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49)
의선명가 천재막내 149화(149/174)
제149화
당가는 강호인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가문이다.
다른 일반 무림 문파와 여러모로 다르니까.
강호 호사가들 술자리에 종종 등장하는 화두 중에 이런 게 있다.
-당가의 독과 암기 중 더욱 무서운 건 어떤 것이냐?
식견이 얕은 이들은 십중팔구 독을 꼽는다.
만독불침에 이르지 않는 한 고수라도 순식간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당가 무인들이 싸우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 이들은 이렇게 답했다.
-당가의 진짜 무서움은 암기다.
독은 의외로 실전에서 사용하기 까다롭다.
반면, 암기는 아차 하는 순간 상대의 목숨을 앗아간다.
잔뜩 신경을 곤두세우며 방비하고 있어도 소용없다.
그러면, 당가에서 최고로 꼽는 암기술은 무엇인가?
보통 당가에서 가장 유명한 전설적인 암기술인 만천화우(滿天花雨)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것 역시 당가에 대해 정통한 이들은 고개를 젓는다.
염왕첩(閻王諜).
당가 최강의 암기술은 한 자루 비도로 펼치는 염왕의 손짓이라고.
지금 위지천에게 날아드는 비도처럼 말이다.
“!!”
찰나.
위지천의 시간이 느려졌다.
위지천이 펼친 공능이 아니었다.
염왕첩의 공능으로 인해 펼쳐진 일이었다.
염왕첩에 당한 이는 죽기 직전 시간이 느려지는 듯한 착각을 경험한다고 한다.
머리의 사고가 정지당한 채 오로지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비도만 보이게 되며, 염왕의 손짓을 거부하지 못하는 것처럼 꼼짝달싹하지 못한 채 죽음을 맞는다.
‘염왕첩은 심령을 제압하는 공능이 있으니까.’
마음속 의지로 상대를 해하는 의기상인(意氣傷人)의 원리로 펼치는 암기술이었다.
즉, 최소 초절정 상, 월천경에 도달해야 펼칠 수 있었다.
‘어쩐담?’
위지천은 고민했다.
머리가 마비되는 다른 이들과 다르게 위지천은 멀쩡히 생각했다.
위지천이 고작 염왕첩 따위에 심령이 제압당할 리가 없었으니까.
‘무리하면, 막거나 피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염왕첩의 궤적은 다른 암기술과 다르게 굉장히 단순했다.
일직선으로 날아오는 게 끝이다.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는 암기술이지만, 반대로 심령이 제압당하지 않으면 막거나 피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쉬웠다.
‘피하거나 막으면 너무 주목받게 되니 곤란해. 그렇다고 멍하니 손 놓고 있는 것도 곤란하고.’
이건 상대가 내는 ‘시험’이었다.
막거나 피하는 건 답지 범위를 벗어나는 일이었다.
못난 꼴을 보여서도 안 된다.
‘답지 범위’ 안에서 장원 합격 정도는 해주어야 했다.
상대를 경악하게.
‘이 정도가 좋겠네.’
파앗.
체내의 기를 움직였다.
겉으로 보이는 위지천의 현재 경지는 일류.
기로 육체를 강화하는 체기(體氣)의 단계다.
무림인이 일반인과 완전히 다른 초인적 존재가 되기 시작하는 경지.
물론, 체기(體氣), 기로 신체를 강화하는 정도는 무림인의 수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이제 갓 일류 고수와 초절정 고수의 체기는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
단, 일류 고수라도 초절정 고수에 맞먹는 체기를 보이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다.
체기는 일류의 공능이니까. 초절정 고수에 맞먹는 완숙도를 보이면 된다.
그런 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가능한 존재들이 있다.
세상 사람들은 그런 이들을 기재, 천재라고 부른다.
‘난 ‘겉으로는’ 천고의 기재니 이런 일 정도야 해도 이상하지 않겠지.’
위지천의 신체가 가속했다.
탁.
품 안에 들고 다니는 비도를 손아귀에 움켜쥐었고.
파아앗!
비도에 기가 실렸다.
체기(體氣)는 육체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기를 조금 더 완숙하게 다루게 되면, 병장기에도 기를 둘러 강화할 수 있다.
강검(强劍)이라고 한다.
대단한 건 아니다.
검기보다도 한 단계 아래 경지.
그저 조금 더 무기를 강하고 날카롭게 만드는 수준.
위지천이 펼친 건 달랐다.
기를 실어 비도를 가속했다.
식견이 있는 이가 보면 경악할 광경.
앞서 누누이 설명했듯 체기의 원리상 무기 자체를 강화하는 건 가능해도, 속도를 빠르게 하는 건 불가하다.
비도의 속도가 가속하게 된 건 위지천이 비도에 실린 기에 기예(技藝) 같은 솜씨를 부렸기 때문이다.
비도를 던지는 순간, 손아귀에 기를 터트리듯 집중했고, 그래서 더욱 강렬한 추진을 하게 했으며,
비도에 기를 싣는 것도 불균등하게 실었다. 뒷부분에 집중해서 더욱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주도록.
위지천이 ‘천고의 기재’이기에 부릴 수 있는 묘기.
놀라운 건 그뿐이 아니었다.
비도를 던진 방향이 이상했다.
염왕첩이 날아온 방향이 아닌,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자리였는데.
“!!”
까앙!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위지천이 던진 비도가 튕겨 나갔다.
누군가 숨어 있었던 거다!
스르륵.
마치 장막이 찢어지듯 허공에서 한 인영이 나타났다.
매서운 인상의 노파였다.
얼핏 자연과 소통하는 조화(造化)의 향이 느껴졌다.
화경 입(入) 혹은 초절정 극(極)의 절대 고수였다.
위지천은 힐끗 자신의 코앞에 멈추어 서 있는 비도를 보았다.
애초에 그를 죽일 의도로 날린 게 아닌 거다.
위지천은 그걸 알고 피하거나 막는 대신, 노파를 향해 비도를 던진 거고.
‘이 정도면 장원 합격이겠지?’
그런 것 같다.
노파의 경악한 얼굴을 보니.
노파의 정체를 생각하면, 저런 표정은 정말 파격적인 충격을 받았다는 뜻이다.
위지천은 싱긋 웃으며 포권했다.
“무림 말학 위지천이 당가의 암천(暗天) 선배님을 뵙습니다.”
암천!
독왕의 뒤를 이어 당가의 두 번째 최강자로 꼽히는 이였다.
경지는 초절정 극.
독왕과 마찬가지로 백절(百絶)의 일좌였다.
암천은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네놈… 어떻게 체기만으로 그런 비도술을? 아니, 내가 이곳에 있는 건 어떻게 안 것이냐?”
암천은 일부러 비도를 몇 차례 궤적을 꺾어 던졌다. 던진 위치를 노출하지 않기 위해.
‘그냥 보였는데? 네 은신술이 살마의 수준에 도달한 것도 아니고.’
십악(十惡) 살마(殺魔).
오랜만에 떠오른 이름이었다.
‘배후’ 중 확실한 꼬리였다.
언젠가 찾아가 봐야 했다.
지금보다 더 강해지고 난 다음에.
어쨌든, 그냥 보였다고는 할 수 없으니.
“처음 연무장에 들어왔을 때 선배님께서 계신 쪽의 수풀의 움직임이 이상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뭐?”
“바람이 부는데 풍향에 맞춰 수풀이 흔들리지 않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누군가 숨어 있다고 추측했어요.”
“…하.”
암천은 실소했다.
생각보다는 별것 없네,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이유였다.
하지만, 암천은 저게 얼마나 경악스러운 일인지 모르지 않았다.
‘단순히 눈썰미가 좋은 게 아니야. 그런 압박을 받으면서 주변이 눈에 들어왔다고? 내 살기 때문에 분명 죽음의 공포를 느꼈을 텐데?’
그뿐이 아니다.
“그리고 그냥 그쪽이 이상하다는 감이 들었어요.”
“…감?”
“네,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운데, 그냥 느낌이 그랬어요.”
암천은 침음을 흘렸다.
눈썰미에, 강단에, 타고난 육감까지.
무재는 어떤가? 방금 저 아이가 던진 비도만 봐도 당가에 견줄 이가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저 아이는 암기를 다루기 위해 태어난 아이다!’
“너… 우리 당가의 데릴사위로 들어오는 게 어떠냐? 너라면 능히 당가가 배출한 절대 고수인 팔무존 암존(暗尊)에 필적하는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거다! 아니, 어쩌면 현경에 이르렀다는 암제(暗帝)를 넘을지도!”
각각 당가 역사상 손에 꼽는 암기 고수들이었다.
“죄송해요. 전 가문을 떠날 생각이 없어요.”
“…가문이라고? 그러고 보니, 네놈은 의원이었지?”
“네, 무공은 취미일 뿐, 의술에 일평생을 바칠 거예요.”
“흥! 의술은 무슨! 네놈은 암기를 위해 태어난 이거늘!”
암천이 사나운 음성으로 말했다.
“그건 다음에 더 생각해 볼게요. 그런데, 절 부르신 이유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 가주님을 편히 보내주도록.”
“가주님을 치료하지 말라는 건가요?”
“완전히 회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몇 년 더 버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 고통의 시간만 길어질 뿐이다.”
“죄송해요. 그런 말씀은 의원으로서 납득하기가 어려워요.”
“더 솔직히 말해주어야 하느냐? 가주님은 더는 당가에 필요 없다. 가주님이 살아 있어봤자 오히려 당가에 방해만 될 뿐이야.”
“!!”
눈살이 찌푸려지는 이야기.
하지만, 암천은 자신이 한 말이 전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그건 독화 소저 때문인가요? 암류의 후계자를 소가주로 삼기 위해?”
“넌 나를 독선 같은 돼지 놈과 같은 부류로 여기는 거냐? 내가 이러는 건 오로지 당가를 위해서다.”
암천의 눈이 강한 신념을 담아 일렁였다.
단, 탁해 보이기도 했다.
모든 신념이 옳은 건 아니니까.
“독류가 의업계에서 돈벌이에 몰두하며 당가는 변질하였다. 난 당가를 다시 과거의 위대한 당가로 변화시킬 거다. 피와 공포의 율법으로 군림하는.”
‘음. 역시 이쪽도 제정신이 아니네.’
강호인들이 이르길 당가에는 멀쩡한 이가 없다고 한다.
당가인들은 제각각 다양한 방식으로 삐뚤어져 있다.
독선은 탐욕에 물든 경우고, 암천은 비틀린 야망을 지니고 있었다.
‘암천도 반천회와 연관 있어 보이지는 않는데?’
그 신념이 옳든, 맞지 않든, 암천은 당가를 위하고 있었다.
외부 세력과 손을 잡고 당가를 상하게 할 것 같지는 않았다.
‘충군(蟲君)도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반천회와 손을 잡았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 혹시 반천회와 손을 잡은 게 삼종이 아닌 건가?’
위지천은 아리송한 얼굴을 했다.
당가에는 무수히 많은 인물이 있다.
독선만 해도 독류의 수장이긴 하지만, 당가의 의가 쪽 최고 실세는 아니었다.
당가의 의가 부분, 즉, ‘당문의가(唐門醫家)’의 실세는 독선 말고 따로 있었다.
문제는 이런 이들이 당가에 한두 명이 아니란 거다.
당가는 거대한 가문이니, 온갖 분야에 실세가 따로 있었다.
이런 이들까지 일일이 확인하는 건 무리였다.
‘계획을 조금 바꿔야겠네.’
원래 위지천은 의심 가는 삼종이 있으면, 그쪽 파벌을 ‘교육’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었다.
‘세 파벌 모두를 공평하게 ‘교육’할 수밖에.’
“죄송해요. 전 의원. 무슨 이유에서든, 환자를 버리지는 못해요. 제 스승이신 검선께서도 제가 그러길 바라지 않을 거고요.”
위지천은 암천이 섣불리 핍박할 생각 따위 하지 못하게 일부러 검선의 이름을 꺼냈다.
과연, 암천은 인상을 찌푸릴 뿐 뭐라고 하지 못했다.
위지천은 밑밥을 던졌다.
“혹시 선배님이 방금 말씀하신 내용은 다른 암류 무인분들도 똑같이 생각하는 건가요?”
“그렇다. 우리 암류 무인들은 다 나와 같은 마음이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당가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각오다.”
“음. 실례되는 건 알지만, 의원으로서 한마디만 해도 될까요?”
“해봐라.”
“의원으로서 봤을 때 그런 생각은 위험한 것 같아요.”
“…무슨 말이냐?”
“아무리 가문을 위해서라지만, 가주의 죽음을 바라다니. 마음의 병이 든 것일 가능성이 높아 보아요.”
“…하?”
위지천이 염려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마음의 병은 부끄러운 게 아니에요. 십객 태검진인께서도 마음의 병을 앓았는걸요? 선배님께서 하신 말씀이 사실이면, 암류의 무인분들께서 마음의 병이 깊은 것 같아요.”
“…네놈, 지금 날 능멸하는 거냐?”
위지천은 전혀 그런 게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불쾌했다면 죄송해요. 마종의가에서 저술한 심의학에 따르면, ‘집단 심마’라는 게 있는데, 당가 무인들에게 비슷한 증상이 의심되거든요.”
“…….”
“심마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때 기분 나빠하시는 것도 심의학에 나와 있는 심마 환자들의 전형적인 모습이고요. 제가 의원으로서 도움을 드리고 싶어요.”
암천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고, 위지천은 속으로 휘파람 불었다.
‘원활한 교육을 위해서는 일단 어느 정도 자극하는 게 필요하니까.’
그렇게.
당가의 무도한 짐승들을 향한 위지천의 ‘교육 치료’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