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81)
의선명가 천재막내 181화(181/191)
제181화
상황은 싱겁게 마무리되었다.
다른 무당 제자들이 올 필요도 없었다.
검선과 태검진인 두 명만으로도 혈교도들을 쓸어버리기 충분했으니까.
여러 차례 말했듯 정체불명(?)의 대사도급 마인이 문제였지, 다른 혈교도들은 잡졸에 불과했다.
창호자를 농락했던 정체불명(?)의 마인은 검선과 태검진인의 위용에 겁을 먹은 건지 끝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형산파 제자들도 검선, 태검진인과 함께 혈교도들을 공격했고, 형산 인근에 모여 있던 혈교도들은 완전히 박멸이 되었다.
“와아아아!! 의선혜검 만세!!”
“검선 만세! 태검진인 만세!!”
목숨을 건진 형산파 제자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비록 형산파의 손으로 일구어낸 승리가 아니었지만, 그런 걸 아쉬워할 처지가 아니다.
살아났다는 것만으로도 감격이었다.
형산파 제자들이 가장 크게 감사해하는 대상은 당연히 의선혜검이었다.
실제 그들을 구한 무당도 감사하지만, 의선혜검은 그들을 위해 목숨을 걸었으니까.
의선혜검이 아니었다면, 무당이 이렇게 때에 맞춰 구하러 와주지도 못했을 거다.
‘물론, 무당도 소식을 들었다면, 따로 구원 요청을 받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여 도움을 주었겠지만.’
형산이 혈교도들에게 포위된 건 사흘이 채 지나지 않은 일이다.
무당산과 의창의 적지 않은 거리를 고려하면 따로 누군가 직접 소식을 전해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한, 소문을 눈치채고 사흘 만에 달려오는 건 무리가 있었다.
“무당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우리 형산이 무당에 구원의 은혜를 입었습니다.”
“흥, 본 도장이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소이까? 이게 무슨 꼴이오?”
태검진인은 딱히 인격자가 아니다.
오히려 재수 없는 성격으로 유명하다.
얼마 전 무당에서 일어난 사달로 나름대로 심경의 변화를 겪긴 했지만, 까칠한 성격은 크게 변하지 않아 창호자에게 면박을 주었다.
창호자는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창호자가 부린 욕심 때문에 일어난 사달이 맞으니까.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소이다. 형산파는 무당에 입은 은혜를 절대로 잊지 않을 테니….”
“됐소. 어차피 혈교 놈들을 박멸하는 건, 정파에 몸담은 이로서 응당 해야 할 일. 따로 은혜를 갚는다 어쩐다 할 필요 없소.”
“하지만….”
“허어. 자꾸 그러는 게 도리어 우리 무당의 명예를 욕보이는 것이라니까? 집어넣으시오.”
정파의 태산인 무당다운 반응.
올곧은 이야기임에도 재수 없게 들리는 것까지 참으로 무당다웠다.
“은혜는 사제에게나 갚으시오.”
“사제라면?”
“의선혜검 소협 말이오.”
“의선혜검은 무당에 입적한 건 아니지 않소이까?”
“그게 뭐가 중요하오? 같은 스승을 모셨으니, 내 사제이지. 그리고 의선혜검은 우리 무당의 은인이오. 비록 입적은 하지 않았지만, 우리 무당과 가족 이상의 관계라고 할 수 있소.”
위지천과 태검진인의 관계는 애매했다.
창호자가 말했듯 검선이 따로 받아들인 문외제자였기 때문이다.
즉, 스승은 같지만, 동문(同門)은 아니었다.
하지만, 태검진인은 위지천을 자신의 사제로 인정했다.
의선혜검이니까.
본인의 은인이자, 태검진인조차 인정할 수밖에 없는 소년.
‘사실 말처럼 쉽게 받아들인 건 아니었지.’
열등감 때문이었다.
태검진인은 의선혜검을 인정하는 걸 넘어 열등감을 느끼기까지 했다.
이런 열등감을 극복할 수 있었던 건, 또 의선혜검 덕분이다.
한없이 선하기만(?) 한 의선혜검에게 이런 추악한 감정을 느끼는 걸 견딜 수 없어서 마음을 굳게 고친 거다.
덕분에 태검진인은 지금껏 자신을 괴롭히던 스승에 대한 열등감까지 어느 정도 떨칠 수 있었고, 생각지도 않게 무의 깨달음도 얻게 되었다.
‘사제에게 받은 은혜가 끝이 없구나.’
태검진인은 위지천에게 받은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고 싶은 마음에 공을 위지천에게 돌린 거다.
자신에게 받은 은혜를 모두 의선혜검에게 갚으라고 강조하면서.
쓸데없는 오지랖이었다.
굳이 태검진인이 이렇게 나오지 않아도 창호자는 의선혜검에게 어떤 보상이라도 할 각오였으니까.
‘…비록 우리 형산파의 처지가 좋지 않아 큰 보답을 하지 못해도, 우리 형산파의 힘이 닿는 한 어떤 보답이라도 하겠다!’
그런데, 위지천이 요구한 보상은 창호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형산을 저버린 근처 문파들을 용서하라고 했소?”
“용서하란 건 아니에요. 하지만, 그들의 입장도 헤아려 주었으면 좋겠어요. 형산파처럼 강호에 이름 높은 문파와 다르게 작은 일반 문파들은 혈교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형산의 세력이 커져야 호구로 만든 보람이 있지.’
이대로 놔두면 형산은 주위 문파와 척을 지게 될 거다.
형산파 입장에서 좋을 게 없었다.
형산파가 무당처럼 혼자 잘난 맛에 살 수 있는 문파는 아니니까.
반대로 이번 일은 형산에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만약, 형산파가 강호의 대문파로서 포용력을 보이면, 그들도 감격하여 형산파를 더욱 따르게 될 거예요.”
형산파는 이 근처의 진정한 패주로 거듭나리라.
근처 다른 문파들은 감히 형산을 거스르지 못하게 될 거다.
창호자는 길게 탄식했다.
‘하아. 이 소년은 도대체? 끝까지 우리 형산을 위하다니?’
도대체 몇 번째인지 모를 경탄이었다.
창호자는 위지천의 이야기를 받아들여 다른 문파들의 잘못을 잊기로 했다. 원래 창호자의 성격이라면 절대 앙금을 풀지 않았겠지만, 의선혜검의 끝을 모르는 선함(?) 앞에서 고집을 부릴 수 없었다.
‘좋아. 형산이 이 근처를 장악하면, 의선의가가 이 근처를 장악한 거나 다름없게 되는 거야.’
소현의가?
형산의 눈치를 보게 될 다른 문파들이 소현의가를 이용하려고 할까?
커다란 타격을 피할 수 없으리라.
‘만약, 의선의가가 이곳 의창까지 세를 뻗치게 되면, 의선의가의 영향권은 웬만한 성급 의가와 비교해도 못하지 않게 돼.’
섬서의가, 하남의가 같은 일성의가까지는 아니어도 한중의가, 소현의가 같은 이성의가보다는 의선의가의 영향력이 이제 더 넓었다.
물론, 그래도 당장 성급 의가로 인정받는 건 무리다.
급성장한 영향력에 비해 의원의 숫자, 규모, 재정 등등 내실이 부족했으니까.
하지만, 이런 건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다.
‘일 년. 그 정도의 시간만 지나도 누구도 쉽게 의선의가를 건들지 못하게 될 거야.’
그때, 언월운이 위지천에게 다가왔다.
“고맙다. 이번에 네게 받은 도움은 절대 잊지 않겠다.”
위지천 덕에 언월운의 언중의가는 의창에 완전히 뿌리를 내리는 데 성공했다.
그뿐이 아니다.
의선의가가 이곳 의창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게 되었지만, 환자들이 매번 남양까지 오기는 어렵다.
대신, 의선의가와 친분이 있는 언중의가를 이용하게 되리라.
대박이 난 셈이다.
“널 나 언월운의 친구로 인정하겠다.”
언월운의 친구.
가벼운 의미가 아니었다.
언월운은 자신에게 이득이 될 만한 이만 친구로 삼는다.
다만, 그렇다고 언월운이 친구를 계산적으로 이용만 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서로 믿고 의지하는 진정한 동지.
그게 언월운이 생각하는 친구였다.
하지만, 위지천은 씨익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친구요? 빈손으로요?”
“그래, 이 재수 없는 놈아! 위지천 공자의 첫째 친구는 바로 이 몸이니, 일단 이 몸의 허락 먼저 받아라!”
장삼은 버럭 목소리를 높였다가 언월운이 지그시 바라보자 겁을 먹고 시선을 피했다.
“바라는 게 있다면, 말해라. 친구로서 무엇이든 들어주지.”
“사금방주를 소개해 주세요.”
“!!”
언월운이 흠칫했다.
사금방(邪金幫).
흑도 최고 거파들인 구주칠패 중 손에 꼽히게 강성한 곳이다.
놀랍게도 그 실체는 상인들의 문파였다.
고리대금업을 주업으로 하는 곳으로 악랄한 추심 덕에 악명이 높아서 사파로 분류되었다.
“탈혼희(奪魂姬), 그 마녀는 왜?”
언월운은 꺼림칙한 표정으로 물었다.
사금방주 탈혼희는 여러모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뛰어난 상재와 독기로 비교적 젊은 나이에 사금방주가 되었다.
탈혼희가 강호의 주목을 받게 된 건, 그다음부터였다.
상인들의 문파이지만, 사파다.
그것도 구주칠패의 일문인.
여인의 몸으로 방주가 되자, 그녀를 얕잡아 보는 이들이 수없이 나타났다.
탈혼희는 순순히 당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런 이들을 다스릴 만한 재주가 있기에 방주 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거니까.
자신을 얕보는 이들을 돈과 권력으로 자신의 편으로 삼고, 때로는 배척하며 사금방을 지배했다.
강호는 그런 탈혼희를 보고 재녀(才女)라며 감탄했고, 그러려니 넘어갔다.
강호가 경악한 건 그다음이었다.
탈혼희가 방주 위에 오른 뒤 십 년 뒤.
사금방에 혈겁이 일어났다.
탈혼희가 지금껏 자신을 무시하던 이들을 모조리 도륙해버린 거다.
함정을 파서?
아니다.
스스로의 손으로 직접.
그렇다.
탈혼희는 본인의 무재를 숨기고 있었던 거다.
충분한 힘을 갖출 때까지.
현재 탈혼희는 십악 중 일좌로 검군악(劍君惡)조차 뛰어넘는 흑도의 절대 고수로 불리고 있었다.
‘더 경악스러운 건, 탈혼희는 지금도 자신의 진면목을 다 드러낸 게 아니란 거야.’
위지천은 이전 삶, 사도맹에 몸을 담은 적이 있다.
탈혼희와도 당연히 연이 있다.
그때, 강호인들이 그녀를 부르는 별호는 탈혼희가 아니었다.
그녀의 두려움은 고작 탈혼희 같은 별호로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돈이 필요한 거면, 차라리 나한테 말해라.”
“공자도 돈 별로 없지 않나요?”
“흥, 이번에 분가 개척을 성공적으로 해냈으니, 그만큼 차기 가주 자리에 가까워진 셈이다. 너희 의선의가를 도울 돈 몇 푼 못 구하겠느냐?”
“돈 때문에 탈혼희를 뵈려는 게 아니에요. 거래를 제안할 게 있어서 그래요.”
“거래? 탈혼희와 거래할 바에는 차라리 지옥의 마귀와 거래하는 게 나을 거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만만하지 않은 것 아시잖아요.”
언월운은 끄응 했다.
탈혼희와 저 작은 악마 놈 중 누가 더 악랄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던 거다.
‘…어쩌면 탈혼희가 체면 구기는 꼴을 보게 될지도?’
그렇게 언월운과 이야기를 나눈 후 위지천은 다른 인물을 만났다.
삐쭉 나와 있는 입술.
어린애처럼 삐쳐 있는 검선이었다!
“네놈, 날 스승으로 여기고는 있는 거냐? 한 번도 가르침을 받으러 오질 않아?”
“죄송해요. 한역이 심하게 돌아서. 스승님께서 이해해주실 줄 알았어요.”
검선의 입술이 더욱 튀어나왔다.
하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위지천이 바빴다는 건, 검선도 부정할 수 없었다.
“됐다. 마음 넓은 스승인 내가 이해해야지. 잠깐 무당산에 들러라. 지금껏 밀린 가르침을 내리겠다.”
“죄송해요. 지금 중요한 시기라 의가를 떠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그러면 도대체 내 가르침은 언제 받으려고?!”
“한 반년 뒤? 그때쯤이면 여유가 생길 것 같아요. 아, 혹시 그때 또 역병이 돌면 어렵고요.”
“아니, 무슨 가르침도 안 받는 게 제자라고?!”
“역시 전 스승님의 제자가 될 자격이 없겠지요? 지금이라도 사제 관계를 철회해야….”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라!!”
검선은 씩씩거렸다.
하지만, 어쩌겠나?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야지.
“이것 받아라.”
“이건?”
“내 심득을 정리해 놓은 거다! 이거라도 틈틈이 보고 익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