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65)
의선명가 천재막내 165화(165/174)
제165화
어떻게 정파 십객이 혈교 마공을?
가능했다.
‘혈교 마공은 정도 무공과 함께 익히는 게 가능해. 혈교 마인들이 정파로 위장할 수 있는 것도 정도 무공과 혈교 마공을 같이 익힐 수 있어서이니까.’
천하에서 가장 기기괴괴한 무공이 혈교 마공이다.
혈교 마공은 마교 마공과 달랐다.
마교 마공은 엄연한 무공이다. 마기를 다룬다 뿐이지 똑같이 수련을 통해 무공을 단련해 나간다.
하지만, 혈교 마인들이 탄생하는 과정을 보면 혈교 마공을 과연 무공으로 봐야 하는지 의문이었다.
혈교 마인들은 무공 수련이 아닌, 사마외도의 수법으로 마공을 익힌다.
혈교 마공을 정도 무공과 함께 익히는 수법 또한 존재했다.
‘혈교는 어디에나 있다는 격언처럼, 정파에 적잖은 혈교 세작이 숨어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십객이 혈교의 세작이라니?
아니, 십객 정도 되는 이한테 세작이라는 표현을 붙이는 게 맞나?
어쨌든, 좋다.
혈교와 정파가 어떤 물밑 아귀다툼을 벌이는지야 서로 알아서 할 일이니.
문제는 이것이다.
‘저놈이 독왕을 폭주시킨 범인이라면, 이번 일의 배후는 혈교인 건가?’
아니면.
‘혈교가 반천회의 일부인 건가?’
알 수 없다.
다만.
‘혈교를 털어보긴 해야겠어.’
마침 좋은 기회가 있었다.
그때, 소란을 추가로 사람이 몰려들었다.
내성에 있던 이들도 나온 거다.
“괜찮은가요, 소협?”
“무슨 일입니까, 은인?!”
“너 또 혼자 무슨 위험한 짓을?!”
“흥, 재수 없는 놈! 오해하지 말아라. 놈이 걱정되어서 온 건 아니니!”
독화, 당가의 무인들, 위지강, 흑랑 등등이 위지천을 감싸고 걱정했다.
위지천은 고개를 저어 그들을 안심시키고는 시선을 돌렸다.
멀찍이.
‘일단 와보긴 했다만, 난 네놈이랑 아직 그 정도로 친한 건 아닌데?’라고 말하듯 불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
사망공자 언월운이었다.
“언 공자.”
“…왜 부르냐?”
“의창으로 가신다고 했죠?”
“…그런데?”
“그냥. 기대되어서요.”
‘의창에는 형산파가 있지.’
그뿐이 아니다.
‘형산파는 지금 혈교와 전쟁을 벌이고 있고.’
의무학자 송백이 혈교의 것으로 추정되는 술법으로 무당을 농락한 일로, 무당은 혈교를 향해 검을 빼 들었다.
무당이 일방적으로 혈교를 밀어붙이고 있는데, 형산파도 가담했다.
‘의창에 들른 김에 겸사겸사 투룡(鬪龍)도 납치… 아니, 주워가고, 혈교도 털어 봐야겠다.’
촤라락.
위지천의 간악한 뇌리에 흉계가 떠올랐다.
투룡도 얻고,
혈교도 털고,
이성의가인 소현의가의 뒤통수도 후려쳐 의창 쪽으로 의선의가의 영향력도 넓힐 방법이.
왜 난데없이 가만히 있는 소현의가의 뒤통수를 치냐고? 별 이유는 없다. 굳이 꼽자면 소현의가가 의선의가와 비교적 가까이 있다는 것?
무릇 현명한 의가라면 기회 있을 때마다 주위 의가에 수작을 부려주어야 하는 법이다.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언월운을 이용하면 간단히 가능해.’
“??”
언월운은 위지천의 시선에서 무언가 불길함을 느꼈는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고, 위지천은 그저 싱긋 웃어 보였다.
* * *
간밤의 일은 큰 소란 없이 넘어갔다.
‘당가타를 집적거리던 괴한을 의선혜검이 쫓아냈다!’ 수준으로만 이야기가 퍼졌다.
일반 무인까지 알 필요 없는 일이라 판단해 위지천이 입을 다문 탓이다.
물론, 독화에게는 모든 내용을 공유했다.
“…그렇군요. 십객, 혈교의 주구가 우리 당가를 노리고 있다니.”
독화가 무거운 안색을 했다.
안 그래도 짐이 무거운 그녀였다.
그런데, 정체도 모르는 거대한 적을 알게 된 거다.
“일단은 신경 쓰지 말고 계세요. 아니, 아예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세요.”
“무슨 말인가요?”
“괜히 들쑤셨다가 소가주께서 화를 입을 수도 있으니까요.”
“!!”
독화의 얼굴이 굳었고, 위지천이 말을 이었다.
“와신상담(臥薪嘗膽). 일단은 힘을 기르는 게 우선이에요. 묵묵히 힘을 기르다 보면, 놈들이 다시 꼬리를 드러낼 거예요. 그때 제가 소가주의 힘이 되어 드릴게요.”
“소협께서요?”
“네, 솔직히 저 좀 든든하고 믿음직스럽지 않나요?”
위지천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이래 뵈어도 천하제일 기재로 꼽힌다고요. 지금도 훌륭하지만, 앞으로는 더더욱 대단해질 테니 소가주께도 큰 도움이 될 거예요.”
독화는 참으로 고맙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미 헤아릴 수 없는 은혜를 입었는데, 또 도움의 손길을 건네다니.
당가인의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이해 가지 않는 선의.
‘솔직히 당가가 어떻게 되든 의선의가와 상관없는데.’
…사실 위지천도 의선의가를 위해 반천회의 꼬리를 잡으려는 것일 뿐이지만, 독화는 그런 속사정까지는 몰랐기에 또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바쁘실 텐데 이만 가볼게요.”
“자, 잠깐만요, 소협!”
“??”
독화는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왜 이제 누님이라고 불러주지 않지?’
사달이 일어났을 때, 위지천은 그녀에게 한차례 누님이라고 불러 주었지만, 그 뒤로는 누님 단어는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설마 날 가지고 논 건가?’
집착 하면 사천당가다.
괜히 지옥 끝까지 찾아가 복수하겠는가? 다 당가인들의 성격이 집착이 많아서 그렇다.
독화도 그러하다.
‘누님 동생 같은 사이가 되고 싶은데. 내가 친누이보다 잘해줄 수 있는데.’
위지상아가 들으면 칼부림이 날 생각.
하지만, 독화는 막상 대놓고 이야기하지 못했다.
독화는 피도 눈물도 없는 당가의 여인이지만, 막상 순정파라 수줍음이 많았다.
“그, 그….”
“왜 그러세요?”
“이번에 소협께 많은 은혜를 입었어요. 정말 감사해요.”
“별말씀을요.”
“그, 그러니까….”
“??”
위지천은 속으로 피식 생각했다.
‘귀엽네, 형수님.’
독화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훤히 보였다.
‘사실 누님이라 불러주는 거야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이전 삶 때도 독화는 위지강의 동생인 위지천에게 잘해주었고, 위지천도 그녀를 누님처럼 대하긴 했다.
하지만, 시치미를 뚝 떼고 최대한 소가주, 소가주 하며 공손하게 굴었다.
“소가주께서도 많은 도움을 주셨는걸요. 소가주께서 힘써주신 덕분에 상약 발매도 수월하게 될 것 같아요.”
“그, 그건 의선의가의 신상약이 뛰어나서 당연히….”
“에이, 소가주께서 도와주지 않았다면 쉽게 의련의 허가를 받지 못했을 것 알아요.”
“그러니까… 으음….”
위지천은 속으로 쿡쿡했다.
“그러면 가볼게요.”
“아… 그래요.”
“바쁘신 건 알지만, 무리하지 마세요, 누님.”
“고마워요. 어?”
휙.
위지천은 바람처럼 사라진 뒤였고, 독화는 멍하니 위지천이 사라진 자리를 보았다.
“요망한….”
* * *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독왕을 만났다.
“…고맙다. 네게 헤아릴 수 없는 은혜를 입었다.”
독왕의 상태는 뭐랄까, 좋으면서도 나빴다.
이지가 선명했다. 위지천과 처음 만났을 때보다도 더.
들끓던 독기도 잠잠해졌다.
‘회광반조(回光返照)야.’
위지천은 독왕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눈치챘다.
지난 폭주로 영육(靈肉)이 극심히 상했다.
‘안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아니야. 지금도 독기가 몸을 갉아먹고 있어.’
독왕은 더는 독기를 제어할 여력이 없어 그저 잠잠히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다.
정말 길어야 반년?
어쩌면 한 달도 버티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감사 인사라도 할 수 있어서 다행이군. 고맙다. 네 덕분에 화아가 살길을 얻었어. 당가도 다시 거듭날 기회를 얻었어.”
직계의 탐욕은 당가의 고질적인 문제였다.
이 소년이 벌인 일이 계기가 되어 당가는 앞으로 변화할 수 있으리라.
‘난 처음에 이 소년을 죽이려 했는데, 이 소년은 도리어 은혜로 갚아 주었구나.’
한편, 위지천은 그런 독왕의 시선에 떨떠름한 마음이 들었다.
‘사람이 너무 갑자기 바뀐 것 아니야? 하긴, 죽을 때가 가까웠으니.’
뭐, 독왕의 죽음은 위지천이 알 바는 아니었다.
독화에게 독왕이 필요했던 건, 그녀에게 기반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독화는 나름의 단단한 기반을 얻게 되었으니, 독왕이 사라져도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난 독왕이 죽기 전, 뜯어낼 거나 뜯어내야지.’
독왕 개인에게 사례를 받기로 했다.
의선의가의 신상약 추천서, 독왕의 개인 재산, 영약 등을 받아낼 거다.
그런데, 위지천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보상이 좀 모자라지 않나?’
(비록 위지천이 일으킨 사달이었지만) 위지천은 당가의 은인이다.
더 뜯어내야 성미가 찰 것 같았다.
위지천은 한 가지 좋은 생각이 났다.
“아직 떠나기에는 이르지 않으십니까?”
“클클, 그렇다만, 어쩔 수 있나? 천명을 거스를 수는 없는 법인데.”
“제게 가주님을 치료할 방법이 있습니다.”
“무슨?”
“제가 흡정(吸情)의 방식으로 가주님의 독기를 받아들이겠습니다.”
“!!”
상대의 해로운 기운을 의원이 흡수해 제거하는 방식의 기공 치료법이다.
치료하는 의원에게 막대한 부담을 주기 때문에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특히 독기 아닌가?
“말도 안 되는! 버틸 수 있을 리가?!”
“의선의가의 비기가 있어요. 물론, 부담이 되긴 하겠지만, 전 의원. 환자를 위해서라면 조금의 부담 정도는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습니다.”
‘미쳤어? 환자보다 내가 먼저지.’
위지천이 이런 치료법을 제안한 건, 꿍꿍이가 있어서다.
‘독왕의 독기를 흡수해 독단(毒丹)을 만들겠어.’
독인(毒人)이 되겠다는 건 아니다. 진기를 독기로 바꿀 생각은 없다.
그저 단전 한구석에 작은 독단을 만들 거다.
천선신공을 이용하면 가능했다.
‘주력으로 사용할 생각은 없지만, 나름대로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거야. 일반 독도 아닌, 무려 독왕의 독기로 만든 독단이니.’
나중에 점점 다른 독을 흡수하면 자신만의 독을 개량해 나갈 수도 있을 거다.
“대신, 가주님의 독공을 가르쳐 주십시오.”
“독공을?”
“의선의가의 비기가 있지만, 독공의 기본을 알아야 최대한 무리 없이 치료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기회에 독공을 훔쳐 배우려는 속셈이었다.
물론, 시간도 없고, 독왕이 당가의 비전을 알려주지는 않겠지만, 기초만 배워도 충분히 값진 배움이었다.
독공은 익힐 기회가 거의 없으니까.
위지천이 내세운 이유가 납득할 만해 독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또 있어요. 가주님께 만년지주(萬年蜘蛛)의 내단 부산물이 일부 남아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제게 나누어 주세요.”
“…만년지주의 내단의 부산물 일부를?”
“네, 가주님의 독기가 워낙 강력해 제가 치료 과정을 버티려면 필요할 것 같아요. 그 밖에 당가 직계가 복용한다는 비전 영독(靈毒)인 당독신환(唐毒神丸)도….”
“…네놈, 날 치료하려는 건 맞는 거지?”
독왕은 혹시 위지천이 자신을 등쳐먹으려 하는 게 아닌가 잠시 의심의 시선을 보냈고, 위지천은 어떻게 자신을 의심하냐는 듯 초롱초롱 해맑은 눈동자를 하였다.
이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고.
위지천은 무사히 치료(?)에 성공해 독단을 얻게 되었다.
* * *
그렇게 당가행이 마무리되고, 위지천이 다시 중원으로 돌아가는 여정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위지천 이야기를 하는 이가 있었다.
“의선혜검이 당가를 떠나 돌아오고 있다고?”
“네, 이곳 의창을 지날 것입니다.”
혈교도들이었다.
의창 지부를 담당하는 혈교의 사도(使徒) 신기염라(神奇閻邏)가 떨떠름하게 말했다.
“…내가 점을 쳐보니 의선혜검은 대흉(大凶)을 뛰어넘는 극흉(極凶)이다. 역신(疫神)과도 같은 놈이다.”
“역신이요? 의선혜검은 현재 천하에서 가장 의롭다는 놈인데요?”
“닥치고 내 말을 믿어라! 나 신기염라다!”
“그러면 의선혜검은 건드리지 말까요?”
“근처에도 가지 말아라. 형산파에 집중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