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54)
의선명가 천재막내 154화(154/174)
제154화
성도 인근 개현(開縣)은 당가타 외에는 별다른 게 없는 한적한 곳이다.
그런데, 갑자기 개현 전체에 수많은 거지가 득실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당가타의 성벽을 포위하듯이.
“아니, 이게 무슨 짓이오?!”
“감히 우리 당가에? 미친 것이오, 소 분타주?!”
사천 성도 지부의 분타주 소개는 귀를 후비작 팠다.
“난들 어찌하겠소? 중원의 친구들이 이곳 개현 구경을 하고 싶다는데. 먼 곳에서 온 친구들의 부탁을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오?”
“아니, 그걸 말이라고?!”
“너무 까다롭게 굴지 마시오. 이곳 개현이 당가의 땅도 아니지 않소? 누가 보면 당가가 천자(天子)라도 되는지 알겠소?”
당가인들은 말문이 막혔다.
당가는 사천성의 최고 권세를 지닌 유지다.
소유한 땅도 어마어마하게 많다. 특히 개현 인근의 전답은 모두 당가의 것이라고 해도 좋았다.
하지만, 개현 현내가 모두 당가의 소유인 것도 아니다.
당가타 안에 들어오는 거면 모를까 밖에서 진을 치는 것까지 당가가 뭐라고 할 수는 없었다.
정 합법적으로 쫓아내고 싶으면 관에서 나서야 했지만, 개현의 관아가 무슨 힘이 있겠는가? 관아는 도리어 당가가 거지들을 처리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당가도 거지들에게 강하게 나설 수가 없었다.
개방의 위세가 부담스러워서는 아니다.
당가인들도 개방이 저러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퉤. 역시 개고기도 고향 게 맛나는구먼. 내가 이 맛을 그리워했지.”
“누님, 당가에서 개고기도 먹어봤수? 당가의 공녀로 귀하게 큰 것 아니었소?”
“공녀는 개뿔. 내가 당가에서 얼마나 구박을 받았는데. 잘난 직계 님들께서 식사 때마다 나보고 먹으라며 어찌나 벌레를 던져주던지. 그때 안 먹어본 벌레가 없다.”
“역시! 거지가 천직처럼 보이더니. 거지보다 더 거지같이 사셨구려!”
“뒤질래?”
“큭큭, 걱정하지 마시오. 우리가 당가 놈들한테 복수해줄 테니!”
“개방은?”
“하나다!!!”
거지들 한복판에서 껄렁하게 앉아 개 다리를 뜯고 있는 여인.
광봉(狂鳳)이었다!
‘소소가 설마 개방의 후개가 되었다니. 과거의 원을 갚으러 왔구나.’
광봉이 당가에서 쫓겨난 건 지학(열다섯) 이전의 일이다.
따라서 중원에서는 그녀가 당가 출신이라는 걸 아는 이가 없었다.
당가인들은 아니었다.
당소소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았다.
-직계들 때문에 더러운 누명을 덮어쓰고 쫓겨난 불쌍한 아이.
외성을 지키는 일반 무사들은 모두 방계다.
당시 당소소가 당한 일은 방계 많은 이들의 동정을 샀다. 따라서 지금도 강하게 나서지 못했다.
결국, 내성의 직계 간부들이 나섰다.
“이게 무슨 난동이냐, 소소? 기껏 목숨을 부지하게 했으면, 감사한지 알아야지, 감히 은혜를 원수로 갚으려고 해?”
독류의 장로였다.
과거 당소소의 스승이었으면서, 그녀에게 누명을 덮어씌우는 데 앞장섰던 이.
광봉이 우물우물 개 뼈를 씹다가 퉤 뱉었다.
독류의 장로를 향해.
“이놈!!”
“늙은이, 뒤지고 싶어?”
“뭐, 뭐?”
“늙은이 눈에는 내가 아직도 방계의 버러지로 보이나 보지? 감히 개방 후개에게 그따위 태도라니. 십만 개방도를 무시하는 거라고 보면 되냐?”
“!!”
탁.
개방도들이 몽둥이에 손을 올렸다.
무력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듯이.
“이 거지 놈들이…! 감히?!”
개방의 다른 거지들이 당소소 옆으로 나섰다.
“아따, 듣는 거지 기분 나쁘게. 어이, 당가 양반. 우리가 비록 거지여도 같은 식구들끼리 누명을 덮어씌우거나 하지는 않거든?”
“얘들아? 우리 개방이 어떤 곳?”
“형제가 억울한 일을 당하면 함께 갚는다!”
애초에 개방이 생긴 이유가 서러운 처지의 거지들이 서로를 돕기 위해서다.
물론, 거지가 되기 전의 은원까지 일일이 돕는 건 아니지만, 이번 경우는 특수했다.
후개는 단순히 무공 실력으로 뽑는 게 아니다. 도리어 인망을 가장 중요하게 봤다.
그 말의 뜻은 무엇인가?
광봉을 따르는 거지가 무척이나 많다는 뜻이다.
거기에 상대가 당가다.
원래 개방과 당가는 사이가 좋지 않다.
십대세가는 구파와 달랐다.
권문 호족들이다.
즉, 부자들이다.
십대세가 인물들은 은연중 개방 거지들을 무시하는 이가 많았다.
그중 최고봉이 당가였다.
-거지 생전 당가에 깽판을 칠 기회가 언제 또 오겠나?!
어차피 명분도 광봉 쪽에 있겠다.
신이 나서 몰려온 거다.
“당가에 월면변독이 다시 나타났다는 건, 십 년 전 참사가 내가 일으킨 일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터.”
광봉이 당가를 향해 싸늘하게 선언했다.
“당가가 이번엔 어떤 무고한 이에게 죄를 덮어씌우려 하는지 강호의 협개(俠丐)로서 지켜보겠다.”
안 그래도 터질 것만 같던 당가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하지만, 광봉이 부리는 소란은 다른 쪽에 비하면 별것도 아니었다.
“사망공자? 네놈이 어딜 감히?”
“하하. 그런 이야기는 섭섭하군요. 우리 언가와 당가가 먼 사이는 아니지 않았습니까?”
“허튼소리 말아라! 네놈 같은 불청객을 상대할 여유 없으니 당장 꺼져라.”
“죄송하지만, 불청객이 아니라, 정식으로 초대를 받고 온 거라서요.”
“뭐?”
“이 서신들. 당가에서 보낸 것 아닙니까?”
“!!”
언월운이 꺼낸 서신을 본 당가 인물들이 와락 인상을 찌푸렸다.
총 두 장이었다.
각자 다른 인물이 보낸 듯 필체가 달랐는데, 내용은 비슷했다.
-당가에서 정체불명의 음독 사건이 횡행하는바, 사망공자께 도움을 청하오.
“어떤 놈이 이런 요청을?!”
당가인들을 더욱 곤란하게 한 건 서신이 쓰인 용지의 종류였다.
한 장은 독류의 인물들이 주로 쓰는 용지였고, 다른 한 장은 암류의 인물들이 주로 쓰는 용지였다.
즉, 독류와 암류 양쪽의 인물이 사망공자에게 도움을 요청한 거다.
‘물론, 다 그 괴물 꼬마 놈이 부린 수작이겠지만.’
언월운은 웃음을 삼켰다.
보통내기가 아닌 줄이야 진즉 알고 있었지만, 천하의 당가를 이 지경까지 들쑤셔놓다니.
이 정도면 가히 걸어 다니는 재앙이라고 할 수 있었다.
더욱 경이로운 건, 사태가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당가의 누구도 위지천을 의심하지 않고 있다는 거다.
‘절대 그 괴물 꼬마 놈과는 척지면 안 되겠어. 무공이 문제가 아니야. 그 꼬마 놈의 진짜 무서운 점은 지독한 흉계다.’
언월운은 기꺼이 위지천이 부리는 수작의 장기 말이 되어주기로 했다.
그 괴물 꼬마 놈이 대충 무얼 바라고 그를 부른 것인지는 짐작이 되었다.
언월운은 평소 하던 대로 범인을 추적했다.
놀랍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용의자를 지목해내었다.
“아직 명확한 단서는 없습니다. 하지만, 의심 가는 인물들이 있습니다.”
“…누구이오?”
사망공자의 시진의로서의 명성은 중원 전역에 퍼져 있다.
당가도 감히 무시하지 못하고 언월운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독선 선배님, 암천 선배님입니다.”
“!!”
당가가 또 발칵 뒤집힐 이야기.
“그게 무슨?!”
“두 분이 범인이라는 건 아닙니다. 아직 명확한 증거가 없으니까요. 다만, 독류의 중독자들 모두와 접한 이는 독선 선배님뿐입니다. 암류 중독자들의 경우는 암천 선배님이고요.”
“!!”
독선과 암천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는 이야기.
독에 중독된 이들은 각각 파벌의 핵심 간부들이었다.
그러니, 종사인 독선, 암천과 자주 접할 수밖에 없었다.
“네놈…! 감히 본좌에게 그딴 헛소리를? 죽고 싶은 거냐?”
“언가의 아이야. 사도맹이 네 방패가 되어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하지만, 언월운이 누군가?
사도맹의 저승사자라 불리는 이다. 이런 협박을 한두 번 받아봤겠는가?
눈도 끔쩍하지 않았다.
언월운은 성격이 안 좋아서 이런 협박을 받으면 반드시 갚아주어야 직성이 풀리는 이다.
“전 그저 가능성을 이야기했을 뿐, 두 분께서 죄가 없다면 지금처럼 화내실 이유가 없을 텐데요?”
“본좌는 결백하다…!”
“모든 범인들이 그렇게 이야기하지요. 지금 같은 반응은 두 분을 더욱 의심스럽게 한다는 것을 명심해주십시오.”
“!!”
“이 사망공자 언월운의 이름을 걸고 반드시 진실을 밝힐 터! 두 분 선배님께서는 떳떳하시다면, 의연하게 기다려주십시오!
안 그래도 독선, 암천을 의심하는 이들이 많았다. 당가인들의 둘을 향한 시선이 더욱 싸늘해졌다.
독선과 암천은 억울함에 속이 뒤집힐 것 같았지만, 이를 바득 갈고 자중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위지천은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다들 잘해주고 있네.’
독선과 암천이 용의자로 지목되게 된 것?
일부러 위지천이 둘과 접한 이들을 노려 중독시켰기 때문이다.
어렵지 않았다.
‘아무도 날 의심하지 않으니까.’
당가에 이렇게 난리가 있는 중, 위지천과 위지강은 어떻게 지내고 있냐면.
-저 둘을 봐.
-우리 당가는 저 둘을 본받아야 해.
열심히 사람들을 홀리고(?) 다니고 있었다.
정확히는 의원으로서 열심히 환자들을 치료했다.
‘치료할 환자야 많으니까.’
최근에 중독된 이들을 말하는 게 아니다.
원래도 무림 문파에는 이런저런 환자가 많다.
당가는 독과 암기를 다루니 더욱 쉽게 다치고 몸이 상한다.
천(天)급 당문의가가 있으니, 의원이 모자라진 않지만, 위지천이 손을 보태고 싶다고 자청했고, 둘의 치료하는 모습을 본 당가인들은 경탄하였다.
의술이 뛰어나서?
천급 의원들의 솜씨조차 뛰어넘는 위지강의 의도술에 감탄한 건 맞지만, 당가인들이 진정으로 감동한 건 둘이 환자들에게 보이는 태도였다.
둘에게는 환자를 대하는 ‘따듯함’이 있었다.
‘음. 이건 형님 덕이 크지.’
의선의가에는 천선풍둔구술(天仙風遁口術)이라는 비기가 있다.
의원으로서 환자들을 대하는 방법을 담은 비기다.
환자들의 호감을 사는 방법을 써놓은 건데, 이게 얼마냐 대단하냐면, 과거 의선의가가 천하제일의가가 되었던 건 이 천선풍둔구술 덕분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을 정도다.
위지강은 의선의가에서 천선풍둔구술을 가장 완벽하게 익혔다고 꼽히는 이.
도도한 얼굴을 한 채 반전 친절을 베푸니 환자들은 몇 곱절의 감동을 하였다.
가만히 있어도 착한 얼굴만으로 사람들의 호감을 사는 위지천이야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당가 수뇌들은 욕심에 눈이 멀어 서로를 중독시키고 있는 판이니, 둘의 모습이 더욱 비교가 되었다.
-저 두 신선을 보면 우리 당가가 너무 부끄러워.
-우리 당가는 왜 이렇게 추악한 거야? 십대세가이고, 천급 의가면 뭐 해?
그렇게 당가 내에서 위지천과 위지강의 평판이 끝없이 올라갔고. 반대로 독선, 암천을 비롯한 당가 수뇌들의 민심은 바닥을 기었다.
‘이제 슬슬 마무리를 지을 때가 되었네. 과연 당가가 어떤 선택을 할까?’
이런 격언이 있다.
궁지에 몰리면, 사람의 밑바닥이 드러난다고.
위지천은 당가의 밑바닥이 궁금했다.
그날 밤.
또 다른 희생자가 나왔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희생자가 당가의 인물이 아니었던 거다.
광봉과 사망공자 언월운이 중독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