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66)
의선명가 천재막내 166화(166/174)
제166화
신기염라는 별호에서 알 수 있듯이 여러 재주에 능한 인물이다.
특히 점괘에 능했는데, 얼마 전 점을 쳐보고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무슨 이런 흉악한 점괘가?’
의선혜검.
작금 강호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인물이다.
어린 나이가 믿기지 않는 무재, 심지어 의재마저 뛰어나다고 한다.
가장 놀라운 건 의협심(義俠心)!
그의 의협심이 얼마나 깊냐면 태검진인을 미혹에서 깨울 정도이며, 천하의 불한당인 당가마저 감탄해 고개 숙일 정도라고 한다.
그야말로 강호에 떠오르는 샛별.
혈교도들은 그런 의선혜검을 무슨 시선으로 보고 있냐면, 의외로 별 반감 없이 보고 있었다.
오히려 조금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의선의가의 구민 사상은 우리 혈락천교(血樂天敎)의 교리와 통하는 면이 있다.
의선의가가 들으면 펄쩍 뛸 이야기이지만, 사실이다.
혈락천교, 혈교의 교리가 무엇인가?
세상에 자신들이 추구하는 극락이 강림하게 하려는 거다.
천하 만민을 구제하려는 의선의가.
천하 만민이 행복할 수 있는 극락을 추구하는 혈교.
똑같이 미친 사상이라는 점에서 닮은 점이 있었다.
다만, 의선의가는 선의로 자신의 의(義)를 펼치고, 혈교는 피와 온갖 추악한 방법을 동원한다는 게 다를 뿐이다.
따라서 의선혜검에게 별 악감정이 없었지만, 사정이 달라졌다.
-무당의 피의 복수를 감당해야 한다.
혈교는 얼마 전 무당에서 일어난 참사의 흉수로 지목되었다.
혈교, 정확히는 호북 지부 입장에서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어떤 놈이 감히 무당에?
-저희는 모릅니다!
-네놈 아니야?!
-제가 미쳤습니까?!
하늘에 맹세코 ‘호북 지부’가 저지른 일이 아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세상은 혈교도를 믿어주지 않았다.
‘호북 지부’도 할 말이 없는 게, 본인들도 ‘혈교’가 저지른 짓이 정말 아닌지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지부 놈들이 저지른 짓일 수도 있어. 아니면 마전(魔殿)에서 직접 손을 쓴 것일지도.’
혈교는 지부마다 철저히 분리되어 있어 각 지부의 최고 간부인 사도(使徒)들이라도 다른 성의 지부를 총책임 하는 대사도(大使徒)가 누군지도 모른다.
지부의 교도들이 접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마전의 대행자(代行者)들뿐이다.
아무리 혈교가 대단해도 일개 지부가 무당을 당해낼 수 있겠는가?
분노한 태검진인의 검에 대사도가 죽었고, 무당일검이 각각 사도 둘의 목을 베어 무당이 왜 남존무당인지 세상에 알렸다.
이제 호북 지부의 남은 사도는 신기염라 한 명뿐이다.
호북 지부 혈교도들은 마전에서 퇴각 명령을 내리지 않았기에 끝까지 싸우다 옥사할 작정이다.
‘검선의 제자라는 의선혜검이라도 잡아 명예를 높이려고 했는데, 포기한다.’
극흉(極凶).
아무리 반복해봐도 똑같은 점괘만 나왔다.
‘지금 우리를 궤멸시키고 있는 무당조차 대흉(凶)인데, 어떻게 극흉(極凶)이? 의선혜검이 우리에게 무당보다 더욱 커다란 재앙이 될 거라고?’
무조건 피해야 했다.
‘형산파라도 제물로 삼겠다.’
혈교도들에게 한 가지 희망적인 일이 있었다.
형산파에서 이렇게 선언한 거다.
-우리 형산파도 정파의 명문으로 혈교도들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겠다!
-의창 인근의 혈교도들은 우리 형산파가 처리하겠다!
형산파에서 공적 욕심을 내고, 무당파보고 자신들의 영역을 넘어오지 말라고 한 거다.
의창 인근을 담당하던 신기염라가 아직 무사할 수 있었던 이유다.
‘무당파와 맞서는 건 부나방이 불에 뛰어드는 격이지만, 형산파 정도라면 동귀어진으로 함께 지옥에 데려갈 수 있다.’
그런데, 수하 한 명이 말했다.
지부의 중간 간부인 상급 사자(使者)였다.
“제게 형산파 놈들을 곤란하게 할 계책이 있습니다.”
“뭐지?”
이야기를 들은 신기염라가 인상을 찌푸렸다.
“하남흑패 장삼이 의창에 올 예정이라고? 이유는?”
“하남흑패가 왜 의창에 오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용할 만합니다.”
하지만 신기염라는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 못했다.
확실히 솔깃한 계책이다.
형산파에 적잖은 타격을 줄 수 있으리라.
문제는,
“…하남흑패는 의선혜검과 나이를 초월한 망년지우(忘年之友) 아닌가? 오죽 가까우면 둘을 백흑침선(白黑針線)이라 한다던데? 차라리 얼마 전 의창에 분가를 낸 진주언가를 이용하지?”
“진주언가보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흑도인 하남흑패가 이용 가치가 높습니다.”
“그래도….”
점괘가 찝찝해 고개를 저었지만,
“의선혜검을 너무 두려워하는 것 아닙니까?”
“!!”
“솔직히 지금 우리가 이것저것 따질 때입니까?”
신기염라는 침음을 삼켰다.
수하들도 평소라면 이런 무례를 저지르지 않을 거다.
하지만, 다들 궁지에 몰려 악에 받쳐 있다.
사실 신기염라도 점괘를 믿을 수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고작 어린 소년 아닌가?
아무리 그가 점술에 능해도 백발백중인 건 아니다. 온 중원을 통틀어도 그런 점술사는 없다.
“좋다. 그대로 시행하도록.”
“천교 천세!”
그렇게 난데없이 장삼에게 먹구름이 다가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먹구름이 다가간 건 장삼을 향해서만이 아니다.
찝찝함에 다시 점을 쳐본 신기염라의 눈동자가 파르르 흔들렸다.
이런 점괘가 있다고 들어만 보았을 뿐, 난생처음 보는 점괘가 뜬 거다.
-절흉(絶凶)
의선혜검의 점괘가 최악으로 악화해 있었다.
* * *
당가에서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보냈다.
겨울 초입에 걸음 했는데, 어느덧 한파도 최절정에 이르러 있었다.
연도도 바뀌어, 위지천은 열일곱이 되었다.
‘연도로 나이를 세는 허세(虛歲) 기준이고, 생일을 기준으로 하는 주세(周歲)로 따지면 아직 열여섯이지만.’
일상에서는 주로 허세를 따르니, 열일곱이 된 셈이다.
‘…그런데, 왜 아직도 마냥 앳된 느낌이지. 지금쯤 사내티가 나기 시작했는데.’
괜히 그를 동생 삼고 싶어 하는 이가 많은 게 아니었다.
원래도 동안이긴 했지만, 이번 삶 때는 그 정도가 심했다.
사실 이건 위지천 본인의 잘못이다.
환골탈태를 두 번이나 한 탓에 반쯤 반로환동 비슷한 효과가 나타난 거다.
성장이 멈추거나 저해된 건 아니다.
다만, ‘노화’가 훨씬 느리게 되었다.
또, 활생심공의 영향도 있었다.
나이가 든다는 게 무엇인가?
세상의 안 좋은 사기(邪氣)들이 몸에 쌓이게 되는 거다.
밖에서 고생하며 이런 안 좋은 사기들에 자주 노출될수록 빨리 늙는다.
활생심공은 원체 현묘한 신공이라 이런 사기가 몸에 쌓이질 않게 한다. 따라서 노화도 그만큼 느려진다.
‘…좋은 거긴 한데. 으음.’
이런저런 수행이 쌓이며 왠지 조만간 환골탈태를 한 번 더 할 것 같은 느낌인데, 미루어야 하나 고민되었다.
“잘 가요. 꼭 다시 와야 해요. 그, 그런데… 음.”
“…왜 그러세요, 소가주님?”
“그게… 음. 음.”
다시 위지천이 누님으로 불러주길 바라는 독화의 모습을 보니 더더욱 그런 마음이 들었다.
‘흉계를 부리기에 어린 모습이 유리해 이용하긴 했지만. 내가 이래 뵈어도 흉마였는데, 너무 동생 취급당하는 것도 조금….’
어쩌겠나?
다 본인의 앳된 외모를 무기(?)로 삼은 위지천의 업보인 것을.
“다음에 뵐게요. 잘 지내고 계세요, 소가주님.”
“…그래요.”
끝내 누님 소리를 듣지 못한 당화가 시무룩한 얼굴을 했고, 다른 이들이 위지천에게 외쳤다.
“조심히 가십시오!”
“우리 당가는 소협의 은혜를 잊지 않을 겁니다!”
“우리 혜검류는!”
“의선혜검의 의기를 본받겠다!”
당가 방계 무인들 일부가 나루까지 따라와 위지천을 환송했다.
‘…구호라도 참아줘. 부끄러움은 왜 내 몫인데.’
나루에 있던 일반인들도 당가의 무인들을 따라 함성을 내질러 더 부끄러웠다.
“와아아아!! 의선혜검 만세!!”
“그런데 우리는 당가가 아닌데?”
“몰라, 어쨌든 의선혜검이 대단한 건 맞잖아.”
“와아아! 의선혜검 만세!!”
위지천을 환송하러 온 청성, 점창의 소운, 오맹도 함께 함성을 질렀다.
“우리도 혜검류가 되기로 했습니다!”
“닥쳐라! 의선혜검의 의기는 나 점창의 오맹이 잇겠다!”
“아니, 나 소운이 잇는다!”
위지천은 억지로 웃으며 손을 흔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이놈의 배는 왜 이렇게 꼼지락대는 거야? 얼른 출발하라고.’
체감상 한참이 지난 후, 이윽고 배가 출발했고, 위지천을 외치는 함성이 아득히 멀어지고 나자 위지강이 다가왔다.
“수고했다.”
위지강의 드문 칭찬이었다!
물론, 잔소리가 이어지려 했지만,
“단, 자만하지 말고….”
“형님, 성대!”
“…이제 다 나았다.”
“저 공부해야 할 게 있어서!”
방으로 도망친 위지천은 단전을 살폈다.
독단이 느껴졌다.
콩알만큼 작지만, 무려 독왕의 독기로 만든 독단이다.
만년지주의 부산물과 당가의 영독까지 여럿 복용해 완성했으니, 작아도 절대 무시할 수 없었다.
‘얻은 게 많아.’
당가에서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된 건, 독왕의 가르침이 길어져서다.
-하! 이 답답한 놈! 독공은 그런 게 아니다!
-네놈… 재능이? 진짜 의재가 맞긴 하느냐?
위지천은 오랜만에 이전 삶으로 돌아간 느낌을 받았다.
못난이 취급을 받았다는 거다.
‘난 원래 재능이 넘치는 이는 아니니까.’
그가 빠른 의술 성취를 보이는 건, 화경의 고수로 얻었던 깨달음과 의술의 원리가 일맥상통하는 점이 많기 때문이다.
화경의 고수가 된 것도 재능보다는 천선신공의 공능과 온갖 기연, 수많은 생사의 고비를 넘긴 덕이다.
특히 위지천은 다른 무인들이 한 번도 경험하기 힘든 극한의 경험을 수도 없이 하였고, 그런 경험이 깨달음의 밑바탕이 된 덕분에 화경에 이른 거지, 재능과는 무관했다.
불행히도 독공의 기초는 화경의 고수의 깨달음과 별로 통하는 게 없었다.
물론, 의술 지식이 있으니, 나름대로 빠르게 독공의 기본도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독공의 기재였던 독왕의 눈에는 차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위지천은 이전 삶의 못난이가 아니다.
도리어 역으로 독왕을 탓하며 독왕의 자존심을 자극했다.
-음… 죄송해요. 그런데 솔직히 말해 가주님의 가르침을 알아듣기가 어려워서….
-뭐? 내 가르침에 문제가 있다는 거냐?
-설마요. 가주님께서 가문의 은인인 저에게 일부러 제대로 가르침을 내리지 않거나, 설명에 중요한 내용을 누락하는 은혜 모르는 분은 아니실 테니까요.
-하…!
아.
위지천이 다른 형제들보다 재능 있는 게 있다.
바로 상대를 자극해 분노하게 만드는 재능이다.
심신 미약 상태의 독왕은 결국 위지천의 농간에 넘어가 온갖 독공의 깊은 지식을 알려주었다.
독공의 초보라 아직은 활용 못 하지만, 기억하고 있으면 훗날 반드시 도움이 되리라.
‘독공도 깊은 심득 쪽은 무공과 만류귀종(萬流歸宗)의 원리가 적용되는 것 같기도 하고.’
독왕의 가르침을 되뇌고 있으니, 무공 쪽으로 아른아른하게 무언가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것도 같았다.
그렇게, 위지천은 장강을 지나는 내내 푸욱 심상에 빠졌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의창(宜昌)이었다.
그런데 나루에 도착한 순간, 위지천은 생각지도 않은 광경을 목격하고 눈을 크게 떴다.
나루에 ‘나 돈 많고, 위세 높은 이다!’라고 자랑하듯 호피(虎皮)를 두르고 있는 이가 있었다.
장삼이었다.
호피 외에도 팔찌, 목걸이 등 번쩍번쩍 보석들이 가득했다.
두 눈 뜨고 보기 민망한 졸부 같은 차림.
문제는 그게 아니다.
웬 잡놈들이 장삼을 공격하고 있었다!
서걱!
장삼의 호피가 반으로 잘려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