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53)
의선명가 천재막내 153화(153/174)
제153화
다행히 충군 당평은 대화가 잘 통하는 상대였다.
오래 대화를 나누지 않아 위지천의 이야기에 따르기로 한 거다.
“꺼이, 꺼이. 내가 네놈한테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런 악마 같은 짓을 저지르는 거냐?!”
평화로운 하루를 보내다가 난데없이 봉변당하게 된 당평은 서럽게 울었지만, 위지천은 딱히 동정심을 표하지 않았다.
‘이놈도 딱히 착한 놈은 아니니까.’
본인의 잘못으로 혈사가 일어났음에도 입을 싹 닦은 거나, 위지천을 살인멸구하려고 했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난 조금 나쁜 놈이 좋단 말이지. 진짜 착한 놈이면 부려먹기에 양심에 찔리니까.’
그때, 놀란 소리들이 들렸다.
“스승님?! 어떻게 된 일입니까?!”
충류의 제자들이었다!
진법으로 화재를 진화하느라 오지 못하다가, 불이 어느 정도 잡히자 이제야 나타난 거다.
제자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방화범은 어디 갔는지 안 보이고, 웬 착해 보이는 소년만 보였으니까.
“저 소협은?”
“이놈은…!!”
충군은 억울함이 복받쳐 목소리를 올리려다가 입을 우뚝 다물었다.
위지천이 웃는 눈동자로 빤히 보고 있었던 탓이다.
-잘해라?
만난 지 반 시진도 안 되었지만, 충군은 위지천을 파악한 상태였다.
파악할 수밖에 없었다.
위지천과 나눈 ‘대화’를 떠올린 충군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바, 방화범은 놓쳤다.”
“놓쳤다고요? 스승님께서?”
“그, 그렇다! 따지지 말아라! 이 소협은… 날 도와준 은인이다!”
“은인이요?”
위지천은 포권했다.
“강호에 명성 높은 충류의 선배들을 뵈어 영광이에요. 의선의가의 위지천이라고 해요. 우연히 충군 선배님께서 곤란에 처해 있어 작은 도움을 드렸을 뿐입니다.”
“아…!! 의선의가!!”
“의선혜검이야!!”
“과연 의선혜검!!”
충류의 제자들은 충군처럼 산속에만 틀어박혀 있는 게 아니다.
최근 당가에서 많은 화제를 몰고 있는 위지천에 대해 들어보았고, 그뿐 아니라 위지천에게 적지 않은 호감을 품고 있었다.
충류가 어떤 곳인가?
소외 파벌이다.
독류와 암류에 무시당하는 게 일상이다.
그런데 위지천이 정정당당히 의로운 모습으로 독류와 암류에 훈계를 주었으니, 속이 뻥 뚫린 거다.
‘아니다, 이 멍청한 놈들아! 저놈은 악마야!’
충군은 속이 터질 것만 같았다.
충류의 제자들은 화재로 손상된 진법을 손보기로 했고, 둘은 다시 대화를 나누었다.
“…무슨 꿍꿍이냐? 아니, 넌 도대체 뭐 하는 놈이냐?”
충군은 위지천의 이름을 오늘 처음 들었다.
당가에서 일어난 혈사도 몇 년이나 지나서야 알게 된 위인인데, 밖의 소문을 듣겠는가? 의선의가의 존재도 몰랐다.
일단, 위지천은 자신이 왜 당가에 왔는지, 지금까지 당가에서 무슨 일을 벌였는지 설명하였다.
‘이제 충군은 믿을 수 있으니까.’
천령고의 소유권을 넘겨받은 후 먹였으니, 충군은 누구보다 믿을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상약 허가를 받는 데 당가의 협력을 얻고 싶다고?”
“네, 그걸 넘어 당가와 장기적으로 우호 관계를 맺고 싶어요. 선배님께서 의선의가의 편을 들어 주었으면 좋겠어요.”
“왜 나냐?”
“독류와 암류는 의선의가를 자신의 뜻대로 쥐락펴락하려고 할 테니까요.”
즉, 만만해서 골랐다는 거다.
심지어 공손히 부탁하는 것도 아닌, 천령고를 먹인 후 협조하라고 협박하다니.
충군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화가 났다.
어서 이 악몽에서 깨어나 평소의 평화로운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의선의가의 편만 들어주면 날 더는 괴롭히지 않을 거냐?”
“당연히 아니죠.”
“또, 또, 뭐?!”
“선배님께서는 혹시 독류, 암류에게 한 방 먹이고 싶지 않으세요?”
“…내가 왜?”
“어울리지 않게 군(君) 소리를 들을 정도로 성질을 죽이고 사시잖아요. 평소에 쌓인 게 많을 것 같은데요?”
충군은 입을 우뚝 다물었다.
정곡을 찔렸다는 듯이.
위지천은 충군을 한눈에 간파했다.
‘이놈, 아버지와 같은 부류야.’
충군은 진짜 착한 게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주변 눈치에 의해 착해진 거다.
생각해 보아라.
극히 일부의 괴짜 말고 세상에 누가 벌레 다루는 걸 좋아하겠는가?
심지어 충류는 전망도 좋지 않다.
그러니 어떤 이들이 충류의 제자가 되겠는가?
당가에서 천시받고 핍박받는 이들이 모이는 곳이다.
충군도 마찬가지였다.
“…네놈, 무슨 일을 하려는 거냐?”
“말했잖아요. 독류, 암류에게 한 방 먹일 거라고. 제가 다 알아서 할 테니, 선배님께서는 직접 나서실 필요 없어요. 월면비독만 빌려주세요.”
십 년 전 혈사를 일으킨, 팔색독첩(八色毒蝶)의 독이었다.
희생자마다 다른 증상을 유발하는.
덜컥 겁이 나는지 충군은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나, 나는 독류와 암류에 별다른 감정이 없는데? 난 평화가 좋다.”
“십 년 전 일을 자수하고 싶다고요?”
“…….”
“정 안 내키면, 십 년 전 일의 속죄라고 생각하시든지요.”
어마어마한 풍파를 일으킬 작정이면서 속죄하는 셈 생각하라니?
충군은 이 악마 놈의 머리를 갈라보고 싶었다.
하지만 위지천은 거짓말을 한 건 아니었다.
‘내가 하려는 일은 십 년 전 일에 대한 징벌이라고도 할 수 있으니까.’
십 년 전 혈사의 범인은 충군이다.
하지만 충군은 나름대로 정상참작의 여지는 있다.
본인이 의도해서 저지른 일은 아니었으니까.
뒤늦게 알게 된 뒤에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제삼자를 통해 비밀리에 유가족들에게 나름의 보상을 했다고는 한다.
정상참작의 여지가 없는 이들은 독류와 암류였다.
그들은 오로지 순수하게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당시 희생자들을 이용했으니까.
위지천이 벌일 일은 그들을 징치하는 게 될 것이다.
다음 날.
월면변독의 다른 희생자가 생겼다.
십 년 전 월면혈사(月面血史)가 당가에 재림했다.
* * *
당가가 다시 발칵 뒤집혔다.
중독된 사람들이 사망한 건 아니다.
원래 월면변독은 바로 사망에 이르는 독은 아니었다.
단, 해독제가 없고, 어떤 치료를 해도 결국 천천히 죽음에 이른다.
‘뭐, 그 전에 다 마무리되겠지만.’
당가의 모두가 격한 반응을 보였다.
“도대체 누가?!”
“범인을 잡아야 합니다!”
안 그래도 독화가 중독되었던 일 때문에 당가는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범인을 쫓고 있었지만, 전혀 흉수의 꼬리를 찾을 수 없었던 탓이다.
설렁설렁 찾은 것도 아니었다.
독인이 가장 위협적일 때는 역설적으로 주화입마에 빠졌을 때다.
독기를 조절하지 못해 무차별적인 희생을 낳기 때문이다.
딸을 잃은 독왕이 폭주할까 두려워 독류든, 암류든 전력을 다해 범인을 찾았다.
하지만, 범인이 위지천인데 찾을 수가 있겠는가?
단서는 단 하나.
독화를 중독시킨 게 월면변독이라는 것뿐이다.
당가는 더욱 커다란 혼란에 빠졌다.
“어째서 월면변독이?”
“십 년 전에 혈사를 일으킨 후 다시 나타나지 않은 독 아닙니까?”
월면변독이 팔색독첩(八色毒蝶)의 독이라는 건 아무도 몰랐다.
팔색독첩은 오래전 사라진 전설의 영충이라 충술사 사이에서도 아는 이가 드물었고, 팔색독첩의 독이 어떤 종류인지는 온 강호를 통틀어 충군 외에는 아는 이가 없었다.
충군도 꽁꽁 비밀로 숨겼다.
위지천이 알게 된 건, 이전 삶의 지식 때문이었다.
따라서 당가의 수뇌들은 이렇게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수준의 독을 당가 외부에서 개발하는 건 불가능하다!
-당가의 누군가가 비밀리에 개발한 독이다!
독을 개발 후 공개하지 않고 품속의 비수로 숨겨두거나, ‘가족’에게만 공유하는 건 당가인들 사이에서 흔한 일이다.
그래서, 당가에는 당가도 모르는 종류의 독이 수도 없이 많았다.
단, 한 가지 추측할 수 있는 건 있었다.
-범인은 분명 독에 조예가 깊은 이일 거다!
월면변독 같은 독을 아무나 개발할 수 있겠는가?
당가에서도 이만한 조예를 지닌 이는 몇 명 되지 않았다.
모두 당가 최상부의 핵심 권력자들이었다.
당가인들 모두 밖으로 말은 안 하고 있지만, 이런 의심을 하였다.
‘독선이 범인인 것 아니야?’
‘아니, 암천일지도. 암천도 독의 조예가 깊어.’
‘독선을 노린 독전의 음모일지도?’
‘암류의 이인자인 비혼도(匕魂刀) 장로일지도?’
어처구니가 없는 건, 의심 가는 인물 중에 거를 이가 없다는 거다!
다들 이런 일을 저지르고 남았으니까.
참으로 대단한 당가였다.
그렇게 터질 듯 분위기가 안 좋아지던 중 두 번째 희생자가 생긴 거다.
암류의 간부 벽뢰선(霹雷煽) 당원평이었다.
당가인치고 나름대로 인망이 나쁘지 않아 파벌을 떠나 따르는 이가 많은 인물이었다.
암류의 수장 암천이 특별히 아끼는 간부이기도 했고.
“감히!! 독선, 이놈을 내가 가만히 두지 않겠다!!”
암천이 서슬 퍼렇게 분노해 독선을 찾아갔다.
독선은 미치고 펄쩍 뛸 지경이었다.
“증거 있소?”
“하! 네놈이 아니면, 누가 이딴 짓을 저지른다는 말이냐?”
“벽뢰선 따위를 독살해서 뭘 한다고? 내가 그런 쓸데없는 일을 저지를 것 같소? 그대가 이러는 게 도리어 범인의 뜻대로 놀아나는 것이라는 생각은 못 하오?”
저열하지만, 독선도 만만한 인물이 아니다.
암천은 화를 삭였고, 또 사달이 일어났다.
암류의 다른 간부가 중독된 거다!
이쯤 되자 암천은 다른 의심이 들었다.
‘독류가 범인이 맞긴 한 건가? 그 뱀 같은 놈들이 이런 눈에 빤히 보이는 수작을 부린다고?’
암천은 패도를 추구하지만, 그렇다고 어리석은 건 아니다.
독류와 암류가 싸우면 누가 이득을 볼까?
최소 독선과 암천은 이득 볼 일이 없었다.
독선은 암천에게 제거당할 거고, 암천 또한 어떤 중상을 입게 될지 모르니까.
그러던 중 또 사달이 일어났다.
이번엔 독류의 간부가 중독된 거다!
그런데, 이번은 앞서와 내용이 조금 달랐다.
월면변독이 아닌, 다른 독이 사용됐다.
암류의 무인들이 암살 임무 중 쓰는 독이 확인되었다.
“암류의 짓이야!”
“암류가 복수했어!!”
“우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돼!!”
독선과 암천은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하고 어떻게든 통제하려고 하였지만, 양 파벌의 적대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일촉즉발.
우발적 사고 하나만 터져도 독류와 암류 사이에 내전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첨예한 분위기가 당가타 안에 흘렀다.
그리고 그때.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했다.
콰앙!!
“크으? 여기가 당가인가? 얼마나 돈을 쓸어 담았는지, 길거리에 광이 나는구먼.”
“네, 네놈들은?!”
“거지 처음 보슈? 중원의 거지가 멀리 사천까지 왔으니, 적선 좀 넉넉하게 해주시구려!!”
갑자기 개방도들이 등장했다!
그뿐이 아니다.
“지나가던 객인데, 당가가 흉악한 범죄에 곤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왔소. 중원 최고의 시진 명의인 내가 도움을 주겠소.”
사망공자 언월운이 나타났다.
본격적인 난장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