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82)
의선명가 천재막내 182화(182/191)
제182화
검선의 심득!
‘이게 강호에 유출되면 피바람이 불겠는걸?’
이라고 생각하며 서책을 펼쳤는데, 위지천은 입을 다물었다.
‘뭐지? 이 뜬구름 잡는 것 같은 내용은?’
고수의 심득은 원래 형이상학적인 법이라 추상적인 비유로 적어놓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건 심했다.
-끝없이 펼쳐진 하늘을 보니, 문득 장엄함과 막막함을 느꼈다.
-내 지난 삶을 돌이켜 보았다. 아쉬움이 많았다.
-벽곡을 끊었다. 화식(火食)이 동했다.
심득이라기보다는 일기와도 같은 내용들!
모르는 이가 보면 ‘역시 검선! 심득도 범상치 않구나!’ 하겠지만, 위지천도 검술의 일대종사이다.
이건 제대로 된 심득이 아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배설물’에 가까웠다.
검선이 문득문득 스치듯 흘려보낸 여러 심상.
‘이놈, 나보고 엿 먹으라고 이러는 건가?’
“…스승님? 혹시 이런 심득을 제게 전하신 건, 제가 모르는 어떤 고명한 뜻이 있는 걸까요?”
“크, 크흠. 그게 무슨 말이냐?! 모두 널 생각해서 심혈을 다해 적은 것이거늘!!”
“…이 내용들이요?”
“망할. 그래, 나 가르침에 재주 없다! 네놈에게 뭘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는 걸 어떻게 하느냐?!”
“…….”
검선의 설명은 이러했다.
무당에 입적한 게 아니니, 무당의 검술을 가르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마냥 자신의 깨달음을 전수하기에는 이미 위지천은 나름대로 자신만의 검도(劍道)를 걷고 있는 경지라 뭘 가르쳐야 할지 고민되었다고.
“검도는 하나가 아니다! 산마다 오르는 방법이 모두 다르듯이, 검도도 마찬가지이다. 네놈이 걷는 검도와 내가 걷는 검도는 방향도, 험함도 다른데, 내 방식을 강요하면 오히려 네가 걷는 길에 해만 될 수도 있느니라!”
위지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검선.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래도.
‘…걷는 길이 다르더라도, 도움을 줄 수 있지 않나? 하긴, 저놈이 가르침에 재주가 있는 놈은 아니지. 가르침도 상대를 배려하는 사회성이 필요한 법이니까.’
하늘은 공평하달까?
검선은 무공 실력과 다르게 가르침 쪽으로는 형편없기로 유명했다.
검선이 가르침을 내리려 무당 산문에 나타나면 무당 제자들이 사색이 되어 도망가기 급급했다고 할 정도이니까.
도움은 안 되고, 고생만 하게 되니까. 검선의 성질머리를 견뎌야 하는 건 덤이고.
“네놈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 심상과 화두를 적은 거다!”
“이 내용들이요?”
“나도 멋들어지게 표현하고 싶었지만, 글재주가 없는 걸 어떻게 하냐?! 그러니, 조금 시간을 내어 무당으로 오라고 하지 않았느냐?! 같이 이 화두를 논해보려고 했거늘!”
검선은 빨개진 얼굴로 씩씩댔고, 위지천은 미소를 지었다.
검선이 자신을 생각하며 없는 글 솜씨를 짜내며 끙끙댔을 생각을 하니, 고맙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러니, 조금 스승이랑 제자 같기도 하고?’
“그러지 말고 스승님께서 저희 가문에 잠깐 오시는 게 어떠세요?”
“…뭐?”
“우리 집 넓거든요. 섭섭하지 않게 모실게요.”
“크, 크흠. 지, 지금 날 초청하는 거냐? 감히? 이 검선을?”
검선의 입꼬리가 스리슬쩍 올라갔다.
외로운 검선.
제자가 자신을 초청했다는 게 기쁜 듯했다.
하지만, 곧 시무룩 고개를 저었다.
“네놈의 집은 의가 아니냐? 사람들도 북적거릴 것 아니냐?”
“아무래도 그렇겠죠? 몰려드는 환자들이 너무 많아서 확장을 고려 중이긴 해요.”
“…그러면 됐다. 괜히 내가 가봤자 사람들한테 부담만 줄 거다.”
검선은 원래 사람 많은 장소를 극도로 기피했다.
뛰어난 검 실력 때문에 가려졌을 뿐, 성격 자체가 은둔형 외톨이였다.
위지천도 더 강요하진 않았다.
반쯤 검선의 기분 좋아지라고 빈말로 건넨 제안이었으니까.
‘진짜 검선이 와도 곤란하고. 섬서의가가 검선의 눈치를 봐서 움직이지 않을 것 아니야. 그러면 섬서의가를 노리고 파놓은 함정도 무산될 거야.’
섬서의가는 조만간 움직인다.
사실 진즉 움직였어야 했는데, 위지천이 원체 여기저기서 활약을 벌인 덕에 강호의 눈치를 보느라 시간을 지체한 감이 많았다.
더 참지는 못할 거다.
의선의가의 파죽지세 성장을 생각하면 섬서의가가 의선의가를 짓밟을 기회는 지금이 마지막일 테니까.
‘섬서의가가 주춤한 덕에 함정을 더욱 커다랗게 팔 수가 있었어. 섬서의가는 커다란 피해를 입게 될 거야.’
섬서의가가 부릴 수작은 도리어 의선의가에 커다란 이득이 될 거다.
어쨌든.
“이 심득은 제가 가져가서 따로 혼자 궁구해 볼게요.”
“…혼자서? 쉽지 않을 텐데?”
“대신, 어려운 만큼 더 큰 성취를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다른 이였다면 이런 중구난방인 심상들을 공부해봤자, 도움은커녕 큰 혼란에 빠지기만 할 거다.
하지만, 위지천은 다르다.
그의 검에 대한 깨달음 자체는 검선과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검선의 심상들을 홀로 따로 궁구해보면,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다른 이에게는 가치 없지만, 위지천 한정으로 보물인 셈이랄까?
위지천의 무공을 한 단계 끌어올려줄 거다.
‘슬슬 초절정에 진입해야 할 때가 되었으니.’
정기(精氣)의 미숙함으로 위지천은 초절정에 오르는 걸 미루어왔다.
기(氣)는 이제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단계에 이르렀다.
육체(精)는 여전히 위지천이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하지는 못했다.
단, 신(神), 무에 대한 깨달음이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게 문제였다.
의원으로서의 일 때문이었다.
의원의 일에 열중하니 어째서인지 무에 대한 깨달음이 가속화되었다.
환자를 보다 보면 문득문득 계속 깨달음을 얻게 된달까?
신(神)의 급속한 성장으로 계속 상단전이 개화하려 꿈틀거렸다.
상단전의 개화를 더 미루면, 오히려 사달이 일어날 위기였다.
초절정에 올라야 했다.
‘문제는 부족한 정(精) 때문에 천추(天錘)를 만족스럽게 세우지 못할 것 같다는 건데.’
의지의 기둥, 천추를 세우는 게 초절정의 시작이다.
괜히 강건한 육신에 강한 의지가 깃든다는 말이 있는 게 아니다.
의지의 강함은 단순한 깨달음뿐 아니라, 육체와 기의 영향을 받는다.
곤란한 상황에 처한 셈.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미숙한 육신의 완성을 다른 면으로 보완하면 돼.’
단순한 무에 대한 깨달음을 말하는 건 아니다.
이미 깨달음은 차고 넘친다.
천추를 완벽하게 할 수 있는 또 다른 공부가 필요했다.
검선의 심상을 궁구하다 보면 의외의 단서를 얻을 수도 있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이제 집에 돌아가는구나.’
이번엔 유별나게 오래 떠나 있었던 것 같다.
가족들이 보고 싶었다.
다행히 뒤처리하는 동안 날씨가 많이 풀려 관도 사정이 좋아져 갈 때는 마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타십시오, 공자! 이 장 모가 공자를 위해 특별히 준비했습니다! 이놈아, 네놈은 왜 같이 타려는 거냐?”
공진이 멀뚱히 위지천 옆에 앉으려고 하자 장삼이 불호령을 내렸다.
“네놈 자리는 없으니, 걸어오든 뛰어오든, 네 돈으로 말을 구해서 타고 오든 알아서 해라!”
“제가 같이 타고 가자고 했어요.”
“흡, 자리가 넓으니 네놈도 옆에 앉아라!”
장삼은 공진을 마음에 안 들어 했다.
정확히는 위지천이 따로 의검대를 창설하려는 것에 서운함을 느끼는 눈치였다.
-의검대? 우리 흑선문이 의선의가의 의검대 아닙니까?!
‘흑선문과 의검대 양대 체제로 가야지. 서로 좋은 경쟁이 될 거야.’
반면 공진은 장삼을 딱히 싫어하지 않았다.
‘저 흉악한 얼굴의 남자. 흑도인인데, 참으로 편안한 느낌이 풍긴다.’
선인에게 편안함을 느끼고, 악인에게 불편함을 느끼는 공진의 직감.
공진은 장삼이 고래고래 자신에게 못되게 굴어도 아늑한 편안한 느낌만 들어서 고개를 갸웃했다.
“이제 가요.”
“알겠습니다! 뭐 하느냐?! 마차를 몰아라! 백흑침선의 행차이니, 최대한 편안하게 몰아라!”
내내 아무런 존재감 없던 흑선문의 정예 전투 부대 흑룡대가 마차를 호위했고, 위지천은 그렇게 위풍당당하게 남양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도 어마어마한 일들을 해냈으니, 금의환향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그런데, 위지천은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장원의 분위기가 이상했다.
평소라면 다들 ‘우리 보배천이!’ 하면서 호들갑을 떨며 뛰쳐나와야 했는데, 조용했다.
해가 진 후 도착해 환자들이 붐빌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런 한적함이 아니었다.
공기가 싸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오, 오셨습니까, 대사형?”
아섭 사제가 파랗게 질린 얼굴로 위지천을 맞았다.
“무슨 일이죠?”
“그게… 섬서의가에서 손님이 왔습니다.”
“아.”
위지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족들 모두 섬서의가의 손님을 맞느라 나오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초상집 분위기이지?’
으름장이라도 놓으려고 온 것 같은데, 다들 예상하고 있던 바다.
아버지, 위지선의 성격상 소금이라도 뿌리면서 내쫓을 거로 생각했는데?
위지천은 시선을 돌렸다.
장복이 할 말이 가득 있다는 듯 우물쭈물 눈치를 보고 있었다.
“장복아?”
“가주님께서 도련님께는 말하지 말라고 하셨구먼요!”
“먼 길을 다녀와서 동파육이 당기는구나. 네 몫도 넉넉히 챙겨줄까?”
“아이고, 섬서의가에서 온 손님이 사실 가주님의 동생분이었다는구먼요! 그런데, 연을 끊은 상태라서 이제는 가족도 뭣도 아니라고. 도련님께는 이야기도 꺼내지 말라고 했구먼요!”
“…….”
위지천은 잠시 눈을 끔뻑였다.
횡설수설이라 알아듣기 헷갈렸다.
‘섬서의가에서 온 손님이 아버지의 동생이었다고?’
그때였다.
“하하, 네가 천이냐? 갓난아기 때 보고 처음이구나. 내 얼굴은 기억나느냐? 너무 어릴 때라 기억 안 나겠지?”
사람 좋은 웃음.
어딘지 한량 상이지만, 중년의 나이임에도 훤칠하게 잘생긴 외모.
인상은 전혀 다르지만, 이목구비 여기저기서 아버지, 위지선과 닮은 태가 짙게 풍겼다.
“금청수다. 원래 이름은 위지겸으로 네 숙부였다. 이번에 섬서의가에 초빙되어 외총관직을 맡게 되어 인사하러 왔다. 반갑구나.”
“!!”
위지천은 눈을 크게 떴다.
가문과 연을 끊었다는 숙부가 난데없이 섬서의가의 외총관으로 나타나 놀란 게 아니다.
‘이놈이 왜 갑자기 여기서 튀어나와?’
아무리 연을 끊었다지만, 숙부를 ‘놈’이라 부르다니?
그럴 만했다.
위지천은 숙부, 그러니까 ‘놈’의 진짜 정체를 알고 있으니까.
섬서의가의 외총관?
그딴 게 아니다.
천 개의 가면과 수많은 가짜 신분을 가졌다는 인물.
강호 누구도 실체를 모른다는 인물.
신투(神偸) 천변자(千變者)가 숙부, 위지겸 놈의 진짜 정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