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70)
의선명가 천재막내 170화(170/174)
제170화
정파니, 사파니, 나누고 싸워도 그건 어느 정도 힘 있고, 가진 게 많은 이들이나 신경 쓸 일이지 민초들은 크게 관심 가지지 않았다.
-정파나 사파나 그놈이 그놈이여.
이게 일반 민초들의 생각이다.
애초에 정파든, 사파든 민초들을 직접적으로 수탈할 권한은 없다.
징세권은 나라의 권한이니까.
정파, 사파는 자신들과 연관된 여러 사업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이윤을 얻는다.
사파는 주로 불법적인 영역에 손을 대고, 사업을 할 때도 불법적인 방식을 쓰는 경우가 많아 비난받지만, 일반 민초들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저잣거리 상인들에게 사파가 걷는 ‘보호세’?
정파도 똑같이 ‘기부금’을 받는다.
그러니, 언월운의 언중의가가 벌인 ‘구민 행사’는 커다란 호응을 받았다.
“나, 의원에 와본 게 몇 년 만인지 모르겠어.”
“그러게. 근처에서 우리 같은 일반인들이 갈 만한 의원들은 다 망했으니까.”
“의원에 가려면 근처 도시까지 가야 했으니. 딸아이의 열이 떨어지지 않는데, 눈이 쌓여 갈 수가 없어 막막했는데.”
의창에는 성급 의가인 소현의가가 있다.
원래 성(星)급 의가가 있는 곳 주위는 다른 의가가 생존하기 어렵다. 특히 작고 영세한 의가는 더더욱.
최고의 의가가 있지만, 역설적으로 일반 민초들은 더욱 소외되는 거다.
“하… 하. 이제 좋아질 테니 앞으로는 조심히 관리하십시오.”
“공자, 더 친절히. 웃어요.”
“빠득.”
언월운은 길게 늘어선 환자들의 줄을 보고는 피눈물을 흘렸다.
환자들의 숫자만큼 생돈이 나간다고 생각하니 생살이 뜯기는 것만 같았다.
‘이런 걸 대를 이어서 하다니! 의선의가는 정말 미친놈들이구나!’
반면, 위지천은 얼굴에 자애로운 미소를 한가득 띠고 있었다.
보는 환자마다 감격할 정도로.
언월운은 심사가 꼬여 시비를 걸었다.
“그렇게 민초들을 구제하는 게 좋냐?”
“공자께서는 제가 그렇게 착한 사람으로 보여요?”
“…….”
“전 의선의가의 다른 가족들과 달라요. 백성들을 위하는 게 가문에 이득이 되니, 이용하는 것일 뿐이에요.”
욕심 많은 아버지.
까칠 까딸 형님.
괴짜 누이.
가문을 위해 헌신한 끝에 대머리가 된 숙부까지.
모두 마음속 깊숙한 곳에 타인을 향한 선함이 있었다.
위지천은 다르다.
철저히 이기적이었다.
‘뭐, 사실 가족들이 이상한 거고, 내가 평범한 거긴 하지. 숙부들, 고모들만 봐도.’
의선의가의 윗세대, 그러니까 위지선, 위지무에게는 훨씬 많은 형제, 누이가 있었지만, 다들 의선의가를 버리고 떠났다.
떠난 숙부, 고모들도 의선의가의 핏줄답게 빼어난 재능을 지니고 있어 중원 각지에서 이름을 떨치는 경우가 많아, 위지선, 위지무가 소식을 듣고 남몰래 속상해하는 것을 종종 본 적이 있다.
“글쎄, 난 모르겠다. 이런 방식이 과연 효과가 있을지. 남들에게 은혜를 섣불리 베풀지 말라는 동곽선생(東郭先生)의 고사가 괜히 전해져 내려오는 게 아니야.”
민초들의 환심을 사서 뭐 하는가?
심지어 저 민초들도 은혜를 오래 기억하지 않을 거다. 금세 잊을 거다.
시진의로서 온갖 추악한 사건을 목격한 언월운은 인간의 본성을 잘 알고 있었다.
위지천도 언월운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사실 위지천도 언월운 못하지 않게 냉소적이었다.
애초에 선행이 보답받는 세상이라면 의선의가는 여전히 천하제일의가로 떵떵거리고 있어야 했다.
이전 삶 같은 비극도 일어나지 말아야 했다.
‘의선의가의 도움을 받았던 사람 중 누구도 의선의가 멸문 때 손을 들어주지 않았으니까.’
물론, 당시 의선의가를 편들면 똑같이 사마외도의 악적으로 몰려 멸문당했을 테니, 섣불리 나서기 힘들었던 게 이해는 된다.
그래도 당시 위지천이 느꼈던 배신감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지금이야 화경의 경지에 오르며 온갖 깨달음을 얻어 마음 수양이 깊어졌지만, 당시에는 어렸으니까.
그럼에도.
“선행이 보답받지 못하는 건, 선행을 베푸는 사람이 너무 착하기 때문이에요.”
위지천은 피식했다.
“돈을 빌려주고 돌려받을 생각도 하지 않는 격인데, 상대가 갚을 리가 있나요? 얼씨구나 몇 마디 공치사로 넘어가려 할 뿐이지. 보답을 바라면 속물적이라고 적반하장으로 비난하기 일쑤이고.”
“…너 속이 아주 시커멓구나?”
선행을 베푸는 이들을 폄훼하려는 건 절대 아니다.
추악한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살 만한 것은 마음속에 선함을 품은 이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니까.
무엇보다 위지천은 가족들의 올곧은 의로움과 선함을 존경했다.
다만,
‘의선의가가 계속 선행을 베풀려면 누군가는 악역이 되어야만 해.’
과거 위지무가 한 말이 있다.
내의원(內醫員)이 환자 앞에서 고상함을 떨려면, 외의원(外醫員)이 밖에서 고생해야 한다고.
외의원이 고생할수록 내의원은 편하게 환자를 볼 수 있다고.
마찬가지다.
위지천은 가문과 가족들을 위해 자신이 악마가 되기로 다짐한 지 오래다.
“선행을 베풀고 어떤 이득을 취할 수 있는지는 하기 나름이에요. 능력 있고, 힘 있는 이일수록 더욱 많은 것을 얻겠고, 어리석고 힘없는 이면 아무것도 얻지 못하겠죠.”
언월운은 눈빛이 깊어졌다.
위지천의 이야기에 무언가 깨달음을 얻은 거다.
지금껏 그는 위지천처럼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이놈, 보면 볼수록 나보다 더한 놈 같은데? 이 정도면 ‘동생’이 아닌, ‘친구’로 삼아도 괜찮을지도?’
으음.
언월운은 그건 잠시 보류하기로 했다.
‘친구’가 되었다가는 감당이 안 될 것 같다는 불길함이 들었던 거다.
“그래서 이제 정확히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
“슬슬 형산파로 가죠.”
“…형산파에? 미쳤느냐? 문 앞에서 쫓겨날 거다.”
“형산파도 쉽게 못 쫓아낼걸요? 공자께서는 이제 사파의 무뢰배가 아니라, 의인(義人)이 되었으니까요. 공자를 명분도 없이 박대하면 의창 사람들이 얼마나 형산파를 욕하겠어요?”
“!!”
위지천은 배첩 하나를 꺼내 들었다.
-의창의 의인(義人)들에게
…라고 쓰인 배첩이었다.
“안 그래도 형산이 혈교에 맞서 의인들을 모으고 있다고 하니 한번 가보죠.”
위지천은 싱긋 웃으며 말했고, 그 미소를 본 언월운은 두근 가슴이 뛰었다.
저 악마가 과연 무슨 짓을 저지르려는지 기대되었던 거다.
* * *
의창 인근에는 형문산(荊門山)이란 산이 있다.
형산파가 자리한 곳이다.
원래 형산파의 고향인 형산(衡山)과 발음이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곳이다.
원래의 형산은 오악(五岳)에 꼽힐 만큼 웅장한 산이었지만, 형문산은 평범한 야산일 뿐이었다.
형산은 고도가 무려 약 사백 장(丈, 1.3km)에 달하며 봉우리만도 칠십이 개에 달했다. 남악(南岳)이란 칭호까지 있다.
형문산은 높이가 고작 사오십 장(丈, 약 150m) 남짓이며, 봉우리는 개뿔, 야산일 뿐이다.
-형문산의 초라함이 형산이 얼마나 몰락했는지 보여 주는구나.
형산과 형문산의 차이만큼, 과거의 형산파와 지금의 형산파는 커다란 차이가 났다.
부자는 망해도 삼대는 간다고, 그래도 일반 작은 문파들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구파일방 전성기 시절을 생각하면 참으로 초라한 모습이었다.
“…공진, 네가 일방적으로 패했다고?”
“그렇습니다.”
“방심한 것 아니냐? 아무리 의선혜검이 뛰어나다고 해도 네가 그렇게 당할 리가?”
“방심하지 않았습니다. 전력을 다해 베려고 했지만, 상대의 움직임을 전혀 쫓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하아.”
형산파의 장문인 창호자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투룡(鬪龍) 공진.
형산의 희망이었다.
‘또래에서는 견줄 만한 이가 없다고 여겼거늘. 훨씬 어린 소년에게 일방적으로 패하다니?’
공진은 오룡사봉 중에서도 어리다.
경지도 다른 오룡사봉보다 낮았다. 오룡사봉은 대부분 절정 극이나 상이었으니까.
그럼에도 천재성으로 명성을 떨쳤다.
기재 중의 기재라는 오룡사봉 중에서도 특출난 천재!
그게 투룡 공진이었다.
그런데, 체면을 구기고 온 거다.
“하아. 네가 그렇게 패하면, 우리 형산의 입장이.”
“베고 오겠습니다.”
“…뭐?”
“놈 때문에 형산의 명예가 떨어졌으니, 놈의 목을 베어 다시 형산의 명예를 높이겠습니다.”
“이것아. 그 어린 소년은 검선의 제자다!”
“사파의 편을 들었으니, 놈도 나쁜 놈인 것 아닙니까? 베어 마땅합니다.”
“하아! 그딴 이야기는 다시는 꺼내지도 말아라!”
공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왜 만류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
창호자는 그 텅 빈 눈동자에 소름이 돋았다.
스승으로서 십 년이 넘게 보아왔지만, 제자의 저런 모습은 적응이 되지 않았다.
워낙 천재여서일까? 그의 제자는 무언가 결여되어 있었다.
“의선혜검 일은 잊어라. 곧 혈교 놈들과 큰 싸움이 있을 것이니, 잃어버린 명예는 그때 다시 찾으면 된다.”
그때였다.
“장문인, 의선혜검이 찾아왔습니다!”
“!!”
창호자의 얼굴이 굳었다.
‘왜? 혈교와의 싸움에 손을 보태러?’
강호에 소문난 의선혜검의 의기라면 당연히 형산파의 손을 거들어 주려고 할 것이다.
문제는 형산파 입장에서 별반 달갑지 않은 일이란 거다.
‘이번 혈교 토벌의 주인공은 반드시 우리 형산파가 되어야 한다.’
사실 형산 홀로 혈교의 잔당과 맞서는 건 부담이 되는 일이다. 그럼에도 왜 무당파의 도움을 거부했겠는가?
무림 문파에게 명성과 명예는 힘이자 권력이었다.
이번 혈교 토벌로 형산의 이름을 널리 떨칠 계획이었다.
‘의선혜검이 끼면, 강호인들은 공진이 아닌, 의선혜검을 주목할 거야. 무슨 핑계를 대어서라도 쫓아내야 해.’
전각을 나서 산문으로 향했다.
한눈에 들어오는 인물이 있었다.
‘저 소년이 의선혜검?’
창호자는 자신도 모르게 감탄했다.
옆에 선 날카로운 인상의 미남과 극도로 흉악한 외모의 중년인도 밖에 나가면 온 사람의 주목을 받을 만한 이들이었지만, 지금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가운데 선 소년이 모든 이목을 뺏었다.
눈빛 가득한 현기.
옅은 미소에서 느껴지는 자애로움.
귀공자 같은 외모에서 감도는 상서로움이 소년을 신비하게 느껴지게 했다.
창호자는 의선혜검을 만난 이들마다 왜 그토록 감탄했는지 알 것 같았다.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어린 신선을 마주한 것 같다.
‘…이런 소년에게 어찌 함부로 군단 말인가?’
창호자도 도인이다.
속세에 찌들어 소위 ‘말코’가 된 지 오래였지만, 깊은 도를 담은 듯한 의선혜검의 모습을 보자 마음속에서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 도가 떠올랐다.
‘아무리 활생심공을 운용했다지만, 너무 쉽게 넘어가는 것 아니야?’
위지천은 속으로 혀를 찼다.
뭐, 이번에는 착한 척하러 온 건 아니었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어요.”
“…할 이야기가 있어서 왔다고?”
“네, 형산파를 위해 반드시 드려야 할 경고가 있어서요.”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