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83)
의선명가 천재막내 183화(183/191)
제183화
위지선이 술을 마시다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내가 장남도 아닌데, 의선의가를 물려받은 이유?
위지선, 위지무에겐 형제가 여럿 있었다.
그중 둘만 가문에 남은 거다.
특히 위지선은 가주가 되면서까지.
겉으로는 맨날 ‘돈, 돈, 돈’거리지만, 실제로는 환자를 위해서가 아닐까? 라는 의문으로 물었지만.
-별 이유 없다. 형제 중 내가 가장 처졌으니까. 억지로 떠맡게 된 거다.
뜻밖의 이야기.
위지선은 절대 재능이 부족한 이가 아니다.
위지천은 아버지가 명성을 떨칠 기회가 없었을 뿐, 실제 의술 실력은 천하명의로 꼽는 자들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다고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형제들이 누구인지 알게 된 후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저런 이들이 형제면, 상대적으로 재능이 처진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고 납득한 거다.
그만큼 대단한 이들이었다.
위지천 세대, 그러니까 위지강, 위지상아, 위지용도 뛰어났지만, 아버지 세대 형제들도 보통이 아니었다.
숙부 위지겸도 마찬가지였다.
‘강호에 이름 높은 신투가 위지겸 숙부라는 건 우연히 알게 되었지.’
숙부 위지겸은 재간꾼이었다.
뭐든 잘했다.
무엇이든 손에 대기만 하면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는 위지강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위지강은 실제로 다재다능했고, 숙부 위지겸은 그럴싸한 흉내 내기를 잘했다.
그 재주를 이용해 온갖 곳에서 신분을 바꾸며 바람처럼 지냈다.
그런 신분들은 모두 위장이고, 진짜 정체는 강호 제일의 도둑이라는 신투였다.
‘이거 일이 재밌게 돌아가는데?’
위지천은 싱긋 웃었다.
딱히 좋아하는 인물은 아니었다.
이미 의선의가와 연이 끊긴 남남이니까.
위지겸 놈은 대단한 재주를 지녔으면서도 의선의가 멸문 때 딱히 도움을 준 적이 없다.
그러니, 위지천도 놈을 가족으로 여길 생각 없었다.
‘그래도 천하의 신투이니 이용할 가치는 있어. 무슨 떡고물을 노리고 나타난 거지? 섬서의가? 아니면, 우리 의선의가?’
놈이 괜히 섬서의가의 외총관이 된 게 아닐 거다.
무언가 흑심이 있을 게 분명했다.
“위지무 숙부 말고, 또 숙부가 계신 줄 몰랐어요. 숙부께 조카 위지천이 인사 올려요.”
위지겸이 슬쩍 위지천을 살피더니 감탄한 얼굴을 했다.
“하하. 소문대로 인재구나. 형님이 부러워. 자식들이 하나같이 이토록 빼어나다니. 난 천명(天命)을 거슬렀으니, 자식을 낳아도 너희 같은 아이들이 나오지는 않겠지.”
진심이 섞인 부럽다는 음성에 위지천은 고개를 갸웃했다.
‘천명?’
하지만, 더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
“이놈, 어딜 감히! 더러운 입 나불대지 말고, 천이한테서 꺼져라!! 무야, 화탄 장전해라!”
“이미 꺼냈습니다! 머리가 불타 대머리가 되기 싫으면 당장 꺼져라.”
아버지 위지선이 씩씩대며 나타났고 흑상 위지무가 비장의 무기로 숨기고 다니는 화탄을 위지겸에게 겨누었다.
둘 모두 눈이 시뻘건 게 보통 화가 난 게 아닌 눈치.
하지만, 위지겸은 어깨를 으쓱해 보일 뿐이었다.
“전 그저 섬서의가의 가주 삼천의공(三天醫公)의 말을 전하러 온 것일 뿐이니, 두 형님들은 너무 노여워 마십시오.”
“형님? 닥쳐라! 네놈을 보냈다는 건, 우리 의선의가를 욕보이겠다는 의미나 마찬가지! 섬서의가와는 전쟁이다!”
위지선, 위지무가 화를 내거나 말거나 위지겸은 위지천에게 한쪽 눈을 찡긋해 보였다.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그러지 못할 것 같구나. 언제 한번 찾아오너라. 기다리고 있으마.”
“기다리기는!! 천이가 네놈을 찾아갈 일은 네놈이 무덤에 들어가도 없을 거다! 상아야, 뭐 하냐? 독이나 뿌려라!”
“휘익!”
위지상아가 위지겸의 발 앞에 극독을 뿌렸고, 위지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후 도망치듯 사라졌다.
위지천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위지겸이 떠나기 직전 따로 위지천에게만 들리게 전음을 남겼던 거다.
‘이놈 봐라? 재미있게 나오네?’
가족들이 위지천에게 몰려들었다.
“저딴 놈 신경도 쓰지 말아라! 가족도 아니니!”
“천이는 착해서 정에 휘둘릴까 봐 걱정임요.”
늘 막내를 부둥부둥 하는 가족들답게 착하고(?) 마음 약한(?) 위지천이 저딴 놈도 가족으로 여길까 걱정인 듯했다.
위지천은 고개를 젓고는 물었다.
“정확히 뭐라고 하던가요?”
“우리 의선의가의 신충약, 청제충환(淸除蟲丸)의 판매 권한을 섬서의가에 넘기라고 하더구나. 의선의가가 감당하기 어려운 약이니 섬서의가가 대신 판매해 주겠다고.”
“따르지 않으면요?”
“청제충환에 들어갈 약재를 이미 사재기했다고 한다.”
신충약, 청제충환에 어떤 약재가 들어가는지는 기밀이다.
하지만, 알아낼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위지천은 서금의 서가장을 통해 필요 약재를 공급받기로 했다.
서가장이 어떤 약재를 구하고 있는지 알아내면 청제충환에 들어가는 약재가 무엇인지도 짐작할 수 있다.
‘예상대로 나오네. 다른 수작을 부리고 싶어도 이 이상은 눈치가 보이겠지.’
위지천이 해낸 일들 덕분에 온 강호가 의선의가를 주목하고 있으니, 딱 이 정도 수준이 섬서의가가 부릴 수 있는 수작의 한계였다.
“그런데, 아까 숙부께서 하신 말씀 중….”
“쓰읍!”
“…섬서의가의 외총관의 이야기 중 천명을 거슬렀다는 건 뭔가요?”
“그놈이 그런 말을 했냐?”
위지선, 위지무는 고개를 갸웃했다.
의외의 인물이 답을 말했다.
“우리 의선의가가 처음 세워질 때 당시의 설화를 말하는 걸 거다.”
위지강이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 강아?”
“…아버지는 가주이시면서 모르시는 겁니까?”
“몇백 년 전 일인데 모를 수도 있지. 넌 어떻게 알고 있는 거냐?”
“그냥 창고를 뒤적거리다가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천하제일의가 시절의 영광에 누구보다도 관심 많은 위지강이 설명을 이어갔다.
“조금 이상하지 않냐? 어째서 우리 가문의 인물은 하나같이 재능이 빼어난지.”
그렇긴 했다.
아무리 핏줄이 우월하다고 해도 모두가 뛰어난 건 이상했다.
그것도 대를 이어가며.
“설화에 따르면 가문의 선조께서 우연히 선계의 신선을 치료할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때, 선계의 신선이 환자들을 위하는 선조의 마음에 감동하여 축복을 내렸다고 하는구나. 의선의가가 대대로 천명(天命)을 이어갈 수 있도록 후손들이 빼어난 재능을 타고나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강아, 설마 너 그런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믿는 거냐?”
위지선이 핀잔하자, 위지강의 얼굴이 빨개졌다.
“믿지 않습니다! 제가 어린애도 아니고! 하지만, 우리 가문이 모두 빼어난 재능을 타고나는 건 분명히 이유가…!”
“믿는다는 거구나. 이제 노총각 나이에 접어든 놈이 이렇게 순진해서야.”
“원래 강 오라버니가 순수한 면이 있음요.”
“가문을 떠나 천명을 저버린 이들의 후손들은 모두 범재 아닙니까?!”
“그렇긴 하다만, 신선이라니.”
“강 오라버니 오랜만에 귀여운데 천이처럼 머리 쓰다듬어 줄까?”
모두가 위지강을 놀렸지만, 위지천은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내가 다시 돌아오게 된 것도, 그 신선이란 존재와 연관이 있을까?’
위지천은 자신에게 어째서 이런 기사가 일어났는지 모른다. 앞으로도 알 방도는 없을 거다.
어쩌면 의선의가를 기특하게 여기는 어떤 초월적 존재가 천명을 이어갈 기회를 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설핏 들었다.
‘뭐, 그러든 아니든 인제 와서 의미는 없겠지만.’
“저는 형님 이야기 믿어요.”
“놀리려는 것 다 안다!”
위지강은 삐쳐서 본인의 비밀 장소(뒷마당 달빛 잘 보이는 곳)로 씩씩거리며 떠났다.
위지천은 한 가지 의문이 더 들었다.
‘만약, 의선의가 핏줄이 재능을 타고나는 축복을 받았다면 왜 난 아무런 재능도 타고나지 못했을까?’
다른 이가 들으면 돌을 던졌을 이야기.
하지만, 사실이었다.
‘내가 이전 삶 경지에 올랐던 건 천선신공과 마극파혈비법 등의 도움을 받아서이지, 딱히 무재가 뛰어나서가 아니야.’
물론, 검술 경지나 무에 대한 깨달음은 위지천이 스스로 체득한 거다.
그러면 무재가 있는 것 아니냐고?
아니다.
무재가 부족한 이가 빠르게 경지를 올릴 방법이 있었다.
목숨을 건 생사결(生死決).
그것도 자신보다 강한 상대와 벌이는.
위지천이 왜 온갖 이들과 안면이 있었겠는가?
‘아무리 둔재라도 사선(死線)을 걷다 보면 깨달음을 얻지 않을 수가 없으니까.’
위지천은 본인의 무재가 부족함을 알고 숱한 생사결을 벌였고, 죽음의 고비를 수도 없이 넘긴 덕에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던 거다.
참고로, 장삼이 급성장한 것도 위지천 본인이 쓴 수련법을 그대로 장삼에게 사용했기 때문이다.
“내가 타고난 재능은 무엇일까요?”
“…갑자기 잘난 척을 하고 싶어졌냐?”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정말 궁금해서요. 의술, 무예 재능 말고 제가 타고난 재능이 뭐가 있을까요?”
의술, 무예는 이전 삶 때 오른 경지 덕분일 뿐, 위지천이 타고난 재능이라고 할 수 없었다.
실제로 회귀 전에는 의술이든 무예든 다 형편없었고.
위지천이 나름 진지하다고 느낀 건지, 위지무가 턱을 쓰다듬으며 같이 진지하게 고민해 주었다.
“잔머리?”
“…….”
“아니면, 사악한 잔꾀?”
“…놀리시는 거죠?”
“잔꾀가 그러면, 지략(智略)으로 하자꾸나. 우리 의선의가의 팔자가 피게 된 것도 결국 다 네 지략 덕분 아니냐?”
위지천은 부정하지 못했다.
위지무의 말이 일리가 있었던 거다.
“어쩌면, 넌 겸이, 그 씹어 죽일 놈이랑 닮았을지도 모르겠구나. 그 빌어먹을 놈도 잔머리 굴리는 게 보통이 아니었으니. 아, 물론, 네가 훨씬 더 착하지만 말이다! …아니, 착한 것 맞나? 어쨌든 사랑한다, 내 조카야!!”
위지무가 다급히 뒷수습하였고, 위지천은 그저 웃었다.
문득 앞으로 벌어질 일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거다.
그날 늦은 밤.
위지천은 장원을 나와 남양 저잣거리로 향했다.
아직 불이 꺼지지 않은 주점이 있었다.
미리 이야기를 들은 건지, 점원이 위지천을 안쪽 독채로 안내해 주었다.
“기다렸다, 조카야.”
위지겸이 위지천을 향해 술잔을 들며 웃었다.
“아니, 도마(道魔)라고 해야 할까? 그것도 아니면, 혈교의 마인? 캬, 누구 조카 아니랄까 봐 대단하구나.”
놀라운 이야기.
누구도 모르고 있는 위지천의 다른 얼굴들을 알고 있는 거다!
하지만, 위지천은 당황 대신 위지겸을 향해 그저 웃어 보였다.
짙게.
그렇게.
의선의가의 사악한 잔꾀를 타고난 두 명이 서로를 마주 보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