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64)
의선명가 천재막내 164화(164/174)
제164화
믿을 수 없는 이야기.
십객이 어떤 이들인가?
정파 무림의 절대자들이었다.
그런 존재가 갑자기 당가타 근처 야산에 나타나다니?
‘…독왕에게 손을 쓴 놈이 분명해.’
아직 독왕을 직접 만나진 못했지만, 독화에게 전해 듣기론 독왕은 독선, 암천의 싸움 때문에 주화입마가 악화한 게 아니라고 한다.
문제는 독왕 본인도 자신이 어째서 그런 꼴이 되었는지 모른다는 거다.
흉수가 독왕도 모르게 손을 썼다는 뜻.
아무리 독왕의 이지가 흐려져 있었다지만, 그런 일이 가능한 이는 딱 한 부류였다.
독왕을 뛰어넘는 경지의 고수, 화경의 고수만 가능했다.
‘독왕에게 손을 쓴 흉수 말고 또 다른 화경의 고수가 갑자기 당가 근처에 출현할 가능성은 없어.’
위지천은 직감했다.
저 삿갓을 벗겨 정체를 확인하면, 반천회의 꼬리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섬찟.
‘!!’
위지천의 등줄기가 다시금 서늘해졌다.
상대가 재차 경고를 보낸 거다.
허튼짓을 하면 죽이겠다고.
‘…지금 내가 화경 고수와 맞서는 건 무리이지.’
위지천이 전성기 시절, 신주칠강에 꼽히고 난 다음에도 십객, 십악, 십마급 인물을 상대하는 건 마냥 쉽지 않았다.
괜히 얼마 전 무당 사건 때 검선이 태검진인을 쉽게 제압하지 못한 게 아니다.
이전 삶 마지막 순간, 백선의가에 복수할 때 십객 고수를 단칼에 죽일 수 있던 건 당시 위지천이 뒷날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모든 진원진기를 폭주시켰기 덕분이다.
그만큼 십객, 십악, 십마는 대단한 존재였다.
강호의 정점에 선 이들.
‘그래도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어.’
위지천은 순간 한 가지 간과하고 있던 내용을 떠올렸다.
왜 저놈은 가만히 경고만 하고 있을까?
간단하다.
‘소란을 피우면 안 되는 입장일 테니까.’
위지천이 아직 화경의 고수에 맞설 수 없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단번에 밟혀 죽을 인물도 아니다.
죽음을 각오하면 최소 십합은 겨루고, 묘수의 묘수를 짜내 상처까지 입히고 죽을 수 있었다.
‘저놈이 십객인 건 확실하겠군. 외부에 정체를 밝히지 않은 은거 고수라면 저렇게까지 몸을 사리지는 않겠지.’
십객은 거물이 아닌 이가 없다.
백절(百絶) 중에는 조용히 자신만의 무를 갈고닦는 이도 드물게 있지만, 십객, 십악, 십마는 아니다.
태검진인, 검군악처럼 어떤 방식으로든 강호의 절대자로 군림하고 있다.
‘이용할 수 있겠는데?’
한 가지 꾀가 떠올랐다.
위험 없이 상대방의 정체를 떠볼 방법이.
위지천은 일단 성벽 주위를 살폈다.
당가타에 성벽이 있긴 하지만, 명목일 뿐이다. 당가의 방어는 기관진식으로 이루어지니까.
따라서 성벽이 높진 않았다. 경비 중인 무인도 보이지 않았다.
전쟁 중도 아니니, 수상쩍은 이가 없나 중간중간 순찰하는 무인이 있을 뿐이다.
저 멀리 외측 성벽에서 천천히 하품하며 순찰하는 이가 보였다.
위지천은 파앗 성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
사위가 고요해졌다.
위지천을 압박하던 살기는 사라졌다.
위지천은 상대가 자신을 죽이기로 마음먹었음을 깨달았다.
‘온실 속 화초형은 아닌 것 같군.’
화경에 오른 이들도 제각각 특징이 있었다.
온갖 시련과 고난을 극복 후 경지에 오른 이도 있고, 재능과 오성을 타고나 문파의 온갖 지원을 몰아 받아 평안히 경지에 오른 이도 있다.
태검진인이 전형적인 온실 속 화초형이었다.
‘태검진인이었다면, 더욱 요란한 살기로 압박했겠지.’
상대는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보였다.
그러니까, 누군가를 제거해 없애는 게 익숙한 이다.
위지천의 머리에서 십객 중 세 명이 후보에서 멀어졌다.
‘삿갓을 벗기는 건 불가능해. 그렇다면, 최대한 범위를 좁힌다.’
상대는 검을 들지 않고 있었다.
권각술을 익힌 이일까?
그건 단정할 수 없다.
병장기를 쓰는 십객은 모두 강호에 널리 알려진 신병이기(神兵利器)를 쓰니, 일부러 놔두고 온 것일 수도 있었다.
화경의 고수 정도 되면, 딱히 권각술을 익히지 않아도 맨손으로 초절정 고수를 압살할 수 있다.
‘직접 보면 알겠지. 아무리 만류귀종이라도 진짜 권각술의 고수가 손발을 쓰는 것과 병장기의 고수가 손발을 쓰는 건 태가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
물론, 이건 상대의 본신 실력을 드러나게 해야 구별할 수 있다.
일단, 위지천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인사했다.
“이름 모를 선배님께 인사드려요. 당가에는 무슨 일로 오셨을까요?”
당연히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위지천은 품에서 기다란 통을 꺼냈다.
비폭우침(飛瀑雨針)이란 암기였다.
독화에게 선물로 받은 것으로 수많은 침이 비처럼 날아드는 거다.
파바바바밧!!!!!
수많은 침이 날아들었지만, 상대는 슬쩍 보법을 펼치는 것만으로 모든 침을 피했다.
문류(門流)를 알기 힘들게 기초 동작으로 펼친 보법이었다.
그와 동시에.
타악!
상대가 경신법을 펼쳤다.
마찬가지로 특별한 경공을 쓴 게 아님에도, 무시무시한 속도였다.
잔상이 남을 정도.
위지천은 침착히 대응했다.
품 안에서 다른 물건을 꺼냈다.
독(毒)이었다.
파창!
위지천 전면으로 불길처럼 독무(毒霧)가 퍼졌다.
“!!”
위지천은 상대가 살짝 멈칫하는 걸 확인했고, 한 가지 단서를 더 얻었다.
‘저놈, 만독불침(萬毒不侵)은 아니야.’
화경의 고수쯤 되면 독에 대한 면역도 강해진다.
하지만, 위지천이 쓴 건 지독하기로 유명한 당가의 독이니, 만독불침이 아닌 한 경계할 수밖에 없다.
만독불침은 단순히 무공 성취만 높다고 될 수 있는 게 아니라, 특별한 훈련과 기연이 필요했다.
위지천의 머리에서 십객 중 두 명의 후보가 완전히 사라졌다.
‘최소 독의(毒醫)는 절대 아니야.’
위지천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사실 위지천이 십객 중 가장 의심한 건 독의였다.
독의는 당가와 악연이 있었으니까.
독의가 아니라면 어떤 놈이란 말인가?
스르륵.
상대가 멀찍이 움직여 독무를 벗어났다.
호신강기를 펼치면 독무를 무시할 수 있지만, 그러지 않았다.
호신강기를 펼치면 진기의 성질이 드러나니까.
위지천은 뒤로 물러나며 외쳤다.
“여기 수상한 침입자가 있어요!!”
“!!”
마침 이쪽 성벽 방향으로 어슬렁어슬렁 순찰 오던 당가의 무인이 위지천의 외침을 듣고 화들짝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제 몇 촌각(寸刻)의 싸움이다.
정체를 숨겨야 하는 상대는 당가 무인들이 모이기 전 결판을 내야 했다.
빠르게 위지천에게 접근했다.
하지만.
퍼어억!
상대가 위지천 앞의 땅을 밟는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땅이 꺼진 거다!
함정이었다.
원래 당가 성벽 주위에는 함정이 많았고, 위지천은 어느덧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당가에 머물고 있는 터라 함정의 위치를 꿰고 있었다.
“!!”
역시 화경의 고수.
구덩이에 빠지기 전 빠져나왔지만, 당가가 괜히 당가이겠는가?
한번 함정을 밟자, 이차, 삼차 함정이 이어졌다.
구덩이 밑에서 철사로 만든 그물이 위로 쏘아져 올라왔다.
지금 놈처럼 경공으로 구덩이를 벗어나려는 이들을 포획하려는 장치였다.
그뿐이 아니다.
파바바바박!
양옆에서 비침이 날아들었다.
그물을 피해도 비침에 고슴도치가 될 수밖에.
위지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독화가 잔뜩 챙겨준 독과 암기를 놈을 향해 퍼부었다.
“!!”
하지만, 화경의 고수는 정말로 대단했다.
일단, 허공에서 방향을 트는 천상비(天上飛)의 수법으로 그물을 피했다.
진정 경악스러운 점은 그다음이다.
공중에 체공하며 보법을 밟을 수 없는 상태에서 수많은 암기에 노출되었지만, 놈은 당황하지 않았다.
놈의 손이 스르륵 움직였다.
조금도 다급하지 않게.
원체 느긋하게 느껴져 느린가, 착각할 정도로.
하지만, 실제로는 벼락보다 빨랐다.
몇 차례 그렇게 손을 움직이자 모든 비침과 암기가 놈의 손과 장포에 회수되었다.
심지어 놈은 이런 상황에서도 본신 무공을 드러내지 않았다.
기초적인 무술 동작으로만 이런 일을 해낸 거다.
십객이 어째서 강호의 절대자들인지 보여주는 광경.
놈이 곤혹스러워한 건 독뿐이다. 당가의 독을 어지간히 꺼리는 눈치로 최대한 닿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위지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위지천은 놈이 함정에 대처하는 사이 뒤로 훌쩍 물러섰다.
그러면서, 백운검을 놈에게 던졌다.
비검술(飛劍術)이었다.
“!!”
놈이 흠칫했다.
어떤 암기에도, 함정에도 당황하지 않았지만, 위지천의 비검은 달랐다.
찰나, 놈의 동작이 멈추었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처럼.
그러다가 다시 놈의 손이 움직였다.
아까와 같은 기초 동작으로 위지천의 검을 막으려 한 거다.
‘감히?’
위지천은 눈썹을 꿈틀했다.
놈의 반응에 자존심이 상한 거다.
하지만, 놈은 위지천의 검을 무시한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번뜩!
위지천이 날린 비검이 돌연 빛을 뿜었다.
의선유수검 이초식.
천광연화(天光煙火).
강렬한 검기로 적을 압도하는 초식이다.
여기까지는 놈도 당황하지 않았다.
예상했다는 듯이 대응했는데, 위지천의 비검이 돌연 변화를 보였다.
의선유수검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검존의 심득인 유수검(流水劍)과 의선검법을 결합한 거다.
강(强)의 초식에 여러 유(流)의 묘리가 깃들어 있다.
하늘의 빛과 같은 찬란한 검기(天光)가 마치 불꽃에서 피어나는 연기(煙火)처럼 신묘한 변화를 보였다.
단순한 변(變)이 아닌, 유(流)가 결합한 변이다.
심지어 놈은 아직도 허공에 떠 있는 상태였다.
위지천이 놈이 구덩이를 피해 떠오른 순간에 시간차로 검을 날렸으니까.
독을 피하느라 자세도 틀어져 있다.
처음부터 제대로 실력을 발휘해 위지천의 비검에 대응했다면 모를까, 기초 동작으로만 대응하는 실수를 범했다.
이제 놈에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다.
외기(外氣)의 수법으로 기를 몸에 둘러 방어하는 것.
‘과연 어떤 진기인지 보자.’
놈의 진기만 봐도 많은 걸 알 수 있다.
처음에 의기상인의 살기로 위지천을 압박할 때 느껴졌던 진기의 성질을 볼 때 일단 놈이 십객인 건 확실하다.
그중에서 도가, 불문 무공인지.
아니라면, 대략 어떤 성질의 무공을 익혔는지.
정체를 두세 명 단위로 좁힐 수 있었다.
놈이 또 고민하는지 망설이는 게 보였다.
하지만, 도저히 방법이 없는 터라 놈은 결국 외기의 수법으로 위지천의 검을 방어했다.
그런데.
‘어?’
놈이 일으킨 진기의 성질을 보고 위지천은 멍하니 눈을 크게 떴다.
‘말도 안 돼. 어째서 십객이 저런 성질의 진기를?’
그때, 당가 성벽 쪽이 요란해졌다.
“누구냐?!”
“수상한 놈이다!!”
당가의 무인들이 몰려든 거다!
“…….”
놈은 가만히 위지천을 보다가 이 이상은 무리라 여겼는지 휙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위지천은 못 박힌 것처럼 움직이지 못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괜찮으십니까, 소협?!”
당가의 무인들이 자신들의 은인인 위지천을 걱정하며 물었지만, 위지천은 여전히 아무런 답도 못 했다.
충격 때문이었다.
‘방금 놈이 쓴 진기.’
위지천은 침음을 삼켰다.
혈교의 마공이었다.
정파 십객이 혈교 마공을 쓴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