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72)
의선명가 천재막내 172화(172/174)
제172화
강호에는 몇몇 유명한 의문이 있다.
당가를 예로 들면, ‘당가는 왜 정파인가?’, ‘당가는 왜 맨날 자기들끼리 싸우는데 여전히 강한가?’가 대표적이었다.
혈교를 향한 의문도 있었다.
-혈교도들은 어떻게 그렇게 끝없이 다시 출현하는가?
아무리 박멸해도 소용없었다.
어느 순간 보면 다시 우글거리고 있다. 벌레들처럼.
그 의문에 대한 답은 혈교의 구조를 이해해야 알 수 있다.
지부.
본단.
이렇게 이원 체제로 나누어져 있다.
강호인들이 토벌하는 건 ‘지부’의 혈교도들이다.
그러니 소용없는 거다.
본단의 인물이 와서 다시 ‘씨’를 뿌리면 그만일 뿐이니.
즉, 본단이 건재한 한, 혈교는 영원했다.
-혈교 본단을 토벌해야 한다!
이런 시도를 하지 않은 게 아니다.
수없이 많은 이가 혈교 본단 토벌을 도모했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
무림맹의 전대 전설인 무존(武尊)도, 무림맹보다 훨씬 강력한 연합체였다는 천무맹(天武盟)도.
본단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해서였다.
본단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막상 토벌하고 나니, 진짜 본단이 아니라 위장이었고, 죽인 줄 알았던 혈마도 사실 가짜였고, 아니면, 토벌한 본단 말고 또 다른 두 번째, 세 번째 본단이 있었고 등등.
매번 이런 식이었다.
혈교는 그만큼 본단, 마전(魔殿)의 실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철통같은 보안을 유지했다.
어느 정도냐면, 호북성 지부의 최고 간부 중 하나인 신기염라조차 본단의 인물을 만나본 적이 없을 정도다.
‘사령이 왔다고? 정말로?’
위지천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신기염라는 조심성이 많았다.
이상함을 느꼈다.
‘본단이 인제 와서 개입한다고? 오히려 본단의 꼬리만 잡힐 수도 있을 텐데?’
“본단의 사령이 정말 맞느냐?”
“네, 마전의 표식을 보여 주었습니다.”
“표식을? 이상하지 않으냐? 본단의 인물이 그렇게 허술하게 정체를 드러낼 리가?”
“사령께서 직접 형산과의 싸움을 지휘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미리 표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상급 사자가 ‘또 의심하는 거냐? 쯧, 겁쟁이.’라는 시선을 보냈다.
신기염라는 의선혜검을 지나치게 두려워해 수하들의 인심을 잃은 상태였다.
“아니, 그래도….”
“사령께서 천교의 마기도 보여 주었습니다. 다른 이가 절대 따라 할 수 없는 극순의 천교 마기였습니다.”
혈교 마기는 마교나 다른 마인들은 따라 할 수 없는 고유의 특징이 있다.
혈교 마기를 보였다면, 혈교 마인인 건 맞을 거다.
혈교 마인이 본단의 사령을 사칭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럴 이유도 없었고.
“…일단, 가보자. 직접 보면 알겠지.”
밖으로 나가니, 교도들이 모두 무릎 꿇고 바닥에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경배하듯이.
두 인물이 서 있었다.
둘 다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 한 명은 장신의 거한이었고, 한 명은 작은 체구의 인물이었다.
거한은 권각술을 익혔는지, 몸이 바위처럼 탄탄해 보였고, 작은 체구의 인물은 장포에 가려져 체형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키가 작은 건 아니었다. 대략 아직 덜 자란 소년만 한 키?
다만, 뼈대나 전반적인 체격이 가늘었다.
‘…그렇게 경지가 높아 보이지는 않는데? 특히 저런 여린 육체를 지녔다면?’
‘내가 기공의 고수는 육체 단련을 게을리한다.’라는 편견이 있지만 헛소리다.
초절정에 오르려면 정기신 모두의 완성이 필수다. 육체 또한 완벽히 다듬어야 천추(天錘)를 세울 수 있으니, 진정한 고수 중 육체 단련이 미숙한 이는 없었다.
심지어 손까지 고왔다.
검을 잡는지 일부 굳은살이 보이긴 했지만, 희미했다.
한 가지 특이한 건, 굳은살이 박인 게 새끼손가락의 바닥 부분이라는 거였다.
검을 다룬 지 얼마 안 되는 이들은 저 부위에 굳은살이 박이지 않는다.
일반 검수는 새끼손가락을 그저 검을 파지 하는 데에만 활용한다.
검술의 달인은 다르다. 새끼손가락을 통해 검의 미세한 움직임을 표현한다.
‘…이상해.’
바짝 경계심이 올랐다.
그때, 장신 거한이 호통을 쳤다.
참고로, 거한은 화를 내는 표정의 가면을, 작은 인물은 웃는 표정의 가면을 쓰고 있었다.
“뭐 하는 거냐?! 어서 존자(尊者)께 지중삼혈(指中三血)의 예를 올리지 못할까!”
지중삼혈.
검지(指) 두 번째(中) 마디로 세 방울 피를 내 상대의 신발을 적시는 혈락천교만의 예법이다.
문제는 이게 단순한 예법이 아닌 보안 암호란 거다.
검지는 지부의 둘째 최고 간부인 사도를 뜻한다.
두 번째 마디, 세 방울 피는 복잡하다.
상대가 본단의 인물이냐, 타 지부의 인물이냐, 그리고 지금 보름 이후 얼마나 지났느냐에 따라 복잡하게 계산해 결정한다.
정확했다.
‘이 보안 암호는 최소 사도급은 되어야 알 수 있는 것. 본단에서 온 사령이 맞아.’
하지만, 여전히 의심을 떨칠 수 없었다.
저 장신 거한의 호통 때문이었다.
‘…왜 겁먹고 있는 것 같지?’
작은 체구, 웃는 가면의 인물은 아니다.
장신 거한을 앞세우고 뒤에서 고요히 있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섬뜩한 두려움이 느껴졌다.
반면 앞에 나선 장신 거한은 고래고래 호통을 치고 있긴 한데, 뭔가 어색한?
겁에 질린 개가 짖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눈에 띄게 티가 나는 건 아니었지만, 신기염라가 괜히 신기(神技)란 별호를 얻은 게 아니다.
어설픈 연기로는 신기염라의 눈을 속일 수 없었다.
“천교 천세. 살아생전 본단의 존자를 뵙게 되어 무한한 영광입니다. 다만, 예를 올리기 전에 간단한 확인을 하는 걸 허락하시겠습니까? 위선자들이 마전의 기휘(忌諱)를 침범할까 걱정되옵니다. 존자께서도 제 염려를 이해할 거로 믿습니다.”
작은 체구의 인물이 앞에 나섰다.
“천교를 위하는 네 마음이 갸륵하구나. 좋다. 얼마든지 확인해 보아라.”
신기염라는 밑의 사자들을 살폈다.
하지만, 사자들 모두 감히 본단의 존자에게 맞설 생각은 없는 듯했다.
도리어 다들 비난의 시선을 보냈다. 겁쟁이가 본단의 존자에게 무례를 범하고 있다고.
신기염라는 어쩔 수 없이 비장의 무기를 쓰기로 했다.
“광혈사(狂血士)를 꺼내오도록.”
“광혈사를 말입니까? 하지만?”
“닥치고 명령에 따라라!”
곧 쇠사슬에 묶인 채 크르르, 짐승의 소리를 내는 봉두난발의 괴인이 나타났다.
특별히 신앙심이 깊은 이들을 선발해 온갖 사마외도의 수법과 약물을 통해 만든 혈교의 병기였다.
일회용이라 한 번 힘을 쓰면 폐기해야 하지만, 절정 극에 준하는 전력을 낼 수 있었다.
‘놈의 경지가 어떤지는 모르지만, 광혈사를 상대로 진짜 면목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을 거다!’
하지만, 신기염라가 간과하는 게 있었다.
때로는 지나친 경계가 독이 된다는 것을.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어, 이런 신기염라의 수작조차 모두 훤히 내다보고 이용하려는 놈이 있다는 것을.
그렇다.
신기염라는 지금 상대의 의도대로 놀아나는 중이었다.
거한이 어색한 호통을 친 것도, 그래서 신기염라가 의심을 품게 한 것조차 모두 상대가 의도한 수작이었다.
“크르르르르!!!”
광혈사가 짐승처럼 달려들었는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우뚝.
광혈사가 상대의 앞에서 멈추어 선 거다.
벌벌 떨면서.
마치 겁에 질린 것처럼.
상대가 광혈사를 향해 손을 들었다.
“참으로 신앙이 깊구나. 네 신앙을 내가 잘 알겠다. 그러니.”
마치 광혈사를 가련하게 여기는 듯한 음성.
하지만, 다음 이어진 행동은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가면에 그려진 웃음이 오싹 소름 끼치게.
“내가 이제 네게 안식을 선물해 주겠다.”
파아앗!
상대의 손에서 핏빛 마기가 솟았다.
혈교도들이 흔히 익히는 마공 중 하나인 음혼마공(陰混魔功)이었다.
그런데, 달랐다.
깊고 깊은 나락과도 같은 절망이 느껴졌다.
서걱!
광혈사가 목이 베여 쓰러졌다.
“…….”
장내가 고요해졌다.
일반 사자들은 방금 마공이 무엇인지 몰라 고개를 갸웃했다.
신기염라는 달랐다.
신기염라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만난 듯 떨렸다.
“이제 의심을 덜었느냐?”
신기염라는 털썩 상대 앞에 무릎 꿇고 바닥에 바짝 머리를 붙였다.
“천교 천세!! 마전의 진혈(眞血)을 뵙습니다!!”
혈마(血魔)의 성은을 입은 이들을 뜻했다.
* * *
본단이 어떤 구조로 이루어졌는지는 신기염라도 몰랐다.
그나마 아는 건 이 정도다.
본단에서 혈마를 제외하고 가장 고귀한 이들은 바로 혈마의 성은을 입은 진혈자(眞血者)들이라는 것을.
진혈자들이야말로 혈교 최상위 꼭대기라고 할 수 있었다.
여기서 성은을 입었다는 건, 혈마에게 어떤 식으로든 모종의 능력을 하사받았다는 뜻이다.
‘방금 그 마공은 혈마신공(血魔神功)이 분명해. 혈마신공을 하사받았다는 건, 진혈들 중에서도 최고로 고귀한 인물이라는 것! 혹시 이분께서 차기 교주이신 소혈마(小血魔)이신 건?’
가능성이 있었다!
가면 때문에 정확한 연령을 짐작하기 어려웠지만, 나이가 많아 보이지는 않았으니까.
‘내가 살아생전 소혈마를 뵙다니! 아아. 천교 천세! 이대로 극락에 가도 여한이 없습니다!’
한편, 그런 신기염라를 보면서,
‘잘 속네. 원래 헛똑똑이들이 더 잘 속으니까.’
위지천은 가면 속에서 피식 웃었다.
‘역시 천마신공. 참 쓸모가 많아.’
그렇다.
방금 위지천이 선보인 건 혈마신공이 아닌, 천마신공의 구절 일부를 섞은 것이었다.
왜 속았냐?
천마신공, 혈마신공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같은 뿌리에서 나온 무공이니까.’
강호인들이 마교와 혈교를 한통속으로 오해하는 건, 둘의 뿌리가 같기 때문이다.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정말 둘의 뿌리는 같았다.
마교 초창기, 천마의 제자 하나가 속세에 극락을 도래하게 하겠다고 뛰쳐나간 게 혈교의 시작이라고 한다.
‘원체 옛날 일이라 지금 혈마신공과 천마신공은 완전히 다른 무공이 되었지만, 일반 교도들이 정확히 알아볼 리가 없으니까.’
그때, 신기염라가 머뭇거렸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눈치.
“왜 그러냐?”
“그… 고귀한 진혈께서 이런 누추한 지부에 오신 게 믿기지 않습니다.”
“아직도 날 의심하는 거냐?”
“아닙니다! 마전의 뜻을 알고자 하여 여쭈었습니다!”
‘그러게? 혈마는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위지천도 궁금한 바였다.
이전 삶 때도 혈마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누군지도 몰랐다.
‘혈교는 아무런 생각이 없는 건가?’ 했지만, 얼마 전 당가에서 나타난 십객을 봤을 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분명 수면 속에서 무언가 움직이고 있었다.
‘지부들을 털어보면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지도.’
괜히 철통 보안의 혈교가 아니니, 지부에도 유의한 정보가 있을 가능성은 적었다.
그래도 겉으로 보이는 정보 너머로 행간을 읽다 보면 예상치 못한 실마리를 잡을 수도 있었다.
‘일단, 신뢰를 사야겠지. 샅샅이 털어놓게 하려면.’
“혈마께서는 자비로우시다.”
“…네?”
“천교 교도들이 무고하게 죽는 걸 더는 참지 못해 날 보냈다는 뜻이다.”
“아…!!”
무고는 개뿔.
광신에 빠져 온갖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게 혈교도들이다.
사파, 마교, 혈교 중 최악을 꼽자면 백이면 백 모두 혈교를 꼽았다.
‘착한 혈교도는 죽은 혈교도뿐’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이놈들은 인간이 아니었다.
“그러면, 존귀한 분께 한 가지 청이 있습니다.”
“무엇이지?”
“의선혜검을 제거해 주십시오.”
“…….”
“의선혜검을 놔두면 커다란 화가 될 겁니다. 놈은 역병, 재앙신보다 더한 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