三天醫公) 성천우를 말하는 거다.
자신이 섬서의가의 뒤에 있음을 의미하는 이야기.
즉, 협박이었다.
위지천은 못 알아들은 척 해맑게 말했다.
“네, 아직 한참 부족한데 여러 선배님이 좋게 여겨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감사합니다.”
“…그래.”
독선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훌륭한 후학을 만나니 기쁘구나. 네 모습을 보니 의선의가가 얼마나 뛰어난지도 알겠어. 의선의가와도 좋은 관계를 맺고 싶구나. 네 생각은 어떠냐?”
독선이 의선의가의 뒷배가 되어준다는 이야기.
위지천은 눈치 없는 척 말했다.
“영광이에요! 감사합니다!”
“그래, 그래.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조건이라니. 혹시 의선의가를 좋게 여겨 가까워지고 싶은 게 아닌 건가요?”
“…아니, 거짓이 아니다. 의선의가의 의기와 뛰어남은 내가 익히 알고 있다.”
“빈말해 주시지 않으셔도 돼요. 죄송해요. 제가 너무 눈치 없었던 것 같아요. 저 같은 게 뭐라고 감히 독선 선생님같이 대단한 분을 뵙자고 한 건지.”
“허허… 그렇게 말하지 말아라. 난 진정으로 네가 훌륭한 후학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정말인가요?”
“그렇다. 이 독선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위지천이 자꾸 눈치 없이 굴자 독선의 표정이 점점 안 좋아졌다.
‘…이놈, 아닌 것 같은데?’
사실 직접 만난다고 해서 누가 반천회와 엮였는지 밝혀내는 건 어려웠다.
티를 낼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위지천이 직접 독선을 만난 건, 자신의 ‘감’을 시험해보기 위해서다.
고작 감 따위를?
라고 무시할 게 아니다.
과거 화경 극에 이르렀던 위지천이다.
그의 감은 일종의 신통(神通)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틀릴 때도 많으니, 감을 무작정 신뢰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참고 정도는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 늙은이, 딱히 나를 경계하고 있지 않아.’
딱 느껴졌다.
독선이 자신을 벌레처럼 여기고 있다는 게.
만약, 독선이 정말로 반천회와 엮여 있다면 어느 정도는 위지천을 경계하는 게 옳았다.
‘조금 더 지켜보자. 다른 삼종들도 만나봐야 하니까.’
독선은 더는 위지천이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지 못하게 대놓고 말했다.
“가주님의 치료를 맡기로 했다고 들었다. 그만두어라.”
“제가 부족할 거로 여겨서 그러시는 건가요?”
“…그렇다.”
“저도 선생님의 염려가 옳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고작 저 같은 풋내기 의원이 당가의 가주님을 치료한다는 게 말도 안 되긴 하니까요.”
“…….”
“대신, 선생님께서 제게 가르침을 주시면 안 될까요?”
“…가르침을 달라고?”
위지천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가주님께서 주화입마 때문에 이지가 흐려지신 건지 워낙 완강히 제 치료를 받길 바라셔서요. 지금 바로 치료를 그만두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
“그러니, 선생님께 가르침을 받으면, 가주님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독선은 끄응 앓는 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뭐라고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독왕을 치료하길 바라지 않는다고 대놓고 본심을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알겠다. 내 친히 네게 가르침을 내려주마.”
독선은 일단 가르침을 내리는 척하면서 저 소년이 더는 독왕을 치료하지 못하게 수작을 부리기로 다짐했다.
위지천은 그런 독선을 보면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일단, 한 명 낚았고. 다음은 암천인가? 충군은 쉽게 만나기가 어렵다고 하니, 뒤로 미루고.’
암천(暗天).
암류의 수장.
독선과는 다른 부류에 속하는 인물이었다.
이전 삶, 독화가 말하길.
‘독선이 저열하다면, 암천은 속이 시커먼 괴물이라고 했지.’
위지천은 의원복 주머니에서 쪽지 하나를 꺼냈다.
-서쪽 연무장으로.
발신인은 불명이지만, 누가 보냈는지는 뻔했다.
서쪽 연무장은 암류의 무인들이 암기술을 연습하는 곳이다.
그런데, 이상했다.
연무장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없었다.
위지천을 초청한 이는 물론, 한창 대낮인데 일반 무인들도 보이지 않았다.
무인들만 없는 게 아니었다.
새소리, 수풀의 벌레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마치 공기가 멈춘 듯한 느낌.
‘아하. 이렇게 나온다고?’
위지천은 웃음을 삼켰다.
위지천은 그대로 연무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저릿 살갗이 떨리기 시작했다.
육감이 본능적인 경고를 울리는 거다.
더 들어가면 안 된다고.
하지만, 위지천은 아랑곳하지 않고, 더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파아아앗!
비도 하나가 날아들었다.
펼쳐지는 순간, 반드시 목숨을 앗아간다는 사천당문의 극강의 비전 암기술 염왕첩(閻王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