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69)
의선명가 천재막내 169화(169/174)
제169화
위지강, 위지무는 의선의가로 복귀하기로 했다.
의선의가는 지금 환자가 넘쳐 비명을 지르고 있으니, 활의각 각주인 위지강이 오래 자리를 비울 수가 없었고, 위지무 또한 외총관으로서 업무가 바빴다.
용호는 둘을 따라가기로 했다.
“요, 용이… 아, 아니, 용호 네가 우리와 함께 간다고?”
용호는 아비인 위지무가 과거 이름인 위지용으로 부르는 걸 극도로 싫어해, 위지무는 화들짝 말을 바꾸었다.
그나저나 용호가 제 발로 위지무와 함께 가기로 하다니? 놀라운 일이다.
‘용호 놈, 정말 사람 된 건가?’
위지천은 자신의 교화(?)가 정말 성과 있었나 고개를 갸웃했지만,
“착각하지 말아라, 대머리. 호표(護鏢)로 가는 거니, 일당 다 계산해서 받을 거다. 일당은 은원보 두 개다.”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가격의?”
“하! 그러면 천하에 이름 높은 이 칠조(七鳥) 흑랑을 고용하는 게 쉬운 줄 아는 거냐?! 일당 은원보 하나 이상으로는 못 깎아준다!”
‘…돈 때문에 저러는 거였군. 역시 호로흑랑.’
참고로, 용호는 암흑투왕투기장에서 본인에게 거액을 건 채 연거푸 패하며 막대한 빚을 졌다.
추가로 위지천의 지시에 따라 투기장에서 난장을 부렸는데, 배상비도 고스란히 빚이 되었다.
다행히 투기장이 당가 소유라 면제해 주기로 했지만, 위지천이 고개를 저었다.
-저 짐승 놈, 버릇 나빠져요.
-하지만, 의선의가에 받은 은혜가 많은데?
-흑랑이 진 빚은 우리 의선의가가 오십 년 분납 무이자로 갚을게요. 대신, 채권을 제게 넘겨주세요.
그러니까, 용호는 결과적으로 위지천에게 추가로 막대한 빚을 지게 된 셈이라 저러는 거다.
하지만, 위지무가 누구인가? 아무리 상대가 아들이라도 호락호락 호구 당할 인물이 아니다.
결국, 처음 흑랑이 제시한 금액의 십 분지 일 수준으로 합의 봤다.
“망할, 내가 이래서 대머리가 싫다니까!”
“이놈, 은원보가 누구 집 개 이름인지 아느냐?! 십 분지 일도 충분히 비싼 거다!”
“그렇게 쪼잔하니 머리가 벗겨지지!”
“두고 봐라. 네놈 머리도 곧일 테니!”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둘은 평소처럼 으르렁거렸고, 위지강이 위지천, 장삼에게 다가왔다.
“장 대협, 천이를 잘 부탁합니다.”
“하… 하. 걱정하지 말아라.”
장삼은 어색한 얼굴로 위지천의 눈치를 봤다.
다행히 위지천은 조금 기분이 풀린 눈치였다.
평소의 해맑고 착한(그래서 소름 돋는)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너는 장 대협 말씀 잘 따르고.”
“네,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이곳 의창은 위험하니, 어쩌고저쩌고….”
‘아. 새로운 독 먹여야 하나.’
위지강은 한참이나 잔소리를 퍼부은 후에야 떠났다.
의창에 남은 건 위지천, 장삼(과 패잔병 몰골의 흑룡대), 사망공자 언월운이었다.
“…일단 언중의가(彦中醫家)로 가자.”
언월운이 새로 개척한 사련의가의 분가였다.
진주언가(晉州彦家)의 언(彦) 자와 중원(中原)의 중(中) 자를 따서 명명했다고 한다.
거창한 명명답게 장원도 꽤 으리으리했다.
“흥, 명색이 대사련의가의 분가인데, 허름한 장원을 구할 수는 없지 않냐?”
“사비로 구했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것도 악명 높은 사금방(邪金幫)의 사채까지 써서.”
“…이자가 한 달에 이 할이다. 분가를 자리 잡게 하는 데 실패하면 난 사금방의 손에 먼저 죽게 될 거다.”
만약, 분가가 자리 잡는 데 성공하면 사련의가 본가에서 예산을 집행해 정착 비용을 대신 갚아주기로 했다.
실패하면, 빚은 그대로 언월운의 몫으로 남게 되는 거고.
‘이놈도 가만히 보면 은근히 고생 많이 하는 놈이라니까.’
사망공자네, 사련의가의 소가주네 떠받듦 받지만, 수면 밑에서는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는 처지인 언월운이 딱해 위로해 주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사금방이 바보도 아니고, 빚을 못 받는다고 죽이지는 않을 거예요. 대신, 노예 같은 처지가 되어 죽을 때까지 사금방을 위해 일하게 되겠지만. 평생 일해도 빚은 계속 늘어만 가는.”
“…나도 잘 알고 있으니, 굳이 따로 설명해줄 필요 없다.”
언월운이 원망스러운 시선을 보냈고, 위지천은 어깨를 으쓱했다.
“오셨습니까, 도련님?”
“아, 강 노야.”
허리가 굽은 노인을 본 위지천은 깜짝 놀랐다.
‘사련의가의 삼도명의(三途名醫) 강백!’
강호인은 모름지기 뭐든 급을 나누는 걸 좋아한다.
원래 과거에는 ‘고수’로 통칭하던 걸, 일류 고수, 절정 고수, 초절정 고수 등등으로 나누다 못해 입중상극(入中上極), 거기서 초절정은 초화정(初和定)으로 더 세분화해서 나눈 것처럼 말이다.
대(大)의가의 시대를 맞아 고수들만큼이나 명의들의 위명도 높아진 터.
명의들의 급도 나누기 시작했다.
처음 의명(醫名)을 얻은 이들!
위지천이 지금 이 단계다.
의명을 얻었다고 모두 명의로 치는 건 아니다.
다른 일반 의원보다 주목받는 의원.
자주 쓰는 용어는 아니지만, 빼어날 수(秀)나 뛰어날 재(才) 글자를 붙여 수의(秀醫), 재의(才醫)라고도 불렀다.
일반적인 명의(名醫)!
명의로 인정받으려면 주변 모두가 이름만 듣고 고개를 끄덕여야만 했다.
-아, 그 의원? 명의이지.
듣자마자 이견 없이 이런 반응이 나와야 한다.
따라서 명의로 인정받는 건 쉽지 않다.
의술이 극도로 뛰어나 주변 모두에게 인정받아야 한다는 거니까.
천하명의(天下名醫)는 그런 명성이 온 중원에 퍼진 이를 말한다.
당문의가에서 만난 유천(柳天)이 그런 천하명의였다.
십봉, 십선에 꼽히지는 못했지만, 의술과 명성이 그들과 비교해도 크게 못하지 않은 이들.
삼도명의(三途名醫)는 무엇인가?
천하 전체에 이름을 떨친 건 아니지만, 지닌 의술 실력이 다른 명의들을 압도할 만큼 뛰어난 이들을 뜻한다.
여기서 삼도(三途)는 삼도천을 건너는 환자를 강제로 이승으로 데려올 정도로 의술이 뛰어나다는 의미였다.
‘사련의가에서도 손에 꼽는 명의야. 성급, 천급 의가가 얼마나 뛰어난지는 저런 삼도명의를 몇 명이나 보유하고 있는지로 판단하기도 하니까.’
노인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리셨습니까? 그간 우리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십니까?”
“고생은 무슨. 환자가 없어서 아무것도 안 했구먼.”
“그게 힘든 거지. 좀이 쑤셔서 돼지 배라도 째고 싶을 지경이야.”
젊은 의원들도 범상치 않아 보였다.
이전 삶, 사련의가와 친하게 지낼 때 몇 차례 본 얼굴들.
훗날 언월운이 가주가 된 후 사련의가의 주축이 될 의원들이다.
언월운을 도우러 온 듯했다.
“환자가 없나?”
“보면 아시지 않소이까? 파리도 얼씬하지 않습니다. 아, 사금방에서 온 일수꾼이 다녀가긴 했습니다. 장원에 환자 없는 것 보고는 공자님이 튼튼한지, 건강에 숨겨진 하자는 없는지 묻고 가더군요.”
“끄응. 망할 사금방 놈들.”
위지천이 앞으로 나섰다.
“여러 선배님께 인사드려도 될까요? 의선의가의 위지천이라고 해요.”
“의선혜검(醫仙惠劍)!”
다들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니, 의선혜검이면 작금 강호에서 가장 의롭다는 소협인데? 어쩌다 이런 누추한 곳에?”
“혹시 저 사악한 공자에게 협박이라도 당한 것 아니오?”
“공자, 건들 사람이 따로 있지. 의선혜검은 함부로 건들 인물이 아닙니다!”
몇 번이나 위지천에게 뒤통수를 맞은 적이 있는 언월운은 수하들의 반응에 이마에 핏대가 돋았다.
“이놈이 의롭기는… 하아. 됐고. 여러 인연으로 친한 형, 동생처럼 지내기로 해서 초대한 거다.”
“친해진 걸 빌미로 의선혜검의 이름값을 빌릴 흑심이란 거군요. 역시 공자님.”
“…원래 친한 사이끼리 서로 돕고 사는 거다.”
“그런데 아무리 의선혜검이라도 우릴 돕는 건 무리일 것 같은데요?”
“맞아요. 우리 이미 망했어요.”
“그나마 사금방에서 공자님의 몸값을 비싸게 쳐주는 눈치인 것 같아서 다행이긴 한데….”
“아니야. 그놈들은 공자님의 엉덩이 검은 점까지 핑계 대어서 가치를 후려칠 놈들이야.”
“…다들 닥쳐라. 그리고 나 엉덩이에 점 없다.”
팍팍 내쉬는 한숨에 장원이 꺼질 것만 같았다.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 맞긴 했으니까.
실제로 위지천의 이전 삶, 언월운은 이곳 의창 분가 개척에 쫄딱 실패 후 커다란 곤욕을 치른다.
그런데.
“흘흘, 이 늙은이는 다른 생각이 드네만.”
“강 노야?”
삼도명의 강백이 위지천을 뚫어져라 보았다.
부담될 정도로.
“공자, 이 늙은이가 비록 시진(屍診) 쪽 전문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관상을 보는 재주가 있습니다. 저 소년은 귀인(貴人)입니다.”
“…귀인? 위지 동생이 뛰어난 건 알고 있소.”
“아니,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저 소년을 전적으로 믿고 따르십시오. 그것만이 공자님께서 살아날 수 있는 길이니. 괜히 귀인께 자존심 세우지 말라는 뜻입니다.”
“!!”
언월운은 인상을 찌푸렸다.
언월운은 뛰어난 능력만큼, 자존심도 강했다.
위지천에게 도움을 요청하긴 했지만, 살짝 조력만 받을 뿐, 어디까지나 본인의 능력으로 위기를 극복할 작정이었다.
‘잘됐네. 안 그래도 언월운이 순순히 내 말을 따르지 않을 것 같았는데.’
이곳 의창에서 이루어야 할 목표들이 많았다.
의선의가의 영향력을 의창 쪽으로 넓히며, 투룡을 주워가고, 혈교까지 털어야 한다.
언월운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안 그래도 제게 생각이 있어요. 잠깐만, 이쪽으로 와 주시겠어요?”
위지천의 계획을 들은 언월운이 펄쩍 뛰었다.
“그건 불가능하다!”
“충분히 효과가 있을 것 같은데요?”
“돈이 없다!”
“더 빌리면 되죠.”
“이미 빌릴 만큼 빌렸다!”
“사금방에 부탁하면 조금 더 빌려주긴 할 텐데요?”
“그랬다가는 난 놈들의 완전한 노예가 될 거다!”
빚에 매여 ‘노예 같은’ 처지가 되냐, ‘진짜 노예’가 되냐의 차이였다.
“따서 갚으면 되죠.”
“…뭐?”
“여기서 더 망해봤자 큰 차이 없을 것 같은데, 저라면 승부를 걸어볼 것 같은데요?”
“…….”
위지천은 싱긋 웃어 보였다.
“강백 선생님의 이야기 못 들었어요? 절 믿으세요. 제가 공자의 귀인(貴人)이 될 테니까요.”
그 뱀 같은 속삭임에 언월운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언월운은 놀라운 발표를 하였다.
의선혜검 위지천의 의로움에 감명받아 언월운도 대대적인 구민에 힘쓰겠다는 거였다.
그것도 언월운의 개인 돈(빚)으로.
혈교와 형산파의 싸움에 온 시선이 집중되어 있던 의창에 난데없이 툭 언월운과 의선혜검 위지천이 존재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