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7)
의선명가 천재막내 18화(18/138)
제18화
단여는 화중의가(花中醫家) 출신이다.
그녀가 화중의가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이것이었다.
-독한 것.
남양의 어린 의생 중 기재로 꼽히지만, 사실 그녀는 천재가 아니었다.
그저 악바리처럼 지독하게 공부한 탓에 남들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갖추게 되었을 뿐이다.
그녀가 필사적으로 공부에 매달린 건, 구민(救民)의 꿈 같은 딱히 의원으로서 대단한 포부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생존 수단이었다.
‘조금이라도 못난 모습을 보이면 쫓겨날 처지였으니까.’
그녀는 평범한 내문제자가 아니었다.
화중의가의 가주 단소천의 딸이었다.
정확히는 사생아였다.
가주 단소천이 부엌데기 식모와 정을 통해 낳은 자식.
당연히 정식 자식으로 인정받지 못했고, 정실과 다른 형제들의 눈칫밥을 먹으며 자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린 시절 어미마저 사망했고, 세상에 덩그러니 홀로 남게 된 단여는 화중의가의 내문제자가 되었다.
그녀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다른 가족들은 사사건건 트집을 잡으려 들었고, 단여는 필사적으로 의술 공부에 매달렸다.
뛰어난 실력을 보여 자신을 쫓아내지 않게.
하지만, 그런 노력도 얼마 전 덧없이 막을 내렸다.
-화냥년 같은 지어미를 닮아서 주제도 모르고.
사형들.
정확히는 배다른 형제들이 작고한 그녀의 어머니를 모욕한 거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일이 터지고 난 다음이었다.
기사멸조(欺師滅祖)의 대죄를 저지른 죄인으로 파문당했고, 의선의가에 들어오게 된 거다.
‘반드시 복수하겠어.’
단여는 이제 목표가 생겼다.
화중의가에 복수하는 것.
무슨 무인의 복수처럼 피를 보겠다는 뜻이 아니다.
‘의원으로서 화중의가의 콧대를 눌러주겠어.’
의선의가를 선택한 건, 비단 다른 의가에서 그녀를 받아주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의선의가의 의원이 되어 화중의가를 콧대를 누를 계획이었다.
‘그런데 저런 못난이가 대사형이라니.’
위지천이 누구인지는 알고 있었다.
단여와 비슷한 환경 속 정반대의 인물이었으니까.
사생아, 가주의 직계 막내.
기재, 못난이.
모두의 미움을 받는 구박데기, 모두의 사랑을 받는 귀염둥이.
그녀에게는 험난하기만 한 세상이, 저 철부지 소년에게는 화창하기만 했으리라.
‘다른 의생들을 빚에서 도와준 것도 의선의가의 돈으로 한 것일 테잖아. 그래놓고 무슨 자신이 도와준 것처럼 으스대면서 대사형 어쩌구 하는 거야?’
물론, 그녀가 이렇게 딴지를 걸며 나선 건 단순히 아니꼬워서가 아니었다.
‘저 못난이 똥쟁이 철부지가 대사형이 되면, 의선의가는 망해!’
의선의가의 의원으로 화중의가를 짓밟아야 하는데, 의선의가가 엉망진창으로 돌아가는 꼴을 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앞으로 의선의가는 변할 것이다.
바로 그녀.
비운의 주인공인 천재 의생 단여가 중심이 되어서!
“그쪽이야말로 그런 말을 할 자격이 되는지 모르겠군. 기상(氣上), 기완(氣緩), 기소(氣消), 기하(氣下)에 대해 말해 보십시오.”
단여는 코웃음을 쳤다.
중원 의학의 뿌리라 할 수 있는 황제내경(黃帝內經)의 내용이었다.
‘고작 황제내경 소문(素問)쯤이야. 걸음마 떼기 전에 완독했어.’
…과장이다.
사실 열 살 넘어서 완독했다.
어쨌든 질문의 내용이야 빠삭하게 알고 있었다.
“기가 위로 거슬러 올라가 피를 토하거나, 설사하는 것을 기상(氣上)이라고 하며, 기가 순조로워 영기(營氣)와 위기(衛氣)가 잘 통하게 되는 걸 기완(氣緩)이라고 하며, 기소(氣消)는….”
촥촥.
마치 황제내경 원본을 그대로 읊는 듯한 대답에 다른 의생들이 감탄의 표정을 지었다.
-저게 바로 내문제자의 실력?
이런 눈빛이라 단여는 콧대를 높였다.
‘흥, 뭐라고 하는지 보자.’
위지천이 보일 거로 예상되는 반응은 두 개였다.
첫째, 그녀의 완벽한 답변에 어버버 말문이 막히는 것.
둘째,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려 어떻게든 그녀를 이기려 하는 것.
만약, 위지천이 둘째를 선택하면, 화중의가에서 자주 했던 것처럼 의술논검(醫術論劍)으로 박살을 내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위지천의 반응은 첫째도, 둘째도 아니었다.
짝. 짝.
“훌륭하군요. 황제내경에 적힌 그대로입니다.”
“!!”
뜻밖에 그녀를 칭찬한 거다.
비아냥인가 했는데, 아니었다.
진짜 감탄의 눈빛이었다.
실제로 위지천은 감탄했다.
‘내가 아침에 봤던 구절 그대로 답했잖아. 토씨 하나도 틀리지 않고.’
황제내경을 달달 외운 게 분명했다. 황제내경이 몇 권인데,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해왔는지 알 수 있었다.
“열심히 공부했군요.”
화악!
단여의 얼굴이 붉어졌다.
아무리 노력해도 화중의가에서는 아무도 그녀를 칭찬해주지 않았다.
그러니, 그녀는 이런 칭찬에 내성이 없었다.
‘…나쁜 놈은 아닐지도?’
하긴.
못난이 바보이지만 착하다, 라는 게 위지천의 평가였다.
다시 보니 인상도 참 순하고 맑았다. 개미 하나 죽이지 않았을 것같이 때 묻지 않은 인상.
다시 보니 귀여워 보이기도 했다.
‘나보다 어리다고 했었나? 아직 어린데 똥이야 실수할 수도 있지. 동생 데리고 다니듯 잔뜩 혼내면서 가르치면 사람 구실은 할지도.’
크흠, 위지천을 향한 적대감이 많이 가라앉으려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왜 기상(氣上), 기완(氣緩), 기소(氣消), 기하(氣下)가 그런 증상을 나타내게 되는 건지 아십니까?”
“그건, 기가 흐트러짐이 균형의 허실로 이어져….”
“당신이 황제내경을 열심히 공부한 건 알겠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해석은 무엇이지요?”
해석? 무슨?
단여는 인상을 찌푸렸다.
‘착한 인상은 개뿔. 역시 개수작을 부리려는 거였어.’
위지천의 인상을 순식간에 뒤집은 단여는 도발적으로 답했다.
“위지천 공자의 해석은 무엇이죠? 저한테 묻지만 말고, 한번 가르침을 내려봐 주시지요. 사제들에게 가르침을 내리는 게 대사형의 의무이니까요.”
“설명 못 합니다.”
“하! 그러면서?!”
“오해하지 마십시오. 몰라서 설명 못 하는 게 아니니까요. 그러니까, 워낙 깊은 오의(奧義)라 당신들이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단여는, 그리고 다른 의생들은 알까?
기상(氣上), 기완(氣緩), 기소(氣消), 기하(氣下)가 진짜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비단 위의 내용뿐이 아니었다.
위지천이 황제내경을 펼친 순간, 그의 눈에 보이는 건 단순한 의술 지식이 아니었다.
대우주의 섭리가 펼쳐졌다.
의술 지식은 그 섭리가 현실에 파편으로 나타난 ‘현상’일 뿐이었다.
“당신이 열심히 공부한 건 알겠어요. 하지만, 당신은 스스로가 공부한 게 의술의 끝이라고 생각하는가요?”
“이…!”
단여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저 못난이 놈이 그런 말을 하니 도저히 인정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때.
“앞으로 한 달 뒤. 지옥 속성 교습이 끝나고 의술논검을 벌이도록 하죠. 대사형으로 당신이 공부한 게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뿐이란 것을 가르쳐줄 테니까요.”
“하!!”
단여가 코웃음을 쳤다.
“좋습니다! 대신, 제게 의술논검에 패하면, 당신을 대사형으로 인정하지 않겠습니다!”
“저도 조건을 걸겠습니다. 제가 승리하면, 그 뒤 여러분의 ‘의공(醫功) 특훈 교육’은 대사형으로서 제가 담당하겠습니다.”
“!!”
장내가 술렁였다.
의견례 시험은 수많은 과목으로 나누어진다.
내경, 진맥, 본초, 침구 등등.
이러한 과목을 크게 묶으면 두 개로 분류할 수 있다.
‘이론 지식’과 ‘실제 치료’.
앞으로 위지강이 강의할 지옥 속성 교습은 ‘이론 지식’에 대해서다.
사실 이론 지식은 크게 걱정할 게 없다.
이곳의 대부분은 의견례 장수생 출신인 만큼 웬만큼 지식은 빠삭했으니까.
문제는 ‘실제 치료’였다.
실제 치료는 이러한 과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초(本草), 침구(鍼灸), 진기도인, 내기공(內氣功), 외기공(外氣功) 등등.
약재를 다루는 본초(本草)를 제외하고는 모두 기경팔맥의 기를 다루어야만 했다.
즉, 의공(醫功)이 필요했다.
외문제자들의 의견례 합격에 가장 커다란 난관이었다.
막대한 수업료를 받아놓고 의공에 관한 내용은 가문의 비기라고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으니까.
‘의선의가는 외문제자들에게도 지선의공(地仙醫功)이란 의공을 가르쳐 준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의생들의 안색이 흐려졌다.
당연히 의공도 지옥 교관 위지강이 가르칠지 알았는데, 위지천 공자가 가르치겠다니?
물론 위지천에게는 감사한 마음뿐이다.
솔직한 마음으로 염려가 안 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날의 만남이 끝났고, 위지천은 위지강에게 불려가 혼이 났다.
“왜 그런 이야기 한 거냐? 네가 무슨 의공을 가르친다고. 교육은 내 담당이다.”
“형님께서는 이번 의생들의 의견례 합격률을 얼마로 보십니까?”
위지강이 미간을 찌푸렸다.
“다들 의지가 대단해 보여 합격률은 예년보다 높을 것 같다. 삼 할 정도는 되지 않겠느냐?”
삼 할.
열 명 중 고작 세 명.
이것도 높은 거다.
보통 외문제자들의 합격률은 이 할이 되지 않는다.
의공 때문이었다.
“제가 가르치면, 전원 합격. 그것도 전원 금패(金牌) 합격할 수 있을 겁니다.”
“!!”
특별한 고득점으로 합격해 의련에서 파견 나온 심사관에게 표창을 받는 것을 뜻한다.
“무슨…?”
“못 믿겠으면, 형님도 한 달 뒤 지옥 교습이 끝난 후 제 모습을 지켜봐 주십시오. 제가 의공을 가르칠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위지강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누가 들으면 닳고 닳은 의술 박사인 줄 알겠군. 이제 고작 황제내경 기초편 보고 있는 주제에.’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약속한 한 달 뒤가 다가왔다.
* * *
남양에 완연한 여름이 깊어졌고, 의견례도 성큼 앞으로 다가왔다.
의선의가의 강력한 경쟁자 화중의가에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한잔 받아주십시오! 이 단소천, 이렇게 중원 의업계에 이름 높은 고명한 선생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귀한 손님이라도 온 듯한 모습.
그런데 상대의 반응이 냉랭했다.
“과한 향응 대접은 부정으로 간주될 수 있소.”
화중의가의 가주 단소천의 얼굴이 구겨졌다.
‘젠장, 하필 시험관으로 이런 외골수가 오다니.’
빙학(氷鶴) 사마소.
무려 십봉(十峰)의 하나로 꼽히는 천하의 명의가 의련의 시험관 자격으로 남양에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