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51)
의선명가 천재막내 151화(151/174)
제151화
독왕이 저런 꼴이 된 이상, 독화는 파리 목숨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독화가 죽길 바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누구냐? 누가 독화에게 독을 쓴 거냐?”
“우, 우리 독류는 아닙니다.”
“암류의 짓거리가 분명합니다!”
독선의 으름장에 독류의 다른 이들이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암류라고 독을 안 쓰는 게 아니었다.
암기를 그냥 날리겠는가? 독을 묻혀서 날리지.
살수처럼 적진에 잠입해 몰래 목표를 독살하는 것도 독류가 아닌, 암류 무인들의 장기였다.
‘암천(暗天), 그 미친 노파가 끝끝내 이런 짓을?’
암류는 독류에 비해 열세다.
하지만, 암류에게는 비장의 수가 있었다.
바로 암류 수장인 암천의 무위였다.
초절정 상(上)인 독선은 암천을 당해낼 수 없었다.
어쩌면 암천은 독류에게 누명을 덮어씌운 후, 무력으로 독선을 제거하려는 것일 수도 있었다.
‘만약 전면전이 벌어지게 되면, 우리 독류가 열세다.’
암기술이 실전에 최적화되어 있는 반면, 독공은 실전성이 다소 떨어졌다.
물론 사용하기에 따라서 어떤 무공보다 끔찍한 살상력을 보이지만, 당가타 같은 복잡한 구조의 성안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암기가 훨씬 유리했다.
‘아니야. 어쩌면 암천이 아니라, 독전(毒箭), 저놈일지도.’
독전은 당가의 장로이자, 독선과 같은 초절정 상의 초고수로 현시점 독류의 이인자였다.
독선은 독류의 수장이다.
독류의 모두는 독선을 따른다.
표면적으로는.
당가의 고위층이면 모두 속에 독사를 몇 마리나 품고 있는 이들이다.
속으로 몰래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독검귀(毒劍鬼) 놈도 수상해. 이전부터 암류와 내통하는 기색이었어. 아니, 활의소의 백천(白天) 놈이 십선 자리를 뺏긴 것에 앙심을 품고 내게 죄를 덮어씌우려 벌인 짓일지도?’
한번 의심하기 시작하니 끝도 없었다.
더 환장할 노릇인 건, 독류의 다른 이들도 독선과 비슷한 의심을 하고 있다는 거였다.
‘독선 늙은이. 아닌 척하기는. 자신이 아니면 누가 독화를 독살한다고?’
‘혹시 우리에게 죄를 덮어씌우려는 건가?’
그렇게 독류의 고위층은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였다.
참으로 당가다운 모습이라 할 수 있었다.
암류도 비슷한 광경이었다.
암류도 음험한 건 독류와 마찬가지였으니까.
독류를 의심했고, 암류끼리 의심했다.
그렇게 당가에 일촉즉발의 분위기가 내려앉았다.
당장에라도 터질 것만 같은.
약간의 충격에도 파국이 일어날 것 같은 살얼음장 같은 분위기에서 추가적인 폭탄이 떨어졌다.
-범인을 밝히지 않으면, 내가 직접 독류와 암류에 죄를 묻겠다.
독왕이 최후통첩을 보내왔다.
* * *
‘이제 시작인데?’
위지천은 콧노래를 불렀다.
독화를 중독시킨 인물?
당연히 위지천이다.
‘뭐, 고통스러운 독은 아니니까. 위험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기력이 떨어지다가 천천히 죽음에 이르는 극독이었다.
어쨌든, 아무도 위지천을 의심하지 않았다.
도리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요.”
당화가 잠긴 목소리로 감사를 표했다.
“소협이 아니었다면… 전 큰일 났을 거예요.”
위지천은 독화를 치료할 주치의가 되었다!
왜?
다른 이들은 믿을 수 없다고 독화가 강력히 바랐다.
‘그런데 왜 날 지목한 거지? 형님도 있는데?’
위지천과 위지강 모두 함께 독화를 치료하고 있었다.
그런데 독화는 딱히 위지강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아, 내가 잔소리를 차단해서구나!’
이전 삶, 독화가 위지강에게 반한 건, 우습게도 잔소리 때문이었다.
끝없이 퍼붓는 잔소리가 도리어 자신을 위하는 것처럼 느껴져 반했다고 한다.
‘죄송합니다, 형님. 내내 같이 다녀야 하는데, 형님 잔소리를 가만히 놔둘 수는 없었어요.’
참고로, 위지천의 짐작은 반만 맞았다.
독화가 위지강에게 관심을 안 준 건, 위지천이 더욱 강렬하게 시선을 끌었기 때문이다.
위지천이라는 진짜배기 광인(?)이 있는데, 위지강 같은 정상인이 눈에 들어오겠는가?
‘환자가 되니, 저 소년의 따뜻함이 얼마나 큰지 실감이 되는구나.’
독화는 (자기를 중독시킨 게 위지천이란 것도 모른 채) 자신의 손을 잡아주는 위지천의 온기에 감동했다.
독의 영향으로 곧 다시 잠에 빠졌고, 누군가 위지천을 찾아왔다.
“잠깐 시간이 되겠나?”
위지천은 고개를 갸웃했다.
처음 보는 인물이었다.
평범한 인상이었다. 길 가다가 마주해도 바로 잊을 것 같은 인상.
“당운연이라고 하네. 당가에서 의원 노릇을 하고 있네.”
“백천(白天)!!”
어지간한 일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 위지천이지만, 놀라 외쳤다.
‘당가 최고의 명의야.’
앞서 말했듯 독선이 십선으로 꼽힌 건, 권력 때문이었다.
실제 당가를 아는 이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다른 이를 당가 최고의 명의로 꼽았다.
고고한 하늘 같은 의원.
백천(白天)이었다.
‘오신의인 독의조차 인정한 진정한 명의야.’
-의원으로서 내가 인정하는 유일한 인물은 당가에 남은 내 친우 백천이다.
당가를 떠난 독의가 한 말이다.
백천의 의술이 오신의와 비교해도 크게 손색이 없다는 뜻이었다.
또한, 다른 주목할 점이 있었다.
“하남에서 왔다고 했나?”
“네, 남양에서 왔습니다.”
“혹시 황봉(黃鳳)을 만난 적이 있는가? 개방의 후개인데, 남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지내는데.”
백천의 눈이 살짝 아련함에 젖었다.
그렇다.
광봉… 아니, 황봉 당혜는 백천의 딸이었다.
‘당혜가 어린 시절 끔찍한 누명을 덮어쓰고도 몸성히 당가를 떠날 수 있었던 건, 백천이 목숨을 구걸해서라니까.’
-내 남은 평생을 당가를 위해 헌신하겠습니다! 딸아이의 목숨만은 살려 주십시오!
심지어 백천 당운연은 원래 당씨도 아니었다.
데릴사위로 들어와 부인이 세상을 떠난 상태였는데, 딸아이를 위해 평생 당가의 노예가 되기로 한 거다.
“황봉께서는 잘 지내고 계십니다.”
“그런가? 소식 전해주어서 고맙네.”
백천은 감정을 떨치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소의원에게 이래저래 신세를 많이 지는군. 원래 우리 당가 의원들이 해야 할 일인데. 면목이 없네.”
“아닙니다.”
“독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소가주의 혈액을 채집해가도 되겠나?”
“얼마든지요. 부탁드립니다.”
이미 독류, 암류에서 각각 피를 채집해간 상태였지만, 독의 정체를 밝히지 못하는 중이었다.
의아한 이야기.
아무리 독을 감별하는 게 어려운 일이라지만, 독의 종주인 당가인데?
위지천이 특별한 독을 쓴 탓이다.
‘백천이면, 밝혀내겠지.’
아니, 오로지 백천만 밝힐 수 있었다.
‘백천이 밝혀내길 바라고 쓴 독이니까.’
그렇다.
위지천은 백천을 기다리고 있었다.
계획의 두 번째 막을 위해서.
“그러면 잘 부탁하네.”
“감사합니다.”
깍듯이 인사한 위지천은 당화의 처소를 나와 다른 곳으로 향했다.
독왕이 머무는 지하였다.
“…무슨 낯짝으로 찾아온 거냐?”
살벌한 기세가 위지천을 찔렀다.
“기분 푸세요. 결국, 소가주님을 위한 일이니까.”
“하, 그렇다고 그런 극독을 사용해?!”
“아니면, 지금이라도 내성으로 뛰쳐 올라가 독류와 암류를 반쯤 몰살시키든지요. 그것 말고는 당화 소저가 살아날 길은 없을 테니까요.”
독왕은 이를 악물었다.
안다.
딸이 살기 위해서는 독류와 암류의 기세를 꺾어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저런 미친놈을 정말 믿어도 되는 건가?’
백번 양보해 딸을 중독시킨 건 그렇다고 치자.
이 뒤에 저놈이 벌이려고 하는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독왕은 구체적인 계획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
-…그런 일을 하면…!
-당가가 폭삭 망할 수도 있겠죠.
놈이 덧붙인 말.
-당가인들이 끝끝내 어리석은 선택을 해서 망한다면, 그건 당가인들의 업보 아닌가요?
알 바 아니라는 태도.
이가 바득 갈렸지만, 저 악마 놈과 손을 잡은 건 독왕 스스로다.
‘뭐, 진짜 당가를 폭삭 망하게 할 생각은 아니지만.’
지금 당가가 망해도 곤란하다.
당가는 의업계에서 그나마 백선의가를 견제하는 유일한 천(天)급 의가이니까.
다만, 어느 정도 깊은 상처를 입을지, 가벼운 부상 수준으로 끝낼지, 기둥이 흔들리는 치명상을 입을지는 당가인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왜 온 거냐?”
“십여 년 전 당가에서 있었던 참사에 대해서 알고 싶어요. 수많은 이가 중독되어 죽었던.”
“그런 참사야 당가에서 원체 흔한 일이니,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봐라. 지난 십 년간 당가에서 열 명 이상 죽은 혈사가 몇 번이나 벌어진 줄 아느냐?”
“…당소소란 이름을 기억하나요?”
독왕은 고개를 갸웃했다.
기억에 없는 눈치.
“백천 선생님의 딸을 말하는 거예요. 지금은 개방의 후개인.”
“아. 그런 아이가 있었지.”
“가주님께서 직접 당소소 소저에게 누명 씌우셨나요? 당화 소저를 위해?”
당시 정체불명의 독으로 당가의 다수가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고, 당소소가 죄를 덮어썼다.
사망자들에게서 검출된 독의 특징이 당소소가 개발하던 독과 비슷한 성질이었던 탓이다.
‘독화가 직접 누명을 덮어씌운 건 아니야.’
“아니? 그건 독류의 다른 놈들과 암류에서 저지른 짓이다.”
“어째서요?”
“어째서긴. 당화를 노린 거다.”
독왕은 혀를 찼다.
“당시의 일로 당화는 커다란 오명을 쓰게 되었다. 방계의 또래조차 이기지 못해 추악한 누명을 덮어씌운 못난이로. 당화는 그때 일로 독갈이란 별명도 얻게 되었다.”
위지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했던 대로다.
“그건 왜 묻는 거냐?”
“그냥 확인이에요.”
위지천은 뜻 모를 이야기를 하였다.
“가주님께서는 ‘죄를 지은 이는 결국 천벌 받는다.’라는 이야기를 아세요?”
“흥.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구나. 세상에 그런 것은 없다.”
“알아요. 하지만 전 그런 종류의 이야기를 좋아해요.”
“??”
위지천이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는 그날 저녁 밝혀졌다.
백천이 독화가 어떤 독에 중독되었는지 발표한 거다.
-월면변독(月面變毒).
당소소 사건 당시 여러 당가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독이었다.
과거의 악몽이 당가에 다시 찾아왔다.
* * *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천에는 산이 많다.
당가타가 있는 성도 근처에도 산이 많다.
당가타에서 조금 떨어진 곳.
유난히 수풀과 나무가 우거진 산이 있었다.
길도 나 있지 않은 산이었는데, 이런 팻말이 적혀 있었다.
-이곳은 당가의 영역이니 접근하지 마시오.
저벅.
한 인물이 태연히 팻말을 무시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위지천이었다.
‘독류와 암류, 모두 손을 잡을 만한 이들이 아니야. 그렇다고 독화는 아직 세력이 너무 약하고.’
위지천이 당가에 온 건 당가와 협력 관계가 되기 위해서였다.
…그런 목표치고는 너무 난리 피우고 있는 감이 있지만, 어쨌든 그러하다.
‘충류가 가장 적합해.’
충류의 수장은 충군(蟲君).
별호에 군(君)이 들어가는 것을 보면 알겠지만, 당가 내에서 그나마 정상인에 가깝다고 한다.
물론, 정상인이라는 건 당가 기준이니 감안해야 한다.
‘그래도 다른 이들보다는 말이 잘 통할 거야.’
이곳 야산은 충류의 영역이다.
아직 산 안쪽으로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별별 벌레가 날아다니는 게 보였다.
위지천은 등에 메고 온 커다란 나무통의 뚜껑을 열었다.
기름이 잔뜩 들어 있었다.
산을 걸으며 기름을 골고루 뿌리고는.
화르륵.
불을 붙였다.
“??”
벌레들과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충군은 갑작스러운 메케한 냄새에 고개를 갸웃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