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52)
의선명가 천재막내 152화(152/174)
제152화
충군(蟲君) 당평.
여러모로 당가인답지 않다는 평을 듣는 인물이다.
일단, 욕심이 없고, 이기적이지 않다.
이것만으로도 얼마나 당가에서 비정상적인지 알 수 있다.
심지어 온화하기까지 하다!
앞통수나 뒤통수를 칠 생각밖에 없는 다른 당가인들과 다르게 평화를 사랑했다.
벌레들과 보내는 잔잔한 하루하루가 삶의 낙인 인물.
그런데 지금 당평은 평소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부, 불이야!!! 웨, 웬 불이?!”
“모,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불이? 불이 날 날씨가 아닌데?”
“일단, 방화진(防火陣)을 작동해라!”
“알겠습니다, 스승님!!”
이곳 충태산(蟲太山)은 당가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 중 하나다.
여러 진법으로 보호받고 있었다.
우발적인 산불이 났을 때를 대비한 진법도 있다.
파앗!
충군의 제자가 진법을 작동시켰다.
참고로, 충술(蟲術)은 술법의 일종이라 충술사들은 진법에도 조예가 있었다.
제자의 안색이 하얘졌다.
“부, 불이 진화되지 않습니다!”
“무슨? 진에 문제가 생긴 거냐?”
“그, 그게 아니라, 기름을 부어 붙인 화재인 것 같습니다. 쉽게 꺼지지 않습니다. 심지어 계속 새로운 곳에서 불이 나는 게 누군가 계속 방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죽일 놈이?!”
천하의 충군이 욕설을 내뱉다니.
당가의 다른 이가 보면 눈을 의심했을 장면.
“내가 나가서 방화범을 처리하겠다! 너희는 불이 더 번지지 않도록 방화진에 집중하도록!”
“존명!!”
충군이 경공을 펼쳐 날아올랐다.
독접, 벌 등등. 족히 수천수만에 달하는 독충들이 충군의 뒤를 따랐다.
압도적인 장관. 마치 흑운(黑雲)을 이끌고 오는 것만 같았다.
“응?”
충군은 고개를 갸웃했다.
활활 타오르는 나무들 사이에 웬 소년이 유유히 앉아 있었던 거다.
‘…어린 신선?’
충군은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생각했다.
눈에 현기 가득 빛나는 정광.
마치 선(善)을 형상화한 것 같은 인상.
도저히 속세의 소년처럼 보이지 않았다.
옆에 화염이 타오르고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느긋한 모습이 더더욱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었다.
충군은 방화범과 소년을 도무지 연결하지 못하고 조심스레 물었다.
“아이야. 혹시 근처에서 불을 지른 악적을 보았느냐?”
“제가 했는데요?”
“…뭐?”
“제가 불 질렀다고요.”
소년은 옆에 놓인 통을 툭툭 두드려 보였다.
비어 있는 통 안쪽 면에 기름 묻은 자국이 번들거렸다.
“잘 타던데요?”
“!!”
충군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죄책감 따위 전혀 느껴지지 않는 해맑고 뻔뻔한 음성에 혼란이 왔던 거다.
그래도, 충군은 당가 최고의 인격자답게 최대한 대화로 사태를 풀어보려고 했다.
‘…저 소년, 무언가 심상치 않다. 길(吉)보다 흉(凶)이 많이 느껴져.’
“왜 불을 질렀느냐? 집에서 산에 불을 지르면 안 된다는 것도 배우지 않았느냐?”
“그거 우리 가문을 욕하는 건가요?”
“가, 갑자기 그게 왜 그렇게 되느냐?”
“어르신의 말은 제가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는 뜻이잖아요.”
“아, 아니?”
충군은 당황하다가 화가 났다.
산에 불을 낸 주제에 뭐가 저렇게 당당하단 말인가?!
뒤늦게라도 버럭 화를 내려는 순간이었다.
“전 그저 응당한 징벌을 내린 것일 뿐인데요?”
“뭐?”
“월면혈사(月面血史).”
“!!”
위지천이 갑작스레 꺼낸 단어에 충군이 뻣뻣하게 굳었다.
“…그게 갑자기 무슨 말이냐?”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정말 모르세요? 어라? 이상하다. 분명히 아실 것 같은데.”
십여 년 전 일어난 당가의 참사를 말한다.
당소소가 일으켰다고 알려진.
‘진범은 밝혀지지 않았지. 마침 비슷한 독을 연구하던 당소소가 여러 이유로 누명을 덮어쓰게 되었고.’
월면변독(月面變毒).
당시 열 명이 넘는 당가인을 죽음으로 몰아간 독이다.
당시 적잖은 혼란이 일었다.
독의 정체를 짐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희생자마다 증상이 전부 달랐다.
어떤 이는 출혈로 사망하게 되었고.
어떤 이는 장기가 썩어 들어가 사망했다.
어떤 이는 끝없는 잠에 빠지다가 깨어나지 못한 이도 있었다.
처음에는 각자 다른 독에 당한 것이 아닌가 했지만, 아니었다.
피해자의 혈액을 특수한 방식으로 분석하니 피해자 모두에게서 동일한 단서가 검출된 거다.
희미한 결정(結晶)이었다.
특수 시약으로 처리 후 서역에서 전래되어온 확대경으로만 볼 수 있는. 당시에도 당문의가 최고 명의로 꼽히던 백천이 자신만의 비법을 사용해 밝혀냈다.
달빛과 닮은 결정이 변화무쌍한 증상을 일으킨다고 하여 월면변독(月面變毒)이라고 칭하였다.
독이 무엇인지는 밝혔으나, 문제는 흉수의 정체였다.
누가 이런 독을 만들어, 이런 참사를 일으켰는가?
그때, 지목된 게 당소소였다.
마침, 당소소 역시 희미한 결정으로 다양한 증상을 유발하는 독을 개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당소소가 개발하던 독은 월면변독과 전혀 달랐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억울하게 죄를 덮어썼지.’
그런데 위지천은 어째서 갑자기 이 이야기를 충군에게 꺼냈느냐?
충군의 반응은 왜 이렇고?
위지천은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전설의 팔색독첩(八色毒蝶)을 교배해내는 데 성공하다니. 그것도 무려 십 년도 전에. 과연 충군의 위명이 거짓이 아님을 알겠습니다.”
“!!”
충군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그렇다.
당시 월면혈사는 충군의 팔색독첩이 일으킨 참사였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
당시 충군은 지금보다 충술의 조예가 얕아 독충의 통제가 완벽하지 않았다.
원래는 독충이 벗어나지 못하게 진법이 펼쳐져 있는데, 공교롭게 산불이 일어났고, 진법이 상한 혼란 틈에 팔색독첩 새끼 한 마리가 당가에 숨어든 거다.
심지어 충군은 팔색독첩 새끼가 당가에 숨어들었다는 것도, 혈사가 일어났다는 것도 몰랐다.
이곳 충태산에서만 머물며 일부러 당가와 거리를 두었기 때문이다.
충군이 해당 일을 알게 된 건, 사건이 일어난 후 몇 년이나 지난 다음이었다.
뒤늦게라도 진실을 밝힐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지는 않았다.
이미 끝난 일이었으니까.
스리슬쩍 넘어갔다.
‘충군도 당가인은 당가인이니까.’
사실, 당가인이 아니라도 저런 상황에서 스스로 진실을 밝히는 이는 드물긴 하다.
모든 걸 잃을 테니까.
뒤이은 충군의 반응도 위지천의 예상대로였다.
“…이 사실을 아는 이가 또 누가 있느냐?”
“왜요? 알고 있는 게 저밖에 없으면 살인멸구라도 하게요?”
“…….”
충군의 눈빛이 스산해졌고, 위지천은 웃음을 지었다.
“저밖에 없으니, 선배님께서 원하는 대로 해보세요. 할 수 있으면요.”
충군이 독한 얼굴을 했다.
마음을 굳힌 모습.
“날 이렇게 몰아붙인 건 네놈이니 날 원망하지 말아라!”
충군이 우아하게 손짓했고, 장관이 펼쳐졌다.
사사사사사사삭!
구름처럼 충군의 주위를 날아다니던 수천수만의 벌레가 위지천에게 날아들었다!
‘저 벌레 군단은 내가 흉마 시절에도 상대하기 쉽지 않긴 했지.’
앞서 말했듯, 당가에 대해 아는 이들은 암기술을 당가의 진짜 무서움으로 꼽았다.
하지만 당가의 진정한 공포는 독도 암기도 아니다.
바로 이 충술(蟲術)이었다.
아무리 고수여도 수천수만 마리의 독충을 무슨 재간으로 상대한단 말인가?
‘호신강기로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까.’
심지어 위지천은 지금 호신강기를 쓰지도 못한다. 외기(外氣)의 수법으로 전신을 둘러 방어하는 게 고작이다.
독충에 당하기 전에 술사를 제압해야 한다.
하지만 당가 충류가 난적인 건, 다른 일반 술사들과 다르게 당가 충술사들은 무공에도 고수란 점이다.
충군은 무려 초절정 입인, 입천경(入天境)의 경지였다.
‘삼종(三宗)이면서 고작?’인 게 아니다.
상상해 보아라.
수천수만 마리의 벌레가 달려드는 와중에 초절정의 고수를 제압하기가 얼마나 어려울지.
초절정의 고수가 작정하고 도망 다니면, 화경의 고수도 짧은 시간 안에 제압하기는 쉽지 않다.
당가의 무공은 경공과 상대의 공격을 회피하는 보법이 극도로 발달해, 더더욱 상대하기 어려웠다.
절체절명의 위기였지만.
‘지금 나는 흉마 때도 가지지 못했던 비장의 무기를 가지고 있어서.’
위지천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충군이 이유를 알 수 없게 흠칫하는 순간이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고오오오.
위지천의 몸에서 짙은 혈색의 기운이 일어난 거다.
“마, 마공?”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돌연 위지천에게 날아들던 벌레들이 멈추어 섰다.
“뭐, 뭐 하는 거냐?! 어서 저놈을 먹어치워라!!”
웅웅.
하지만, 벌레들은 충군의 말을 듣지 않았다.
겁에 질린 것처럼 처량한 울음을 내며 도리어 뒤로 물러났다.
말도 안 되는 일.
“무, 무슨?! 마공이라도 이런 일은?!”
“일반 마공이 아니니까.”
온 천하를 압도하는 듯한 위압감.
군림의 기세.
천마신공(天魔神功)이었다!
‘제대로 된 천마신공은 아니고, 공손헌 놈이 가르쳐준 전반부 일부 구절을 혈선마공과 결합해 발현한 거긴 하지만.’
위지천은 문득 공손헌의 근황이 궁금해졌다가 중요한 일이 아니라서 금방 머리에서 지웠다.
아직 제대로 천마신공의 구절을 혈선마공과 하나로 합친 건 아니다.
천마신공 구절들의 의미가 원체 깊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듯했다.
즉, 겉핥기식으로만 펼친 거지만 감히 벌레들 따위가 범접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독충(毒蟲)이니, 영충(靈蟲)이니 해도 결국 미물일 뿐이니까.
만약 충군이 전력을 다해 충술에만 집중하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지만, 위지천이 그렇게 놔둘 이유가 없었다.
파아앗!
위지천이 검을 꺼내 들었다.
무당에서 받은 보검, 백운검(白雲劍)이 핏빛 마기로 물들었다.
“이놈 감히!! 날 무시하지 말아라!!”
충술이 먹히지 않아도 충군은 초절정 입의 고수.
고작 절정으로 보이는 위지천에게 자신만만하게 맞섰지만.
퍼억!!
고작 한 수.
단 한 번의 겨룸 만에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자신의 상대가 아님을 깨달은 거다.
“너 천령고(天靈蠱) 키우고 있지?”
“뭐, 뭐?”
“선택해. 지금 바로 천령고(天靈蠱)를 먹을지, 아니면, 나와 진솔한 ‘대화’를 나눈 후 천령고를 먹을지.”
“이, 이놈?! 그런 악마 같은 짓에 내가 따를 것 같냐?!”
충군은 어떤 고독을 먹어도 충술로 제어할 수 있다.
천령고는 예외다. 충군도 제어하지 못한다.
“음. 생각했던 것보다는 말이 안 통하네. 뭐, 천천히 ‘대화’해 보자고.”
위지천의 검이 더욱더 섬뜩한 핏빛을 뿜어냈고, 충군의 안색은 그에 비례해 더더욱 파랗게 질렸다.
진솔한 ‘대화’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