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76)
의선명가 천재막내 176화(176/191)
제176화
창호자는 제안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나마 체면을 덜 구기면서, 형산이 살 유일한 방법이었다.
저 마인이 약속을 지킬지는 의문이었지만 말이다.
“흥, 흉악한 마인을 잡는데 강호의 도의를 따질 필요는 없겠지! 공진, 회풍쌍벽진(廻風雙璧陣)을 펼칠 준비를 해라!”
두 명이 펼치는 합격진이다.
회풍이라는 이름처럼 현란하게 치고 빠지며 상대를 몰아붙이는 합격진.
원체 복잡한 수법이라 펼치는 이의 역량에 위력이 크게 좌우되었지만, 투룡 공진이 누군가?
창호자는 형산파 사조 누가 와도 공진보다 회풍쌍벽진을 더욱 완벽하게 펼치는 이는 없을 거로 생각했다.
그야말로 공진 같은 전투의 천재를 위한 합격진이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창호자는 숨을 죽이며 상대에게 집중했고, 공진은 여전히 탁한 눈빛이었다.
아니, 탁함 속에 섬뜩한 기운이 깃들기 시작했다.
“악인은 벤다.”
정파, 그것도 도가 문파의 인물이라고 여기기 어려운 짙은 살기가 깃든 음성.
한편, 위지천은 그런 공진의 모습을 보면서.
‘괜히 무림 공적이 된 게 아니군. 천살성(天殺星)의 별빛을 받고 태어났다는 소리를 들을 만해.’
놀라운 이야기.
그렇다.
투룡 공진은 어마어마한 살육을 저지른 죄로 강호 공적이 된다.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지 공진을 천살성의 재림이라고 할 정도였다.
‘더 어처구니가 없는 건, 저놈이 딱히 나쁜 심성을 지닌 이는 아니란 거야.’
위지천이 의성(醫星)의 가호를 타고난 게 아니듯, 공진도 천살성 같은 게 아니다. 그저 오해일 뿐이다.
공진이 그런 살육을 저지르게 된 건, 타고난 ‘병’과 관련이 있었다.
형산파는 무지로 그 병을 악화하게 했고.
형산파는 공진이 저지른 일 때문에 강호의 어마어마한 비난을 받았고, 안 그래도 기울던 처지에 치명상을 입었다.
더는 강호에 형산의 이름이 들려오는 일은 없었다.
‘그러니, 내게 감사하라고.’
위지천이 싸움을 앞두고 딴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눈치챈 창호자가 눈썹을 꿈틀했다.
“감히! 네 오만함을 벌해주마!!”
파아앗!
창호자가 정면으로 검을 내질렀다.
검강은 아니다.
시도 때도 없이 검강을 휘두르는 건, 이제 갓 초절정에 도달한 이들이나 저지르는 실수다.
창호자는 입정(入定)에 닿은 이로 초절정 입천경 중에서는 자신보다 뛰어난 이는 없다고 자부했다.
화르륵.
창호자의 검기가 실처럼 흐트러지며 일렁였다.
검기로 펼치는 기예인 검사(劍絲)였다.
고수들 사이에서 자주 쓰이는 수법은 아니었다. 화려한 외양과 다르게 실전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호자가 펼치는 검사는 달랐다.
“형산파의 절기, 축융검법(祝融劍法)이야!!”
검사가 화염처럼 일렁이며 위지천을 뒤덮었다.
불에 대응하려면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는 물로 맞서는 것.
축융검법은 진짜 불이 아니니, 더 강한 기운으로 제압해야 함을 뜻한다.
즉, 강기를 써야 한다.
하지만, 위지천은 스스로의 입으로 외기의 수법만 쓰겠다고 선언했다. 강기를 쓸 수 없다는 뜻.
‘뭐, 약속이 아니어도 난 지금 천추를 완벽히 세우지 못해 제대로 된 강기를 쓰는 건 불가하지만.’
두 번째 방법은 불을 피하는 거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파아앗!
위지천의 측면에서 검이 날아들었다.
투룡 공진의 검이었다.
‘이놈, 제법?’
위지천은 살짝 감탄했다.
공진은 아무렇게나 검을 펼친 게 아니다.
위지천이 축융검법을 피해 움직일 방향을 정확히 찔렀다.
그뿐이 아니다.
공진이 펼친 건 형산파의 오로검법(五路劍法)이었다.
이름처럼 다섯 갈래로 이루어진 검법.
위지천이 어떤 식으로 피해도 공진의 검에 가로막히게 되리라.
‘천재긴 천재네.’
사실 이런 식의 수법은 위지천의 장기였다.
위지천이 자신보다 훨씬 높은 경지의 이들을 압도하는 건, 이렇게 몇 수 앞을 내다보기 때문이니까.
단, 위지천이 그럴 수 있는 건, 무의 이해가 상대보다 까마득하게 높기 때문이다.
투룡 공진은 그런 것도 아닌데, 오로지 천부적인 감각만으로 이런 어처구니없는 재주를 부리고 있는 거다.
‘하긴, 그 ‘병’을 앓는 환자들의 특징 중 하나가 극단적인 천재성이니까. 환자들 모두가 그런 천재성을 보이는 건 아니고, 극히 일부가 이놈 같은 천재성을 보인다고 하지?’
위지천은 느긋이 생각했다.
공진에게는 불행히도, 위지천은 그저 천재성만으로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위지천은 마기를 끌어 올렸다.
검은 꺼내지 않았다.
핏빛 마기가 손에 맺혔다.
수공(手功)이었다.
뜻밖의 모습.
위지천은 검법의 고수다.
만류귀종이라지만, 검을 쓰지 않으면, 훨씬 실력이 떨어진다.
더구나 지금 상대하는 이들은 하수도 아닌데?
괜찮았다.
‘새로운 마공을 시험해보기 딱 좋은 상대들이야.’
위지천은 공손헌에게 천마신공 전반부 구절 일부를 얻었다.
혈선마공과 하나로 합치려 하고 있지만, 아직 진도가 지지부진했다. 천마신공의 구절이 워낙 심오해 하루 이틀 걸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커다란 성취가 있었다.
혈교 마공 쪽이었다.
‘아무리 깨달음이 부지불식중에 온다지만. 멍하니 침대에 누워 있다가 이런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니.’
위지천이 익히고 있는 마공은 두 종류다.
첫째는 기존의 혈선마공.
마교의 파혈진공(破血眞功)을 뿌리로 하니 마교 쪽 마공이라고 할 수 있었다.
둘째는 혈교의 음혼마공(陰混魔功)이었다.
서안살귀에게 강탈한 마공으로 혈교의 잡졸들이 익히는 보잘것없는 마공이다.
위지천도 혈교 마인 흉내 낼 때나 쓰고 있다.
그런데, 당가를 떠나 이곳 의창으로 오던 중이었다.
당시 위지천은 배의 선실에 틀어박혀 무공을 궁구하고 있었다.
독공의 묘리와 기존 무공을 결합할 방법을 고민했다.
어찌나 골몰했는지, 식음도 제대로 챙기지 않아 위지강이 잔소리했을 정도.
-아니, 형님? 제가 지금 무공에 대해 중요한 고민을 하고 있는데요.
-시끄럽다! 일단 자라! 자야 머리가 돌아가는 법이다!
위지강 때문에 강제로 침대에 누워 있는 중이었다.
번뜩 영감이 떠올랐다.
‘…독공의 묘리. 혈교 마공이랑 어울리지 않나?’
독공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음험함’이다. 즉, 사(邪)라고 할 수 있었다.
의선유수검의 유(流)의 성질과 결합해보려 했지만, 무리였다.
오히려 혈교 마공과 찰떡궁합이었다!
특히 위지천이 익히고 있는 음혼마공과.
한 번 둑이 터진 영감은 쉴 새 없이 휘몰아쳤고, 위지천은 하나의 마공을 새롭게 탄생시켰다.
사혼마공(蛇混魔功).
심연과도 같은 음험함을 지닌 마공이었다.
위지천은 축융검법을 피해 뒤로 물러나며 공진을 향해 수기(手氣)에 뒤덮인 손을 휘둘렀다.
“!!”
공진은 흠칫했지만, 천재답게 침착하게 대응했다.
그의 검법이 유연하게 변하였다.
대로검법(大路劍法).
변화에 중점을 둔 오로검법과 다르게 강맹함에 중점을 둔 형산의 검법이다.
위지천의 음험함을 강으로 제압하려는 거다.
하지만.
위지천의 마기는 뱀이 나무를 기어가듯 쓰윽 공진의 검기를 거슬러 올라갔고.
타앙!
위지천의 마기가 검기의 정중앙 옆면을 후려쳤다.
“큭!!”
공진이 괴로운 신음을 내었다.
일부러 검기를 흐트러지게 타격해 내상을 유도한 탓이다.
“공진!!”
창호자가 다시 축융검법을 펼쳤지만, 소용없었다.
위지천은 가뿐히 검을 피하고는 다시 공진을 노렸다.
공진은 수세에 몰렸음에도 여전히 침착하게 대응했다. 박수 받을 만한 모습이었지만, 의미 없었다.
타앙! 타아앙!!
위지천의 수기가 계속해서 공진의 검기를 두드렸다.
창호자를 무시하고.
공진이 어떻게 대응하든, 유유히.
“크으윽!!”
공진이 결국 버티지 못하고 왈칵 피를 토했다.
그 광경에 장내가 싸늘하게 굳었다.
모두 두려움에 질린 얼굴로 웃는 가면 마인, 위지천을 보았다.
‘형산신검과 투룡이 함께 나섰는데 저리 일방적으로 밀리다니? 얼마나 강하길래?’
‘저 마인, 일부러 투룡만 노리고 있어. 맹수가 약한 동물을 조롱하듯이.’
‘사악한…!!’
위지천은 딱히 조롱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일부러 공진을 집중적으로 공격한 건, 이유가 있었다.
‘병 주고 약 주려면, 일단 병을 주어야 하니까.’
잊지 말자.
위지천이 지금 이 난리를 치며 형산에 은혜를 입히려는 건, 투룡 공진을 의선의가의 노예로 빼돌리기 위해서다.
“이노옴…!!”
결국, 창호자가 참지 못하고 강한 기운을 끌어 올렸다.
검강이었다.
사이한 무공을 상대하려면 그 이상 가는 강(强)으로 제압하는 게 일반적인 대응법이다.
형산파의 검법은 강, 쾌, 변, 환, 유 등등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고루 뛰어난 게 특징이다.
단, 모든 면에 뛰어나다는 게 비단 장점만은 아니다.
‘애매하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창호자에게는 불행히도 위지천의 사혼마공은 비단 음험하기만 한 마공이 아니었다.
천마신공의 묘리를 일부 섞어 탄생시킨 신공이었다.
-하늘조차 내려다보는 것. 그게 마의 궁극이리니(俯視天穹 魔道極致).
천마신공의 구절.
사혼마공에는 그 광오한 심득이 깃들어 있었다.
지극히 음험하지만, 비굴한 사이함이 아닌, 자신보다 못한 미물들을 비웃는 오만한 사이함.
창호자의 검강에도 꺾이지 않았고, 도리어.
파앗!
사혼마공이 창호자의 오른 어깨를 타격했다.
“!!”
창호자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어깨의 천종혈(天宗穴)이 상한 거다.
웃는 가면 마인이 승부가 났다는 듯이 팔짱을 꼈다.
“더 해볼 건가?”
창호자는 답하지 못했다.
팔을 움직이지 못하게 된 건 아니지만, 움직임이 둔해질 거다.
멀쩡한 상태로도 벅찼는데, 팔이 상했으니,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
하지만, 항복할 수도 없었다.
혈교 놈들이 그들을 살려둘 리가 없으니까.
그런데, 놈이 또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하였다.
“너희에게 특별히 자비를 베풀어 주겠다.”
“…뭐?”
“다 살려 주겠다는 건 아니다. 형산의 놈들만 남고, 나머지들은 떠나라.”
“…무슨 속셈이지?”
“오해하지 말도록. 우리 혈교라고 무작정 피를 흘리는 걸 즐기는 건 아니니까. 애초에 이번 사달도 너희 정파 놈들이 우리 혈교를 먼저 공격해서 일어난 것 아니냐? 형산파의 피로 만족할 테니, 나머지 잔챙이들은 떠나라.”
“거, 거짓말! 우리를 놔주는 척하며 각개격파로 죽일 속셈인 것 아니냐?”
누군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외쳤다.
“속셈? 네깟 놈들을 상대로 그럴 이유가 있나? 지금 당장 밟아 죽이면 그만이거늘.”
“…….”
“솔직한 마음을 말하지. 내가 이러는 건 변덕이다. 너희를 그냥 다 쳐 죽이는 것보다 이쪽이 더 재밌을 것 같거든.”
“…재미?”
“너희 잘난 정파들이 이런 상황에서 얼마나 대단한 의기(意氣)를 보일지 궁금해서 말이다.”
“!!”
“형산파를 위해 함께 죽고 싶은 이가 있다면 얼마든지 남아도 좋다. 아니, 아예 이틀간의 시간을 줄 테니, 밖에서 구원을 불러오고 싶다면 그렇게 하여라. 다만, 그렇게 하는 이들은 혈교의 적으로 여겨 반드시 멸문시켜 주겠다.”
장내가 고요해졌고, 웃는 가면 마인이 그들을 향해 비웃는 소리를 내었다.
“너희 정파는 늘 우리 혈교를 보고 금수만도 못하다며 고매한 척 굴었지. 과연, 얼마나 많은 이가 남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려고 할지 궁금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