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84)
의선명가 천재막내 184화(184/191)
제184화
위지천은 의뭉을 떨며 부정하지 않았다.
놈의 성격상 이미 확신하고 있을 테니까.
“어떻게 알았나요?”
“지금껏 그리 소란을 떨었으면서 모르는 게 이상하지 않으냐?”
“숙부 말고는 아무도 눈치챈 사람이 없었는걸요?”
“그거야 다른 놈들은 순진해 네 가식적인 가면에 훌러덩 넘어가서 그런 거고.”
위지겸은 씨익 입꼬리를 비틀었다.
“애초에 이상하다고 생각했거든. 우리 위지씨에 너같이 의로운 인물이 태어났다고? 우리 위지씨가 그리 마냥 착한 핏줄은 아닌 것을.”
“…….”
“아, 물론 선이 형님이야 의롭게 살고 있기야 하지만, 그런 형님조차 속마음에는 욕심이 가득하지 않냐? 그런데, 경전 속 성인군자 같은 조카라니? 뭔가 속은 구릴 거로 의심하고 보니 남들은 보지 못한 게 보이더구나.”
위지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간담이 대단하시네요?”
“흐음?”
“제가 도마인 걸 간 크게 말하다니. 내가 숙부를 살인멸구라도 하면 어떻게 하려고요?”
“하하? 네가 나를?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하느냐?”
위지겸은 자신만만한 얼굴을 했다.
그의 진짜 정체는 신투(神偸) 천변자(千變者).
무공 자체가 아주 강한 건 아니다.
절정 극 수준이었다.
다만, 경신법만큼은 화경의 고수와 겨루어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천하 일절이었다.
또한 그의 진짜 장기는 경신법이 아니다.
치밀한 꾀였다.
만남 장소를 객잔으로 잡은 것도 그의 치밀함을 보여주었다.
남들의 시선 앞에서 가면을 벗을 수 없는 위지천은 절대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리라.
하지만.
“음, 숙부께서 절 오해하신 것 같아요.”
“하하, 오해? 가족 중 내가 널 가장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을 텐데?”
“그런 말이 아니에요. 잔꾀로 흥한 자 잔꾀로 망한다는 말 아세요?”
위지겸의 등줄기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지금껏 위지겸을 숱한 위기에서 살려준 생존 본능이 경고를 울린 거다. 당장 눈앞의 소년을 피해야 한다고.
늦었다.
위지겸의 패착은 위지천은 고작 잔꾀 따위가 통할 상대가 아니라는 거였다.
위지겸은 위지천의 흉포함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것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또한, 조카가 위지씨의 핏줄로 자신을 능가하는 영악함을 타고났다는 것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허튼수작 부리려고 하지 말아라. 여기는 객잔이다! 소란을 피우면 금방 사람들이 몰려올 거다!”
“상관없는데?”
위지천이 손을 털었다.
“독?!”
“내가 독공을 익힌 건 몰랐지?”
위지겸의 안색이 파래졌다.
‘무슨 이런 끔찍한 독이?’
닿지도 않았는데 살이 저릿했다.
위지천이 독단에 깃든 독왕의 독을 전력으로 뿌린 탓이다.
참고로, 위지천이 독공을 익힌 건, 밖에 알려지지 않았다. 당가에 기밀을 유지해 달라고 부탁한 덕이다.
‘저 독에 당하면 죽는다!!’
등 뒤로 난 창으로 도망치려 했지만, 위지천이 번뜩 검을 움직여 퇴로를 차단했다.
와장창!
좁은 개인실에서 소란을 피우니 난리가 났다.
위지겸의 노림수대로 밖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지만.
“무, 무슨 일입니까?!”
“오지 마세요! 위험해요! 누군가 방 안에 독을 뿌렸어요!”
“도, 독?!”
“혈교에서 절 노리고 보낸 살수 같아요! 다행히 제가 해독술에 능해 어떻게 해볼게요. 여러분들은 위험하니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으세요!!”
“감사합니다!!”
몰려오던 이들이 걸음아, 나 살려라 하며 도망쳤다.
위지겸은?
아무리 신투라도 방법이 있나?
항아리 안에 든 쥐가 되어 독에 중독될 수밖에 없었다.
“커, 커억!!”
위지겸의 눈에 핏발이 서렸다.
보통 극독이 아니었다.
일다경도 버티지 못하고 죽음에 이를 게 분명했다.
심지어 고통까지 끔찍했다.
전신을 갉아먹는 듯한 고통에 바닥을 뒹굴뒹굴하며 위지천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자, 장난은 집어치워라. 이 숙부를 죽일 셈이냐?”
“장난? 이게 장난으로 보여?”
위지천은 냉랭하게 위지겸을 바라보았다.
“난 숙부를 죽일 마음으로 온 건데? 애초에 숙부는 가족도 아니잖아?”
“!!”
위지겸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조카, 위지천은 숙부가 죽어가는 걸 보며 태연히 찻잔을 들었다.
어떤 동요도 없는 모습.
위지겸은 그제야 자신이 뭘 잘못 판단했는지 깨달았다.
‘저놈은 나와 동류 같은 게 아니야. 훨씬 끔찍한 흉(凶)이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어떤 짓을 저질러도 아랑곳하지 않는.’
위지겸은 신투다.
주로 못된 놈들을 털어 그를 의적(義賊)으로 부르는 이도 있지만, 그는 명백히 악(惡)에 속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악이어도 잔챙이일 뿐이다.
강호의 진정한 거악(巨惡)들은 따로 있었다.
악명 높은 살인마 마두들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런 놈들은 신투인 본인처럼 잔챙이 악에 불과했다.
진짜 끔찍한 거악들은 이 강호의 꼭대기에 서 있는 이들이다.
자신의 탐욕 때문에 손가락 하나로 수많은 이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그러면서 어떤 비난도 받지 않는.
위지겸은 본인의 조카, 위지천이 자신 같은 잔챙이 악이 아닌, 그런 거악들과 동류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 내가 이렇게 허망하게 죽게 되다니.’
위지겸의 시야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의선의가에 도움이 안 될 위지씨라니. 살려둘 가치가 없잖아?”
“!!”
위지겸의 눈이 번뜩 뜨였다.
위지천의 말뜻을 알아들은 거다.
“나, 날 살려주면 섬서의가를 배신하고 너희 편에 서겠다.”
“섬서의가 정도야 딱히 숙부의 도움 따위 필요 없는데?”
“나, 난 사실 신투 천변자다.”
“원래부터 죽여야 마땅한 놈이었네.”
“나, 날 살려두면 의, 의선의가에 커다란 도움이 될….”
“도둑놈의 도움 따위 필요 없거든?”
위지겸은 절망했다.
끔찍한 조카 놈은 정말 자신을 살려둘 생각이 없는 듯했다.
마지막 도박을 하듯 애원했다.
“다, 다시 의, 의선의가의 가족이 되겠다.”
우뚝.
위지천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지더니, 섬뜩한 분노가 피어올랐다.
“가족? 인제 와서?”
파아앗!
위지천의 기세가 위지겸을 짓눌렀다.
평소의 위지천답지 않게 감정이 격해진 모습.
위지겸의 말이 그만큼 위지천을 분노하게 한 거다.
“아버지, 위지무 숙부가 당신들 때문에 얼마나 속이 문드러졌는지도 모르고 그딴 이야기를 해? 감히?”
“커억!”
위지겸이 왈칵 죽은피를 토했다.
시야가 완전히 꺼지려는 순간.
“넌 다시 의선의가의 가족이 될 자격 따위 없어. 대신, 앞으로 의선의가의 종복이 된다고 맹세해.”
종복이라니.
하지만, 위지겸은 허겁지겁 고개를 끄덕였다.
“매, 맹세하겠다.”
“먹어.”
위지겸은 해독제인 줄 알고 허겁지겁 삼켰는데, 뭔가 이상했다.
꿈틀꿈틀 무언가 몸을 타고 기어가는 게 느껴졌던 거다.
“고, 고독?”
“당가의 충군에게 강탈한… 아니, 선물 받은 천령고(天靈蠱)야. 이것도 먹어.”
핏빛 환약이었다.
색이 꺼림칙하긴 했지만, 이번에야말로 해독제인 줄 알고 허겁지겁 삼켰는데.
‘커, 커억?’
화악 무언가 안에서 타올랐다.
머리 백회(百會) 쪽에서.
이상했다.
이건 해독제의 반응이 아니었다.
“이번에 혈교 지부를 털며 구한 혈교 놈들의 금제 약이야. 내 명령을 거절하면, 넌 백치가 될 거야.”
“!!”
고독에 혈교의 금제 약까지 먹이다니!
이러면 천하의 신투라도 손을 쓸 방도가 없어진다.
어느 한쪽을 해결해도, 다른 쪽이 사달을 일으킬 테니.
“해, 해독제는 언제?”
이제 정말 죽음이 코앞이었다.
그런데.
“해독제? 그런 거 없는데?”
“뭐, 뭐?”
“독왕이 심마에 빠진 채 마구잡이로 만든 독인데, 상식적으로 해독제가 어디 있겠어? 의가 출신이면서 그런 것도 짐작 못 해?”
“그, 그러면? 난?”
“글쎄? 하늘에 맡겨야지.”
위지천이 어딘가 짓궂은 웃음을 띤 채 말했다.
“혹시 알아? 의선의가의 종복이 되기로 했으니, 하늘이 그걸 기특하게 여겨 네게 기회를 줄지?”
“개, 개 같은. 하늘 따위 엿이나….”
그게 위지겸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 * *
“허억?!”
위지겸은 번뜩 눈을 떴다.
“지, 지옥?”
“본인이 죽으면 지옥에 갈 건 아는가 보네요?”
“너, 너?!”
위지겸은 위지천에게 삿대질하다가 본인의 몸이 멀쩡하다는 걸 눈치챘다.
설사 천운이 정말 도와 목숨을 건져도 그런 독에 당하고 몸이 멀쩡할 수는 없는 법인데?
위지겸은 허탈한 얼굴로 진실을 깨달았다.
“…애초에 살상 독이 아니었구나.”
그렇다.
위지천이 쓴 건, 죽음에 이르는 독이 아니었다.
고문 독이었다.
끔찍한 고통을 주며, 죽음에 이른다는 공포가 작렬해 상대를 굴복하게 하는.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거로 생각해 독왕에게 부탁해 독단에 챙겨왔다.
“뭐, 살상력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어요. 엄청 과하게 썼거든요. 치사량을 넘게.”
“…진짜 내가 죽었으면 어떻게 하려고?”
“운명인 거죠. 사실 숙부를 다시 받아들일지 말지 고민이었거든요. 하늘에 맡겼어요. 죽으면 하늘의 뜻이 아닌 거로 생각하고, 살아나면 하늘의 뜻이라 여기자고.”
남의 목숨을 걸고 저딴 도박을 하다니.
위지겸은 질린 얼굴을 했다.
“완전히 당했구나. 좋다. 이제 내 목숨줄은 네 손아귀 위에 놓인 거나 다름없으니, 마음대로 해라.”
위지겸은 이른바 간신 유형.
재깍재깍 상황 적응이 빨랐다.
위지천은 그런 위지겸을 보며 생각했다.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무려 신투이니 이래저래 활용도가 높을 거야.’
“이제 내가 어떻게 하면 되냐? 섬서의가 내부에서 분탕질해 주면 되냐?”
“그럴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섬서의가가 지금처럼 약재 매집에 힘쓰도록 해주세요.”
“섬서의가가 이대로 매집을 계속해 희귀 약재를 완전히 독점하게 되면 너희 신충약 발매에 문제가 생길 텐데?”
“과연 그럴까요?”
“…설마 다 함정인 거냐?”
위지천은 어깨를 으쓱했다.
맞는다는 뜻.
위지천은 그것 외에도 몇몇 지시를 더 내렸고, 위지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섬서의가가 괴물을 건드렸구나.’
섬서의가와 의선의가의 갈등이 시작되자 사람들은 조마조마한 눈으로 의선의가를 염려하고 있다.
섬서의가는 의선의가와 비교도 되지 않는 의업계의 거인이니까.
하지만, 위지겸은 실상은 전혀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위태로운 처지에 놓인 건 도리어 섬서의가였다.
저 어린 괴물 놈의 마수가 섬서의가를 짓밟기 위해 뻗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