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80)
의선명가 천재막내 180화(180/191)
제180화
공진은 흠칫했다.
‘어떻게 알았지?’
정확히 말해, 싫어하는 건 아니다.
그저 꺼림칙하게 느끼고 있을 뿐.
하지만, 공진은 이런 본인의 생각을 솔직히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정말인가요?”
“네, 소협의 오해입니다.”
위지천은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앞으로 공진 도장과 가깝게 지내고 싶은데, 혹시 무슨 실수라도 했나 염려했거든요.”
장삼이 봤으면 ‘저 악마 놈이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고?’라고 기겁했을 해맑고 순수한 이야기.
다른 이였으면 끔뻑 넘어갔겠지만, 공진이 누구인가?
‘…왜 자꾸 시커먼 속내를 품은 것처럼 느껴지지?’
본능적으로 위지천의 속마음을 간파했다!
하지만, 억지로 고개를 저었다.
‘또 내가 오해하는 걸 거다. 다른 이들이 저 소협을 대하는 것을 보라.’
특히 저 소협은 지금 목숨을 걸고 형산파를 도우려고 하고 있지 않나?
그런데, 흑심을 품고 있다고 여기다니.
공진은 자신의 직감 따위 정말 믿을 게 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이해할 수 없게 계속 스멀스멀 경계심이 피어올랐지만 억지로 외면했다.
“그러면, 시간이 없으니 지금 출발토록 하겠습니다.”
“반드시 조심해야 하네. 공진, 위지천 소협을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한다!”
“…알겠습니다.”
형산파 제자들의 눈물(?) 어린 응원을 받으며 위지천과 공진이 무당을 향해 출발했다.
혈교도들이 막아섰지만, 애초에 이곳 형산을 포위한 대다수의 혈교 마인들은 마졸에 불과했다.
어렵지 않게 돌파할 수 있었다.
“이놈들, 거기 서라!”
화난 인상의 가면 마인… 그러니까 장삼이 혈교의 사자들을 이끌고 그런 둘을 추격했다.
혈교의 사자들은 모두 절정급의 실력인지라, 따돌리기 쉽지만은 않았다.
특히 절정 상 이상의 경지인 상급 사자 두 명이 끈질겼다.
“조심하세요, 공진 도장!”
“!!”
파앗!
몇 차례나 꼬리를 잡혔다가 혈투를 벌인 끝에 간신히 떨어뜨리고 다시 도망가는 일이 반복되었다.
공진은 그럴 때마다 혼란을 느꼈다.
‘…왜 저렇게 목숨을 걸고 날 도와주는 거지?’
소년을 볼 때마다 꺼림칙한 경계심은 여전히 느껴졌다.
하지만, 소년은 위기의 상황마다 자신의 목숨마저 도외시하고 공진을 도왔다.
…물론, 사실 전혀 목숨을 건 게 아니고, 그저 압도적인 무예 실력으로 혈교 사자들을 가지고 놀며 그런 척 연출하는 것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위험했는데,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
공진의 가슴이 흔들렸다.
소년의 진심 어린 걱정에 또 왈칵 경계심이 든 것이다!
저게 다 거짓이고, 흑심을 품고 저러는 거라는!
공진은 크게 죄책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저 소협은 끝없이 날 위해주고만 있는데, 감사는커녕 이런 못된 마음만 들다니. 어째서 난 이따위라는 말인가?’
공진의 그런 속마음을 읽은 위지천은 속으로 씨익 미소를 지었다.
‘원활한 지도를 위해서는 일단 날 절대적으로 신뢰하게 해야 하니까.’
위지천은 대충 거리를 계산했다.
계속 혈교 마인들과 드잡이질을 한 탓에 꽤 시간이 지났지만, 멀리 오지는 못했다.
“공진 도장, 아직도 절 신뢰하지 못하나요?”
“…아니, 신뢰합니다.”
“그러면, 우리 여기서 찢어지도록 해요.”
“!!”
공진은 멈칫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이대로라면 무당에 도착하기 전에 결국 혈교도들에게 잡힐 거예요. 서로 찢어져 한 명이라도 무당에 도착해야 해요.”
“하지만, 그랬다가는? 소협이?”
혈교도들은 둘 중 위지천을 집중적으로 노리는 모습을 보였다.
위지천의 지시를 받고 장삼이 일부러 그렇게 혈교도들을 이끈 탓이다.
왜 그렇게 했냐고?
당연히 공진에게 수작을 부리기 위해서였다.
“따를 수 없습니다. 전 장문인께 소협을 지키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음. 솔직히 말해 공진 도장께서 절 지켜 주시려고 해봤자 큰 도움은 되지 않아요.”
공진은 부정할 수 없었다.
놀랍게도 저 소년의 무위는 강호 최고의 천재라는 공진을 압도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공진 도장께서 그러시는 건, 절 위한 게 아니에요.”
“…무슨 말입니까?”
“공진 도장께서 절 위하다가 결국 형산파를 구하지 못하게 된다면, 전 크게 후회하게 될 테니까요. 그런 후회를 남길 바에는 위험을 감수하는 게 나아요.”
“!!”
공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소협께서는 형산파의 제자도 아니지 않습니까?”
공진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실.
공진이 소년에게 느끼는 꺼림칙함은 한두 명에게 느꼈던 게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얼마 전 형산파의 깃발 아래 모였던 다른 정파 문파들이었다.
다들 형산을 위하는 척했지만, 결국 어땠나?
위기가 닥치자 다들 나 몰라라 형산을 저버렸다.
하지만, 이 소년은 달랐다.
이런 상황에 닥쳐서도 끝까지 형산을 위하고 있었다.
“사실 꿍꿍이가 있긴 해요.”
“…꿍꿍이 말입니까?”
“혈교도들이 절 더 집중적으로 노리는 건, 제 인질로서의 가치가 더 크기 때문이에요. 부끄럽지만, 전 검선의 제자이니까요. 그 말은 혈교도들이 절 사로잡아도 당장 목숨을 해치거나 하지는 않을 거란 점이에요.”
공진은 인상을 찌푸렸다.
“…거짓말하지 마십시오. 절 배려하는 것 아닙니까?”
아무리 인간사에 미숙한 공진이지만, 소년의 저 말이 진심이 아니란 것쯤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해 주시면 성공이고요. 저, 공진 도장과 가깝게 지내고 싶다고 했잖아요?”
“!!”
“공진 도장께서 눈치채신 것 같아서 말씀드리는데, 제가 이러는 건 단순히 선의 때문만은 아니에요. 흑심이 있어요. 이번 기회를 이용해 공진 도장을 비롯해 형산파와 친해지고 싶다는.”
공진은 혼란스러운 눈을 했다.
저게 무슨 흑심이란 말인가?
목숨을 걸고 상대를 돕고 있으면서, 흑심이라고?
저게 흑심이면 세상에서 가장 착한 흑심 아닌가?
“공진 도장,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간단하게 생각하시면 돼요. 눈으로 보는 것을 믿으세요.”
“…그 말씀은?”
“제가 이야기하는 건, 상대가 입으로 떠드는 말을 믿으라는 게 아니에요. 말만 번지르르한 위선적인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 사람이 실제 보이는 행동을 보고 판단하세요.”
“행동을 보고 판단….”
공진은 지금껏 정파니, 사파니, 그런 식으로 겉에 드러난 모습으로 상대를 파악해왔다.
하지만, 옳은 기준이 아니라는 건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다만, 지금껏 제대로 기준을 잡아주는 이가 없었다.
공진은 소년의 말에 커다란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그런데… 자신을 믿으라고 저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건 아니겠지?’
방금 말대로라면 이 세상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이는 저 소년이었다.
소년의 행동은 하나부터 열까지 의롭기 그지없었으니까.
공진은 다시금 피어오르는 의혹에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공진은 본인의 부족함을 잘 알고 있다는 거다.
또 소년을 의심하는 자신을 크게 반성했다.
“…앞으로도 또 가르침을 청해도 되겠습니까?”
공진을 함락(?)시킨 위지천은 씨익 웃었다.
“얼마든지요.”
그렇게 공진의 운명은 크게 바뀌게 되었다.
대살성에서 의선의가의 호ㄱ… 아니, 의선의가를 지키는 의협(義俠)으로.
비록 위지천에게 흑심이 있었을지라도, 결과적으로 공진에게도 크게 도움이 될 터이니, 공진이 생각한 대로 착한 흑심이라 할 수 있으리라.
“그러면, 인제 그만 찢어져요. 제가 혈교도 놈들을 유인할 테니, 공진 도장께서 무당으로 가서 도움을 요청해 주세요.”
“하지만….”
“그만. 더 실랑이 벌일 시간 없어요. 정 마음에 걸리면, 의선의가의 친구가 되어 갚아주세요.”
공진은 굳게 고개를 끄덕였다.
‘의선의가에 은혜를 갚으며 소협께 계속 가르침을 받으면, 나도 올바르게 바뀔 수 있을 거다.’
파앗!
공진이 떠났고, 위지천은 반대 방향으로 찢어져 도망가는 척하다가 멀뚱히 멈추어 섰다.
‘더 도망치는 척하기 귀찮아.’
그렇다.
위지천이 공진을 따로 보낸 이유.
감동을 유발하려는 목적 때문만이 아니었다.
공진에게 일을 떠넘긴 거다.
눈 쌓인 산길에 경공 펼치며 달리는 게 보통 고생인 일이 아니니까.
“이놈… 의선혜검.”
“드디어 잡았다. 네놈 먼저 혈락 재림을 위한 제물로 바쳐주마.”
장삼이 이끄는 혈교 사자들이 나타났고.
위지천은 본색을 드러냈다.
파아아앗!
위지천이 마기를 꺼냈고, 피의 폭풍이 몰아쳤다.
“어?”
혈교 사자들이 얼빠진 얼굴을 했다.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던 거다.
작금 정파에서 최고로 의롭다고 칭송받는 소협이 마기?
“…설마?”
뒤늦게 농락당했다는 걸 깨달았지만, 늦어도 너무 늦은 깨달음이었다.
위지천의 검 앞에 모두 고혼이 되었다.
“수고했어요, 장삼 형.”
“아닙니다!! 이 장 모, 공자의 대업에 도움이 되었다니, 삼생의 영광입니다!”
장삼은 위지천의 무위를 보자 다시 군기가 빠짝 들어 외쳤다.
위지천은 피식 웃었다.
“얼른 뒤처리하고 어디 따뜻한 데로 가서 쉬어요.”
“네, 제가 이 근처에 숨은 맛집을 알아 놨습니다!”
“…그런 건 언제?”
“남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공자와 들르려고 알아 놨습니다!”
“지금 맛집을 가기는 조금 상황이….”
“…근처 흑도 놈들이 극찬하던 곳인데….”
장삼은 풀이 죽은 모습을 보였고, 위지천은 얼떨떨하게 생각했다.
‘…장삼, 얜 진짜 날 친구로 여기고 있는 건가?’
뭐, 위지천도 ‘아무려면 어떠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장삼에게 나름대로 정이 들기야 했으니까.
“알겠어요. 지금은 그렇고, 남양으로 돌아가는 길에 들러요.”
“약속한 겁니다? 이 장삼이 꼭 모시겠습니다!”
이후 위지천은 장삼과 적당히 시간을 보냈다.
생각보다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혈교 벌레 놈들이 감히 누구 제자를 건드리려고 한다고?”
“사제 괜찮나?”
위지천이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검선과 십객 태검진인이 다른 무당 제자들을 놔두고 먼저 하늘을 갈라 날아온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