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78)
의선명가 천재막내 178화(178/191)
제178화
위지천은 과거 아버지 위지선이 공진에 대해 이야기했던 말을 떠올렸다.
-안타깝구나. 어릴 때부터 잘 치료하기만 했다면, 그 젊은 도사가 이런 일을 저지르지는 않았을 텐데.
공진이 살겁을 일으키는 건, 아주 먼 미래는 아니다.
의선의가가 멸문하기 전, 나름대로 강호에 명성을 떨칠 당시에 있었던 일로, 의선의가 가족들은 ‘대살성 공진’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공진은 어릴 때부터 살성의 기미가 보였다!
-어릴 때부터 손속이 지나치게 잔혹했다!
-살성을 거두어 강호의 화를 입힌 형산파는 책임을 져라!
하지만 위지선, 위지강, 위지상아는 딱 잘라 고개를 저었다.
공진은 살성 따위가 아니라고.
발달성 신병의 일종이라고.
-발달성 신병이요? 그런 게 있나요?
당시 위지천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처음 듣는 병증이었던 거다.
물론, 이전 삶 그는 의학 지식이 일천해 아는 병증이 거의 없었지만 말이다.
-작금 강호에서는 잊힌 병증이다. 하지만, 환자가 드문 건 아니다. 아니, 도리어 굉장히 많다.
-??
-선자(仙者)를 말하는 거다.
위지천은 아, 했다.
일반적 기준에 비추어 부족한 점이 있는 이들을 칭한다.
보통 강호인들은 그런 이들을 칭할 때, 우자(愚者) 같은 폄하적인 표현을 쓰지만, 의선의가의 의원들은 선자(仙者)란 표현을 썼다.
-하지만, 대살성 공진은 우자가 아닌걸요?
-우자가 아니라, 선자라고 해라. 그들이 설사 일반인의 눈에 비추어 다른 점이 있다고 해도, 오히려 탐욕 가득한 다른 이들보다 선하고 바른 이들이다. 다르다는 것도 속세의 기준일 뿐, 저 신선경의 신선들은 그들을 속세의 다른 이들보다 더 옳고 훌륭하다고 여길 거다.
늘 막내에게 허허, 온화한 위지선이지만, 그날따라 따끔하게 지적했다.
위지천은 몰랐지만, 우자란 표현을 금하는 건, 천하제일의가 시절부터 이어진 전통이라고 한다.
의원이 절대 다른 이를 폄하하는 표현을 쓰면 안 된다고.
하지만, 당시 철없던 위지천은 또 이렇게 반문했다.
-…대살성 공진은 어떤 식으로 봐도 선한 인물이 아닌걸요?
그렇다.
공진은 우자도 선자도 아니다.
대살겁을 일으킨 천재였다.
-천이, 네가 가문 선조들이 남긴 서적을 봤으면…!
위지강이 어쩌고저쩌고 잔소리하려는 걸 위지선이 고개를 저어 만류하고는 차분히 가르침을 내렸다.
위지선은 자신의 막내가 배움이 얕아 그렇지, 심성이 나쁜 이는 절대 아니란 걸 알았다. 그러니까, 이전 삶 어린 시절의 위지천은 ‘선자(仙者)’ 같은 아이였다.
-열병(熱病)이라 통칭하지만, 열병 안에 속한 병증(病症)의 종류는 무수히 많다. 선자도 마찬가지다. 선자들도 특징이 개개마다 천차만별이다.
-…그게 대살성 공진이 착하다는 것과 무슨 상관인데요?
착함과 악함의 기준은 그 사람의 행실로 결정된다.
불행선무익(不行善無益)이라, 속마음이 어떠하든, 착한 행동을 하지 않으면, 선한 이가 아니다.
공진은 그런 기준에서 보면 대악인이 맞았다.
-공진이란 젊은 도장이 저렇게 된 건, 스스로의 책임이 아닐 테니까.
-…….
-천아, 넌 네가 어째서 착하게 자랐다고 생각하느냐? 사실 너는 주변 환경상 삐뚤어지려면 얼마든지 삐뚤어질 수 있었단다.
위지천은 어머니 없이 자랐다.
바람 잘 날 없는 가문의 풍파 때문에 위지선은 그를 신경 써줄 정신이 없었고, 위지강, 위지상아는 의학에 매진하느라 아우를 챙길 여유가 없었다.
지금에야 의술이 경지에 이르며 여유가 생겼지만, 과거에는 위지강, 위지상아도 어리고 미숙했으니까.
위지천은 도리어 너무 뛰어난 위지강, 위지상아 때문에 열등감을 느끼며 자라야 했다.
삐뚤어지려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환경이었다.
실제로 망나니라 불리며 엇나간 이들 중 상당수가 위지천과 비슷한 성장 환경인 경우가 많았다.
위지천이 그렇게 되지 않은 건, 그의 심성이 태생적으로 선했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자신들의 막내 위지천을 더욱 아끼는 이유였고.
-…이거 저 욕하는 것 맞죠? 우리 아이가 공부는 못하지만, 착하다, 라는 식의?
-크흠, 그런 것 아니다. 어쨌든, 사람들은 주어진 환경의 영향을 받지만, 결국 어떤 사람이 되냐는 본인이 타고난 기질과 선택에 달려 있다.
사람의 성장에 환경의 영향이 없다는 게 아니다.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누군가는 복 받은 환경에서도 엇나가고 악인이 된다.
반대로 시궁창에서 피어나는 꽃 같은 이들도 있다.
환경만큼 기질도 중요했다.
공진 도장은 다르다.
-그 젊은 도장은 스스로의 삶을 선택할 수 없었을 거다. 오로지 환경이 그의 모든 걸 결정했겠지.
위지선이 남긴 말이었다.
그때의 대화가 꽤 인상 깊어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당시에는 아버지의 말뜻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위지천도 과거의 위지천이 아니다.
수많은 경험을 했고,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
이제는 아버지가 어째서 그렇게 이야기했는지 이해했다.
공진은 ‘백지’였다.
정말 선경의 선자처럼 순수한.
그 백지가 어떤 색으로 물드느냐는 오로지 주변의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너무 죄책감 느끼지는 마세요. 장문인께서도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란 걸 알아요. 장문인께서는 장문인 입장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음을 알아요.”
그냥 하는 위로는 아니었다.
위지천은 인간이 완벽하지 않음을 알고 있다.
물론, 오로지 문파의 중흥과 복수를 위해 어린 제자를 가혹하게 몰아붙인 건 옳은 행동이라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창호자 입장에서는 다른 선택지도 없었으리라.
잘못이되 악의를 가진 잘못은 아니었다.
‘참담하구나.’
창호자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소년의 따뜻한 위로가 그를 더욱 괴롭게 했다.
지난 삶에 회의감이 들었다.
오로지 형산파를 위해 모든 걸 바쳤건만, 결과는 어떤가?
주변 문파들은 형산파를 나 몰라라 버렸고, 제자는 망가져 버렸다.
심지어 형산파를 도우러 온 게 자신이 내쫓은 소년과 사파의 의원들뿐이라니.
창호자는 자신의 과거를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공진만이 아니야. 형산파는 나 때문에 망가졌어. 난 형산의 역사에 길이 남을 죄인이다.’
창호자에게 심마가 깃들려던 찰나.
“형산은 오악독수(五岳獨秀)라고 들었어요.”
“…갑자기 그 이야기는 왜 하는 거냐? 형산의 경관이 뛰어난 건 맞긴 하다.”
오악독수(五岳獨秀)는 형산이 오악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수려한 경치를 지녔다는 뜻이다.
하지만, 위지천은 고개를 저었다.
“전 다르게 들었어요. 오악독수는 형산파의 뿌리 깊은 기개를 말하는 거라고. 형산파는 지금껏 숱한 위기를 겪어 왔음에도 모두 극복해 왔으니까요.”
“!!”
“잠깐 흔들리면 어떤가요? 우리 의선의가를 보세요. 형산파보다 훨씬 심각하게 몰락했는걸요. 중간중간 잘못된 길을 걸을 수도 있어요. 괜찮아요. 형산파의 기개가 여전하다면, 형산파는 결국 다시 피어오를 테니까요. 우리 의선의가가 지금 그러고 있는 것처럼요.”
창호자는 가슴이 찌르르 울리는 걸 느꼈다.
소년의 말이 그를 격동시켰다.
의선의가야말로 몰락 후 재기한 산증인 아닌가?
특히 창호자는 소년의 마음이 고마웠다.
창호자가 알기로 오악독수에 소년이 말한 뜻은 없다.
즉, 저 소년이 창호자를 위로하기 위해 지어낸 말이란 뜻이다.
소년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 거듭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어디서 심마 따위에 빠지려고. 형산파도 앞으로 열심히 의선의가의 호구 역할을 해야지.’
무당에, 제갈세가에, 낭야회에, 형산파까지.
호북을 주름잡는 문파들이 모두 의선의가의 호구가 된 것이다!
가히 의선의가가 호북성을 정복(?)했다고 할 수 있었다.
‘뭐, 형산과는 나름 연이 있기도 했고. 도움을 줘서 나쁘진 않겠지.’
큰 연은 아니다.
위지천이 흉마로 활동할 때 상대한 무림맹 부대원 중에 형산파의 제자가 몇 명 있었다.
이름도 모르는 이들이다.
솔직히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다.
위지천은 복수를 위해 어쩔 수 없었지만, 피의 책무가 남아 있다.
‘이번 삶, 할 수 있다면 이전 삶의 죄업을 속죄하려고 했으니까.’
“그런데, 공진이 바뀔 수 있긴 한 건가?”
“솔직히 말해 이미 심성적 기질이 굳어버려서 쉽지는 않아요. 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저희 의선의가가 최선을 다해볼게요. 다만, 시간이 필요해요.”
“시간?”
“공진 도장을 의선의가에 이 년… 아니, 삼 년 동안 맡겨주세요.”
“삼 년…!”
창호자가 침음을 흘렸다.
문파의 가장 중요한 제자를 삼 년이나 밖에 보내야 하다니.
하지만, 위지천은 강하게 말했다.
“삼 년도 최소예요. 무공적인 면으로 봐도 공진 도장께도 도움이 될 거예요. 장문인께서도 초절정 이후부터는 심득이 중요한 것 아시잖아요? 그릇이 올바르게 차 있지 않은데, 공진 도장께서 무슨 심득을 얻겠어요?”
‘삼 년이면, 의선의가의 의검대(醫劍隊)도 충분히 자리를 잡을 거고.’
삼 년은 공진, 의선의가 모두 서로 가장 이득이 되는 기간이라 할 수 있었다.
“알겠네. 믿겠네.”
과거의 창호자였다면 절대 저 말을 따르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이미 창호자는 저 소년에게 깊이 탄복한 뒤다.
‘세상 모두를 못 믿어도, 저 소년만은 믿을 수 있다.’
그런데, 창호자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소년과 이야기하며 잊고 있던 현실이 떠오른 거다.
“하아. 우리 형산파가 당장 오늘 밤을 넘길 수나 있을지 모르겠구나.”
“음.”
“이렇게 하는 게 어떻겠나? 자네는 공진과 함께 지금 당장 우리 형산파를 떠나게. 우리 형산이 목숨을 걸고, 자네의 길을 뚫어주겠네.”
창호자는 결연히 말했다.
‘이 소년은 이런 곳에서 죽음을 맞아도 될 인물이 아니다.’
이 소년이라면, 공진을 올곧게 인도해줄 터.
형산파의 유지는 공진이 이어줄 거다.
그런데, 소년이 고개를 젓고는 뜻밖의 이야기를 하였다.
“그럴 필요 없어요. 제게 방법이 있어요. 형산의 누구도 죽지 않을.”
“무슨?”
“제가 미끼가 되면 돼요.”
“…미끼?”
위지천의 ‘계획’을 들은 창호자의 안색이 파래졌다.
“절대 안 되네! 자네에게 그런 위험을 감수하게 할 수는 없어!”
소년의 계획을 들은 창호자는 버럭 목소리를 높였다.
소년은 지금 형산을 위해 죽음을 감수하려 하고 있었다.
‘아무리 의로워도 정도가 있지! 어찌 사람이 저럴 수 있단 말인가?’
창호자는 몇 번째일지 모를 탄복을 하였다.
소년에게 경외감이 들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