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73)
의선명가 천재막내 173화(173/174)
제173화
‘어떻게 알았지?’
위지천은 감탄해 신기염라를 보았다.
살려두기엔 위험한 놈 같았다.
뭐, 어차피 살려둘 생각은 없었지만 말이다.
‘착한 혈교도는 죽은 혈교도밖에 없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니까.’
최근 이리저리 동네북처럼 얻어터진다고 해서 오해하면 안 된다.
혈교도들은 하나같이 극악무도한 놈들이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극락을 강림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끔찍한 짓도 마다하지 않는 놈들.
부모, 자식조차 거리낌 없이 사마외도를 위한 제물로 바치는 게 혈교도들이었다.
괜히 온 강호가 합심해 혈교도들을 핍박하는 게 아니었다.
“일단, 이곳 지부의 상황을 자세히 알아야겠구나. 지금껏 너희 지부가 진행한 천업(天業)을 기록한 내역을 가져오도록.”
이번 작전의 최우선 목표는 혈교의 꿍꿍이를 엿보는 거다.
물론, 앞서 말했듯 말단 지부에서 변변한 정보를 건질 가능성은 없었지만, 위지천에게는 다른 이에게는 없는 무기가 있었다.
앞으로 벌어질 미래를 아는 힘이었다.
엮어서 추론하면 실마리를 얻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천업은? 이미 모두 대사도께서 마전(魔殿)에 보고했던 걸로?”
역시 신기염라.
또 의심의 기색을 보이려고 해, 위지천은 혀를 찼다.
최대한 빨리 처리해야 할 것 같았다.
장삼에게 힐끗 신호를 주자, 장삼이 버럭 목소리를 높였다.
참고로, 장삼은 위지천이 혈교도 놈들조차 손바닥 위에서 농락하는 모습을 보고 긴장을 떨친 상태였다.
‘난 백흑침선(白黑針線)의 흑선(黑線)! 위지천, 저놈이 있는 한 혈교도도 무섭지 않다! 무섭지 않다고, 흑흑.’
…사실은 두려움을 떨치려 억지로 강한 척하는 것에 가까웠지만 말이다.
“이놈! 감히 존자를 의심하는 거냐?! 존자께서는 네놈들의 신앙을 시험하려는 것이거늘!”
“!!”
신기염라는 허겁지겁 다시 고개를 숙이고는 위지천을 장원 지하 깊숙한 곳으로 안내했다.
수북하게 두루마리가 쌓여 있었다.
의창 지부가 그간 진행한 ‘사업’들에 관한 기밀이었다.
위지천은 안쪽에 자물쇠로 잠긴 금고가 있는 것을 보았다.
“저건?”
“대사도께서 중요하게 보관하던 천경(天輕)입니다. 무당 놈들에게 당하기 전, 저를 따로 불러 반드시 이 천경을 지키라고 하였습니다. 마전에서 온 귀인께 반드시 전해야 한다고.”
‘저거다.’
위지천은 저 금고 안에 자신이 찾던 실마리가 있을 것임을 직감했다.
천경.
혈교가 극락을 강림하게 하려는 대업의 비밀을 기록한 서류를 뜻한다.
천경을 열람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지부의 총책임자인 대사도뿐으로 지부의 다른 사도 및 사자들은 자신들이 대업을 위해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건지도 모른 채 꼭두각시처럼 명령을 따를 뿐이었다.
“고생했다. 천경은 마전으로 가져가도록 하겠다.”
“여기서 열어보지 않으십니까? 자물쇠가 있습니다.”
“넌 언제까지 날 시험하려는 거냐? 천경의 내용을 이런 곳에서 열람하라고? 나보고 혈락의 저주를 사라는 거냐?”
“죄, 죄송합니다! 천교 천세!”
신기염라는 다시 허겁지겁 고개를 숙였다.
혈마신공을 보긴 했지만, 이상하게 마음속 꺼림칙함이 떨쳐지지 않아 거듭 상대를 시험했던 거다.
천경은 혈락천교의 가장 중요한 비밀이니, 마전에서 나온 이가 맞는다면, 절대 천경을 함부로 아무 데서나 열람할 리가 없었다.
“열쇠는 가져다 버리도록.”
“네, 하지만? 이 열쇠는 대사도가 직접 제게 건네주신 걸로?”
“대사도가 너라고 믿었을 것 같으냐? 그 열쇠는 가짜다.”
“!!”
서로 상호 교차 의심하는 게 혈교 철통 보안의 비결이다.
진짜 열쇠는 아마 마전에 있을 거다.
‘당장 안의 내용을 확인해보는 건 어렵겠군.’
섣불리 자물쇠를 따려고 시도했다가는 금고에 설치된 장치가 안의 내용물을 단번에 불태워버릴 게 분명했다.
‘이 금고를 무사히 열려면, 최고의 솜씨를 가진 장인이 필요해. 그런 장인을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당가의 장인도 안 된다.
아무리 당가의 장인이 수많은 기관진식을 만들어 봤다고 해도 잠긴 자물쇠를 따는 경험이 많은 건 아니니까.
그쪽 방면에 전문가가 필요했다.
‘우리 의선의가 쪽 핏줄 중 한 명 있긴 한데. 나도 직접 얼굴을 본 적은 없지만.’
앞서 말했듯, 위지선, 위지무의 형제 중 의선의가를 떠난 친척들이 있었다.
잘난 의선의가 핏줄답게 가문을 떠난 친척들은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널리 명성을 떨치고 있는데, 그중 한 명이 이런 자물쇠 해체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솜씨를 지니고 있었다.
다만, 원체 신출귀몰한 인물이라 만나기 어려울 것 같았다. 설사 만난다고 해도 도움을 줄지도 의문이고.
솔직히 위지천도 가문을 떠난 친척들의 도움 따위 받고 싶지 않았다.
‘우리 의선의가가 멸문할 당시 가문을 떠난 친척 중 한 명도 나선 이가 없어.’
‘친척들’을 떠올린 위지천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용호가 그랬던 건 그나마 이해라도 된다.
지금 와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용호가 당시 의선의가를 욕했던 건, 의선의가에 나름대로 애정이 남아 있었기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용호의 쓰레기 같은 성격이면 가능했다.
다른 친척들은 달랐다.
남보다 못한 사이였다.
“너희 의창 지부에서 진행한 천업(天業)의 내역을 가져오도록.”
위지천은 휘리릭 서류의 내용을 살폈다.
역시나 말단 지부답게 참고할 만한 내용은 없었다.
그저 혈교도가 얼마나 끔찍한 놈들인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을 뿐이다.
‘이 혈사. 인근 마적들이 일으킨 게 아니었어? 자귀현 인근에서 벌어진 산불로 화전민들이 단체로 몰살당했던 것도 이놈들이 벌인 짓이야? 티가 나지 않게 갓난아기를 산골 마을마다 한 명씩 납치?’
혈교도들이 이런 참사를 일으키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마외도의 희생양으로 삼아 혈교를 위해 싸울 고수를 찍어내기 위해.
새삼스럽게 여길 필요 없는 일이지만, 직접 그 만행을 적어놓은 것을 보니 가슴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위지천은 딱히 얼굴도 모르는 이들의 희생에 안타까움을 느끼는 성격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위지천조차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혈교의 만행은 끔찍했다.
“혹시 저희가 진행한 천업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입니까?”
신기염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희가 했던 일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모르는 건가?”
“…혹시 천업을 위해 바친 제물의 숫자가 부족해서 그러는 것입니까? 죄송합니다. 이곳 호북은 무당, 제갈세가가 있을 뿐 아니라, 최근 생긴 영친왕부가 눈을 부릅뜨고 있어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더 끔찍한 일을 저지르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사죄에 위지천은 고개를 저었다.
“핑계 대지 말도록. 그런 식이면 황실이 있는 하북 지부가 가장 천업을 위한 공로도가 높은 건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 다 너희 신앙의 문제일 뿐이다.”
“죄송합니다! 벌을 내려 주십시오!”
신기염라는 허겁지겁 무릎을 꿇고 벌을 청했다.
하지만, 계속 긴장의 끈을 놓지는 않았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가슴속 석연찮음이 계속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상한 일이다. 어떻게 따져도 겉으로는 의심할 구석이 없지만, 불안감은 계속 증폭되어만 갔다.
당장에라도 자리를 박차고 도망칠 수 있도록 은밀히 마기를 끌어모았다.
하지만, 신기염라에게는 애석하게도 때로는 아무리 경계하고 대비한다고 해도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있는 법이다.
신기염라가 살려면, 의심이 들었던 그 순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주했어야 했다.
아니면, 최소 점괘에서 ‘절흉(絶凶)’이 떴을 때라도.
신기염라는 경계심이 많았지만, 결단력이 부족했고, 그게 그의 운명을 갈랐다.
“그래, 벌을 내려주마. 죽음으로 갚아라.”
“!!”
신기염라는 번뜩 자리에서 솟구쳐 뒤로 물러나려고 했지만,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다닥.
진기의 운영이 끊긴 거다.
‘어째서? 독?’
신기염라의 안색이 하얘졌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중독된 거다!
“무, 무형무취(無形無臭)의 독이라니?! 당가가 아닌 한, 이런 독은?!”
역시 잡기에 능한 신기염라.
이런 상황에서도 정답을 맞히었다.
무려 독왕의 독단에서 흡수한 독이었다.
물론, 진짜 무형지독(無形之毒)은 아니다. 그건 독공의 지고한 경지에 이르러야 다룰 수 있는 독이니까.
위지천이 흡수한 건, 독왕이 다루던 다른 일반 독 중 하나다.
그런데, 왜 신기염라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나?
‘최대한 희석했으니까.’
-명심해라. 단순히 독의 농도를 높이는 게 능사가 아니다. 무림인들은 바보가 아니니, 눈에 빤히 보이는 독에 쉽게 당하지 않는다.
독왕이 속성 지도한 독공 수업의 내용.
물론, 아무리 희석해도 어느 정도는 티가 날 수밖에 없다. 특히 초고수일수록 예민하니, 들키지 않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상대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한다. 화중장검(花中裝劍)의 묘리로 요란함 속에 진짜 비수를 숨기는 거다.
겉으로 화려한 독술을 펼치며 은밀히 진짜 독을 중독시키는 게 독공의 고수가 싸우는 방식이라고.
위지천은 요란을 피우지는 않았지만, 장삼을 일부러 데려왔다.
어딘지 어색해 의심이 가게.
덕분에 신기염라는 둘을 의심하느라 온 정신이 집중되어 있었고, 독에 중독되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다만, 이렇게 희석된 독은 위력도 약하니,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웠다.
괜찮았다.
‘어, 어째서 산공독(散功毒)도 아닌데, 진기의 운영이?! 설마?’
신기염라는 이유를 깨닫고 대경했다.
혈교 마기가 운영되는 혈맥을 정확하게 상하게 한 거다.
그렇다.
이 한 수는 위지천의 심계와 마인으로서 마공에 대한 이해, 의원으로서 기맥에 대한 지식을 발휘한 묘수였다.
“크아아악! 이 신기염라가 이렇게 당할 줄 아느냐?!”
신기염라가 내상을 각오하고 진기를 억지로 끌어 올렸지만.
위지천의 진짜 무서움은 따로 있었다.
검술이었다.
파아아앗!
위지천의 검이 찬란한 검기를 머금었다.
의선유선검 유선낙화(流仙落花).
마치 꽃잎이 떨어지듯 아름다운 선이 그려졌다.
검에 깃든 현묘함을 눈치챈 신기염라의 눈이 커졌다.
피하기는 무리였다.
정면으로 방어하려 최대한 마기를 끌어 올렸지만, 아직 독의 영향을 떨치지 못한 상태라 완벽하지 못했고, 무엇보다 유선낙화는 단순히 유의 묘리만 깃든 검공이 아니었다.
파사현정(破邪顯正)의 공능이 깃들어 있었다.
혈교 마인들에게 특히 치명적인.
서걱!
신기염라는 목이 베여 쓰러졌다.
혈교 사도의 허망한 최후였다.
위지천은 정도 무공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 검상 위로 추가로 마공을 펼쳐 시체를 훼손시켰다.
“무슨 일입니까?!”
“대, 대사님?”
“어떻게 된?”
소란을 듣고 온 의창 지부의 사자들이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위지천은 툭 발로 신기염라의 시신을 차며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신기염라의 배교 증거를 확인해 율법대로 처리했다.”
“!!”
“이제 너희 의창 지부는 본 존자의 지시를 따르도록.”
혈교 의창 지부가 위지천의 손에 훌러덩 넘어오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