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63)
의선명가 천재막내 163화(163/174)
제163화
언월운은 턱 말문이 막혔다.
그가 사련의가에서 소가주 위에 오른 건 단순히 시진의로서의 명성뿐 아니라, 온갖 흉계로 경쟁자들을 짓밟은 덕이다.
-당한 놈이 바보.
평소 그의 지론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직접 당하니.
‘…이렇게 기분이 더러울 수가.’
빠득.
언월운은 핏대를 세우며 본인을 저주하던 경쟁자들의 심정을 이해하게 되었다.
“기분 가라앉히시고, 앉으세요. 제가 차를 내어 드릴게요.”
“네놈이 차에 독을 섞었을 줄 누가 알고?”
“에이, 겁쟁이랑은 대화를 나누고도 싶어 하지 않으시는 분답지 않으신데요?”
“…….”
언월운은 또 할 말이 없어졌다.
언월운은 성격이 꼬여 쉽게 타인을 무시한다.
언월운이 경멸하는 부류 중 하나가 겁쟁이였다.
물론, 그 밖에도 무능한 이, 주제 파악 못 하는 이 등등 온갖 부류를 싫어했다.
사람 보는 눈이 지극히 까다로운 언월운이 인정하는 건 극소수.
그중 하나가 이 소년이었는데.
‘…열받는구나. 날 열받게 하다니, 참으로 인정할 만하다.’
언월운은 이를 갈며 분노와 감탄을 동시에 느꼈다.
위지천은 그런 언월운의 속마음을 읽으며 생각했다.
‘변태 자식.’
이전 삶, 언월운과 친해진 건 무슨 좋은 연이 있어서가 아니다.
서로의 빼어난(?) 인품에 감탄한 덕이다.
“하아. 그래, 내가 졌다. 차나 내와 봐라, 이 망할 꼬마 놈아.”
위지천은 차를 달여주었다.
“웁, 맛이?! 이놈, 진짜 독이라도 섞은 거냐?!”
“안 섞었는데요?”
“안 섞었는데, 맛이 왜 이래?!”
“맛 괜찮지 않아요? 왜 그러시지? 입맛이 까다롭네요?”
위지천은 홀짝 차를 마시며 고개를 갸웃했다.
생각해보니 그가 가끔 차를 달여주면 가족들 모두 핑계를 대며 도망쳤던 기억이 났다.
-천이는 절대 주방은 출입하지 않는 것으로 하자.
‘맛 괜찮은데? 다들 왜 그러는지 모르겠네.’
위지천은 찻잔을 내려놓고 말했다.
“감사해요. 공자님이 협조해주신 덕분에 큰 도움을 받았어요.”
“내가 한 거라고는 네놈의 수작에 당해 사경을 헤맨 것밖에 없는데?”
“어쨌든요.”
언월운은 코웃음 쳤다.
“됐다. 네 말대로 당한 놈이 바보인 거니. 대신, 넌 내게 이번 일로 빚진 거다.”
“네, 알고 있어요. 혹시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내가 무리한 부탁을 하면 어쩌려고 그러냐?”
“그런 부탁은 안 하실 거로 생각해요. 설사 해도 안 들어주면 그만이고요. 서로 부담되지 않고 이득이 되는 게 좋은 관계 아닌가요?”
언월운은 사사로운 정으로 친구를 사귀는 인물이 아니다.
철저히 자신에게 이득이 될 인물만 친구로 삼는다.
따라서, 언월운을 호구로 삼으려면, 위지천 또한 언월운에게 도움이 되어야 했다.
‘언월운이 빨리 사련의가를 장악하는 게 의선의가에도 이득인 셈이니. 도와줘서 나쁠 건 없지.’
언월운은 잠시 고민에 잠기더니, 뜻밖의 이야기를 하였다.
“의선의가는 어떻게 돌아갈 거냐?”
“배를 타고 장강 쪽으로 가겠죠? 이 날씨에 잔도를 건널 수는 없으니까요?”
어느덧 완전히 눈 쌓인 겨울이 되었다.
잔도로 가는 건 자살행위였다.
“남양으로 가려면, 의창(宜昌)에서 하선하나?”
“그러겠죠? 사천으로 올 때도 의창에서 배를 탔으니까요.”
의창은 양양에서 쭈욱 남쪽으로 내려가면 있는 도시다.
호북성에서 무한, 양양 다음가는 도시.
“…의창에서 내리면 나와 함께 잠시 어디 좀 들를 수 있나?”
“어디를요?”
“언중의가(彦中醫家).”
‘의창에 그런 의가가 있었나?’
의창은 남양과 아주 먼 거리는 아니라 위지천도 어떤 의가들이 있는지 알고 있었다.
의창에는 유명한 의가가 있었다.
소현의가(昭玄醫家).
무려 성(星)급 의가였다.
일성의가는 아니고, 호북성의 두 번째 성급 의가였다.
호북성의 일성의가인 제갈의가 다음가는 의가.
“의창에 새로 생긴 신규 의가다.”
“신규 의가요? 성급 의가가 떡하니 자리한 곳에?”
비록 일성의가가 아닌, 두 번째인 이성의가(二星醫家)라고 해도 그 위세는 일반 의가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의창 인근 의업계는 소현의가가 완전히 장악했다고 봐도 좋았다.
의창에서 소현의가의 영향력이 얼마나 크냐면 이름 대신, 의창의가로 부르는 이도 많았다.
“우리 진주언가가 이번에 호북성에 낸 분가이다.”
“분가요?”
“원래 우리 진주언가는 여러 성에 분가를 낸다.”
천(天)급 사련의가의 특성 때문이었다.
사도맹의 사파인들은 천하 각지에 흩어져 있으니, 여러 성에 분가를 내 쉽게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려는 거다.
문제는.
“…호북성에요? 호북성에는 사도맹 소속 사파가 거의 없지 않나요?”
정파와 사파의 세력권은 국가의 국경처럼 딱 나뉘지 않는다.
소림 근처 낙양에 사검회가 있듯이 서로 섞여 지내는 게 대부분이다.
그래도, 호북은 정파의 영역이다.
무당과 제갈세가가 떡하니 있는.
‘낭야회가 있긴 하지만, 낭야회는 하는 짓이 사파스러워 사파로 분류될 뿐. 엄밀히 말해 정사지간의 세력이니까.’
“왜 굳이 사련의가에서 호북에 분가를? 혹시? 분가주가?”
“…그래, 내가 분가주다.”
언월운이 와락 인상을 찌푸리는 모습에 위지천은 전후 사정을 눈치챘다.
이전에 얼핏 들었던 기억이 났다.
“시진의로서의 능력 말고 가주로서 의가를 이끌 능력이 의심되니, 새로운 분가를 개척해 자리를 잡게 하라는구나. 소가주에 걸맞은 의가 운영 능력을 보이라고.”
“어… 음.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흥, 날 무얼로 보는 거냐? 그깟 분가 운영 따위. 고작 자리 잡는 걸 넘어 의창 최고의 의가가 되게 하겠다.”
언월운은 코웃음을 쳤지만, 표정이 좋지 않았다.
본인도 녹록지 않음을 아는 거다.
실제로 이전 삶, 언월운은 이번처럼 의창에 분가를 냈다가 커다란 곤욕을 치른다.
자리를 잡기는커녕, 쫄딱 망했다.
‘위치가 너무 안 좋아. 하필 의창이라니. 의창에서 분가를 성공시키는 건 불가능해.’
소현의가 때문이 아니었다.
천(天)급 사련의가의 배경과 언월운의 능력이라면, 소현의가의 텃세가 있어도 분가를 자리 잡게 하는 것 정도야 가능할 것이다.
소현의가 말고 다른 이들이 문제였다.
의창에는 형산파(衡山派)가 있다.
한때 구파일방의 일문이었던.
중원 지리에 식견이 있는 이면 의아할 수 있는 내용이다.
형산파는 형산(衡山)에 자리한 문파다. 이름부터 형산파(衡山派)니까.
문제는 형산은 의창에 있지 않다. 의창 주위에는 형문산(荊門山)이란 이름의 야산이 있을 뿐이다.
형산은 의창이 있는 호북이 아닌, 호남성 장사(長沙) 인근에 있다.
그런데, 형산파가 의창에 자리한 이유?
쫓겨난 거다.
호남성은 사파의 세력이 가장 강성한 곳이다.
장강수로채, 사련의가를 비롯해 숱한 사파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특히 장사에는 사도맹의 본부가 있었다.
형산파는 사파들과 분쟁을 벌인 끝에 결국 버티지 못하고 호북의 의창으로 터전을 옮겼다.
‘덕분에 형산파는 사파 하면 이를 가는 문파가 되었지.’
형산파가 사련의가의 분가가 의창에 자리하는 걸 용납할까?
쳐들어와서 목을 베려고 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과장이 아니라, 형산파 제자들의 사파인들을 향한 독기는 유명해 어지간한 사파인들은 의창 쪽으로 발걸음 하지 않을 정도다.
“나도 원한 게 아니야. 빌어먹을 형제 놈들이 내가 분가를 개척할 곳으로 의창을 지목했다. 장원 매입도 내 사비로 하게 해 사금방(邪金幫)에서 막대한 대출을 했다. 분가를 자리 잡게 하는 데 실패하면, 사금방 놈들이 날 노예로 팔아버릴 거다.”
장원 매입비를 사비로 조달하게 하다니.
사련의가의 권력 투쟁도 무시무시했다.
“네게 많은 도움을 바라는 건 아니야. 남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얼굴만 살짝 비쳐주면 된다.”
“제 명성을 이용하려는 거군요.”
“너한테도 손해인 일은 아닐 거다.”
지금 강호에서 위지천의 명성이 어떤가?
무당의 은인!
당가의 은인!
천하의 의로운 의협!
오로지 환자를 위하는, 환자를 위해서라면 악귀와도 싸울 올곧은 의원!
차마 맨정신으로 듣기 어려운 찬사를 듣고 있다.
특히 정파인들 사이에서 명성이 높았다.
-정파인이라면 의선혜검의 의기를 본받아라!
그런 위지천이 언월운과의 친분을 과시하면 형산파도 섣불리 언월운에게 시비를 걸지 못할 것이다.
‘언월운이 말한 대로 내게 손해도 아니고.’
위지천은 무림인이 아니라, 의원이다.
정사(正邪)에 구애받지 않으니 언월운이 사파인이라고 친분 맺는 걸 꺼릴 필요 없었다.
도리어 사련의가의 소가주와의 친분을 과시하는 건 의업계에서 명성을 높일 기회다.
“청제충환(淸除蟲丸)을 사도맹 측 의가들에도 납품해야 하지 않나? 힘을 써주겠다.”
언월운은 혹시나 위지천이 거부할까 이런저런 조건을 덧붙였다.
“의선의가가 훗날 성급 의가가 되려면 십천성(十天星)의 재가가 필요한 건 알지? 내가 소가주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하면, 그때 의선의가를 위해….”
위지천은 대답 없이 가만히 있었다.
거절하려는 게 아니고, 딴생각이 났던 거다.
“투룡(鬪龍).”
“…응?”
“형산파면 투룡(鬪龍)의 문파죠?”
정파 최고 기재들인 오룡사봉 중 한 명이었다.
“그놈은 왜? 소문이 별로 좋지 않은 놈인데?”
“음… 그게.”
‘우리 의선의가도 슬슬 의검대(醫劍隊)를 창설해야 하지 않나.’
장삼의 흑귀문이 있지만, 의선의가만의 무력 집단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
갑자기 이 생각을 떠올린 이유는,
‘투룡은 가정교육… 아니, 문파 교육을 제대로 못 받아 훗날 무림 공적이 되는 놈이니, 이 기회에 의선의가로 주워갈까?’
투룡은 오룡사봉 중에서도 특히나 뛰어나다고 알려진 이다.
언월운의 말처럼 소문이 좋지 않지만,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다.
‘교육을 제대로 못 받아서 그렇지, 흑랑 같은 호로잡놈은 아니라고 하니까.’
흑랑도 데리고 있는데, 투룡이 문제이랴.
그렇게 언월운과 대화를 끝내고 나니 늦은 저녁이었다.
잠깐 바람 쐬러 밖에 나오니 조용했다.
모두가 잠든 시간.
달빛도 옅어 스산한 느낌도 들었다.
그런데 왜일까?
위지천은 순간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뭐지?’
직감이 보내는 경고였다.
위지천은 경공을 펼쳐 내성 바깥으로 향했다.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밑도 끝도 없는 직감이지만, 그의 직감은 신통(神通)과 가깝기에 무시할 수 없었다.
높게 솟은 당가타의 성벽 위에 올라선 순간이었다.
저 멀리 있는 산에 흐릿한 인영이 보였다.
‘이런 밤에 왜 산으로? 눈까지 내리는데? 누구지?’
수상했다.
삿갓에 두꺼운 장삼을 입고 있어서 누구인지는 알아볼 수가 없었다.
따라가기로 작정하고 성벽 아래로 내려가려는 순간이었다.
“!!”
위지천은 숨이 턱 막힐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의기상인의 살기(殺氣)였다.
‘이렇게나 떨어져 있는데, 살기를 보낸다고?’
강호에서 이런 일이 가능한 이들은 극히 드물다.
화경(化境).
그것도 입(入)이 아닌, 최소 중(中) 이상은 되어야 가능했다.
위지천은 살기에 정명(正命)한 기운이 섞여 있음을 눈치챘다.
저 삿갓인이 사파인이나 마인이 아니란 뜻.
정파 십대고수인 십객(十客)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