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74)
의선명가 천재막내 174화(174/191)
제174화
“시, 신기염라 사도께서 배교를?”
혈교 사자들이 혼란스러워했다.
장삼이 노호성을 내질렀다.
“갈!! 감히 존자를 의심하는 거냐?! 너희가 그러고도 혈락천교의 신도라고 할 수 있느냐?!”
장삼은 위지천이 단번에 혈교의 악명 높은 사도를 처리하는 걸 보고는 기세등등해졌다.
장삼 기준으로 ‘친구’의 위세는 곧 본인의 위세인 법이니까!
그 당당한 외침에 혈교 사자들은 허겁지겁 무릎을 꿇었다.
“천세, 천세, 천세! 존자를 믿습니다!”
“안 그래도 저희도 신기염라 놈을 수상쩍다고 생각했습니다!”
“신기염라는 정파의 간자 놈이 분명합니다!”
위지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혈교의 상층 간부들은 대체로 의심이 많다. 보안이 무엇보다 중요하니까.
반면, 밑의 조직원으로 내려갈수록 광신에 가득 차 단순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너희의 신앙이 흡족하구나. 염려하지 말고, 날 믿고 따르라. 내가 너희를 천업을 향해 이끌 테니.”
천업은 혈락천교가 극락의 도래를 위해 저지르는 일들을 말한다.
“그 말씀은 설마?”
“그래, 형산파를 칠 것이다.”
“!!”
위지천은 혈교도들 앞에서 섬뜩한 마기를 끌어 올리며 선언했다.
“호북에 남은 모든 형제를 모아라. 형산파를 피로 물들여 우리 혈락천교의 위대함을 온 중원에 알리겠다.”
“오오오! 드디어!!!”
“천교 천세!!”
그간 울분에 차 있던 혈교 사자들은 흥분의 함성을 질렀는데, 위지천이 뜻밖의 이야기를 하였다.
“단, 형제들을 불러 모으는 건, 신기염라의 이름을 써라.”
“하지만, 배교자의 더러운 이름을 쓰는 건?”
“극락 도래를 위해선 배교자조차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법이니라.”
위지천이 가면 밑으로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무엇보다 재미있지 않겠느냐? 희희낙락하던 정파 놈들이 절망에 빠질 모습을 보는 게.”
“맞습니다!!”
“천세 천세!!”
혈교 사자들은 역시 마전의 존자라며 감탄했다.
자신들이 곧 어떤 운명에 빠지게 될지도 모르면서.
그렇게 형산파, 혈교 양쪽에 끔찍한 재앙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신기염라의 점괘대로 절흉(絶凶)급 재앙이었다.
* * *
혈교의 움직임은 형산파에도 알려졌다.
의창 근처는 물론 호북 전체가 들썩였기 때문이다.
호북에 숨죽이고 있던 혈교 잔당들이 한자리에 모이기 시작했다.
“장문인!! 혈교 놈들이 배첩을 보냈습니다!”
“!!”
-형산파를 우리 혈락천교의 피의 축제에 초청한다. 부디 자리에 참석해 극락 도래를 위한 제물이 되어주도록.
창호자는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혈교에서 형산파를 조롱하며 보낸 도전장이었다.
심지어 혈교가 지목한 ‘축제 장소’는 형문산으로 적혀 있었다.
이런 첨언까지 덧붙여.
-형문산은 원래 형산의 것이 아닌 터. 앞으로 우리 혈교 의창 지부의 성산(聖山)으로 쓰도록 하겠다.
형산에서 쫓겨난 형산파의 처지를 비웃는 내용이었다.
‘감히…!!’
형산파를 조롱하는 내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축제에 오는 게 두렵다면, 얼마든지 다른 이의 도움을 받아도 된다. 형산파만으로는 축제가 시시하게 마무리될까 걱정되니.
명예를 아는 무림인으로서 이런 이야기를 듣고도 어찌 다른 이, 즉, 무당 같은 이에게 도움을 요청하겠는가?
“나 창호자. 사조들의 이름에 맹세코 혈교의 악적들을 모두 도륙을 내주겠다!!”
“저희도 형산파와 함께하겠습니다!”
형문산에 모인 인근 중소 문파의 무인들도 의지를 불태웠다.
다른 중소 문파들의 도움은 받아도 되냐고?
그들은 무당과 다르다.
형산의 깃발 아래 모인 것이니까.
즉, ‘형산파가 앞장서 이들을 이끄는 거니, 구차하게 도움을 받는 게 아니다.’라는 복잡한 논리가 성립되었다.
원래 강호의 명예와 체면은 이렇게 복잡한 법이다.
“그런데, 정말 우리만으로 괜찮겠습니까? 이곳 의창으로 모이는 혈교도들의 숫자가 심상치 않다고 합니다.”
누군가 조심스레 이야기했다.
다른 이도 눈치를 보며 동조했다.
“혈교를 괜히 벌레라고 부르는 게 아니었습니다. 어디서 그렇게 많은 놈들이 숨어 있었던지. 의선혜검의 도움이라도 받는 게 어떨지? 손을 보태고 싶다고 또 서신을 보낸 듯한데.”
창호자의 안색이 굳었다.
의선혜검이라니.
절대 안 될 일이다.
이번 싸움의 주인공은 형산이 되어야만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의선혜검은 의원이 아니오? 우리에게는 소현의가가 있으니, 필요 없소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모여 있어서 계속 걱정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게… 관에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관무불가침.
관은 무림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딱딱 나뉘지 않는다.
무림인들은 어디 등선계에 사는 게 아니다.
오히려 중원 온갖 곳에서 막대한 이권을 차지한 집단이다. 그런 이들의 싸움은 당연히 일반 민초들에게도 막대한 영향을 준다.
그럼에도 관은 어지간해서는 무림의 싸움을 모른 척한다.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애초에 무림이 이렇게 중흥하게 된 게 관의 힘이 부족하고 중원 곳곳에 손이 닿지 않기 때문이니까.
그럼에도 관에서 직접적으로 우려를 표하는 건, 혈교의 동태가 그만큼 심상치 않다는 뜻이다.
“혈교는 비단 무림뿐 아니라, 중원 전체를 좀먹는 화근이니, 필요하다면 관에서도 도움을 주겠다고. 다만, 최근 심하게 내린 눈 때문에 관도의 사정이 좋지 않아 군을 움직이려면 빠르게 준비해야 한다고.”
창호자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다고 전해주시오. 관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으니. 자꾸 염려하시니 본 도장이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말하겠소. 우리가 패할 리는 절대 없소이다.”
“그게 정말입니까?”
“물론이오. 본문은 이미 통천문(通天門)을 통해 혈교도들의 전력을 파악해 놓은 상태이오.”
“허어? 천하제일통(天下第一通)인 통천문을 말하는 것입니까?”
그렇다.
창호자는 만용에 가득 찬 이가 아니다.
나름대로 계산이 섰기에 홀로 혈교에 맞서려는 거다.
통천문.
하오문의 다른 이름이다.
천하제일의 정보 문파는 개방이 아니다.
도둑, 소매치기, 밀매상, 점소이, 기녀 등등이 모인 하오문이다.
개방은 천하에 퍼진 수많은 거지를 통해 정보를 모으지만, 막상 은밀한 기밀 정보에는 약하다.
거지가 접근할 수 있는 정보는 한계가 있으니까.
하오문은 아니다. 온갖 계층, 특히 불법적인 일을 하는 이들이 모인 곳답게 다루는 정보의 양과 질이 개방과는 궤를 달리했다.
-중원에서 일어난 일 중 하오문이 모르는 건 없다!
그렇게 하오문은 원래도 정보력이 뛰어났는데, 몇 대 전 어마어마한 혁신을 이루었다.
하오문의 비기로 하루에 만 리를 난다는 영응(靈鷹)의 대량 육성에 성공한 거다.
강호인이라면 때로 의문을 품은 적이 있을 거다.
강호에 어떻게 소문이 그렇게 빨리 도는지.
아무리 발 없는 소문이 빠르다지만, 강호는 소문이 퍼지는 속도가 지나치게 빨랐다.
위지천을 예로 들면 무당을 구한 일이 칠 주야 안에 온 중원에 퍼질 정도였다.
하오문 때문이었다.
하오문은 통천문으로 개명 후 온 지부가 정보를 공유하는 체계를 갖추었다.
각 말단 지부가 모은 정보를 성(省)의 중간 지부로.
성의 중간 지부는 본단으로.
본단에서 모인 정보는 분류 해석 작업을 거쳐 다시 중원 전역 성의 중간 지부에 공유를.
즉, 양양에서 생긴 일이 호북성 지부를 거쳐 본단으로, 본단에서 다시 중원 전역으로 퍼지게 되는 거다.
늦어도 칠 주야 안에 온 중원의 지부가 정보를 공유하는 게 하오문의 목표다.
영응(靈鷹) 덕분에 가능했다.
하오문의 각 성 지부는 중원 전역에서 모인 정보를 정보가 필요한 유력자들에게 ‘신보(新報)’의 형태로 팔았다.
정보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강호의 어지간한 이들은 모두 하오문이 발간하는 신보를 구독하고 있었고, 덕분에 강호인들은 중원 반대편에서 일어난 일을 침소에서 빠른 속도로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참고로, 십악(十惡) 태화자(太話者)가 발간하는 의협신보는 하오문이 발간하는 ‘특집 신보’ 중 하나였다.
“통천문이면 믿을 수 있지요. 무당도 얼마 전 혈교 놈들의 지부를 칠 때 통천문의 조력을 받았다고 하니. 이곳에 모이는 혈교 놈들의 전력이 정확히 어떻다고 합니까?”
“숫자는 확실히 많다고 하오. 최소 우리의 다섯 배는 될 것이오.”
“다섯 배!”
“겁먹지 마시오. 대부분 잡졸들이라고 하오. 이제 갓 마인이 되었을 뿐 제대로 된 마공을 익히지 못한 이들도 많다고 하오.”
이건 뜻밖의 이야기였다.
혈교가 아무리 화수분처럼 마인들을 찍어낸다고 해도, 이제 갓 ‘씨앗’ 단계의 마인까지 함부로 죽음으로 내몰지는 않는다.
손해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저런 씨앗 단계의 마인들은 훗날 혈교가 호북성 지부를 재건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할 이들이다.
“절정의 경지인 사자(使者)급도 많지 않다고 하오. 충분히 우리 형산파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이오. 여러분들은 일반 잡졸들만 상대해 주시면 되오.”
“절정 극의 상급 사자는 몇 명이나 있다고 합니까?”
“상급 사자가 두 명 있다고 하지만, 괜찮소. 믿어도 되겠느냐, 공진?”
멍한 눈으로 가만히 서 있던 투룡(鬪龍) 공진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없습니다. 두 명 다 맡겨 주십시오.”
이제 고작 절정 중이면서 절정 극의 고수를 두 명이나 맡겠다니.
하지만, 모두 믿음직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천하의 투룡이니까.
오룡사봉 중에서도 특별하다는 천재.
“…사도는 몇 명이나 된답니까? 혹시 대사도급 인물이 있는 건?”
장내가 고요해졌다.
사도, 초절정급 마인.
사실 다른 마인들은 중요하지 않다.
싸움의 승패는 사도를 어떻게 감당하냐에 따라 결정될 테니까.
초절정 고수란 그런 존재다.
“그것도 걱정하지 마시오. 사도급은 신기염라라는 놈 하나뿐이니. 놈은 나 창호자가 감당하겠소.”
“오오! 역시 장문인!”
“저희는 형산신검(衡山神劍)의 검만 믿겠습니다!”
창호자는 형산파의 유일한 초절정 고수다.
정확한 경지는 초절정 입.
초절정 입이 대단한 경지이긴 하지만, 그래도 별호가 신검(神劍)이라니? 솔직히 남들이 비웃을 별호였다.
창호자도 그 사실을 알지만, 구태여 이런 과한 별호를 쓰는 건 자존심 때문이었다.
창호자 개인의 자존심이 아닌, 몰락한 형산의 자존심.
‘혈교 놈들에게 승리해 우리 형산이 살아 있음을. 형산의 검이 다른 구파에 비해 못하지 않다는 걸 온 중원에 알리겠다!’
작금 강호의 시선은 의선혜검에게 쏠려 있다.
하지만, 곧 달라지리라.
온 강호는 오롯이 형산을 주목하게 되리라.
창호자는 전의를 불태웠고,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