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58)
의선명가 천재막내 158화(158/174)
제158화
당가타에서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도가 떨어지는 곳은 내성에 인접한 외성 안쪽이다.
외성 바깥은 기관진식으로 요새화가 되어있고, 외성 중심은 여러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각들이 있다.
내성에 붙은 외성 안쪽은 일반 식솔들의 거주 지역이었다.
즉, 당가의 ‘높은 분’들이 생각할 때, ‘다소 피해’를 입어도 상관없는 구역이었다.
어디까지나 ‘높은 분’들 생각이었다.
당가 일반 무인들에게는 당가타의 어느 곳보다 중요한 곳이었다.
가족들이 있는 곳이니까.
“크르르.”
독왕은 자리에 선 채 신음을 흘렸다.
내기가 진탕되어 잠시 멈춘 거다. 오래지 않아 다시 폭주하리라.
그사이 방계 무인들이 진을 갖추었다.
“도망칠 자는 도망가라. 지금 가주님을 막아섰다가는 십중팔구 죽음을 맞을 테니.”
방계의 한 무인이 엄숙히 말했다.
위지천도 아는 얼굴이었다.
‘십전십기(十全十機) 당문악!’
암류의 방계 무인이었다.
당가 전투 부대인 암혼대의 대주.
경지는 무려 절정 극이다.
이전 삶, 흉마 시절 당가와 다툼을 벌였을 때는 초절정에 올랐던 이였다.
‘방계라고 실력 있는 이가 없는 게 아니니까.’
도리어 반대였다.
당가의 진짜 저력은 방계라는 의견도 많으니까.
방계가 밑에서 묵묵히 가문에 헌신하기에, 위에서 추악한 권력 다툼을 벌여도 당가가 굳건할 수 있는 거다.
“하여튼 암류 놈들. 혼자 잘난 척하려고 하기는.”
“지금 암류, 독류를 따질 때가 아니다.”
“누가 뭐래? 도망가고 싶으면 너희 암류나 꺼지라고.”
껄렁한 음성.
마찬가지로 익숙한 이였다.
두 가지 비전 독을 귀신같이 다룬다는 양혼독(兩混毒) 당추량이었다.
독류 방계로 절정 상의 경지로, 독각대의 부대주였다.
훗날 당문악처럼 초절정 고수에 오르는 이다.
“너희 독류의 독이 만독불침인 가주님에게 통하겠나? 걸리적거리니 꺼지기나 해라!”
“혼자 잘난 척할 생각하지 말라니까?”
“하!”
“나도 하! 다!”
대립하는 독류와 암류의 무인이면서 제법 친해 보이는 모습.
사실 이게 당가 일반 무인들 사이에서는 흔한 모습이다.
가벼웠던 분위기는 잠시.
방계 무인들의 눈이 낮게 가라앉았다.
“어이, 문악. 내가 네 팔촌쯤 웃어른인 건 알지?”
“팔촌이면 남남이다.”
“까칠하긴. 죽으면 당가가 안 보이는 먼 곳에 묻어달라고.”
“그건 들어주긴 어렵겠군. 나도 오늘 살아남기 어려울 것 같으니.”
그렇다.
‘죽을 수도 있다?’가 아니다.
이곳에 남은 방계 무인들은 죽을 걸 알고 남은 거다.
자신들의 죽음으로 조금이라도 가주의 발걸음을 늦추어 가족들을 지킬 수 있게.
사실 이런 희생은 당가인에게 익숙한 것이었다.
당가인들은 늘 가문을 위해 희생할 것을 요구받으니까.
“그래도 마지막 순간, 거지 같은 당가가 아닌, 가족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게 되다니. 나쁘진 않군.”
당추량의 말에 당문악은 별다른 답은 하지 않았지만, 공감한다는 눈빛이었다.
그리고.
위지천은 그 모습을 보며.
‘하. 돌겠네.’
아무리 위지천이라도 폭주하는 독왕을 막아서는 건 불가하다.
태검진인 때는 검선이 함께 있었다. 위지천 혼자였으면 마공을 동원해도 역부족이었을 거다.
심지어 독왕은 독인이다.
절묘한 묘기를 부릴 수도 없었다.
독기 때문에 접근하는 순간 녹아내릴 거다.
저 독기에 버티려면, 알량한 절정의 외기(外氣) 기법이 아닌, 초절정 중 강천경(强天境)의 초고수나 되어야 펼칠 수 있는 호신강기가 필요했다.
‘이건 어쩔 수 없어. 물러나야 해.’
하지만.
위지천은 죽음을 묵묵히 기다리는 방계 무인들을 보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망할.’
위지천은 딱히 공감력이 넘치는 성격이 아니다.
오히려 차갑다. 냉정할 정도로.
위지천의 온정은 오로지 가족들에게만 향해 있다.
따라서 저들이 아무리 비장한 모습을 보인다고 해도, 본인의 목숨을 걸고 도와줄 생각 따위는 없다.
무엇보다 위지천은 독왕의 폭주가 자연스럽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독선과 암천이 난장을 피웠다고 해도 갑자기 독왕의 심마가 악화해? 저렇게 폭주할 정도로?
이상했다.
위지천이 ‘누군가’, 그러니까, 반천회나 하다못해 혈교 같은 놈들의 개입이 있었을 거라고 보는 이유다.
그러니, 저들이 죽는다고 그의 책임은 아니다.
하지만, 정말 만약에.
반천회 등의 수작이 아니라, 위지천의 계략에 영향을 받아 독왕의 주화입마가 악화한 것이라면?
그렇다면 그는 저들의 죽음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었다.
“…….”
앞으로 한 발자국 내딛는 순간이었다.
터억. 누군가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위지강이었다.
“너 설마?”
“죄송해요. 꾸지람은 나중에 잔뜩 들을게요.”
타악!
잔소리를 들을 시간이 없어서 혈도를 짚어버렸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휘익!
위지강이 위지천의 지법을 피한 거다.
“어? 형님이… 피해?”
“너! 상아 닮아갈 거냐?!”
과연 의선의가 최고의 무재 위지강!
나려타곤으로 위지천의 지법을 재차 피하고는 잔소리를 퍼부었다.
“너! 태을의진(太乙醫陣)을 펼치려는 거 아니냐?! 죽고 싶어 환장한 게 아니라면, 멈추어라!”
“태을…의진이요?”
처음 듣는 이름이다.
의진(醫陣)?
“태을의진 따위 다 허무맹랑한 이야기다!”
“아니, 그러니까 그게 무엇인?”
“맨날 천하제일 의선의가 타령하는 놈이 천하제일의가 시절 가문 선조들이 남긴 의술 비기인 태을의진을 몰라?”
“…….”
위지천은 눈을 끔뻑거렸다.
위지천은 의술 공부하기도 벅차 가문 선조들이 남긴 비기는 쳐다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 그런데 형님은 가문 선조들의 비기는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천하제일의가 시절 이야기는 꺼내기만 해도 질색하셨으면서?’
“흥, 그냥 창고에서 굴러다니길래 한번 살폈을 뿐이다! 태을의진은 주화입마로 폭주하는 환자의 내기를 진법을 통해 진정시키는 의선의가만의 비술로…!”
구구절절 이야기하는 것 보니, 그냥 훑어본 수준이 아닌 것 같다.
완벽히 진법의 내용을 꿰뚫고 있었다!
‘저 진법을 펼치면 아무런 희생 없이 독왕을 진정시킬 수 있어!’
“형님은 태을의진을 펼칠 수 있는 건가요?”
“당연히 펼칠 줄 안다! 하지만, 나 말고도 천하 명의와 체기(體氣)의 수법을 다룰 수 있는 의원들, 원거리에서 조력을 주어야 할 이들, 고절한 경지에 이른 검술의 대가 등등이 모조리 모여야 가능한 말도 안 되는 진법으로…!”
위지강은 슬그머니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말도 안 되는 조건이다.
과거 의선의가가 천하제일의가였으니, 저런 황당무계한 조건을 충족할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이곳이 어디인가?
당가다.
비록 천하제일은 아니나, 천하제일을 논하는 천(天)급 의가.
“천하 명의? 부끄럽지만, 이 몸 정도면 괜찮겠나?”
유천(柳天) 당운연이었다!
“체기의 수법으로 기공치료를 할 수 있는 의원을 말하는 것이지요? 그건 저희가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정교한 수법은 어렵지만…”
독류 방계 무인 중 일류 이상의 이들이 우수수 손을 들었다.
그들은 의원은 아니다. 하지만, 독류의 무인은 모두 몇 년간 의원 수련을 받는 게 필수라 어지간한 의가의 의원들보다 뛰어난 의술을 지니고 있었다.
“원거리에서 지원은 우리 암류에게 맡겨주시면 되오.”
마지막으로 ‘고절한 경지에 이른 검법의 대가’가 문제인데.
당가에 검술을 익힌 고수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암기술이나 독공과 병행하는 검술이라 검술 자체의 조예는 깊지 않다.
“…그 역할은 제가 맡으면 되지 않을까요?”
위지천이 손을 들었지만.
“네가? 어림도 없는 소리 하지 말아라.”
위지강은 코웃음을 쳤다.
“내가 ‘고절한 경지에 이른 검술의 대가’라고 하지 않았냐? 네가 제법 뛰어난 건 알지만, 그런 경지에는 아직 멀었다는 건 안다.”
“…….”
한때 검술의 일대 종사였던 위지천을 발끈하게 만드는 면박이었다.
하지만, 위지강의 이야기가 틀린 것도 아니었다.
하필 ‘검술’의 ‘대가’가 필요한 건, 폭주하는 환자를 진의 중앙에 묶어놓아야 하기 때문일 테니까.
‘단순히 강하기만 해도 안 돼. 폭주하는 광인을 손아귀에서 다루듯이 의도대로 움직이게 해야만 해.’
그때였다.
“그 역할은 제가 맡겠어요.”
“!!”
파리한 안색의 여인.
독화였다!
“소가주께서 어떻게 여기에?”
그녀는 지금 위지천에게 당한 독 때문에 사경(?)을 헤매던 중이었다.
“가문이 위기에 처했는데, 병석에 누워만 있을 수는 없죠. 아버지를 붙들어 두는 건 제가 맡을게요.”
파앗!
독화가 검을 꺼냈다.
마침, 그녀는 독과 검을 함께 다루는 독검술(毒劍術)의 고수였다.
“물론, 제 실력이 그 정도로 뛰어나진 않아요. 하지만, 아버지와 개인적 관계상 도움이 될 거예요.”
주화입마 떄문에 광인이 되어 폭주하는 경우, 이지가 조금은 남아 있는 경우와 전혀 남아 있지 않은 경우로 나누어진다.
독화는 독왕이 어느 정도 이지가 남아 있다는 것에 걸어보기로 한 거다. 만약, 그녀를 알아보면 조금은 멈칫하기라도 할 테니.
현재 독왕이 멈칫거리고 있는 게 실낱같은 이성 때문일 가능성이 있으니까.
물론, 무모한 시도였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독화는 죽게 될 가능성이 높았지만.
“소가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에요.”
위지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릴 수 없어 보였다.
다만.
“저도 함께할게요.”
“소협?”
“오해하지 마세요. 같이 죽으려는 게 아니니. 저 엄청 목숨 아끼거든요? 함께 살려고 하는 거예요.”
‘독왕이 독화를 알아봐 멈칫하면, 그만큼 빈틈이 생길 거야.’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소협께 그런 위험을 감당하게 할 수는…”
“소저는 당가의 소가주죠? 그러니 당가만 생각하세요.”
“!!”
위지천은 씨익 웃었다.
“대신, 저도 당가에 철저히 대가를 뜯어낼 테니까요. 서로 이기적으로 상부상조하는 거죠.”
독화는 울컥 감동했다.
저 소년을 만난 후 몇 번째인지 모를 감동이었다.
“넌 왜 맨날 날 까먹는 거냐?”
용호가 사납게 말했다.
“그게… 용이 형의 도법은 섬세함보다는 우격다짐식이라…”
도움 안 될 테니 꺼지라는 이야기였다.
“닥쳐라! 나도 함께한다!”
위지천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마지막 조력자를 불렀다.
-뭐 해? 얼른 안 나오고.
어딘가로 전음을 보냈고.
“…크, 크흠.”
근처에 숨어 있던 충군이 나섰다!
“충군께서?!”
“당가가 멸망해도 관심도 안 가지실 분인데?!”
“계속 근처에 있으셨으면서 왜 이제야 나타나신 거지?”
“시, 시끄럽다! 내가 나서지 않고 있었던 건, 충류의 독충술은 가주님께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성이 좋지 않았다.
수천, 수만 마리의 벌레를 보내도 독기에 녹아내릴 거다.
-왜 도움이 안 돼? 개똥도 쓸데가 있는 법인데.
-내 귀염둥이들은 개똥이 아니다!
-시끄럽고. 이렇게 해.
위지천의 전음을 들은 충군의 안색이 하얘졌다.
-이 악마 놈…!!
-벌레를 벌레처럼 다루는 것일 뿐인데 무슨 문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