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60)
의선명가 천재막내 160화(160/174)
제160화
예상대로 위지천의 검이 독왕에게 아무런 위협도 주지 못하고 허무하게 튕겨 나가자 다들 이렇게 생각했다.
‘아무리 무재가 뛰어나도 어쩔 수 없이 미숙한 면이 있구나.’
‘실전 경험이 없어서, 저런 검을 펼친 건가?’
하지만, 위지천은 계속해서 이해할 수 없는 검을 펼쳤다.
다음엔 하늘하늘 흔들리는 검이었다.
춤사위처럼.
보기에는 훌륭했다.
검으로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듯했다.
하지만, 이곳은 연회장이 아니다.
위지천의 검은 여전히 어떤 위협도, 타격도 주지 못했다.
그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반복하는 모습.
“멈추십시오, 의선혜검!”
“위험…!!”
결국, 보다 못한 당가의 무인들이 외쳤다.
답답함을 떠나, 일단 위험했으니까.
호랑이가 덤벼들고 있는데, 코앞에서 춤을 추고 있는 격이다.
그런데, 이상했다.
파아앗!!
독장(毒掌)이 위지천의 옆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슬쩍 피한 거다.
“…어떻게?”
장법을 피한 것까지야 억지로 납득할 수 있다.
현재 독왕은 주화입마로 온전한 상태가 아니며, 흑랑과 독화뿐 아니라, 암류 무인들의 견제까지 받고 있으니.
문제는 피하는 방식이다.
검무를 추면서 장법을 피했다.
한 번이 아니다.
비슷한 광경이 연이어 펼쳐졌다.
위지천이 독왕 앞에서 검무를 춘다.
분노한 독왕이 공격을 퍼붓지만, 허무하게 스쳐 지나갈 뿐이다.
당가 무인들은 서서히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설마 의선혜검이 가주님을 상대로 검무를 추며 농락하고 있는 거야?”
“경극단에서 맹수를 상대로 곡예 하는 것처럼?”
경극단의 인기 곡예 중 무공을 익힌 곡예사가 화려한 무공을 펼치며 맹수를 조롱하는 게 있다.
낭창낭창 검무를 추는 의선혜검과 분노해 날뛰는 독왕의 모습이 그 광경을 연상시켰다!
‘뭐, 경극단의 곡예를 따라 한 건 맞긴 하니.’
위지천이 지금 실전적인 검을 펼쳐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애초에 독왕을 쓰러뜨리는 게 목적도 아니다.
독왕을 철저히 의도대로 놀아나게 해야만 했다.
‘독왕은 지금 독기가 뇌수에 뻗쳐서 사리 판단이 안 되는 상태이니.’
태검진인 때와는 달랐다.
태검진인은 심마가 폭주했지만, 검술 경지를 잃은 건 아니다. 무공에 관한 명철함은 그대로였다.
독왕은 명철함을 완전히 잃은 상태다.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맹수와 다름없었다.
위지천이 일부러 검무를 추는 이유다.
화려한 동작으로 맹수의 시야를 끌기 위해.
물론, 단순히 주목만 끈 게 아니다.
흑랑의 시끄러운 난장, 한 치도 물러나지 않으려는 독화의 검, 쉴 새 없이 독왕에게 날아드는 암류의 암기들.
이 모든 걸 시야 안에 넣은 후 수십 수 앞을 내다보며 검무를 펼쳤다.
철저한 계산 끝에 독왕이 그가 원하는 반응을 보이게.
따라서, 엄밀히 말해 위지천은 지금 독왕의 공격을 피하는 게 아니었다.
애초에 독왕이 헛손질하게 만든 후 그에 맞춰 춤사위를 밟을 뿐이다.
무공에 대한 아득한 이해로 연출한 예술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왜 의선혜검을 일컬어 차대의 천하제일기재라고 하는지 알겠구나.’
‘아무리 가주님께서 이지를 잃은 상태라도 저런 곡예를 부리다니? 얼마나 무재가 뛰어나면, 저런 일이 가능한?’
당가의 무인들은 위지천의 움직임, 독왕의 반응 등이 모두 철저한 계산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고는 몰랐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이니까.
그저 위지천의 무재가 그야말로 천고의 수준이라 이런 기적을 일으키고 있다고만 여겼다.
‘하지만, 저런 기적을 오래 지속하지는 못할 거야.’
‘위험한…!’
틀린 걱정은 아니었다.
아무리 위지천이 몇십 수를 내다보고, 독왕이 지금 본능만 남은 짐승 같은 처지라고 해도 독왕은 독왕이니까.
이런 묘기도 한계가 있었다.
그때, 의진(醫陣)에 변화가 생겼다.
고오오.
위지강이 건의 자리에서 음의 기운을 끌어 올렸고, 일원(一源)의 양과 대립하는 음의 기운이 차올랐다.
일원이 이극으로 나누어지려는 순간.
하필 가장 중요한 그 순간에 위지천의 묘기가 파국을 맞았다.
까앙!
독왕의 독장이 결국 위지천의 검을 튕겨낸 거다.
“의선혜검!!”
“위험하오!!”
하지만, 위지천은 물러서지 않았다.
‘이 정도는 계산 범위 안이야.’
검무를 춘 건, 일원 근처에 독왕을 묶어두기 위해서였다.
이제 광대놀이를 끝낼 때였다.
파아앗!
위지천의 검이 일직선의 선을 그었다.
의선유수검(醫仙流水劍) 일초식 유선낙화(流仙落花)가 독왕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동시에 위지천의 머리가 앞으로 펼쳐질 일을 ‘예측’했다.
독왕은 그의 검을 향해 정면으로 독장을 펼칠 거다.
하지만, 그게 함정이다.
독왕의 현재 위치에서 위지천의 검에 정면으로 장을 뻗으려면, 좌측으로 반보 움직여야 하고, 그 위치가 바로 이극(二極)의 중심이다.
‘독왕의 장법을 정면으로 마주하면 내상은 좀 입겠지만. 당가에서 영약이나 잔뜩 뜯어내지, 뭐.’
사실, ‘좀’ 수준은 아닐 거다.
무려 독왕의 독장이니까.
하지만, 이렇게 ‘살을 내주는’ 방식의 전략은 위지천에게 무척 익숙한 것이었다.
애초에 독왕 정도 되는 이를 상대하면서 터럭 하나 다치지 않으려는 건 양심 없는 것 아닌가?
위지천은 태연히 그렇게 생각했지만, 다른 이들의 반응은 달랐다.
“안 돼!!”
“피하시오, 의선혜검!!”
다들 위지천이 자신을 희생(?)해 목표를 이루려고 함을 눈치챘다.
독화의 눈이 커졌다.
그녀가 뭐라 외치려는 순간, 갑작스러운 이변이 일어났다.
위지천도 예상하지 못한.
“이 미친놈이!!! 건방지게 어딜 감히 이 형님을 놔두고! 잘난 척하려고!”
퍼억!!!
용호가 벼락처럼 달려들어 위지천을 밀치더니 독왕을 향해 도를 날렸다.
‘야!’
덕분에 위지천은 무사할 수 있었지만, 고마워할 일이 아니다.
계획이 어그러졌다!
‘…아닌가?’
용호가 펼친 도의 궤적은 위지천이 펼치려던 유선낙화와 무척이나 흡사했다.
용호 또한 천하에 손꼽히는 기재.
위지천의 의도를 눈치채고 자신이 대신 똑같이 흉내를 내 펼친 거다.
‘아니야. 조금 어긋났어.’
미세한 차이가 있었고, 독왕의 반응도 위지천이 의도했던 것과 살짝 달랐다.
반의반의 반보 정도 이극의 중심에서 떨어진 거다.
실패라고 생각한 위지천이 입술을 질끈 깨무는 순간.
“잘했다, 용아.”
위지강이 씨익 미소를 짓더니 손을 움직였다.
“이 정도 오차는 내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
일원, 이극은 팔괘의 중심이다.
팔괘의 기운은 일원, 이극으로 모인다.
따라서, 팔괘진에서 중요한 게 팔괘의 위치를 정확히 하는 거다.
팔괘의 위치가 부정확하면, 일원, 이극으로 기운이 향하지 않게 되니까.
단, 그 말은 팔괘의 위치를 다르게 하면, 기운이 향하는 방향도 다르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즉, 일원, 이원의 위치를 틀 수 있었다.
물론, 이론상 가능하다는 거다.
팔괘의 위치가 달라지면, 기운이 어디에도 모이지 못하고 흐트러지기 십상이지만.
‘흥, 내가 태을의진을 연습한 게 몇 번인데. 이 정도 변주쯤이야.’
다른 가족들에게는 비밀이지만.
위지강 역시 어린 시절 천하제일 의선의가를 꿈꾸었던 적이 있다.
어린 동심에 창고에서 썩어만 가는 천하제일 의선의가 시절의 비기를 숙달했다.
콰아앙!
용호의 도와 독왕의 독장이 충돌했고, 위지강이 그에 맞추어 태을의진을 완전히 발동했다.
양의 일원이 음양의 이극으로 나누어졌고, 그 중심에 있던 독왕의 단전이 음양의 분열에 휩쓸리며 거센 격류에 뒤덮인 것처럼 잠잠히 가라앉았다.
털썩.
독왕이 쓰러졌고, 장내가 고요해졌다.
당가의 모두가 떨리는 눈으로 의선의가의 세 명을 바라보았다.
의선의가의 세 명은 서로를 챙기고 있었다. 기적을 일으킨 것보다 서로가 중요하다는 듯이.
그 모습에 당가인들의 가슴이 다시금 울컥하였고, 당가인들 모두가 생각했다.
의선의가의 세 옥선(玉仙)들이 당가를 구했다고.
의선의가의 이름이 다시금 강호를 뒤집는 순간이었다.
* * *
이번에 당가에서 벌어진 일은 강호 전역에 퍼졌다.
원래 당가 내부의 일은 크게 소문이 나는 일이 드물지만, 광봉과 사망공자가 사건에 얽혀 모두가 주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의선의가의 세 명이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군.”
“의선혜검이 당가마저 구한 건가?”
“빙옥절도도 대단한 활약을 했다고 해. 천하제일 의선의가 시절의 비전 의진을 펼쳤다더군!”
“빙옥절도가 의진을 펼칠 때 의선혜검이 독왕을 팔괘의 중심에 묶어 놓았다고 해!”
“독왕을? 그게 가능해?”
“괜히 천하제일 기재라고 불리겠는가?”
“허어. 빙옥절도도 의선혜검도 대단하군.”
흑랑도 오랜만에 좋은 내용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흑랑도 당가를 구하는 일에 손을 보탰다더군!”
“흑랑이 좋은 일을 할 리가?”
“의선혜검이 흑랑을 개과천선하게 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고 하네!”
“허어, 그러면 호로흑랑이 사람이 된 건가?”
“아니, 아직 그 정도로 나아진 건 아니라더군. 사람이 되려면 멀었지만, 그래도 조금 교화된 짐승이 되었다더군.”
“칠조 중 손에 꼽히는 망종이던 흑랑을 조금이라도 변하게 만들다니. 의선혜검의 덕(德)이 참으로 대단하군!”
…어쨌든 좋은 내용이긴 하다.
“그런데, 당가에 커다란 혈사가 일어나는 건 피했지만, 아직 사건이 끝난 건 아니지 않나?”
“그래, 월면변독에 중독된 이들은 어떻게 한단 말인가? 범인도 아직 못 잡았고.”
“그것도 의선혜검이 해결했다더군.”
“뭐?”
“범인을 잡았을 뿐 아니라, 의선혜검이 월면변독까지 해독했다고 해.”
“월면변독을 해독했다고? 당가도 실패한 일 아닌가?”
“놀라지 말게. 의선의가가 이번에 개발한 상약의 효능이라고 하네.”
“뭐? 의선의가가 상약을 개발했다고?”
“그래! 의선의가의 상약이 당가도 치료 못 한 월면변독을 해독했다고 해!”
“아니, 도대체 무슨 상약이길래?”
“그게….”
중원 모두의 이목이 의선의가가 개발했다는 상약에 쏠렸다.
위지천이 의도한 대로.
* * *
‘일부러 월면변독을 이용한 목적 중 하나가 신(新)상약 홍보를 위해서였으니까.’
위지천은 콧노래를 불렀다.
당가의 독인들, 의원들이 경악한 눈으로 그런 위지천을 보고 있었다.
“아, 아니? 어떻게 월면변독을 해독할 수가?”
“도대체 그 해독제의 정체가 무엇이오?!”
십 년 전 월면변독에 희생자가 생겼을 때도, 그리고 이번에도 당가의 독인들과 의원들은 해독제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하지만, 어떤 해독제도 효과 없었는데, 의선의가가 새로 개발했다는 상약을 복용하니 깨끗이 나은 거다!
“죄송해요. 제가 조금만 더 빨리 우리 의선의가가 개발한 신상약을 떠올렸다면 중독된 환자들이 지금까지 고생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이 약은 해독제로 개발된 약이 아니어서, 월면변독과 연관 짓지 못했어요.”
“…해독제가 아니라고 했소?”
“네, 우리 의선의가가 개발한 신상약은 일반 치료약일 뿐, 해독제가 아니에요.”
“그런데, 월면변독을 어떻게 해독한?”
위지천의 답에 당가의 모두가 혼란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