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71)
의선명가 천재막내 171화(171/174)
제171화
“경고라니 무슨 말이지?”
“형산의 힘만으로는 혈교와 맞서는 건 무리라고 생각해요.”
“…뭐라고?”
“형산을 위한 거니, 기분 나쁘게 듣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이대로라면 많은 피가 흐를 거예요.”
“!!”
창호자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버럭 소리를 높이려다가 소년의 얼굴을 보고 억지로 화를 억눌렀다.
소년은 진심으로(?) 형산을 염려하는 얼굴이었다.
사실 소년의 말이 일리가 없는 건 아니었다.
형산이 무당의 개입을 거부했을 때, 비슷한 걱정이 많았다.
“…형산 혼자 싸우지는 않을 거다. 봐라. 형산을 도우려 많은 영웅이 모였다.”
창호자도 형산 혼자서는 무리인 것을 알기에 영웅첩을 돌렸다.
다른 흑심도 있었다.
이곳에 모인 이들은 이 근방의 중소 정파인들.
형산이 이번 싸움을 대승으로 이끌면, 오늘 모인 이들은 자연스레 형산을 근방의 패주로 인정하고 따르게 될 거다.
“많은 영웅분들이 모인 것을 알아요. 하지만, 혈교의 흉험함은 보통이 아닌 터. 승리하더라도 적잖은 피가 흐르게 될 거예요.”
“…….”
“승리만큼이나 흘릴 피를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여기 모인 영웅분들이 한 분이라도 더 무사히 살아남는 것보다 중요한 건 없다고 생각해요.”
위지천의 간언을 들은 이들이 감탄했다.
그들을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창호자는 양심에 가책을 느꼈다.
하지만,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때로는 옳지 않음을 알더라도 할 수밖에 없는 일이 있는 법이다.
“그럴 필요 없다. 혈교의 악적을 토벌하는 건 우리만으로도 충분하다.”
위지천은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 저희도 형산파를 도울 수 있게 해주세요.”
“뭐?”
“한 명이라도 손을 보태면 흘릴 피를 줄일 수 있을 거예요.”
절대 안 될 일이다.
명불허전이랄까?
창호자는 짧은 대화에서 이 소년이 얼마나 대단한지 뼈저리게 느꼈다.
형산파가 아닌, 의선혜검이 주역이 될 것이다.
다행히 좋은 핑계가 있었다.
“저들은 사파인이 아닌가?”
“혈교는 정사 공동의 적이니, 함께 손을 보탤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 우리는 사파 놈들과는 상종하지 않는다!”
사파를 향한 분노가 치밀어 창호자의 음성이 거칠어졌다.
하지만, 위지천은 끝까지 공손한 태도를 잃지 않았다.
“장문인께서 그러시는 것 이해해요. 많은 사파인들이 불의를 저지르고 있는 게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이분들은 그런 분들이 아니에요. 의인이라고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분들이에요.”
“하, 사파가 의인은 무슨?!”
“여기 모인 정파의 영웅분 중 사재를 털어서 단 한 명의 민초라도 구제한 적 있는 분이 얼마나 계신가요?”
“…….”
“언 공자께서는 이미 막대한 빚을 진 상태에서도 의창 백성들의 시름을 지나치지 못해 추가로 빚을 지면서까지 구제를 시행했어요. 장 대협께서도 우리 의선의가를 도와 수많은 선행을 했고요. 어찌 이분들을 의인이 아니라고 할 수 있나요?”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위지천은 재차 청했다.
“부디 제 말을 고깝게 듣지 않아 주셨으면 해요. 정말 형산파와 이곳에 모인 분들을 돕고 싶은 마음에 그러는 것이니.”
창호자의 얼굴이 빨개졌다.
소년의 순수한 선함(?)을 마주할수록 본인이 부끄러워졌던 거다.
결국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만! 듣자 듣자 하니 주제를 넘는구나! 검선 현양자 선배님의 면을 보지 않았다면, 네놈은 진즉 크게 혼쭐이 났을 줄 알아라!!”
그렇게 위지천 일행은 형산파에서 쫓겨났다.
산문을 내려오며 언월운이 물었다.
“왜 형산파를 자극한 거냐?”
역시 언월운.
위지천이 일부러 쫓겨났다는 걸 바로 눈치챘다.
“형산파와 혈교의 싸움, 누가 이길까요?”
“형산파가 이기기야 하겠지. 네 말대로 얼마나 피가 흐르냐의 문제일 뿐.”
“글쎄요? 전 다르게 생각해요. 혈교가 지금껏 물러나지 않는 건,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혈교 본단에서 지원이라도 올 거라는 이야기냐? 난 아니라고 본다. 혈교 본단은 지부를 벽호(壁虎, 도마뱀)의 꼬리같이 취급할 뿐이야. 얼마든지 쉽게 버리는.”
혈교를 정확히 꿰뚫어 보는 이야기다.
혈교도들은 끝없이 보충되니, 교도들을 잃는 걸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섣불리 나섰다가 마전(魔殿)의 실체를 들키는 걸 더 꺼린다.
하지만.
“저랑 내기할래요? 혈교가 이대로 무너질지, 아닐지.”
“하?! 네놈 설마 혈교가 이변을 일으킬 거로 계산하고 이런 짓을 벌인 거냐?! 이런 허술한 계획으로 내게 추가 빚까지 지게 해?!”
위지천을 귀인으로 여기라는 강 노야의 말만 믿고 있던 언월운이 버럭 했다.
“그런데 공자께서는 어쩌다 분가 개척비를 사비로 대기로 한 거예요? 아무리 사련의가가 비정해도 이건 조금 심하지 않나요?”
“…사실 내가 먼저 그러기로 했다.”
“…왜요?”
“형제 놈들이 나보고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라고, 돈 낭비만 하게 될 거라고 이죽대서 내 사비로 부담하겠다고 했다. 들어간 경비는 분가를 자리 잡게 하는 데 성공하면, 그때 받겠다고.”
역시 언월운.
자존심 때문에 스스로 불구덩이에 뛰어 들어갔다는 이야기였다.
위지천은 언월운의 처지가 안타깝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막대한 사비가 들어갔으니, 공자께서 염려하는 것도 이해해요. 그러면 이렇게 내기하기로 해요. 만약, 제 계획대로 되지 않아 결국 공자께서 분가 개척에 실패해 빚을 떠안게 되면, 제가 대신 그 빚을 갚아 드릴게요.”
“…흐음?”
“반대로, 제 계획이 성공해 공자께서 빚을 갚을 수 있게 되면, 그만한 금액의 돈을 제게 빚진 것으로 해요.”
“…….”
언월운은 멈칫했다.
이 악마 같은 놈에게 빚을 져도 괜찮을지 망설여졌던 거다.
‘이놈, 빚쟁이가 되면 사금방 놈들보다 더할 것 같은데?’
그런 불길함은 위지천이 주섬주섬 두루마리를 꺼내자 더욱 커졌다.
두루마리에는 황당하게도 놈이 방금 말한 내기 내용이 계약서 형식으로 적혀 있었다!
미리 이런 내기를 하려고 준비했다는 듯이!
언월운은 공포를 느끼고 말을 바꾸었다.
자존심의 화신 언월운이었지만, 생존 본능이 그의 대쪽 같은 자존심을 꺾었다.
“여기 지장 찍으세요.”
“…아니, 생각해보니 네 말이 맞을 것 같다.”
“설마 대(大)사망공자께서 무서워서 피하시는 건가요?”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너를 신뢰하는 거다. 난 너를 믿는다.”
위지천은 쳇, 하고 두루마리를 거두었고, 언월운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어쨌든, 제 계획이 성공하면 공자께서는 제게 크게 빚지는 거예요.”
“그래, 네 계획이 정말 성공하면 말이다.”
“못 믿겠으면 내기?”
“됐다! 난 널 믿는다! 넌 나의 귀인이다!!”
한편, 가만히 그런 언월운의 추태를 보던 장삼은,
‘사파의 저승사자인 사망공자도 저 악마 앞에서는 놀잇감 같은 처지가 되는구나.’
장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리고 난 저 위대한 악마의 하나뿐인 친구이지.’
장삼은 친구가 되자는 장복의 이야기를 거절했다.
사내대장부로 태어나 진정한 친구는 한 명이면 족하다고 여긴 거다.
“그러면, 전 준비할 게 있으니 따로 움직일게요. 공자께서는 그동안 계속 환자 구민에 힘써주세요.”
“그걸 계속 더 해야 한다고?”
“그러면 하루 이틀 하고 말려고 했어요? 사람들이 욕해요.”
“아니, 돈이…!”
“돈이 부담되면 내기?”
“한다! 한다고! 사금방 놈들한테 영혼까지 저당 잡히고 오겠다!”
위지천과 장삼 둘만 남았다.
참고로, 흑룡대는 언중의가의 의원들과 구민 봉사에 힘쓰고 있었다.
“이제 뭘 하려는 거냐?”
“너 요즘 부쩍 말이 짧아졌다?”
“흡! 이 주둥이가 또 방정을! 어딜 가시려는 겁니까, 공자?”
장삼은 오랜만에 바짝 긴장해 말을 높였다.
“네 복수 하러 가야지.”
“…복수 말입니까?”
장삼은 자신에게 본인도 모르는 원수가 있었나, 고개를 갸웃했다.
“너 얼마 전 형산파 놈들한테 죽을 뻔했잖아.”
“그건 오해였던?”
“형산파가 왜 오해했겠어? 누군가 수작을 부린 거지. 누가 그런 건지 모르겠어?”
“…설마?”
장삼은 주춤 뒷걸음질 쳤다.
장삼은 절대 머리가 나쁘지 않다. 오히려 약삭빠르다. 그러니, 위지천이 누구를 말하는 건지 눈치챈 거다.
“그래, 혈교야.”
“!!”
장삼은 화들짝 고개를 저었다.
일반 무림인에게 혈교는 그야말로 항거할 수 없는 공포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최근 가슴속에 한껏 부풀어 있던 호기가 순식간에 꺼져버렸다.
“전 괜찮습니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시대착오적인 복수라니요! 강호에는 평화가 필요합니다! 피의 사슬을 끊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흐음. 네가 맡아야 할 역할이 있는데?”
“못 해! 못 한다고!! 혈교가 뉘 집 개 이름이냐?! 무섭다고!”
사검회, 무당과도 싸웠던 장삼이 너무 겁먹는 것 아니냐고?
‘차라리 사검회, 무당이 낫지. 그놈들은 최소한 죽일 때 곱게 죽여주잖아!’
혈교에게 잡히면 온각 악랄한 고문을 당한 끝에 영혼마저 사마외도의 수법에 제물로 바쳐진다고 한다.
하지만.
“장가야?”
“존명.”
장삼은 피눈물을 흘리며 생각했다.
저 악마 놈의 친구로 있는 건 쉽지 않다고.
두 번째 친구 장복이 그리워지는 장삼이었다.
* * *
의창 인근 당양(當陽).
지주들의 장원이 모인 거리.
평범한 인상의 중년인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언제 형산을 칩니까?”
“…조금만 기다려라.”
“이미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아직 의선혜검이 의창에 남아 있지 않느냐?!”
중년인, 의창 인근을 담당하는 혈교의 사도(使徒) 신기염라(神奇閻邏)가 버럭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그만! 이 점괘를 봐라! 절흉(絶凶)이야! 흉(凶), 대흉(大凶), 극흉(極凶)도 아닌!!”
신기염라는 미칠 것만 같았다.
아무리 점을 쳐도 똑같았다.
‘이 점괘대로라면 우리는 모두 의선혜검 때문에 몰살당하게 될 거다. 한 명도 빠짐없이!’
밑 교도들의 반발이 심해지고 있었지만, 신기염라는 완강했다.
그나마 형산이 의선혜검을 내쳤다니 다행이었다.
‘의선혜검이 의창을 떠날 때까지 숨을 죽이고 있는다!’
그때였다.
“대사(大使)님, 낭보입니다!”
좋은 소식을 뜻한다.
신기염라의 얼굴에 번뜩 화색이 돌았다.
“의선혜검이 드디어 의창을 떠났다느냐?!”
“…그런 게 아니라, 사령(使令)께서 신방(訊訪)하셨습니다!”
“!!”
사령.
마전(魔殿)의 뜻을 대행하는 이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