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6)
의선명가 천재막내 17화(17/138)
제17화
‘이 미친 악마 놈아!!’
장삼은 속으로 빼액 분노의 괴성을 질렀다.
‘고작 의생 몇 명 낚자고 흑도 문파 하나를 멸문시키다니.’
그렇다.
다들 짐작하겠지만, 흑귀문이 삼호문을 공격한 건 위지천 때문이었다.
더 황당한 건, 위지천이 정말 아이 손모가지 비틀듯 삼호문을 멸문시켰다는 거다.
‘그놈은 악마야. 악마.’
장삼은 위지천이 지난밤 보여준 모습을 보고 몸을 파르르 떨었다.
위지천은 변장하고 흑귀문의 문도로 참전했다.
그러고는 슬쩍슬쩍 싸움에 개입했다.
그것만으로도 삼호문은 속수무책 무너져 내렸다.
더 소름 끼치는 건 아무도 그 악마의 수작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거다.
심지어 위지천은 전투 와중에 삼호문이 숨겨놓은 보물을 모조리 챙기기까지 했다.
‘삼호문주도 본인이 그 악마 놈한테 당한 줄도 몰랐어. 솔직히 나보다 삼호문주가 한 수 위인데.’
도대체 그 악마의 경지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절정?
저 어린 나이에 절정인 것도 무림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건만, 장삼은 위지천이 단순한 절정이 아니라는 걸 눈치챘다.
장삼이 과거 만난 흑도의 절정 고수 중 위지천 같은 이는 아무도 없었다.
‘멍청한 부하 놈들은 속사정도 모르고 신명 나 하고 있고.’
-믿고 있었습니다, 문주님!
-갑자기 개과천선이니 미친 소리를 하신 것도 깨달음을 얻으셔서 그랬던 거군요!
-새롭게 남양 남로의 패자로 등극하신 장삼 문주님께 만세!
새로운 별호도 얻었다.
남양남패(南陽南覇)!
남양 남쪽 거리를 평정한 이란 뜻이었다.
이제 흑귀문은 무수한 중소 흑도 문파가 아닌, 남양의 한구석을 완벽히 자신의 영역으로 삼은 어엿한 중견 문파가 된 거다.
꿈에 그리던 일이었지만, 왜일까? 전혀 기쁘지 않은 것은.
-남양남패(南陽南覇)? 쯧. 우리 의선의가의 화살받이가 되기에는 부족한데. 최소 남양흑패(南陽黑覇), 더 나아가서 하남흑패(河南黑覇)는 되어야지.
악마 놈이 혀를 차며 하던 소리에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장삼을 남양의 패자. 더 나아가 하남성의 패자로 만들겠다는 소리였지만, 장삼은 못 들은 척했다.
아무리 저 악마 놈이라도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은….
‘망할. 저 악마 놈이면 하고도 남잖아. 크아악! 날 언제까지 괴롭히려는 거냐?!’
이게 장삼이 응가 씹은 얼굴로 아섭 앞에 나타난 이유다.
그래도 장삼은 아섭을 비롯한 의생 후보들에게는 악감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악마 놈한테 목줄 잡힌 내 신세나, 빚에 목줄 잡힌 저 의생들 신세나 비슷하지.’
끼익.
문을 여니, 찻집에 위지천이 있었다.
장삼은 위지천의 해맑고 순해 보이는 가증스러운 얼굴을 볼 때마다 이마에 핏대가 올라왔다.
“아섭 선…생을 모셔 왔습니다. 빠득!”
아차.
울분을 못 이겨 표정 관리를 못 했다.
다행히 위지천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어서 오십시오. 의선의가의 위지천이라고 합니다. 아섭 선생이시죠?”
“네, 네, 제가 아섭입니다. 말씀을 낮추어 주십시오. 위, 위지천 공자를 뵙습니다. 그런데 저는 어쩐 일로?”
“아섭 선생께서 삼호문에 진 빚 때문에 논할 게 있어서 청했습니다. 혹시 빚을 상환할 방법이 있으신가요?”
그걸 의선의가의 공자가 왜?
어쨌든, 아섭은 순순히 답했다.
“…없습니다. 솔직히 이자를 갚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저런.”
위지천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누가 봐도 선해 보이는, 아섭을 진심으로 염려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저, 저 가증스러운!’
장삼이 속으로 팔짝 뛰거나 말거나, 위지천은 세 치 혀로 말을 이어갔다.
“여기 장삼 대협이 요청해 제가 계약 내용을 봤는데, 불합리한 내용이 많더군요. 다만, 새롭게 채권자가 된 흑귀문 측에서도 무작정 빚을 탕감해 드리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삼호문을 합병하는 과정에 대가를 지불하고 인수한 것이라서요.”
“…그렇겠지요.”
문파 간 전쟁 후 상대 문파를 병합할 때, 무작정 모든 걸 빼앗는 게 아니다.
재산권이란 게 있는데 어찌 그러겠는가?
거래하게 된다.
물론 승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거래이지만 말이다.
“대신 이러는 건 어떻습니까? 아섭 선생께서 지신 빚을 우리 의선의가가 인수하겠습니다.”
“하, 하지만, 그러면 의선의가에 너무 손해가?”
“아섭 선생의 가능성을 읽어서입니다.”
“!!”
“주변에 아섭 선생의 평판을 물어보았습니다. 다들 칭찬이 자자하더군요. 여건이 따라주지 않았을 뿐, 의원이 된다면 환자를 위하는 참된 의원이 될 거라고.”
왈칵!
아섭의 가슴이 흔들렸다.
그렇다.
환자를 위하는 의원.
한때 아섭이 꿈꾸던 일이었다.
위지천이 그런 아섭의 손을 잡았다.
따뜻하게.
“의가의 자제로서 아섭 선생의 가능성이 이대로 스러지는 건, 용납할 수 없어 나서게 되었습니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우리 의선의가의 제자가 되는 겁니다.”
“네, 의선의가의 제자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섭은 과거의 자신을 크게 반성했다.
자신은 의가의 허명 따위를 왜 신경 썼다는 말인가?
의선의가 같은 곳이야말로 진정한 참된 의가인데!
그런데.
“계약서에 지장을 찍으시면 됩니다. 인주는 여기 있습니다.”
“네, 지금 바로….”
지장을 찍기 전, 아섭은 흠칫하였다.
‘…의견례 합격 후 십오 년간 의무 근무?’
기간이 조금… 길지 않나?
“그건 부담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섭 선생과 좋은 인연을 오래도록 이어가고 싶은 마음에 기간을 그렇게 잡았을 뿐, 빚만 다 차감되면 서로 협의하에 근무를 종료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군요.”
“급여적인 면도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빚만 다 차감되면 정상적으로 지급될 테니까요.”
아섭은 얼떨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나? 그래도 의선의가인데 사기를 치진 않겠지?’
십오 년이 걸리긴 했지만, 조건 자체는 좋았다.
대출 이자도 파격적으로 변경되었다.
연 복리 이십 할이었는데, 무려 무이자였다!
잘못 본 건가 했는데, 아니었다.
정말 무이자였다.
‘아무리 급여에서 차감해 갚는다고 해도 이러면 의선의가가 너무 손해인 것 아닌가?’
그때, 다시 위지천이 아섭의 손을 잡았다.
“아섭 선생과 꼭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무리하였습니다. 아섭 선생과 함께 의선의가의 꿈을 펼치고 싶습니다.”
“!!”
핑.
그 진심(?) 어린 말에 아섭의 눈에 눈물이 돌았고.
“알겠습니다. 앞으로 의선의가에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이제 아섭 선생은 우리 의선의가의 가족입니다.”
“네. 난 의선의가의 가족이다!”
“영원히 함께합시다!”
“함께하겠습니다!!”
‘…육갑을 떤다.’
그 촌극을 보며 장삼은 떫은 표정을 지었다.
‘애초에 거의 공짜로 빚 인수한 거잖아. 그래놓고 무슨 무이자랍시고 생색을.’
실제로는 공짜로 얻은 빚으로 무보수로 부려먹는 거면서!
‘빚을 다 차감하고 난 다음에도 저 악마 놈이 제대로 급여를 줄 리가 없지. 불쌍한 놈. 지옥행 계약서에 스스로 도장을 찍은 것도 모르고.’
하지만, 이건 장삼이 잘못 생각한 것이었다.
위지천은 신규 의생들의 등을 처먹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황금의 맛을 보여줄 생각이었다.
‘의선의가가 자리 잡으면 돈을 쓸어 담게 될 테니까.’
십오 년의 의무 기간은 왜 넣었냐고?
‘너무 힘들어서 도망가면 안 되니까.’
의선의가는 앞으로 커다랗게 번영할 거다.
그 말은 무슨 의미인가?
환자를 죽어라 봐야 한다는 의미였다.
분명 곡소리가 날 테니, 미리 족쇄를 걸어둔 거다.
‘중간중간 황금으로 달래주고. 큭큭.’
위지천의 사악한(?) 계획에 아섭은 정체 모를 한기를 느꼈다.
그리고 며칠 뒤.
“우리는?”
“의선의가의 가족이다!!”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위지천은 새로운 제자들을 대거 낚아왔다.
아섭처럼 의생 준비를 하다가 막대한 빚을 지고 고달픈 삶을 살던 이들이었다.
은혜를 입은 만큼 이제 갓 들어온 제자들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충성심이 넘쳤다.
특히 새로 들어온 제자들은 강점이 있었다.
의지였다.
한번 의견례에 실패했다가 온갖 고생을 겪은 이들인 만큼 절박한 의지가 넘쳐흘렀다.
‘자질도 원래 있던 제자들보다 훨씬 나아. 남중의가 덕에 횡재했어.’
의생들을 상대로 수업료 장사를 하는 건 어지간한 의가면 다 하는 짓이지만, 사채꾼과 결탁해 악독하게 빚놀이까지 하는 건 남중의가 정도 되는 놈들이어야 가능한 짓거리다.
“이제 절 대사형이라고 부르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대사형!!”
이 자리에서 위지천이 가장 어렸지만, 다들 반발 없이 수긍했다.
의선의가에 들어온 순서로 따지면 위지천이 가장 빠르기도 했고, 다들 위지천 덕분에 빚의 굴레에서 벗어났으니, 감사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뜻밖의 이야기가 들렸다.
“전 당신이 대사형이 되는 걸 인정할 수 없습니다!!”
“…넌?”
“새롭게 제자가 된 단여입니다!”
‘호?’
위지천은 눈에 이채를 띠었다.
다른 신입 제자들은 의견례 장수생 출신이라 대부분 약관(20세)을 넘었지만, 단여는 위지천과 비슷한 또래의 소녀였다.
단여는 출신이 달랐다.
‘화중의가의 내문제자 출신.’
모종의 사정으로 화중의가에서 나온 후 받아주는 의가가 없어서 의선의가까지 흘러오게 된 거다.
“의가 내 기수는 입문 순이 아니라, 의견례 합격 순에 따라 정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공자께서 의견례에 합격하지 못한다면, 저희의 대사형이 될 자격이 없습니다!”
장내가 웅성거렸다.
다른 제자들 모두 단여를 미친놈 보듯 바라보았다.
‘무슨 이런 눈치 없는 게 다 있어?’
‘이런 놈이랑 같이 있으면 괜히 피 보지. 피해 다니자.’
위지천은 팔짱을 꼈다.
‘소문대로네.’
단여는 이곳 남양 의가에서 나름대로 유명했다.
위지천과 반대의 의미로.
장래가 기대되는 기재로 꼽혔다.
그런 단여가 화중의가에서 나오게 된 건, 방출된 탓이다.
기재를 쫓아내?
이유가 있었다.
단여는 소위 싸가지가 없었다.
사문 내 사형과 모종의 이유로 대판 싸웠다고 한다. 머리끄덩이 잡고 치고받고 싸웠다나?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
하지만, 위지천은 개의치 않았다.
‘고쳐 쓰면 되지.’
안 그래도 새로운 사제들에게 기강을 잡을 필요가 있었는데, 잘되었다.
위지천은 단여를 제물로 기강을 잡기로 했다.
단, 의선의가에 다른 이들이 알면 의아해할 생각이다.
위지천이 다른 의가 내문제자 출신인 단여에게 어떻게 기강을 잡는다는 말인가?
무림 문파에서 사형의 권위가 무공 실력에서 나온다면, 의가에서 사형의 권위는 의술 실력에서 나오는 법인데?
‘다 방법이 있지.’
“그쪽야말로 그런 말을 할 자격이 되는지 모르겠군요. 기상(氣上), 기완(氣緩), 기소(氣消), 기하(氣下)에 대해 말해 보십시오.”
오늘 아침 의서에서 읽은 내용이었다.
“흥, 고작 그런 기본 내용을 묻는 겁니까?!”
단여는 코웃음과 함께 줄줄 의서의 내용을 읊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