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59)
의선명가 천재막내 159화(159/174)
제159화
술법사가 진법을 다루는 경우가 많아서 흔히 오해하지만, 진법과 술법은 다르다.
진법은 일반 무림 세가에서도 종종 다룬다.
대표적인 게 제갈세가의 팔진도(八陣圖)가 있다. 그밖에 소림의 백팔나한진(百八羅漢陣) 등등이 있다.
진법의 기원은 병법에 있다.
지형지물, 위치 등을 고려해 병력을 배치해 전략적 우위를 점하는 거다.
무림의 진법은 군문의 진법과 당연히 다르다.
단, 진법을 관통하는 근본 원리는 동일했다.
방위(方位)에서 나오는 힘을 이용하는 거다.
“태을의진은 팔괘(八卦)의 위(位)를 따릅니다! 제가 건(乾)의 자리에 설 테니, 유천 선생님께서는 곤(坤)의 자리에 서 주십시오! 나머지 의원분들은 태(兌), 이(離), 진(震), 손(巽), 감(坎), 간(艮)의 자리를 채워주십시오!”
팔괘는 우주의 모든 현상과 이치를 여덟 개의 상징으로 표현하는 거다.
팔괘는 우주 그 자체를 의미하며, 무림의 진법에서 가장 흔하게 이용하는 방위 법이었다.
당가도 진법에 어느 문파 이상으로 정통한 곳이라 쉽게 위지강의 말을 알아들었다.
“당가의 선생님들이 해주실 일은 간단합니다. 체기(外氣)의 수법으로 양(陽)의 기법을 펼쳐 일원(一原) 방향으로 기운이 모이게 해주십시오.”
“음(陰)이 아니라, 양(陽)을?”
유천이 의아한 얼굴을 했다.
의술에서 음양(陰陽)은 상황에 따라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
기공 치료에서 양은 모자란 걸 채우는 것을 뜻한다.
주화입마를 가라앉혀야 하는데 양의 기법은 맞지 않았다.
유천은 곧 위지강의 의도를 깨달았다.
“설마, 일원(一原)을 이극(二極)으로 나누어지게 하려고?”
“네, 맞습니다. 일원은 하나의 근원이지만, 불완전한 터. 제가 건의 자리에서 음의 기법을 써서 이극(二極)으로 나누어지도록 할 겁니다.”
이극은 음양의 나누어짐을 뜻한다. 불완전한 하나의 근원에서 완벽한 음양이 탄생하게 되는 거다.
유천은 감탄했다.
‘음양이 나누어질 때 발생하는 강렬한 충격을 통해 주화입마의 폭주를 가라앉히겠다는 거군. 확실히 효과가 있을 거야.’
복잡하게 실이 꼬여 있을 때 가장 빠른 해결책은 일일이 풀려고 하지 말고, 칼로 냅다 자르는 거다.
비슷했다.
들끓는 진기를 도인(導引)의 방식으로 푸는 게 아닌, 양과 음이 나누어질 때 발생하는 충격으로 강제로 잠재우겠다는 거니까.
문제는.
“자네 혼자서 음을 맡겠다고?”
유천의 역할은 다른 방위에서 보낸 양의 기운을 조율하는 거다.
그게 팔괘에서 곤(坤, 땅)의 역할이니까.
위지강은 나머지 일곱에 대응해 음의 기운을 담당해야만 했다.
“자네는 기공 쪽 전문도 아니지 않나? 아무리 자네가 빙옥절도(氷玉絶刀)라고 불릴 정도로 의도술에 정통해도?”
“선생님, 의선의가는 원래 작은 의가였습니다.”
“응?”
“환자를 가리지 않고 치료해야 했다는 뜻입니다. 의도술이 필요한 환자든, 침술이 필요한 환자든, 기공 치료가 필요한 환자든.”
위지강이 어딘지 오만해 보이는 얼굴로 말했다.
“전 의도술을 가장 잘할 뿐, 다른 분야를 못 하는 게 아닙니다. 침술이든, 내경이든, 기공 치료든 다 잘합니다.”
터무니없는 자신감이지만, 사실이다.
괜히 위지천이 위지강의 무재가 의선의가 제일일 거라고 짐작하는 게 아니다.
위지강은 일단 하면 뭐든지 잘했다.
재능 넘치는 의선의가 핏줄 중에서도 가장 사기적인 재능의 소유자였다.
“무엇보다 얼마 전 막내 놈이 제게 음한(陰寒) 기운의 영약을 선물해줘서 말입니다. 하여튼 천이 녀석, 필요 없다고 했는데, 구태여 선물을 해줘서는.”
사천으로 오기 전 위지천에게 받은 선물을 떠올린 위지강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어, 음. 그거 형님 잔소리 줄이려고 먹인 독약이었는데.’
여전히 선물로 여기고 좋아하는 위지강의 모습에 위지천은 찔끔 양심에 찔렸다.
‘나중에 진짜 제대로 된 선물을 구해줘야겠네.’
사실 선물을 준비하긴 했다.
위지천은 힐끗 옆에 있는 독화를 보았다.
‘… 형수님, 형님께 별반 관심 없어 보이지?’
내심 독화와 위지강이 이번엔 잘 되길 바랐는데, 둘 모두 서로에게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도리어.
‘… 날 왜 저렇게 보는 거야?’
독화가 그를 보는 시선이 심상치 않았다.
뜨거운 연심 같은 게 아니라…
‘… 상아 누님이 날 보는 시선이랑 비슷한데?’
안달, 초조, 염려, 약간의 집착(?) 섞인 눈빛이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위험하니 소협은…”
“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우고 집중해라!! 하압!!”
독화가 위지천에게 아련(?)하게 말하는 게 눈꼴시었던 호로흑랑 놈이 독화의 말을 끊고 독왕에게 달려들었다.
마침 독왕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화아아악!
독기가 화탄이 터진 것처럼 주변으로 퍼졌다.
“!!”
흑랑의 안색이 파래졌다.
그의 도가 닿기도 전에 독기에 집어 삼켜질 판.
이게 독인의 무서운 점이다.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충군 선배님!”
“엉엉. 내 귀염둥이들아!”
파아앗!
충군이 부리는 벌레들이 독기를 막아섰다.
마치 불에 타듯 벌레들이 녹아 내렸다.
하지만, 충군이 부리는 벌레들은 일반 벌레가 아니라, 독충이다.
독과 독이 충돌한 셈으로 연기가 지직 피어오르며 독기가 중화되었다.
즉, 위지천은 충군의 벌레들을 희생시켜 독왕의 독기를 막을 생각인 거다!
극히 비효율적인 방식이지만 상관없었다.
충군의 벌레는 아주 많으니까.
“엉엉. 귀염둥이들아!! 이 아빠가 힘이 없어서 미안하다! 내세에는 행복하여라!”
충군이 슬퍼하는 건 무시하자.
위지천, 독화가 나설 차례다.
위지강이 다급히 설명했다.
“단순히 폭주하는 환자를 붙들어 두는 것만으로는 소용없다! 일원(一原)이 이극(二極)으로 나누어지는 순간을 정확히 맞추어 환자를 이극의 중심에 오게 해야 한다! 못할 것 같으면 차라리 지금 포기해라!”
위지천은 혀를 찼다.
‘쉽지 않겠는데?’
일원이 이극으로 분열되는 찰나의 순간에 맞추어 폭주해 날뛰는 광인을 정확히 원하는 위치에 있도록 유인해야 한다니.
몇십 수 앞을 헤아려야 한다는 말인가?
괜히 고절한 경지의 검술 대가가 필요한 게 아니었다.
심지어 그냥 광인도 아니고, 독왕이었다.
못할 것 같으면 차라리 지금 포기하라는 외침은 으름장이 아니었다.
하지만.
위지천은 슬쩍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재밌겠는데?’
고절한 경지의 검술 대가.
이 표현이 그의 호승심을 자극했다.
물론, 지금 그의 검술 솜씨는 과거 전성기에 비해 형편없다.
하지만, 검술의 일대 종사로서 수를 읽는 능력은?
그대로다.
지금 위지천이 자신보다 높은 경지의 고수를 농락할 수 있는 건 이 수를 읽는 능력이 월등히 뛰어난 점에 기인하는 면이 크니까.
‘목표대로 몰아갈 방법이야 얼마든지 낼 수 있어. 지금 독왕은 짐승처럼 날뛰고 있을 뿐이니까. 문제는 지금 내 검술 실력만으로는 실현하기 무리인 방법들이라는 건데.’
당장 방법이 몇 가지는 떠올랐다.
어떻게 하면, 독왕을 의도대로 몰아갈지.
문제는 실제 실현 가능 여부였다.
독왕과 격차가 너무 커 머릿속에 떠오른 어떤 방법도 실현하기 만만하지 않았다.
다행인 건, 지금 위지천은 혼자가 아니라는 거다.
“크하하하하!!! 이 짜릿짜릿한 독기! 좋구나!! 이 흑랑의 도를 받아라!!”
… 신이 나서 천둥벌거숭이처럼 날뛰는 흑랑이 있었고.
“…….”
… 파랗게 질린 얼굴로 독왕을 보고 있는 독화도 있었다.
‘어. 음. 손발을 맞추어야 할 동료들의 상태가?’
흑랑은 원래 저런 놈이니 그렇다고 쳐도 독화의 상태가 심각해 보였다.
월면변독 때문에 몸 상태가 나빠서가 아니었다. 위지천이 악화하지 않도록 열심히 치료해 현재 독화의 몸 상태는 의의로 나쁘지 않았다.
독화는 긴장… 정확히는 두려움에 질려 있었다.
‘내가 아버지를 막을 수 있을까?’
독화는 가슴이 턱 막혔다.
독왕은 부정(父情)이 없는 아버지는 아니었다.
도리어 독화를 무척이나 아꼈다.
하지만, 당가의 훈육 방법이 의례 그렇듯이 굉장히 억압적이었고, 독화는 아버지에게 존경과 더불어 깊은 두려움을 품고 있었다.
‘정신 차려. 난 당가의 소가주야. 내가 막아야 해.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하지만, 더욱더 두려움이 파고들었다.
위지천은 그런 독화의 기색을 눈치채고.
‘독왕이 흘리는 의기상인(意氣傷人)에 당했군.’
상단전이 개화한 초고수들은 그저 기세만으로 상대의 의지를 꺾는다.
독왕도 은연중 의기상인의 기세를 뿜고 있었고, 원래도 독왕을 경외하던 독화가 강하게 영향을 받은 듯했다.
이런 경우 억지로 두려움을 떨치려고 할수록 더욱더 공포에 잠식되게 되니.
‘… 이런 방법 싫지만, 상황이 이러니 어쩔 수 없지.’
“당화 누님.”
“…뭐라고 했나요?”
“누님이라고 했는데요? 싫나요?”
“…시, 싫지는?”
“헤에. 다행이다. 그간 누님처럼 잘 해주셨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불러보고 싶었어요.”
위지천이 해맑게 순수한 눈동자를 초롱초롱 빛내며 이야기하자, 독화의 얼굴이 화악 붉어졌다.
‘요, 요망한…!’
독화는 머리를 강하게 흔들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그녀가 정신 차리지 않으면, 저 소년을 비롯해 수많은 이가 죽을 거다.
‘난 아직 위지 동생에게 은혜를 갚지 못했어!’
독화가 두려움을 극복하고 독왕에게 맞섰다.
그 뒤를 위지천이 따랐다.
파아아앗!!!
-용호, 네가 최대한 날뛰어서 독왕의 신경을 끌어줘.
-흥, 누가 네놈 따위의 말을 따를 줄 아느냐?!
용호는 튕기는 척하면서 순순히 위지천의 지시에 따랐다.
독화가 정면에서 독왕을 막았고, 독왕이 다른 쪽으로 튀어 나가려고 하면 암류의 무인들이 암기를 던져 견제했다.
위지천은 가만히 때를 기다렸다.
일원이 이극으로 나뉘는 순간은 약속으로 정해놓는 게 아니다.
위지천이 의진(醫陣)의 상황을 살펴 그에 맞추어 움직여야만 했다.
파아앗!
이윽고 의진에 양(陽)의 기운이 차기 시작했다.
팔괘 중 일곱 방위에서 양의 기운을 끌어올렸고, 일원에 양의 기운이 모였다.
이제는 위지강의 차례였다.
‘형님이 잘 할 수 있을까?’
위지강의 능력을 믿었지만, 홀로 일곱에 달하는 양의 기운에 대립해 일원을 이극으로 나누어야만 했다.
위지강은 고요히 눈을 감고 있었다.
… 이런 순간에도 쓸데없이 잘 생겨 지그시 눈을 감은 모습이 보는 이들을 홀리게 했다.
잠시 후.
번뜩.
위지강이 눈을 뜨더니 위지천을 보았다.
-쓸데없이 내 걱정하지 말고, 네가 맡은 일이나 잘해라.
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
위지강이 실패할 리 없다는 걸 깨달은 위지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위지천이 움직였다.
그런데 이상했다.
파아앗.
위지천의 검이 반원(半圓)을 그렸다.
사람들은 위지천의 검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곡선은 검술의 일반적인 동작이 아니다.
특히 반원(半圓)은 더더욱.
검무(劍舞)를 출 때나 볼 수 있는 동작이다.
‘왜 저런 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