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61)
의선명가 천재막내 161화(161/174)
제161화
위지천은 모여든 당가인들을 둘러보았다.
‘독학자(毒學者)들 다 모였지?’
당가의 주축은 무인들이다. 무가이니까.
하지만, 당가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무인들 때문이 아니다.
독학자들과 암기 장인들 덕분이다.
특히 독학자들의 공이 지대했다.
천(天)급 당문의가(唐門醫家)가 바로 이 독학자들에게서 시작되었으니까.
당가의 무수한 신단약들도 모두 이 독학자들이 연구 개발하는 거다.
독학자들은 독류 소속이긴 해도, 대부분 권력 다툼에 관심을 두지 않고 연구에만 몰두했다. 애초에 권력 다툼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독학자가 되지 않는다.
저명한 독학자 중에 당문의가의 의원을 겸직해 명의로 이름을 날리는 이도 많았다.
참고로, 당문의가 최고의 명의인 유천(柳川) 또한 독학자였다.
이번 월면변독 사건 때문에 당가의 독학자들은 체면을 크게 구겼다.
아예 해독하지 못하는 독이라면 그나마 나았을 거다.
모든 병이 치료 가능한 게 아니듯, 독 또한 해독이 불가한 종류가 있으니까.
그런데, 웬 정체불명의 신단약이 단번에 월면변독을 해독했으니 독학자들은 미치고 펄쩍 뛸 지경이었다.
“도대체 무슨 약이길래?!”
“허어, 이 사람아. 그렇게 물으면 실례이지 않나? 가르침을 구하는데 정중히 물어야지.”
“약의 제조법을 묻는 게 아니라, 무슨 약인지 대략적이라도 알려주면 안 되겠나?! 월면변독을 어떻게 해독할 수 있었는지?!”
독학자들은 독 연구에 미친 이들.
정말 순수하게 궁금증 때문에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거다.
월면변독만 몇 년 동안 연구하다가 대머리 된 독학자도 있을 정도이니까.
“자자, 진정하세요. 제가 다 설명해 드릴게요. 일단, 월면변독의 정체부터요.”
위지천은 독학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킨 후 ‘상약 홍보’를 시작했다.
“월면변독의 정체는 지금껏 밝혀지지 않았잖아요?”
독학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희생자들의 혈액에서 달빛 색의 결정을 검출하였을 뿐, 그 결정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밝히지 못했다.
“그간 선생님들께서 월면변독을 연구하신 자료를 읽어 보았어요. 특히 독광(毒光) 선생님께서 기술한 자료를 깊게 살폈어요. 이 자리를 빌려 독광 선생님께 감사드려요.”
독광(毒光)은 빛처럼 번뜩이는 재치를 지녔다는 독학자로 월면변독을 연구하다가 대머리가 되어 진짜 빛이 된 이였다.
“월면변독의 특징은 환자마다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는 거예요. 덕분에 변독(變毒)이란 이름이 붙었죠. 하지만, 월면변독은 다른 일반 변독들과도 달라요. 환자마다 증상이 완전히 달라 같은 독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예요.”
같은 독은 같은 증상을 일으킨다.
독물학(毒物學)의 일반적인 상식이다.
환자마다 증상이 다르게 나타나는 변독이 있긴 하지만, 그 변독들 또한 완벽히 다른 증상이 나타나는 건 아니다.
환자들의 피에서 결정이 검출되지 않았다면, 각자 다른 독에 당했다고 여겼을 거다.
“선생님들께서도 아시다시피 독이 모두 같은 증상을 나타내는 건, 독이 원체 강력한 사기(邪氣)라 환자들 개개의 체질을 무시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월면변독의 정체가 무엇이라는 것인가?!”
위지천이 자꾸 질질 끌며 핵심을 이야기하지 않자 독학자들이 안달을 냈다.
특히 독광은 초조함에 그나마 남은 옆머리를 뜯을 기세였다.
“월면변독이 독(毒)이 아니란 뜻이에요.”
“…뭐?”
“환자마다 증상이 다르게 나타나는 건, 독이 아닌 일반 병증의 특징이잖아요? 똑같은 양(陽), 허(虛), 부조(不調) 등이 생겨도 환자의 체질에 따라 겉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천차만별이니까요.”
“하지만, 혈액에서 결정이 검출되었다는 건, 외부의 물질이 체내에 들어가 사달을 일으켰다는 것을 뜻하지 않나?”
외부의 물질이 체내에 들어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
그게 바로 독(毒)이다.
“아니에요. 외부 물질이 체내에 들어가 문제를 일으키는 건 독만이 아니에요. 한 종류 더 있어요.”
“어떤? 설마…?”
이 자리의 독학자 중 상당수는 의원 역을 겸임하는 이들.
그제야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리고는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그건? 우리 당가도 그 가능성을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네, 저도 확신한 건 아니에요. 그저 추측일 뿐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우리 의선의가의 신상약을 시도해볼 가치가 있다고 했어요.”
위지천은 탁한 갈색빛의 구슬 형태의 약을 꺼냈다.
“이 신상약, 청제충환(淸除蟲丸)은 체내에 서식하는 내충(內蟲)을 모조리 박멸할 수 있으니까요.”
“!!”
장내에 경악이 번졌다.
그렇다.
월면변독의 정체는 독이 아니었다.
‘팔색독첩의 충란(蟲卵)들이 체내에 들어가 사달을 일으키는 거야.’
“워, 월면변독이 독이 아니라 충병(蟲病)이었다고?”
“네, 환자들에게서 검출된 결정은 벌레의 알인 충란이었고요.”
충병은 체내에 기어들어 온 벌레, 소위 기생충들 때문에 생기는 병을 뜻한다.
당가 의원들도 충병을 아예 생각하지 못한 건 아니다.
하지만, 금방 배제했다.
충병을 확인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직접 벌레를 눈으로 확인하는 것.
단, 모든 충병 환자의 벌레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인간의 몸에 알의 형태로만 머무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벌레의 알은 너무나 작아 눈으로 보이지 않는다.
길이의 단위 중 호(毫)가 있다.
붓의 털끝만 하다는 뜻으로 척(尺, 약 30cm)의 십만 분지 일이다.
벌레의 알은 그것보다도 작다.
어지간한 고수들의 눈으로도 식별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런 경우 충병을 확인하기 위해서 충약(蟲藥)을 써본다.
당가 의원들도 월면변독 환자에게 충약을 썼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당연하지만, 당가가 개발한 충약은 중원 최고의 약효를 자랑한다.
“당가의 충약이 효과가 없었던 건, 그만큼 독한 충란이어서 그랬던 것으로 보여요.”
“그런데, 의선의가의 약은 어째서 효과가 있었던?”
거기까지 이야기한 당가 의원은 입을 우뚝 다물었다.
왜겠는가?
당연한 이야기다.
의선의가의 약이 더욱 약효가 좋으니까!
단약 개발 분야 천하제일인 당가의 약보다도 말이다!
그렇다.
이게 위지천이 이번 사달을 일으킨 이유 중 하나다.
당가의 약과 비교해 의선의가의 신상약의 위대함을 홍보하기 위해!
-의선의가 신(新)충약을 개발해!
-의선의가의 신충약, 청제충환(淸除蟲丸)의 약효가 당가가 개발한 충약보다 뛰어남이 밝혀져!
의업계를 진동하게 할 소식이었다.
중원 전역의 의원들이 주목했다.
“당가의 충약보다 효과가 좋다고? 그럴 수가 있나?”
“진실이라고 해! 당가의 독학자들이 인정했다고! 고독(蠱毒)을 제외한 어지간한 내충들은 모두 제거 가능하다고. 의선혜검의 도움으로 간신히 이지를 회복한 독왕조차 의선의가의 약에 탄복해 의련에 추천서를 작성했다고 해!”
“약효가 강한 대신 그만큼 독성도 강한 것 아닌가? 너무 독성이 강하면 환자가 견디지 못할 텐데?”
“놀라지 말게. 의선의가의 신충약은 환자에게 독성이 거의 없다고 하네!”
“뭐?! 그런 약이 세상에 존재할 리가?!”
어떤 이유로 몸의 균형이 깨지면, 어긋난 균형을 맞추어주는 게 모든 의술의 기본이다.
그런 면에서 충병은 참으로 의원들을 곤란하게 했다.
심신의 균형을 맞춘다고 몸 안에 기생하는 내충(內蟲)들이 잠잠해지겠는가?
충병을 낫게 하려면 내충을 죽여야 한다.
문제는 내충을 죽이는 약들은 하나같이 독성이 강하다는 거다.
충약은 독을 희석한 거니까.
단, 아무리 희석한 독이라도 독은 독이다. 환자의 몸도 같이 상한다.
이런 말이 있을 정도.
-내충 잡으려다가 환자 잡는다.
그런데, 환자의 몸은 상하지 않게 하면서 벌레만 잡는 충약이 개발되었다고?
가히 혁명과도 같은 약이었다.
괜히 위지상아가 위지천의 이전 삶에서 약화(藥花)라고 불렸던 게 아니다.
위지상아는 약학의 천재였다.
“…그런데 당가에서 이 약을 가만히 둘까?”
충병 환자는 무척이나 흔하다.
덜 익힌 고기를 먹거나, 더러운 물만 잘못 마셔도 걸리는 게 충병이니까.
충약은 당가의 단약 사업에서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는 효자 상품이다.
의선의가의 충약이 본격적으로 판매되면 누구도 당가의 충약을 찾지 않을 거다.
“당가가 훼방 놓을 텐데. 좋은 약이 빛도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건 아닐지 모르겠군.”
흔한 일이다.
괜히 신단약을 성급 의가 이상만 개발하는 게 아니다.
힘없는 의가가 신단약을 개발하면, 이권이 침해된 의업계의 괴물들에게 짓밟히기 십상이다.
“놀라지 말게! 당가에서 의선의가의 신충약을 보증해 주기로 했다더군. 의선의가의 신충약을 함부로 복제하려는 이는 당가의 분노를 사게 될 거라고.”
“뭐, 뭐? 단약 사업에서 가장 치졸하고 흉악하게 구는 게 당가 아닌가? 당가에게 강제로 신단약의 사업권을 헐값에 뺏긴 지급 의가가 한두 군데가 아닌데?”
“의선의가의 옥선들이 이번에 당가에 입힌 은혜를 생각하게.”
“아… 하긴.”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당가가 후안무치해도 본인들의 은인인 의선의가를 건들 수는 없겠지.”
“그래, 당가 놈들도 사람일 테니 말이야.”
그렇다.
이게 위지천이 이번 사달을 일으킨 또 다른 이유 중 하나였다.
아무런 대책 없이 신상약을 발표했다?
백선의가가 배후로 있는 의련이 허가해주지 않음은 물론, 당가도 가만히 있지 않았을 거다.
당가는 자신들의 이권이 침해되는 걸 절대 좌시하지 않으니까.
의선의가가 정당하게 개발한 약?
마귀들의 세상인 의업계에서 그런 정당함 따위가 뭐가 중요하겠는가?
의선의가가 이번에 당가에 입힌 은혜 덕에 당가는 절대 의선의가를 건드릴 수 없게 되었다.
‘물론, 그렇게 속 편히 안심할 건 아니지만.’
위지천은 냉철히 생각했다.
당가는 순박한(?) 무당과 달랐다.
은혜 한번 입혔다고 당가 전체가 의선의가의 편이 된 건 아니다.
무수히 많은 당가인이 의선의가를 은인으로 여기게 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당가를 이끄는 건 그런 이들이 아니다.
여전히 당가의 주류는 독류와 암류의 직계였다.
오히려 직계들은 위지천 일행 때문에 큰 망신을 당하게 된 셈이다.
자신들은 도망쳤는데, 위지천 일행이 활약해 사태를 해결했으니까.
‘겉으로 그런 앙심을 표현하지는 못하겠지만.’
이번 사건 때문에 직계의 위상도 이전 같지 않게 되었다.
방계 무인들과 갈등이 생긴 거다.
직계들의 속내가 어떻든 방계 무인들이 은인으로 여기는 의선의가에 적대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불가능했다.
‘한 번 더 휘청이게 해주어야지.’
가주전.
독화가 독류와 암류의 직계들을 불러 모았다.
“…우리를 무슨 일로 부른 것이오, 소가주?”
독화가 옆에 선 위지천을 힐끗 보았다.
위지천은 고개를 끄덕이고 앞으로 나섰다.
“이번 참사를 일으킨 범인이 누군지 알아내서 불렀습니다.”
“…범인을?”
“네, 범인은 지금 이 자리에 모인 분 중에 있습니다.”
“?!”
위지천은 괘씸한 독류와 암류에게 자신이 저지른 일을 덮어씌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