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62)
의선명가 천재막내 162화(162/174)
제162화
독류와 암류는 현재 커다란 내홍을 겪고 있었다.
일단, 독왕의 폭주 당시 나 몰라라 도망간 일 때문에 방계 무인들 사이에서 적잖은 불온한 기운이 감돌았다.
이러다가 방계인들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파벌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가 커졌다.
괜찮다.
그래봤자 방계이니.
직계가 방계를 지배하는 수직 체계는 당가의 길고 긴 역사를 통해 당가인들의 뼛속에 새겨져 있다.
반기를 드는 방계가 생겨도 여전히 직계를 따르는 세력이 훨씬 클 거다.
진짜 문제는 직계끼리의 다툼이었다.
-이번 사태에 종사들께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런 목소리가 나온 거다.
당시 독선과 암천은 양패구상해 서로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
내외상 모두 심각해 과거의 힘을 회복하려면 최소 이 년은 걸릴 터였다.
이 년.
일반 무인이라면 길지 않은 시간이다.
하지만. 그들의 권좌를 노리던 당가의 독사들에게는 차고 넘치는 시간이었다.
새로 권좌를 차지하고자 이빨을 드러낸 이들, 그런 이들에 맞서 독선과 암천을 지지하는 이들, 또 다툼을 벌이는 이들의 뒤통수를 치려고 남몰래 비수를 갈고 있는 이들까지.
속된 말로 개판이었다.
위지천은 여기에 더해 추가적인 혼란을 던져주기로 했다.
“우리 중에 범인이 있다고?”
“그건, 그대들 스스로가 더 잘 알 텐데!”
한 인물이 벌컥 문을 열고 들어왔다.
웅웅거리며 날아다니는 벌레들.
충군이었다!
“충군께서 여기는 왜?”
“내 애첩인 팔색독첩(八色毒蝶)을 훔쳐 간 놈의 면상을 보기 위해서다!”
“누, 누가 뭘 훔쳤다고 했소?”
“월면변독은 내가 애지중지 키우는 팔색독첩의 충란이다. 그 얌전하고 사랑스러운 아이가 스스로 당가타로 날아가 이런 사달을 일으켰겠느냐? 너희 중 내 애첩을 훔쳐 간 놈이 있는 걸 알고 있다!”
장내가 시끄러워졌다.
월면변독이 충란인 게 밝혀지고 당가인들의 시선은 충류에게 향했다.
충병이면, 충류의 벌레가 일으킨 충병일 가능성이 높으니까.
지금껏 충류는 별다른 입장을 표현하지 않다가 오늘 갑자기 나타나 이러고 있는 거다.
“아니, 무슨? 우리에게 괜한 죄를 덮어씌우려는 것 아니오?”
“덮어씌워?”
“증거라도 있소?”
“증거? 있다!”
충군은 위지천을 보았다.
“제가 범인을 보았어요.”
“…뭐?”
“얼마 전 충태산(蟲太山)에 화재가 있었던 건 모두 알고 있죠? 우연히 근처를 지나가고 있었는데, 화재를 틈타 팔색독첩을 훔쳐 가는 이들을 봤어요.”
당시 위지천이 일부러 불을 지른 이유였다.
사기극의 개연성 확보를 위해.
“그걸 왜 지금에서야 말하는?”
“당시에는 월면변독이 충병인 줄 몰랐으니까요. 그냥 영충(靈蟲)을 훔쳐 갔다고만 생각했지 월면변독을 연관 짓지 못했어요.”
“…범인은 누구냐?”
“한 명이 아니에요.”
“…뭐라고?”
“두 명이었어요.”
위지천은 장내의 이들을 하나하나 훑어보았다.
마치 당신이 범인이라는 듯이.
“이곳에 있는 분 중 독류와 암류에서 한 명씩이에요.”
“!!”
모두가 당황했다.
한 명씩이라니?
그 말은 독류와 암류의 누군가가 서로 손 잡고 이 사달을 일으켰다는 뜻이다.
이런 일을 저지르고도 남을 만한 이가 워낙 많아 다들 서로를 보았다.
“그놈들이 정확히 누구냐?”
“말할 수 없어요.”
“뭐?”
“제가 범인을 말하는 순간, 당가는 또 서로 피 흘리게 될 테니까요.”
“!!”
‘범인을 지목하면, 내 말이 거짓이라는 게 밝혀질 테니까.’
위지천의 목표는 독류와 암류의 직계들이 서로를 더더욱 의심하고 심각한 내홍을 겪게 하는 거다.
이런 식으로 애매한 의심만 남기고 범인이 누구인지 확정하지 않으면, 갈등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거다.
물론, 겉으로 착한 척하는 걸 잊지 않았다.
“진실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는 서로가 싸우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그리고, 범인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요.”
“…기회?”
“네, 개과천선해 죄를 뉘우치고, 다른 이들을 위해 살 수 있는 기회요. 전 사람이 변할 수 있다고 믿거든요.”
“…….”
‘…음. 이건 내가 들어도 닭살 돋네.’
참고로, 위지천은 인간의 본성이 악하다는 말을 누구보다도 신봉하는 이다.
어쨌든 위지천의 발언은 당가 전체에 퍼졌고, 당가인들은 다시금 위지천의 인격(?)에 감탄했다.
“의선혜검의 인품의 훌륭함은 정말로 끝이 없구나.”
“군자도 저런 마음을 가지지 못할 텐데.”
안 그래도 위지천에게 홀딱 빠진 상태인 당가 방계인들은 재차 감탄했다.
특히 범인을 지목하지 않은 깊은 속내(?)에 감동했다.
직계들끼리 또 내전이 벌어지면, 누가 피를 흘리겠는가?
죽어 나가는 건 밑의 방계다.
‘즉, 의선혜검은 당가의 가엾은 이들을 염려해 범인을 지목하지 않은 것이다!’라고 당가의 방계들은 굳게 믿었다.
“고맙소. 소협께 도대체 몇 번의 은혜를 입는 것인지 모르겠소. 우리 당가의 방계들은 의선의가에 입은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것이오.”
십전십기(十全十機) 당문악이 위지천을 찾아와 감사의 말을 했다.
양혼독(兩混毒) 당추량도 함께였다.
“우리는 앞으로 새로운 파벌을 만들려고 하오. 직계의 횡포에서 방계들을 보호할 파벌이오. 소가주가 우리와 함께할 것이오.”
“아직 우리와 함께하는 이들의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최선을 다해보려고 합니다. 소협께서 보여준 의기를 본받아서요.”
위지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의도한 대로였다.
‘비록 지금은 미약한 소수 세력이지만, 장래에 어떻게 될지는 이들이 하기 나름이겠지.’
그런데 둘이 뜻밖의 물음을 던졌다.
“소협께 문의할 게 있소. 파벌의 이름이 고민이오.”
“제게 그런 걸 왜?”
“소협의 의기를 본받고자 하는 파벌이니, 소협께서 이름을 지어 주었으면 좋겠소.”
“…네? 뭘 본받는다고요?”
“의선류(醫仙流), 혜검류(惠劍流), 어떤 게 좋겠소?”
“아니, 그런 것보다 아예 대놓고 위지류라고 하자니까? 위지가의 의기를 따르는 파벌이라는 의미에서.”
“위지류라고 지으면 은인께서 너무 부담스럽지 않겠나?”
‘…아니, 의선류, 혜검류도 부담스러운 건 마찬가지인데?’
위지천은 식은땀을 흘리며 난색을 표했지만, 둘은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 떠들더니 결국 혜검류라고 파벌 이름을 짓고 떠났다.
‘…뭔가 강호에 퍼지면 수치사할 것만 같은 이름인데. 괜찮겠지. 기껏해야 당가 내 소수 파벌의 이름이니까.’
하지만, 그때 위지천은 모르고 있었다.
당가 소수 파벌로 시작된 ‘혜검류’가 훗날 강호에서 어떤 세력이 될지.
…알았으면 필사적으로 둘을 뜯어말렸을 거다.
그 뒤에도 수많은 당가인들이 위지천을 찾아왔다.
주로 위지천에게 감사를 표하려는 이들이었고, 직계 일부는 의선의가를 자신들의 파벌로 회유하려는 이들도 있었다.
이번에 해낸 일로 당가 내에서 의선의가의 위명이 무척이나 높아졌기 때문이다.
‘독왕의 얼굴도 봐야 하는데. 아직 만날 정도로 회복하지 않았으니.’
독왕은 독화를 비롯해 독기에 내성이 있는 독인 의원들이 치료하고 있었다.
만나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독왕에게 뜯어낼 게 많아. 누가 독왕에게 수작을 부렸는지도 알아내야 하고.’
그때, 또 다른 인물이 그를 찾아왔다.
남루한 행색으로도 가릴 수 없는 미모. 고운 얼굴과 어울리지 않는 거친 표정.
광봉 당혜다!
“꼬맹아. 시원하게 일을 벌였더구나.”
“네?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어요.”
위지천이 시치미를 떼자, 당혜가 혀를 찼다.
‘당가에서 이런 난리를 피우다니.’
당혜는 이번에 일어난 소란 중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위지천이 저지른 일인지 몰랐다.
무언가 일을 꾸밀 것이라고 했을 뿐 계획의 구체적인 내용은 말해주지 않았던 탓이다.
따라서 위지천 홀로 이 난리를 피웠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건 강호의 광인으로 소문난 그녀가 보기에도 불가능한 일이니까.
‘아마 당가 내에 조력자를 구한 것이겠지. 심계가 무시무시하구나.’
당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생각했다.
이 소년의 진정한 무서움은 무재가 아니라, 깊이를 알 수 없는 심계(心界)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이 소년은 사람들이 아는 것처럼 마냥 선한 게 아니야. 물론, 선하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당혜는 위지천이 참으로 묘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이 소년을 선계에서 내려온 것처럼 순백한 선인이라고 여기고 있다.
당혜가 보기에 위지천의 안에는 어둠이 있다. 그것도 깊고 깊은.
그렇다고 이 소년이 위선적인 악인인가?
아니다.
이 소년은 사람들이 말하는 선인이 맞다.
‘이 소년이 진짜 자신의 이득만 생각하는 이였다면, 독왕이 날뛸 때 당가를 위해 그런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았겠지.’
참으로 모순적인, 알 수 없는 존재.
당혜는 씨익 웃었다.
‘마음에 드네.’
당혜는 당가의 핏줄을 이은 덕에 성격이 꼬여 있다.
착한 사람을 보면 침을 뱉고 싶고, 나쁜 놈을 보면 두들겨 패고 싶다.
“너, 내 취향이구나.”
“…네? 소저께서도 제 누님이 되시려고요? 그건 좀?”
안 그래도 독화가 만날 때마다 다시 누님으로 불러달라는 눈치를 보내고 있었다.
위지천이 고양이처럼 경계하자, 당혜는 인상을 찌푸렸다.
“…됐다. 나도 네놈 징그럽거든? 이번에 입은 은혜는 나 당혜의 이름으로 반드시 갚겠다.”
당혜는 위지천 덕분에 과거의 누명을 완전히 벗었다.
개방 후개가 아닌, 본인의 이름을 건 것은 반드시 은혜를 갚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개방 후개는 이런저런 이해관계 때문에 여러 눈치를 봐야 하는 위치. 그런 사정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위지천을 돕겠다는 거다.
고마운 이야기다.
‘무림맹 내에서도 의선의가의 편을 만들어야 하니.’
단순한 지지로는 부족했다.
무림맹주 무황(武皇)이 강력한 ‘배후’ 후보인 터.
최악의 상황 때, 무림맹을 등지고 의선의가의 편에 서줄 이들을 만들어야만 했다.
위지천이 어울리지도 않게 착한 척을 하며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은혜를 입히고 있는 이유였다.
‘이번 일을 통해 광봉 말고 다른 이도 의선의가의 편으로 구슬려야 해.’
생각하는 이가 있었다.
콰아아앙!!
마침, 누군가 거친 기세를 풍기며 위지천을 찾아왔다.
“네놈. 감히 이 몸을 이딴 식으로 농락해?”
사파의 악명 높은 저승사자, 사망공자(死亡公子) 언월운이었다!
서늘한 칼날처럼 매서운 눈빛.
‘…음. 생각보다 화가 많이 난 것 같네. 하긴, 지금 우린 친구 사이가 아니니, 조금 과했을지도.’
위지천은 차분히 회유하기로 했다.
일단 언월운을 향해 싱긋 웃어 보였다.
“몸은 괜찮으세요? 많이 걱정했어요.”
“개소리하지 말아라.”
“너무 그러지 마세요. 공자께서 그렇게 되셨던 게 제 책임은 아니잖아요?”
“하? 네 책임이 아니라고?”
“네, 당한 놈이 바보인 거니까요. 공자님께서 늘 강조하시던 말씀으로 알고 있는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