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86)
의선명가 천재막내 186화(186/191)
제186화
몇몇 의문이 남았지만, 적잖은 소득이 있는 대화였다.
일차적인 목표가 정해졌으니까.
패군(霸君)
현성(賢星)
이 둘이 끝은 아닐 거다.
‘그래도 이 둘을 털면 배후의 진정한 실체를 알 수 있게 될 거야.’
물론, 막막한 상대들이긴 했다.
강호 최정상에 군림하는 이들.
하지만, 애초에 신주육강이 배후일 거라고는 예상하던 차이니, 새삼스레 부담스러워할 것도 없었다.
도리어 적아가 어느 정도 식별되었으니 훨씬 부담이 덜해졌다.
‘패군이 반천회 소속이라는 것은 패군을 죽인 패왕은 반천회 소속이 아니라는 것이니까.’
위지겸은 다시 섬서의가로 돌아갔다.
위지겸은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 섬서의가의 가주 삼천의공(三天醫公) 성천우의 적잖은 신뢰를 받고 있었다.
-의선의가 놈들은 상종할 놈들이 아닙니다. 지금 제대로 짓밟지 않는다면, 두고두고 공(公)의 화근이 될 것입니다.
위지겸은 자신이 의선의가에서 어떤 수모를 겪었는지, 어째서 의선의가를 밟아야 하는지 열변을 토해 성천우를 설득했다.
성천우는 사악한 잔꾀를 타고난 위지겸의 혀 놀림에 넘어갔다.
“의선의가의 신충약에 들어갈 약재를 모조리 매집해라.”
“대막화두(大幕花頭), 설근(雪根) 말고 다른 약재들도 말입니까?”
신충약, 청제충환(淸除蟲丸)은 가히 의술의 역사에 획을 그을 만한 대단한 약이었다.
약이 제대로 출시된 것도 아닌데, 충병(蟲病)은 청제충환 개발 이전과 이후로 나뉠 거라는 이야기가 파다했으니까.
단, 대단한 효과만큼 들어가는 약재도 굉장히 귀했다.
“놈들의 청제충환은 들어가는 약재의 종류만 보면 가히 준영약(準靈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우리 섬서의가라고 해도 재정에 커다란 부담이 됩니다.”
“시끄럽다! 신충약의 판매권을 우리가 넘겨받으면 중원 전역의 충병 환자 치료를 독점할 수 있게 될 테니, 몇 배, 아니, 몇십 배의 이윤으로 회수할 수 있다!”
성천우가 이토록 열을 올리는 건 단순히 위지겸의 꾐에 넘어가서가 아니다.
위기감 때문이다.
‘신충약 판매를 가만히 놔두면 의선의가는 기어코 우리 섬서의가를 뛰어넘게 될 거다.’
중원에 충병 환자는 어마어마하게 많다.
남녀노소, 부자, 가난한 이를 가리지 않고 매일매일 수없이 새로운 환자가 생긴다.
의선의가가 이 환자들의 치료를 독점하게 되면?
돈을 쓸어 담게 될 거다.
의선의가가 현재 부족한 게 무엇인가?
명성? 강호에서의 영향력? 차고 넘친다.
단, 지나치게 빠르게 성장해 의가의 내실이 부족한 게 약점이었다.
이런 내실을 키우려면 시간이 필요했지만, 돈만 있으면 해결할 수 있다.
‘의선의가가 그저 그런 이성의가에 머무를 리가 없다. 단번에 일성의가 급으로 치고 올라올 거다.’
하필 의선의가가 자리한 남양의 위치도 절묘하다.
행정구역상 하남이지만, 하남 중심보다는 섬서, 호북에 가깝다.
섬서의가의 영역을 집어삼키며 막대한 피해를 줄 거다.
그러니, 의선의가의 신충약 발매를 막는 건, 섬서의가의 생존을 위해 필수였다.
단, 이만한 효능의 신약을 사장하게 할 수는 없으니, 판매권을 대리로 가져오려고 이런 수작을 부리고 있는 거다.
“일부 약재만 매집해서는 모자라다. 다른 약재로 대체할 수도 있을 테니. 백열(白熱), 일월초(一月草), 빙단(氷丹), 흑삼(黑蔘)도 모조리 매입해라.”
그래도 다행인 건, 신충약의 필요 약재가 대체로 대막, 서장 등지에서 나는 귀한 약재란 것이다.
섬서를 통과해 들어오는 약들이 많아, 섬서의가가 매집 가능했다.
원체 귀한 약재라 막대한 돈이 들어 문제지만 말이다.
“하, 하지만 일부가 아닌, 이토록 많은 종류의 약재들을 모조리 매집하는 건 우리 섬서의가의 재정으로도 무리가 있습니다.”
“뭐가 문제인가? 섬서의련 공금회(公金會)에서 꺼내 쓰면 되지 않나?”
의련은 공금회를 운영하고 있다.
커다란 역병이 돌거나 환란 등을 대비하자는 취지로 공금을 모은 거다.
취지만 뜻깊었다.
현실은 당연히 시궁창이었다.
-날강도 같은 의련 놈들.
-우리 일반 의가들의 돈을 뜯어 성급 의가들의 돈주머니를 만들어 주겠다는 거잖아.
공금은 지방 성(省) 단위로 모은다.
공금회 예산 집행권도 의련 지부에 있다.
각 성의 의련 지부는 해당 성의 일성의가와 한통속인 경우가 많다.
즉, 공금회는 유력 일성의가들의 돈주머니로 전락한 지 오래였다.
일성의가들은 큰돈이 드는 사업을 할 경우 구태여 비싼 이자를 내야 하는 일반 상단에서 돈을 빌리지 않고 공금회의 돈을 꺼내 쓴 지 오래였다.
물론, 의련 규정에는 공금회의 기금을 사적으로 유용하면 몇 배의 배상을 하도록 되어 있긴 하다.
하지만, 그걸 누가 판단하는데?
한통속인 의련 지부가 한다.
-섬서의가는 추잡한 수작을 멈춰라!
-의선의가의 신충약은 중원 전역을 위한 것이다!
중원 곳곳에서 이런 비난이 쇄도했지만, 섬서의가는 무시했다.
섬서의가가 불법적인 일을 한 건 없기 때문이다.
이런 매집은 의업계뿐 아니라, 상계에서도 숱하게 벌이는 일이지만, 누구도 처벌받지 않는다.
도의적인 비난이 끝이다.
도리어 섬서의가는 뻔뻔하게 나갔다.
-우리는 의선의가를 도우려는 것일 뿐이다! 신충약은 귀한 약재들이 필요한 터. 의선의가의 역량으로 중원 전역에 공급할 만큼의 약재 수급이 가능할 것 같은가?
-의선의가는 욕심부리지 말고, 중원 전역의 환자들을 위해 약재 수급과 신약 판매를 우리 섬서의가에 위탁해라!
의선의가를 지지하는 이들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우리도 돈을 모아 의선의가를 돕자!’
사실 강호 문파들은 사정이 넉넉하지 않았다.
문파의 덩치가 클수록 나갈 돈이 많고, 모든 거대 집단이 그렇듯 예산 사정은 늘 빠듯하기 마련이다.
그래도 의선의가를 지지하는 곳이 하나둘인가?
무당, 화산, 종남, 개방, 소림, 형산파, 사검회, 낭인회, 제갈세가, 당가, 사련의가 등등.
수많은 곳이 기금을 내었다.
강호인들은 기금을 낸 곳의 면면을 보고 경탄했다.
“자기 잘난 줄만 아는 재수 무당이 저토록 많은 기금을 내다니? 잘난 척은 잔뜩 하면서 정작 객잔에서 소면만 시켜주는 게 무당 놈들인데?”
“화산, 종남도 기금을 냈어. 의선의가 손을 들어준 셈이니, 섬서의가의 체면이 말이 아니겠군.”
“당가는 도대체 얼마를 낸 거야?”
“제갈세가도 만만치 않아.”
“사련의가는 왜 이리 소소해? 사망공자 개인 용돈으로 낸 건가?”
“영친왕부에서도 기금을 냈어! 이건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섬서의가에서도 눈치가 보이겠는데?”
이렇게 되자 섬서의가도 입장이 곤란해졌다.
다 이겼다고 생각했는데, 상대가 커다란 판돈을 들고 다시 나타난 거다.
인제 와서 손을 뗄 수도 없었다.
그간 투자한 돈이 모조리 허공에 날아가게 될 테니까.
섬서의가라도 감당 가능한 피해가 아니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반드시 끝을 봐야 했다.
“돈을 더 구해와라.”
“섬서의련 공금회의 기금도 씨가 말랐습니다!”
“중앙 공금회에 요청해!!”
“…하지만?”
지방 공금회가 각 지방 일성의가의 돈주머니면, 중앙 공금회는 의련의 꼭대기에서 군림하는 이들의 돈주머니다.
즉, 십천성(十天星) 중 의련을 장악한 몇몇 의가가 좌지우지하고 있었다.
“…안휘의가(安徽醫家)에 연락해. 신충약 판매권을 가져오면 수익을 절반 이상 분배하겠다고.”
서로 끝없이 아귀다툼을 벌이는 게 의업계다.
섬서의가는 밑으로는 의선의가와 싸우고 있으며, 위로는 근처의 십천성인 하남의가와 싸우고 있다.
하남의가 또한 비교적 거리가 가까운 다른 십천성인 안휘의가와 경쟁 중이니, 적의 적은 친구란 개념으로 안휘의가에 도움을 요청한 거다.
안휘의가는 흔쾌히 손을 들어주었다.
단, 중앙 공금회의 돈을 모두 빼 쓸 수는 없는 터라 금액이 충분하지 않았다.
특히 의선의가의 사주를 받은 서가장의 행보가 더욱 섬서의가를 괴롭게 했다.
-약재 수급에 도움을 주시면, 우리 서가장은 대인의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약재가 나는 곳의 유력자들을 뇌물을 써서 공략에 나선 거다!
덕분에 섬서의가는 뇌물 경쟁을 해야 했다.
당연히 막대한 돈이 드는 일이었고, 섬서의가는 추가로 큰 대출을 일으켜야 했다.
“…이자가 왜 이렇게 비싸지?”
“회수 가능성을 고려해 위험도를 산정한 이율입니다.”
“우리 섬서의가가 돈을 떼어먹을 거라는 이야기인가?”
“저희는 섬서의가를 믿습니다. 다만, 저희 입장에서는 섬서의가가 매입 경쟁에 성공하지 못할 위험을 고려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해해 주십시오.”
삼천의공 성천우는 이를 바득 갈았지만, 이런 대규모 자금을 대출해주는 상단이 보통 상단이겠는가?
어쩔 수 없이 고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여러 자산을 담보로 맡기는 것은 물론이고 말이다.
한편, 서가장의 서금은 그런 섬서의가의 행보를 보며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위지천, 악마 놈.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사악할 수가?’
일단, 뇌물 경쟁.
서가장이 실제 지출한 뇌물 비용은 거의 없다.
그저 식사 대접과 선물 정도를 주며 공수표를 날렸을 뿐이다.
헐레벌떡 섬서의가가 끼어들어 뇌물 주는 걸 가로챘으니(?), 돈은 섬서의가만 쓴 셈이다.
‘…이건 아무것도 아니지. 사실 다 속임수였다는 걸 알면, 삼천의공 성천우는 무슨 표정을 지을까?’
그렇다.
서가장이 모은 약재들은 신충약에 들어가는 약재와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애초에 의선의가에서 그런 비싼 약재가 필요한 약을 개발했겠는가?
서가장이 일부러 그런 귀한 약재들을 모은 건, 섬서의가를 낚기 위해 위지천이 판 함정이었다.
‘…섬서의가가 이번에 위지천에게 놀아나 쓴 돈이 의가의 기둥이 폭삭 내려앉을 수준이라던데.’
서금은 천하의 섬서의가가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심지어 위지천이 준비한 수작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위지천이 섬서의가에 비수를 꽂으러 하남성 개봉에 발걸음 했다.
섬서의가의 천적, 하남의가가 자리한 곳이었다.